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43화 (243/275)

제243화

#243

“이게 걸리네.”

시저의 방송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그 남자는 시청자 참여 이벤트에 당첨된 BJ카드술사란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이자 월오룰의 플레이어였다.

닉네임 BJ카드술사.

그로 말하자면 옛날부터 방송을 해 꽤 유명하고, 월오룰에서도 상당히 알아주는 유저다.

나름 부유층 집안의 인물로 각종 온라인부터 모바일까지 뽑기 시스템이 있다면 한 번은 꼭 찍어 먹어보는 방송인이었다.

방송을 한 지 무려 5년이나 되었고, 뽑기 시스템이 있는 게임 중에서 그가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전부 다 해 봤다. 그리고 게임 홍보를 위해서는 그에게 가장 먼저 찾아갈 정도로 상당히 유명하다.

그런 유명세와 별개로 그에게 또 하나의 별명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천장을 뚫는 자’다.

남들은 뽑기만 하면 나온다는 히든 캐릭터를 돈을 열 배 이상 줘야 뽑아내는 것은 기본이며, 신규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천장 뚫기이자 정가 구매로 캐릭터를 얻었다.

한 마디로 운이 더럽게 없는 수준.

오죽하면 광고주가 공짜로 더 뽑을 수 있도록 뽑기 권을 퍼주기까지 했는데 못 뽑아낼 정도였으니 그의 뽑기 실력은 최악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는 기본 캐릭터를 포함한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캐릭터를 가지고 게임을 공략하는 데 전문가가 되었고, 나중에는 그가 만든 공략 법으로 돈 주고 뽑은 캐릭터를 씹어 삼키기까지 했다.

시간이 흘러 월오룰이 오픈할 당시, 그도 자연스럽게 월오룰로 넘어왔다.

그리고 얻은 직업은 카드 술사, 공격하기 전 그 자리에서 여러 장의 카드 중 하나를 선택에 적에게 날리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카드의 능력은 다양했다.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는 최상급 카드부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꽝 카드까지.

단지 스킬을 쓰는 것만으로도 콘텐츠가 되었기에 상당한 숫자의 팬을 가지고 있는 BJ카드술사였다.

“후후. 그럼 어디 접속해 볼까?”

그는 자신이 당첨되는 순간 바로 월오룰 안에서의 합방을 제안했다.

자신의 뽑기 실력이 얼마나 최악인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 사냥하는 것으로 콘텐츠가 나올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시청자 반응은 좋았다.

- 오! 둘의 합방이면 볼 만하지.

- 와…… 드디어 시저도 최악을 뽑아보나?

-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던 시저의 앞길을 막아설 자! 그 이름 하여 BJ카드술사!

- 시저님의 앞길에 꽃길이 보이는구나!!!

- 불

- 꽃

- 길

- 지금 안 뽑아도 돼요! 합방해서 뽑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이렇듯 시청자의 화끈한 반응 덕분에 시저의 방송은 저녁에 한 번 더 하는 걸로 변경되었다.

덕분에 여유가 생긴 BJ카드술사는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영상을 하나 뽑아낼 수 있을까?”

그의 목적은 이번 기회를 살려 조회 수를 뽑아내는 것이다.

최근 들어 시청자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마왕이 나타난 탓이 컸지만, 그걸 핑계 삼아 이대로 멍청하게 있을 그가 아니었다.

오 년간 방송을 이어온 걸 보면 그는 기회만 있다면 충분히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 그게 좋겠다.”

그는 인벤토리에 감추어 두었던 것을 떠올렸다.

다름 아닌 랜덤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

지금까지 아끼고 아껴왔던 녀석을 꺼낼 시간이다.

“후후후.”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월오룰에 접속해 약속 장소로 잡아 두었던 곳으로 향했다.

* * *

방송이 종료되었다.

“쩝…… 이게 이렇게 되네.”

나는 조금 얼떨떨했다.

그도 그런 것이 시청자로 뽑은 게 BJ카드술사였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운명인가?”

