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45화 (245/275)

제245화

#245

소환수 폭발.

전혀 머릿속에 없었던 그 스킬이 등장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놀랐다.

왜냐면 원래 소환수 폭발이라는 스킬은 하등 쓸모가 없는 스킬이기도 했다.

[소환수 폭발 Lv.MAX]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스킬 활성화 시 지정한 소환수를 폭발시킵니다.

- 소환수 폭발의 데미지는 소환수의 체력에 비례합니다.

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소모MP : 10,000

자! 봐라.

지금까지 소환수와 함께 몬스터를 사냥헤 왔다.

내 경험치를 빼앗아 먹으면서 꾸역꾸역 키워온 것은 물론이고, 먹을 것만 잘 줘도 절대 배신하지 않는 아군이 다름 아닌 소환수다.

그런 소화수를 폭발시켜 적에게 데미지를 준다? 지금까지 키운 정을 비롯해 함께한 추억을 한 방에 모두 날려 버린다는 거다.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비도덕적인 일이다.

아, 물론 진짜 죽을 위기이자 내 품에 소환수를 폭발시켜서라도 지켜야 할 물건이 있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세상에 알려진 이 스킬은 하등 쓸모없는 레전더리 스킬이라 할 수 있었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서머너 킹의 힘.

통솔력에 구애받지 않고 수많은 몬스터를 소환수로 둘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소환수 폭발’ 스킬의 활용도가 달라진다.

수많은 몬스터를 꾸준하게 포획한 다음에 그걸 터트리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근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지.’

지금 내 스킬의 목록을 보면 저 소환수 폭발이라는 스킬을 단발성 스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우려먹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건 채팅창에서도 눈치를 챈 것인지 대박이라는 단어가 연이어 올라왔다.

“그러네요. 친구가 오랜만에 봤다고 엄청난 스킬을 주었네요.”

“응? 소환사 직업에선 가장 최후의 수단이라 불리는 스킬 아냐?”

“그렇지. 근데 난 좀 다르지. 직접 보여줄게.”

말로 떠벌리는 것보단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슬쩍 손을 들었다.

“로빈후드, 엔다이론.”

내가 이름만 불러도 무슨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두 소환수가 움직였다.

로빈후드의 화살이 잠자고 있던 블러드 웜을 깨웠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엔다이론의 화살이 블래드 웜을 샤워시켰고, 기분이 좋아진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내가 사냥하던 것을 본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정식으로 공략법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블러드 웜의 공략은 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독이 가득한 피를 몸에서 뿌리는 녀석인 만큼 물로 샤워시켜 주면 기분이 좋아져 한동안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의 막이 벗겨진 곳을 공격하면 데미지가 추가로 들어가니 사냥은 더욱 빠르게 이뤄질 수 있죠.”

그 말에 나는 블러드 웜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고 외쳤다.

“고급 포획.”

-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 블러드 웜을 포획합니다.

-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당당하게 등록된 블러드 웜.

나는 그것을 소환했다.

“로빈후드.”

다시 한번 로빈후드의 화살이 허공을 날아올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여러 발의 화살이 지면을 두드렸고, 블러드 웜 세 마리가 땅을 뚫고 튀어 올랐다.

“소환수 폭발.”

- 스킬 ‘소환수 폭발’을 사용했습니다.

- 대상은 블러드 웜입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과 함께 내가 포획한 블러드 웜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마리의 블러드 웜에게 달라붙었고,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아앙!

메마른 황무지에 흙먼지가 가득 피어올랐다.

바람이 불지 않았더라면 저 먼지가 사라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다시 드러난 황무지엔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 죽어 있는 블러드 웜 한 마리와 전신에 구멍이 송송 뚫려 반쯤 불타 버린 블러드 웜 한 마리가 보였다.

한 번의 폭발로 한 마리의 블러드 웜을 사냥했으니 남는 장사긴 하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블러드 웜은 두 마리.

그런 두 마리가 폭발의 여파 탓에 어그로가 나에게 끌렸고, 그대로 나를 향해 아가리를 활짝 펼치고 달려왔다.

그런 두 놈을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스켈레톤 소환.”

팍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스켈레톤이 만들어졌다.

그 스켈레톤은 뼈 칼을 들고 그대로 블러드 웜에게 달라붙었고, 그것을 본 나는 외쳤다.

