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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46화 (246/275)

제246화

#246

치이익.

불판 위에 삼겹살이 익어가고 있다.

나란히 줄 서 있는 고기 아래에는 콩나물과 푹 익은 김치가 자리 잡았다.

버섯은 포일에 감겨 불판 위쪽에서 쪄지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흥건해진다.

세팅은 끝났으니 이제 빈속을 먼저 달래 줄 녀석을 손에 쥐고는 앞을 향해 내밀었다.

“반갑다. 그리고!”

“오늘 방송의 성공을 축하하며!”

허공에서 만난 두 개의 소주잔이 쨍하고 소리를 내었고, 나는 그 잔 속에 있는 소주를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크! 이 맛이지!”

“찌릿찌릿한 이 맛은 첫 잔이 아니고선 못 느낀다니깐.”

흔히 첫 잔을 찌릿주라며 빈속에 먹을 때 느끼는 그 찌릿함을 즐기는 자들이 있다. 건강엔 안 좋다는데 아주 가끔 이게 당길 때가 있다 보니 가끔 즐긴다.

테이블에 깔린 밑반찬으로 속을 달래 주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다.

가볍게 맥주 한두 캔을 즐기는 나와 다르게 준혁이는 평소에도 소주를 즐겨 마시는지 술이 들어가는 속도가 빨랐다.

고기가 다 익기도 전에 한 병을 비워내고 두 병째 소주가 테이블에 놓이자 묵묵히 술을 마시던 녀석이 대뜸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맙다.”

“뭐가?”

“덕분에 이제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어?”

준혁이는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월오룰을 플레이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카드 술사라는 직업은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예능에 가까운 직업이었다.

사냥 방식은 몬스터를 앞에 두고 카드 뽑기란 스킬을 사용한다.

수십 장에 가까운 카드가 눈앞에 나타나면 그중 하나를 뽑아 적에게 날린다.

이게 공격 카드거나, 본인에게 좋은 버프를 걸어주거나, 적을 상태 이상을 걸거나, 아무런 효과가 없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당연히 제대로 된 사냥이 이뤄질 리 만무했고, 그동안 혼자서 예능에 가까운 방송을 하면서 월오룰을 즐겨왔던 준혁이었다.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는지 꾸준하게 시청자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진작 캐릭터 새로 만들었을걸.”

눈앞의 몬스터를 두고 카드를 뽑았는데, 그게 하필이면 상태 이상이자 발정기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오크에게 순결을 잃을 뻔한 이야기는 다시 들어도 재밌었다.

게임 이야기 말고도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네 병째 소주를 깠다.

“그나저나 이번에 크게 확장했더라? 한 명을 서포터하던 팀이 그렇게 크게 될 줄이야.”

나를 향해 부러움과 친구의 성장을 기뻐해 주는 듯한 말투는 듣는 나로서도 기분이 좋았다.

“안 그대로 그것 때문에 얼굴 볼 시간도 없다. 방송 스케쥴 관리도 관리인데, 내 영상까지 편집해 주다 보니 말이야.”

정말로 엄청나게 바빠진 지은이다.

새로운 인력도 충원해야 하고, 일도 가르쳐야 하며 그 와중에 내 영상은 꼭 본인의 손으로 만들겠다며 요즘 잠도 못 자고 고생 중이었다.

덕분에 얼굴은 고사하고 통화도 제대로 못 하는 중이었다.

“음…… 축하해 줄 일이지만 배 아파서 그럴 생각은 없고 말이야…….”

말끝을 흐리는 준혁이었고, 그 뒤로 이어지는 말은 생각도 못 한 제안이었다.

“내 주변에 꽤 쓸 만한 애들 많거든? 퀄리티나 실력은 내 영상을 참고하면 될 거고 말이야. 어때? 취업 가능?”

갑작스러운 제안에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뭐 진짜 준혁이 말대로 실력자면 나쁘지 않다. 다만 갑작스러운 제안이라기보단 마치 계획되어 있는 이야기라 조금 찝찝했다.

“실은 우리 집이 후원하고 있는 보육원이 있는데 성인이 되고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 자리를 잡질 못해서 말이야. 착한 애들이라 기회를 주고 싶어서 말이야.”

이건 회귀 전에도 듣지 못한 이야기.

준혁이네가 잘사는 집안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보육원을 후원하고 있을지는 몰랐다.

그와 동시에 준혁이가 휴대폰으로 자신의 영상을 몇 개 보여줬다.

확실히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지은이에 비하자면 부족한 건 맞았지만, 몇 개의 영상을 본 결과 이건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이 영상의 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몇 명이야?”

“일곱.”

“잠시만.”

나는 휴대폰을 들어 지은이에게 전화했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지금 찾아오겠다며 말하는 그녀였다.

“지금 보자는데, 가능해?”

“어. 불가능해도 튀어나오라고 말해야지.”

순식간에 전화를 돌린 준혁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내 옆에는 피곤한 얼굴의 지은이. 반대편에는 준혁이를 비롯한 일곱 명의 아이들.

마주한 우리는 서로 만족스러운 계약서를 손에 들 수 있었다.

* * *

그 시각.

월오룰에 접속 중인 메시아 간부 넷.

김세준, 쥴리안나, 마오후둥, 쥬조아가 한 주점에 앉아서 각자 술잔을 들고 있었다.

“…….”

그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할 말은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나눴다.