순간 그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슬쩍 웃었다.

나는 BJ카드술사와 꽤나 친분이 있었다. 아, 물론 지금이 아니라 회귀 전에 이야기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가 나를 찾아왔고 함께 지내며 친해진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둘 다 최악이었다.

나는 2군으로 내려가 끈 떨어진 연처럼 허우적거리는 반폐인이었고, BJ카드술사는 중요한 레이드에서 사고를 치고 시청자와 길드, 그리고 지인마저도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서로 안 좋은 상황에서 만났음에도 우리는 죽이 잘 맞았다.

한쪽이 우울해하면 한쪽이 띄워 주고, 다른 한쪽이 우울해하면 반대가 되어 위로도 해 주었다.

어쩌다 보니 현실에서 만나 술도 한잔했는데, 놀랍게도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어릴 때부터 카드를 이용한 마술을 보여주며 반에서 재미를 선사하던 친구였다.

다시 만나게 된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날마다 술에 찌들어 살았다.

뭐, 그리고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지금 내가 다니는 헬스장의 관장인 태선이 형이 우리 둘을 강제로 운동시켜 몸도 마음도 다시 태어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그렇게 망나니처럼 살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지.”

나는 회귀했기에 BJ카드술사가 내 동창이자 친구인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를 터, 거기에 내가 대뜸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다. 개인 정보는 어디 가도 민감한 문제니까.

자연스러운 연출을 해야 한다.

“뭐, 어떻게 되겠지.”

회귀 전에도 쉽게 다시 친구가 되었으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BJ카드술사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는 나드키아 백작령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첫 번째 영지로 정했다.

시모어 백작령. 북부로 향하는 첫 번째 영지가 그 무대였다.

“그럼 가 볼까?”

이제 메인 시나리오는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남부지방은 새로운 유저를 위한 사냥터이자 월오룰이라는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에 마왕과 마신교의 손길이 뻗지 못한다.

서부 지방은 얼마 전 세드릭 제국의 1황자와 황실 기사단이 정리했고, 동부 지방은 내 손으로 평화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북부 지방으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다고 서부나 동부 지방에 완전에 마신교가 나타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긴 하지만 말이야.’

회귀 전에도 마신교와 마족, 마수는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러니 메인 시나리오의 2부가 시작되는 지금 시점이라면 북부에 집중하는 게 맞긴 하다.

나는 마차에 오르기 전에 뒤를 돌아 인사했다.

“그럼, 저는 북부로 가 보겠습니다.”

내가 인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셀레스틴 공주.

그녀는 아직 내게 퀘스트를 주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 메인 시나리오 2부를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공주 또한 아직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잘 부탁해요. 시저 백작님. 혹여나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바로 기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공주와의 인사를 마치곤 마차에 올라탔다.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마차가 출발했다.

목적지는 시모어 백작령이다.

* * *

시모어 백작령은 나드키아 백작령에서 잘 닦여진 도로를 말이나 마차를 타고 세 시간만 달리면 도달할 수 있는 영지로, 월오룰의 세상이라 할 수 있는 브리타니아 대륙의 북부지방으로 향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시모어 백작령의 특징이라고 하면 드넓은 포도밭이다.

영지에 있는 마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포도주를 팔고 있으며, 모든 음식에 포도가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한다.

“크…… 내가 밖에서 와인 맛은 모르지만, 이곳 포도주의 맛은 안다니깐.”

“진짜 밖에서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야.”

“월오룰에서 포도주 한잔 먹으면 밖에서 못 마신다니깐. 맛이 밋밋해.”

“거기에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좋아.”

“오늘 특별 요리로 포도 파스타래! 얼른 가 보자!”

“응? 괜찮을까?”

“장담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두세 그릇은 거뜬하게 비울걸!”

“아응! 상큼해. 밖에서 먹는 포도도 이 정도로 상큼 달콤한 게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

애주가의 입장에선 다양한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포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생으로 먹는 곳이며, 세드릭 제국에서 가장 요리가 맛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보니 한번 들르면 쉽게 떠나질 못한다.