“소환수 폭발.”

- 스킬 ‘소환수 폭발’을 사용했습니다.

- 대상은 스켈레톤입니다.

쾅! 쾅!

두 마리의 스켈레톤이 폭발했다.

자욱한 먼지구름이 작은 버섯 모양으로 피어오를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일었고, 그 여파 때문에 땅이 흔들렸다.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내 눈앞에는 블러드 웜 두 마리가 죽었다는 시스템창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죽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외쳤다.

“스켈레톤 소환.”

내 말과 함께 흙먼지 속에서 스켈레톤 두 마리가 턱을 달그락거리며 특유의 걸음걸이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런 스켈레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로써 무한 폭발이 가능하다는 거죠.”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고, 조금은 건방진 얼굴로 슬쩍 웃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 와…… 똥 스킬이 내가 사용하면 진짜 레전더리 스킬?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데?

-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하느냐 시저?

- 블러드 웜이야 원래 체력이 높았으니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스켈레톤이 폭발해서 적을 블러드 웜을 죽일 줄 몰랐는데?

- 아마 두 마리라 그 폭발력이 올라가서 그런 듯.

- 한 마리의 스켈레톤은 약해도 두 마리부턴 달라지니까.

- 아니면 체력 관련으로 무언가 스킬이 있을지도 모르고.

- 오늘도 외친다!

- 갓 시져!

묵묵히 바라보다 나도 살짝 놀랐다.

체력 관련 스킬이라니. 안 그래도 비슷한 게 하나 있긴 하다. 마스터리 스킬 말이다.

그 마스터리 스킬만 잘 이용하면 소환수 폭발의 스킬의 위력이 더 올라갈 것 같았다.

‘이래서 커뮤니티나 시청자의 말을 보는 거라니깐.’

누군가에겐 무심코 흘린 말이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 나는 회귀 전부터 주변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검토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새삼 세상엔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내 차례는 끝났으니 다음 차례다.

입을 떡하니 벌리고 멍하게 있는 내 친구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고맙다. 삼겹살에 소주 살게.”

그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BJ카드술사가 버럭 하고 외쳤다.

“미쳤냐? 소고기는 되어야지!”

“그래.”

뭐, 준혁이랑 먹는데 소든 돼지든 뭐가 문제란 말인가?

친구와의 우정을 다지는 데 문제는 없다.

옛날처럼 가난에 허덕이지 않고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으니 더욱더 말이다.

뭐, 그건 방송이 끝나고 생각할 일이고 아직은 해야 할 콘텐츠가 남아 있었다.

“자, 그럼!”

나는 BJ카드술사를 바라보며 최대한 사악한 얼굴이 보일 수 있도록 바라보았고, 흥미가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똥을 받았으니 이제 제가 똥을 선물할 차례네요?”

그 말에 친구 녀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사기급 레전더리 스킬 얻어 놓곤 똥을 준다고?”

“근본적으로 똥인 건 맞으니까. 그리고 모를 일 아냐? 너도 똥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좋은 스킬일지 말이야.”

나는 서둘러 카드 뽑기를 하라고 BJ카드술사의 등을 떠밀 듯이 뽑기 권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백 개의 무지갯빛 구슬이 떠 올랐을 때 나는 선택지를 떠넘겼다.

“범이야. 구슬 하나 찍어볼래?”

“냐앙?”

“행운의 상징 범이님 부탁합니다.”

나는 범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슬쩍 꺼내 들었다.

무려 한 시간 동안 근력 스텟을 10이나 올려주는 비싼 도핑 아이템으로, 생선을 훈연한 다음 다시 튀겨 만든 생선구이였다.

굳이 말하자면 범이는 저걸 그 자리에서 열 개는 먹을 정도로 엄청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냐앙!”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범이가 나를 향해 후다다닥 뛰어왔다.

그러곤 발에 매달려 얼른 달라는 듯 냥냥 울었는데, 나는 일단 구슬부터 하나 뽑으라 했다.

범이가 살짝 토라진 듯한 얼굴이었는데, 그런 범이를 향해 외쳤다.

“좋은 거 뽑으면 하나 더 준다.”

그러자 범이가 움직임을 뚝 멈췄다.

슬쩍 나를 바라보더니 방향을 바꿨다.

