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44화 (244/275)

제244화

#244

시모어 남작령의 황무지.

블러드 웜의 공략법은 아주 간단하다. 물을 이용하면 된다.

“물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

블러드 웜은 물을 좋아한다.

그것도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원래 강이었던 이곳을 메마른 황무지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좋아한다.

물론 그 덕분에 두 영지 간의 거리가 줄어들어 오가는 데 왕복 하루면 걸어갈 수 있으니 마냥 나쁘다고 할 순 없었다.

아무튼, 블러드 웜의 공략법은 간단하다.

물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을 이용해 블러드 웜의 몸에 끼얹으면 그 자리에서 기분 좋은 몸짓을 보인다.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는 피가 씻겨 내려가고, 대신해서 나타나는 살 색의 살점을 공격하면 아주 원활하게 사냥이 가능하다.

악명 높은 블러드 웜의 이름에 비해 너무나도 쉬운 공략법.

이건 앞으로 삼 년 정도 뒤에 알려질 일이었다.

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물을 뿜어내는 스킬이 전부였고, 이렇다 할 공격 스킬이 없는 흔하디흔한 마법사였다.

그나마 조금 특별하다면 뿜어내는 물의 양이 다른 이들보다 많다는 정도? 딱 그게 전부였던 마법사는 혹시 모를 미래를 생각해서 한 길드가 거뒀었다.

하지만 당시 그 마법사의 실력은 그게 전부였다.

계속 다녀도 성장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은 마법사를 계속해서 데려갈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게임이 아니기에 그는 이곳 시모어 남작령에 버려졌다.

그때부터 그 마법사는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 이곳을 어떻게든 공략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바로 블러드 웜을 물로 씻겨내면 평범한 공격으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그 마법사는 하나의 장사를 했다.

다음 영지까지 안내해 주는 마법사로 말이다.

다른 마법사들은 따라 할 수도 없었다. 그 마법사는 다른 이들보다 많은 양의 물을 뿜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두 영지를 왕복하며 돈을 벌어들였고, 나중에는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되어 은퇴했다.

“그 공략을 지금 쓰는 거지.”

아마 지금쯤이면 게임을 막 시작했거나, 아니면 남부지방 어딘가의 사냥터에서 열심히 구르고 있을 거다.

그러다가 내 방송을 보면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겠지. 누군가 그를 데려가면 그것 또한 그 길드나 기업에선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될 것이고 말이다.

내가 독점해도 되지 않겠나 싶었지만, 그러기엔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재미가 없다.

‘차라리 몬스터 한 마리라도 더 잡지.’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을 것을 굳이 빼앗고 싶진 않았다. 그저 순리대로 흘러갈 뿐이다.

아,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나는 킥킥대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허물어져 가는 블러드 웜이 보였다.

폴리곤 조각으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졌고, 방금까지 블러드 웜이 있던 자리엔 작은 구멍만이 남았다.

“잘했어. 엔다이론.”

나는 내 옆에 있는 내 팔뚝만 한 존재가 있었다.

푸른색의 몸통에 단단해 보이는 비늘, 머리 위로 있는 두 개의 뿔과 함께 동그란 눈. 두 개의 수염 아래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은 것이라면 뭐든 씹어 삼킬 수 있을 것 같았고, 기다란 몸통에 달린 두 개의 앙증맞은 다리에는 활을 꼭 쥐고 있었다.

흡사 사방신의 청룡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존재, 그 존재는 다음 아닌 물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이었다.

-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콧바람을 흥하고 끼는 엔다이론의 모습에 슬쩍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제 막 사냥이 시작한 시점, 이제부터 활약을 보일 녀석이기에 부탁했다.

“계속 부탁해.”

- 알았다.

그렇게 사냥이 진행되었다.

지금 내 옆에서 물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령.

이 정령은 이번 스킬 뽑기에서 얻었다.

물론 랜덤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에서 나온 게 아니다.

순수하게 내가 레벨 업을 해서 얻었던 그 랜덤 스킬 북에서 나온 것이고, 무려 네 개의 스킬 뽑기 전부에서 물의 정령 소환 스킬을 뽑아 냈다.

첫 시작은 하급이었으나 중복으로 중급이 되었고, 그 뒤를 이어 계속해서 뽑아내 유니크 등급이자 상급 정령이 된 것이다.

