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2화
#242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여기서? 쥬조아가?’
상당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런 것이 다른 길드도 아니고 메시아 길드의 핵심 간부라 할 수 있는 네 명 중 하나인 쥬조아라는 점이었다.
쥬조아란 인물은 상당히 까다롭다.
회귀 전, 메시아 길드는 네 명의 간부가 힘을 합쳐 마신교와의 싸움을 이끌어나갔다.
최전방에서 검을 들고 선두를 서는 김세준.
그 뒤를 받쳐주는 엄청난 화력을 선보이는 쥴리안나.
그런 둘을 서포터하는 듯 사방팔방으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마오후둥.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장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꿔 버리는 미친 전술가라 불리는 쥬조아.
겉으로 보기에는 쥬조아를 제외한 셋의 활약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전장에서 직접 활약을 하고, 메시아 길드의 방송에서도 셋의 화면을 더욱 많이 잡아 주기 때문이다.
쥬조아의 경우 후방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을 통제하기 때문에 화면보다는 목소리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가 쥬조아에 관심이 없을 때 나는 유일하게 그에게 관심을 두었다. 그의 전략과 전술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도대체 얼마나 머리가 똑똑해야지 저게 가능할까 싶어서 그에 대한 정보를 모았던 나였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그가 단순히 머리가 비상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금수저의 집안에 엄청난 학구열을 가진 노력파이자 천재라는 것을 말이다.
처음 등장은 그리 요란하지 않았지만, 철저하게 사냥터를 분석해 경험치를 효율적으로 얻으며, 그의 아래에 소속되어 있는 길드원을 이용해 막타만 노려 빠르게 성장했다.
‘가장 빠르게 레벨업을 한 비공식 1위이자 천재.’
그는 그렇게 메시아 길드에 합류하고 자신의 장기인 머리를 이용해 메시아 길드를 전승으로 이끌어갔던 것이다.
‘뭔가 심리전인가? 아니면 무언가 계획 중인 건가?’
메시아 길드의 머리라 할 수 있는 쥬조아.
그런 그가 나에게 돈을 주며 물어왔다? 이건 수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단 슬쩍 넘어가 봤다.
“저도 딱히 아는 것은 없습니다.”
방송 시작 전에 셀레스틴 공주를 포함한 다른 NPC를 만났지만 이렇다 할 정보를 얻은 건 없다.
플레이어가 없는 사흘 동안 서부 대륙과 동부 대륙의 마신교의 정리를 모두 마쳤다는 정보가 전부였다.
셀레스틴 공주는 나에게 북부 지방으로 나아갈 것을 부탁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채팅창은 내 말에 태클을 걸었다.
- 딱히?
- 딱히라는 단어의 뜻은 ‘정확하게 꼭 집어서’입니다.
- 고로 뭔가 알고는 있다는 거겠지?
- 지금 부르는데 백만 원, 질문하는데 백만 원이지?
- 시저가 알고 있는 정보의 가치가 이백만 원은 넘는다는 뜻인 듯.
- 와, 딱 한 마디 했는데 추리력 보소.
- 난 순간 추리 드라마나 영화 보는 줄.
순식간에 채팅창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고작 한 마디 가지고 저렇게 꼬투리를 잡으니,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 예상가는 건 있지만…… 저도 아직 메인 시나리오를 시작한 게 아니라서요. 그래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그래서 원래 계획되어 있던 스킬 뽑기 권을 손에 들었다.
뭐가 나올지 두근거리며 흥분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쥬조아였다.
- 흠…… 그 미약한 정보라도 얻을 수 없나? 그렇다면 아이템을 지급하지.
이번에도 백만 원이라는 금액을 들고 나를 찾아온 쥬조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로 정보와 아이템을 언급했다.
‘뭐, 어쩌자는 거야?’
이쯤이면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콘텐츠를 진행하고 북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꾸 태클을 거니 짜증이 나 나는 그 분노를 담고 외쳤다.
“아이템이 뭔지 보고 결정하죠.”
이렇게 말하면 쥬조아는 충분히 알아차릴 것이다. 아이템의 값어치에 따라 정보를 풀겠다는 것으로 말이다.
내 외침에 마침 기다렸다는 듯 쥬조아가 대답했다.
- 레전더리 아이템 막야 검.
나는 흠칫 놀랐다.
쥬조아의 채팅은 생각도 못 한 아이템이자 내가 먹을 예정이었던 아이템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니가 거기서 왜 나와?
정말이지 생각도 못 한 이름이었다.
* * *
쥬조아. 영웅 왕실의 유일한 왕자인 그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저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분명 뭔가 알고 있는데 말이야.”
쥬조아는 시저가 무언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시저의 동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해 본 결과 그런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시저의 동선에는 공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시저는 그저 닥치는 대로 움직였고, 한 곳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치를 뽑아내었다.
물론 시저의 사냥을 직접 본 것이 아니기에 어떤 방식으로 사냥한 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다른 소환수와 다르게 소환수와 경험치를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같이 먹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기반으로 사냥한다고 했을 때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럼에도 너무 빨라.”