이놈이. 딱 봐도 마음에 안 들어서 대충 고르려 했구먼. 그래 봐야 넌 내 손바닥에 있는 고양이다. 이 말이야. 어딜 누굴 속이려고.

그렇게 범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 마침내 하나의 구슬을 가리켰다.

“저거다.”

“응? 응.”

내 말에 뭔가 홀린 듯한 얼굴로 범이가 있는 방향으로 가더니 손을 뻗었다.

“냥!”

“응?”

범이가 중간에 앞발을 들어 때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얼굴, 그래서 해석해 줬다.

“그거 말고, 그 위에 구슬.”

“아…….”

다시 손을 뻗어 다른 구슬을 손에 쥐었고, 황금빛이 ‘팍’하고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진혁이의 미래가 걸린 일이란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범이에게 생선구이를 줘야 한다는 것을 깜박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긴장감은 나만이 아니라 채팅창에서도 느껴졌다.

- 몇 년을 구독했는데…… 이제는 빛 좀 보자.

- 제발…… 캐릭터 유지하게 똥 밭을 구를 수 있는 스킬을 뽑게 해주세요.

- 진짜 위 채팅 놈 안티냐? 아니면 진짜 팬이냐?

- 슬슬 꽃길 걸어야 할 때 아닌가?

- 응 아냐. 불꽃 길을 걸어야 해.

- 독한 놈들.

채팅창은 반반으로 나뉘어 떠들고 있었다.

꽃길과 불꽃 길.

과연 어디로 걷게 될지는 이제 방금 배운 스킬창을 띄우는 얼떨떨한 얼굴의 BJ카드술사로 인해 결정되었다.

[카드 마법 강화 Lv.MAX]

등급 : 레전더리

패시브 스킬

- 카드 뽑기 스킬 활성화 시 소환되는 카드의 숫자를 세 장으로 고정합니다.

- 세 장의 카드 중에서 한 장은 고정적으로 강력한 공격 마법 카드가 포함됩니다.

- 일정한 확률로 카드의 효과가 두 번 발동합니다.

- 카드 뽑기에서 꽝 효과가 사라집니다.

BJ카드술사의 스킬창을 바라본 순간 나도 모르게 기쁨에 가득 차 그대로 끌어안았다.

“축하한다! 대박이네!”

내 말에 얼떨떨한 얼굴에서 돌아오지 못한 친구가 여전히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 응.”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친구의 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아무래도 가죽 갑옷을 입고 있어서 소리가 묵직했지만, 그 덕분인지 빨리 정신을 차린듯했다.

“뭐해. 스킬 익혔으면 시범을 보여야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앞으로 나섰다.

무대가 마련되었으니 이제 적만 있으면 된다. 로빈루드에게 곁눈질했다.

피슝!

한 발의 화살이 땅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른 블러드 웜.

그런 몬스터를 향해 BJ카드술사가 자신의 주력기를 꺼내 들었다.

“카드 소환.”

그 말에 눈앞에 세 장의 카드가 나타났다.

망설임 없이 한 장의 카드를 골랐다.

- 공격 마법 카드 발동.

- 강화 파이어 볼을 사용합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스킬이 발동됐고, 화염의 구슬을 그대로 던졌다.

콰아앙!

강화 파이어 볼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엄청난 폭발.

시커먼 불길이 블러드 웜의 몸을 조금씩 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카드 효과가 한 번 더 발동됩니다.

시스템창의 안내와 함께 또 하나의 강화 파이어 볼이 손에 쥐여졌다.

콰앙!

조금씩 꺼져 가는 불길에 또 한 번 찾아온 불길은 마치 서로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불길을 더욱 강력하게 키워 냈다.

순식간에 타는 냄새가 가득한 황무지였고, 불길이 서서히 꺼져 갈 때에 맞춰 바닥으로 기울어지는 블러드 웜이었다.

쿵.

더 이상 움직임은 없었다. 그저 블러드 웜의 시체가 있을 뿐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정작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낸 BJ카드술사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었고, 채팅창은 눈앞의 장면을 보고도 믿지 못하는 것인지 조용했다.

이럴 때 나서야 하는 것은 다음 아닌 나다.

“아씨, 배 아프네. 누군 똥 스킬 주더니 난 개꿀 스킬 줬네.”

정말이지 억울하다는 듯한 말투.

하지만 내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축하한다.”

진심을 담아 축하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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