새롭게 생긴 정령은 이곳 시모어 백작령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꽤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느긋하게 서서 주변 몬스터를 사냥하며 시간을 보냈다.

약속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소환수를 불러 휴식을 권하고는 등을 돌려보았다.

‘올 때 되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긴장된다, 아니, 긴장하고 있다.

지금 만나기로 한 BJ카드술사는 내 친구였으니까.

아직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상황, 아니, 그저 월오룰을 하는 플레이어. 나는 방송을 했고, 시청자 참여 이벤트에 당첨된 유저에 불과하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BJ카드술사가 나타나는 순간 알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저기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BJ카드술사.

팔자걸음에 양손에 카드를 쥐고는 가벼운 묘기를 부리고 있는 남자. 어린 시절에 하던 행동과 같았다.

회귀 전에 BJ카드술사를 만나기 전보다 어려서인가? 어릴 때의 모습이 확실하게 떠올랐다.

차분하게 응대해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어졌고, 어린 시절 매번 하던 대로 인사해 버렸다.

“마틴 샷 정확도는 올랐냐?”

내 말에 화들짝 놀라 하는 BJ카드술사.

그러곤 어안이 벙벙한 얼굴에서 나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로 점점 바뀌는 것을 보았을 때 말했다.

“매번 껄렁껄렁하게 걸어오면서 손에 카드를 떼지 않고 걷던 내 친구 준혁이냐?”

나는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나 효성이다.”

그 순간 의심의 눈초리 따윈 없어졌다.

그저 나를 향해 놀라움을 넘어서 반가움이 가득 담긴 외침과 함께 달려들었다.

“야! 인마!”

“그래! 인마!”

뭐라 할까. 엄청나게 반가웠다.

* * *

우리는 30분이나 떠들었다.

“그때 참 인기 좋았는데……. 너 잘생겼잖아.”

“너도 카드 마술로 인기 좋았지. 매번 싫어하는 척하면서 열심히 해 줬잖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되었을 때는 잠깐 침묵이 있었다.

툭툭.

내 어깨를 두드리는 BJ카드술사, 아니, 준혁이가 말 없는 위로를 해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와 동시에 현실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조금 있으면 동창회가 있을 거란 이야기도 해 주었는데, 내가 기억 못 하더라도 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참석하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무슨 배짱으로 합방하자고 한 거야? 특별한 콘텐츠라도 생각했어?”

“뭐, 뻔하지.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

내 물음에 준혁이가 정말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듯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저 기회가 왔기에 잡았을 뿐이고, 자신이 얼마나 똥손인지 증명하며 시청자 숫자 좀 빨아먹으려고 제안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저게 나쁘다고 말하자면 나쁘겠지만,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마 나라도 그러했을 터니 말이다.

“그리고 나도 랜덤 레전더리 스킬 북 하나 있어서 말이야. 서로 대신 뽑아주기만 해도 충분히 조회 수는 나올 테니까 말이야.”

“헐? 그 구하기 힘든 걸 어떻게 얻었대?”

이건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회귀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해 주진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니 레전더리 스킬 중에 쓸모없는 것이 하나 있다며 투덜거렸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은 스킬 북 형태로 있을 것이고, 나와 함께 뽑는다면 그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거다.

“좋아. 그거면 충분하겠네.”

“그치, 근데 걱정이다.”

“뭐가?”

“내가 워낙 똥손이어서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자신이 어떤 게임을 해 왔고, 얼마나 운이 없는지 설명해 주었다.

이건 회귀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이기에 그저 미소로 넘겼다.

“걱정하지 마. 절대 원망 같은 건 안 할 테니까.”

그렇게 준혁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자.”

오늘 방송은 내 채널이 아닌 준혁이의 개인 채널에서 할 예정이다. 내가 게스트로 참가하는 방송이기에 팀 나르샤의 채널에서 방송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공지 한 줄과 준혁이의 방송을 볼 수 있는 주소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조, 좋아. 그럼 보, 본명은 숨기고. 나머진 그대로 하면 되겠지?”

말을 떨고 있는 준혁이를 보며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그리고 편안하게 방송을 진행하라고 말이다.