마치 다른 방법으로 경험치를 추가로 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 메인 시나리오가 그의 성장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쥬조아는 시저에게 접촉했다. 혹시나 메인 시나리오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물론 메인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좋다.
“동선이라도 파악한다면 따라갈 수 있으니 말이야.”
시저의 동선은 평범한 플레이어와 조금 달랐다.
시작의 마을에서 시작해 수도 세크드릭에 입성하기까지는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수도에서 들릴 수 있는 여섯 개의 사냥터 중에 시저는 그 절반에 달하는 사냥터만 들렀다.
마치 다른 사냥터엔 들를 이유가 없다는 듯 말이다.
물론 그 때문에 메시아 길드는 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컬렉터 길드가 관리하는 작업장을 완전히 박살을 내는 바람에 포션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한 탓이다.
거기에 메시아 길드가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릴 인재 몇을 잃은 것과 마치 조롱하듯 샌드 스콜피온 맨을 공략하는 영상을 올린 것까지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쥬조아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죽이고 싶다만…….”
정말 진심으로 그럴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한번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니 계속해서 거슬린다.
이미 간부 회의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되었다.
김세준은 시저에게 열등감이라 할지, 라이벌 의식이라 할지 모를 열정을 불태웠다.
쥴리안나는 어떻게든 시저에게 척살령을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오후둥은 자신을 망신시킨 시저를 찢어 죽일 방법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찾아갈 기세였다.
그래서 협상을 위해서 쥬조아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협상의 대가는 간장.
레전더리 아이템이자 부부검이라 불리는 그 간장을 건 이유가 있었다.
“막야가 없으면 전혀 쓸모가 없는 검.”
간장 검과 막야 검이 함께 있지 않으면 전혀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검이기에 쉽게 걸 수 있었다.
물론 얻는 과정이 상당히 번거롭고 꽤 많은 길드원이 희생당했지만, 결과로 따지자면 손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보면 길드에 손해를 끼친 레전더리 아이템이자, 혹시나 간장을 얻었을 때 생길 효과를 생각하고 놔둬야 하지만 간장을 얻는 것보다 시저에게 정보를 얻는 게 훨씬 이득이라 판단하기에 지금의 거래가 성립된 것이다.
“뭐, 레전더리 아이템의 값어치에 맞는 정보는 주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기다렸던 시저의 입이 열렸다.
* * *
“막야라……. 검이네요?”
나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말했다.
한참을 고민한 결과 나는 채팅창에 올라오는 한 글에 힌트를 얻었다.
- 막야 라니? 그 부부검 말하는 거지? 반쪽짜리 아냐?
그랬다. 지금 쥬조아가 건 막야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왜냐고? 그 반쪽인 간장 검이 내 손에 있기 때문이다.
이 거래는 결국 반쪽짜리 거래라는 소리다.
그래서 나는 살짝 한 번 튕겼다.
“검이라고 하시면 이미 충분한데 말이죠…….”
나는 굳이 내 허리춤에 있는 천마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가 떼고 시선은 무심이 차고 있는 스컬 대검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별생각 없는 듯한 제스쳐를 보냈다.
“검은 충분해서 말이죠. 굳이 말씀드린다면…… 숭이도, 쓰랄도, 호빈후드도, 전부 레전더리 아이템을 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딜을 할 거면 더 확실한 걸 해라, 그리고 쫄리면 뒤져라. 라는 뜻을 내보였다.
일명 배짱 플레이.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먹혔다.
- 흠…… 혹여 원하는 게 있다면 말로 해 주게.
이번에도 백만 원의 후원금과 함께 찾아온 거래는 나를 흥분하게 했다.
이걸 잘 이용한다면 메시아 길드의 물건을 뜯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기뻤지만 그건 속으로 할 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글쎄요. 제가 필요한 거라곤……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나는 최대한 허세를 부렸다. 나로서는 그다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저쪽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다.
‘그래야 더 얻어낼 수 있지.’
퉁기면 퉁길수록 얻어낼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철저한 계산 아래 행동하는 거다.
“뭐, 그럼 스킬 뽑기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쥬조아의 거래는 나에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스킬 뽑기니 외쳤다.
“랜덤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 사용.”
내 외침과 동시에 백 개의 무지갯빛 구슬이 나타났다.
“흠…… 뭘 뽑을까요?”
여기 있는 스킬은 전부 레전더리.
그러니 뭘 뽑아도 나에게 있어서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선택함에 망설임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선택권을 시청자에게 넘겼다.
“지금부터 추첨을 통해 한 분을 뽑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잡으라는 구슬을 잡겠습니다. 네? 아, 똥이 나와도 절대 원망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뭐가 나왔던 신경 쓰지 않을 예정이라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방송팀에서 한 명의 당첨자를 뽑을 준비를 마쳤고, 이제 무작위로 한 명 뽑았다.
- BJ카드술사 님이 당첨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당첨된 시청자의 채팅이 올라왔다.
- 어?
- 나 개똥 손으로 유명한데?
- 뽑기 하시기 전에 저랑 합방하실래요?
처음으로 나에게 합방을 제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