이제 곧 찾아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일만 남았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끼익 하고 낡은 문 소리와 함께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던 자가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던 로브를 벗고서는 반가운 얼굴로 넷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야.”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시마이.

그러곤 당당하게 네 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앞에 서곤 넷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충 마음은 먹은 것 같군.”

이미 한차례 설명은 했기에 저들의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모두를 향해 소개했다.

“자, 이분은 마신교 장로이신 히데아 장로님이시네.”

그와 동시에 바로 뒤에 있던 자가 얼굴을 가린 로브를 벗었다.

넷은 눈앞에 떠 오른 NPC의 정보창에 흠칫 놀랐다.

[NPC 히데아 Lv.1003]

누가 보아도 놀랄 것이다.

NPC의 레벨은 999로 고정되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최대 레벨이 999라 단정 지을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상식이라 믿어왔던 것이 깨졌다.

“흘흘흘. 반갑네. 히데아라고 하네.”

상식을 무너뜨린 자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으며 인사했다.

메시아 길드의 넷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의 인사도 받아주지 못했다.

히데아는 그런 그들의 반응에도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고, 그 옆으로 시마이가 앉았다.

가볍게 먹을 것을 시키고 음식이 눈앞에 차려졌지만, 그 누구도 음식엔 손을 가져가지 못했다.

메시아 길드 넷은 목이 타는지 손에 들려 있는 각자의 잔을 들어 묵묵히 목을 축였다.

히데아는 그런 그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었고, 시마이는 만족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중에 드디어 쥴리안나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과연 있을까요? 그것도 세드릭 제국과 전 유저를 등을 돌리고 말이에요.”

이미 대충 들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녀는 히데아를 통해 좀 더 확실하게 듣고자 했다.

지금 그들이 선택하려는 것은 결코 섣부른 판단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거니와 자칫하면 지금까지의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지금보다 막대한 힘.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권력. 이 세상을 지배할 권리.”

단 세 가지.

하지만 저 세 가지는 이 자리에 있는 넷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월오룰에 접속하기 전에 넷은 이미 회의를 통해 마신교의 제안을 승낙하기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그 시기가 문제였다.

당장 모든 걸 버리고 마신교에 속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었다.

그것을 이야기하는 쥴리안나였고, 옆에서 같이 듣던 시마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본 히데아가 말했다.

“곧 마신교가 세상에 나타날 것이네. 그때 합류하면 되는 일이네.”

히데아의 눈빛이 광기로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마치 이곳을 짓누르겠다는 듯 강력한 힘이 몰아쳤다.

“크흑…….”

김세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히데아의 힘이 그만큼 강력했고, 또 다른 의미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협박한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주 잠깐의 압박.

하지만 그 압박을 견디는 메시아 길드의 넷과 시마이는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이자 몇십 분, 아니, 몇 시간을 공격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힘을 기르고 있게.”

히데아가 로브를 뒤집어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몰아치던 압박이 사라지자 새하얗게 질렸던 다섯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무심한 눈빛의 히데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대들이 힘을 기를 곳을 준비하겠다. 스키비아 후작령으로 오게나.”

그 말을 끝으로 히데아가 밖으로 나갔다.

남은 다섯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중에도 머릿속엔 히데아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스키비아 후작령.

지금 메시아 길드가 고전하고 있는 크이케 후작령을 지나 다음에 있는 영지.

그곳에서 히데아가 무언갈 준비해 두겠다고 했다.

힘을 준다는 말은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탐이 나는 과실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다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월오룰에 접속했다.

접속과 함께 보인 것은 드넓은 황무지였다.

어제 이곳에서 뽑기 권을 사용해 한바탕 사냥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 나도 이제 황무지나 통과해 볼까?”

굳이 이곳 시모어 남작령에 머물 필요가 없다.

사실 블러드 웜을 통과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이곳은 딱히 장점이 있는 사냥터는 아니었다.

다음 영지인 베르나도 남작령으로 가면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았다.

당장 그곳의 몬스터인 트롤만 사냥해도 트롤의 피라는 엄청난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드랍한다.

거기에 트롤 가죽 또한 가격이 상당했고, 경험치 또한 상당한 양을 준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트롤의 공략법을 올려 두었기에, 그런 곳을 사냥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나 또한 트롤 사냥에 일가견이 있는 유저 중 하나이다. 오크 다음으로 많이 잡은 사냥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통과할까 싶었다.

“그나저나 쥬조아는 더는 접촉해 오지 않네?”

잠깐이나마 날 귀찮게 했던 자가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어떻게 보면 막야를 얻을 기회였는데, 그걸 놓친 거 같아 더욱 신경이 쓰였고 말이다. 그냥 그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충 둘러댈 걸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뭐, 답답하면 또 연락이 오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원래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는 거다.

간장이 있기에 막야가 탐났지만, 굳이 검 한 자루가 더 생겼다고 엄청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그 검을 쓸 누군가도 없었다.

다시 황무지를 바라보며 슬 통과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할 때였다.

“어? 잠시만.”

문뜩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은 월오룰이 오픈하고 1년하고도 몇 달이 안 지난 시점, 거기에 이곳 블러드 웜 사냥터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다들 피하고만 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그 누구도 발견하지 않은 숨어 있는 인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물론 회귀 전에 이곳에 인던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적어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빠르게 손을 뻗었다.

“탐지.”

- 탐지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 반경 1km를 탐지합니다.

- 탐지 스킬에 걸린 것이 있습니다.

- 위치를 미니맵에 표기합니다.

역시나 무언가 걸리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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