몇 번의 심호흡을 하던 준혁이었고, 이내 안정되었는지 박수 소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BJ카드술사입니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카드를 꺼내 몇 가지 묘기를 보여주는 친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처음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자신의 채널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모여든 것은 처음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좋아할 땐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뻤다.

그만큼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니 말이다.

중간중간 카드 묘기를 보이며 방송을 진행하던 찰나 이제 내가 등장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주셨는데요. 제 방송에서 처음으로 찾아와주신 남자 게스트인 소환사 시저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인사와 함께 내 화면에 공유되어 있는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5252 시저쿤! 빨리 뽑으라고!

- 기다리다가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요. 얼른 뽑아주세요!

- 후…… 진짜 기다리기 너무 힘들었다.

- 업데이트 때문에 밀려…… 합방 때문에 밀려…… 또 미루면 알죠?

- 이제는 진짜 뽑자.

모두가 기다려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채팅창엔 불평불만이 가득해졌다.

관리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곳인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욕설도 볼 수 있었다.

뭐, 내 방송이었다면 문제지만 지금은 BJ카드술사의 방송이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자, 그럼 오늘의 콘텐츠. 서로 스킬 뽑아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예정은 시저의 스킬 뽑기 권을 대신해서 골라주는 방송는데, 막상 방송에 들어와 보니 서로 뽑아주기로 변해 있는 것에 놀라 했다.

어디 저급한 스킬 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BJ카드술사가 스킬 뽑기 권을 손에 쥐었다.

“저 또한 랜덤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이 있습니다. 아마 레전더리 스킬을 서로 뽑아주는 방송은 제가 최초인 것 같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이 폭발했다.

너무 많은 숫자의 채팅이 올라와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기에 우리는 콘텐츠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방금까지 능숙하게 진행하던 BJ카드술사가 딱딱해졌다.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얼굴이 붉어지고 숨소리도 살짝 거칠어졌다. 이대로 두어봐야 방송을 보는 시청자로선 재미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거들자.’

기왕 하는 방송.

진행하는 우리도 즐겁고, 보는 시청자도 즐거우면 최고 좋은 거다.

하물며 오늘은 사냥도 아니고 스킬 뽑기 권을 사용하는 날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입을 열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조금 전에 알았는데…… 저희가 초등학교 동창이더라고요. 이제부터는 조금 편하게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준혁이 살짝 당황했다

“뭐, 기왕 하는 방송 좀 편하게 해야지. 자, 스킬 뽑기 권 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랜덤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을 사용했다.

무지갯빛을 뿜어내는 백 개의 구슬이 허공에 떠 올랐다.

“자, 골라 봐! 우리의 우정을 증명한다면 좋은 스킬을 뽑아 봐!”

괜히 부담 주는 듯한 말을 꺼내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보통 다른 사람이었다면 긴장하고 남을 말이었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해 왔던 수많은 장난에 비하자면 이건 가벼운 수준이었기에 준혁이가 아닌 BJ카드술사가 되어 다시 방송을 진행했다.

“그럼, 내 똥손의 위력을 한번 보여줘 볼까?”

그와 동시에 주변의 구슬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장난을 치다가, 마침내 하나의 구슬을 골랐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걸 손에 쥐었다.

- 스킬을 익혔습니다.

- 레전더리 스킬 ‘소환수 폭발’을 익혔습니다.

“소환수 폭발이라는 스킬을 얻었네요.”

내 말과 함께 채팅창이 또 한 번 시끄러웠다.

어떻게 뽑아도 소환사 직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스킬을 뽑았느냐며 모두가 비웃었다.

- 역시 똥손 클라스.

- 이 맛에 여기 방송 본다니깐.

- 크…… 시저님 스킬창에 첫 오점이 생겼다.

- 레전더리 스킬인데 좋은거 아님?

- 당연하지. 주변 일대를 다 폭발시킬 정도로 위력이 좋아. 괜히 레전더리 스킬이겠어?

- 다만 그 폭발한 소환수는 두 번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게 함정이지.

- 그리고 직접 포획한 소환수만 해당한다는 것도 함정이지.

- 어?! 잠시만!!

- 시저라면?

나는 채팅창의 반응을 보며 씨익 웃었다.

“대박 터졌네요.”

진짜 대박 터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