물론 시모어 백작령의 마을과 나드키아 백작령으로 향하는 남쪽 문만 보면 참으로 좋은 영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쪽 성문을 통과하고부터는 전혀 반대의 성향이 나온다.

“X발! 막아! 막으라고!”

“미친, 개 같은 놈들. 도망치는 게 아니라 버티기만 하라고!”

“방금까지 포도주 마시면서 신나게 처 놀 때부터 알았다!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간다고 몇 번을 말했냐!”

“개 같은 사냥터…… 여기만 통과하면 되는데…….”

“진짜…… 이걸 어떻게 통과하라고!”

북쪽의 성문을 통과하고 조금만 올라가면 나타나는 사냥터는 남쪽과 다르게 드넓은 황무지가 있고, 땅속에서 튀어 오르는 블러드 웜이 서식한다.

블러드 웜은 상당히 성가신 몬스터다. 땅속에서 숨어 있다가 튀어 올라 플레이어를 습격하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웜으로 길이 3m에 두께는 사람 몸통만 하다.

땅속에서 튀어 올라와 커다란 주둥이를 벌려 유저를 꿀꺽 삼키는 몬스터.

아가리부터 몸통까지 뚝뚝 떨어지는 피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기에 접근하는 것조차도 위험하다.

유저들은 그런 몬스터를 사냥하며 드넓은 황무지를 통과해야지만 다음 영지로 갈 수 있었다.

다음 영지로 향해야 할 이유도 있다. 그 이유는 다음 영지인 베르나도 남작령의 사냥터가 상당히 편안하기 때문이다.

트롤.

트롤이라는 몬스터는 두세 마리씩 뭉쳐 다니기에 절대 쉬운 몬스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블러드 웜을 사냥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조금 무리해서라도 이곳 황무지를 통과하려 한다.

물론 황무지라 해서 모든 곳에서 블러드웜이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안전지대라 할 수 있는 곳이 중간중간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크고 작은 물웅덩이였다.

원래 이곳엔 커다란 강이 흘렀으나, 갑작스럽게 늘어난 블러드웜 때문에 강물은 말라갔고, 이제 크고 작은 물웅덩이 몇 개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덕분에 유저는 중간중간 쉬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냥터의 난이도가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티 단위로 이동하는 유저들.

그런 유저들 사이로 홀로 나타난 유저가 있었다.

“시저다!”

“오! 시저가 여기 왔다고?!”

“과연 시저는 어떻게 사냥하려나?”

모두가 사냥을 멈추곤 시저가 사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시저는 모든 사냥터에서 조금은 특별한 사냥을 선보였다. 남들과는 다른 공략법을 보였으니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시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빈후드!”

시저의 외침에 뒤에 있던 스켈레톤 아처가 화살을 날렸다.

그냥 보기엔 평범한 바닥, 하지만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블러드 웜이 불쑥 튀어 올라와서는 먹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조용히 외쳤다.

“엔다이론, 아쿠아 샤워. 출력은 약하게!”

시저의 외침과 함께 갑자기 시저의 곁에서 나타난 파란색의 무언가가 앞으로 향했다.

그러곤 하늘을 향해 화살을 한 발 쐈다.

피슝!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허공으로 떠 오른 화살이 펑하고 터졌고, 바닥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냈다.

쏴아아아!

그 물줄기는 샤워란 이름에 맞게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같았다.

데미지라곤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였고, 실제로도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듯 블러드 웜이 그 아래에서 기분 좋다는 듯 몸을 흔들었다.

“미친! 뭐야? 왜 땅속으로 도망 안 가?”

“저 소린 뭐야? 좋아서 저러는 거야?”

“새로운 사냥 방법이다!”

“헐! 블러드웜의 공략법이 드디어 나온 건가?”

모두가 새로운 소식에 기뻐하는 순간, 그리고 그 공략법을 알려준 자를 보곤 감탄했다.

“역시 시저!”

“정말이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너란 녀석은 최고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시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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