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40화 (240/275)

제240화

#240

8월의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

그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 층 꺾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이제 가을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듯했다.

무더운 열기를 식혀 가는 세상과는 다르게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곳이 있었다. 월오룰의 커뮤티니 사이트이자 공식 홈페이지.

이제 내일 오전 6시면 업데이트가 끝나고 메인 시나리오의 2부가 시작되는 날이다.

고작 몇 시간만 참으면 되지만, 오히려 더욱더 참기 어려워졌다.

- 아…… 미치겠다.

- 아직 하루나 더 참아야 하는 거지?

- 하루는 아니고 열 시간 넘게?

- 요번 휴식기 동안 밀린 잠이나 자겠다고 미친 듯이 잤더니 오늘 종일 시간이 안 감.

- 나는 너무 기대한 나머지 잠을 못 자겠음.

- 정시에 오픈하겠지? 설마 사대명검 꺼내는 건 아니겠지?

- 설마…… 그 명검만큼은 절대 안 꺼낼걸.

- 하긴 지금 기다리는 사람이 몇인데.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기다리는데 그랬다간 큰일이지.

- 그랬다간 라온 소프트에 테러 갈지도 모름.

삼 일간의 업데이트.

어떻게 보면 고작 삼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월오룰이 인생이 되어 있는 이들이 많은 지금 세상에서는 상당히 고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혀 볼 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업데이트를 하기 전, 마왕이라는 존재가 강림했고, 그의 두 수하와 엄청난 숫자의 마족과의 전쟁은 엄청난 이슈 거리였다.

당시의 생생한 전투는 여러 유저를 통해 편집된 영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관련 영상만 해도 벌써 수십만 개가 넘어갔으니, 많은 사람이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 시저 영상 언제 올라옴?

- 아니, 지금쯤이면 영상 올라올 때 된 거 아냐?

- 사실 그날 방송 그대로 올려도 충분히 조회 수는 나올 텐데?

- 제발…… 지금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게 제발 시저의 영상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노를 저어 봅시다.

- 영!

- 차!

- 영!

- 차!

- 미X놈들…… 진짜 미쳐가네.

- 근데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

- 그건 그래.

커뮤니티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시저의 영상이었다.

이번 마왕과의 전투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이이기도 하다.

퀘스트의 보상으로 랜덤 레전더리 스킬 북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마왕을 쓰러뜨리고 얻었을 아이템에, 마지막으로 메인 시나리오의 기여도 보상으로 얻은 것까지.

한 번에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시저이기에 그것만으로도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저의 방송을 보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 있다.

그들은 시저가 어떻게 마왕을 쓰러뜨렸는지 궁금해했고, 다음 스토리도 궁금해했다.

그 때문일까? 이번 마왕과의 전투에서 시저와 함께했던 이들 또한 화재의 인물로 등극되어 있었다.

- 시저랑 함께한 그 메인 탱커 누군지 아는 사람?

- 권율이라고 500레벨에선 최고의 탱커로 유명함.

- 스킬이 좀 특이함. 반사뎀 스킬로 화염을 뿜어냄.

- 그 덕분에 어글은 확실하게 끌 수 있는데, 옆에 있는 다른 탱커들이 같이 녹아내려서 문제임.

- 그 덕분에 솔플 사냥이 가능한데 오래 걸리는 편임.

- 그럼 메인 딜러는?

- 제시카라고 얼음공주라 불리는 얼음이랑 바람 속성의 마법사임.

- 존예네. 뭔가 차가운 듯한 얼굴 속에서 미모가 더욱 빛나 보이네.

- 엄청 인기 있는 건 아닌데, 팬덤이 확실함.

- 아마 이번에 노출 엄청 돼서 인기 쭉 올라갈 듯.

- 이레귤러 길드. 생각보다 괜찮더라?

- 시저의 지휘대로 움직일 땐 그냥 로봇이나 인형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저가 빠지고도 잘 싸우더라.

- 마지막에 교수님 합류하고 나니깐 더욱 안정되었고!

- 교수님 이레귤러 길드 가입한다더니 그날이 그날인가 봄.

- 크…… 시저에 권율에 제시카까지. 이레귤러 길드 떡상 각이네.

그날 시저의 방송을 보지 못한 이들이 궁금증을 표현할 때마다 그날 방송을 보았던 이들이 자신이 보았던 것을 설명해 주었다.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임에도 그날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기에 대답해 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시청을 했던 이들도 보지 못했던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 다시 제대로 보고 싶다.

- 나도, 너무 상황 전환이 빨라서 제대로 못 봤어.

- 다시 봐도 감동일 것 같은데…… 다시 보기라도 안 풀려나?

모두가 시저의 방송을 기다리는 순간, 마치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듯 시저의 채널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 앞으로 시저 님의 방송은 팀 나르샤 채널에서 선 공개 됩니다.

단 한 줄의 공지. 그리고 주소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주소를 타고 이동했고, 새로운 채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팀 나르샤 채널.

- 소속 플레이어.

1. 시저. new

2. 권율.

3. 제시카.

4. 이레귤러 길드.

채널 소개도 없이 그저 네 개의 카테고리만 있는 채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시저의 방송팀이 정식으로 채널을 차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송팀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 저번에 함께 마왕의 군대를 쓰러뜨렸다는 것을.

이제 팀 나르샤 채널에 오면 볼 것이 늘었다는 것을 말이다.

방송팀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새로운 볼거리를 환영하며 당장 구독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그들은 구독 이전에 먼저 봐야 할 것이 있었다.

시저란 이름의 카테고리에 ‘new’라는 마크를 떠 있는 걸 보니,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시저가 마왕과 싸웠던 영상이 업로드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곳을 클릭했다.

딸깍.

가벼운 클릭 소리. 하지만 그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마왕을 향해 움직이는 시저. 그 뒤를 따르는 열하나의 소환수와 백여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 그들이 힘을 합쳐 마족을 사냥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었다.

메인 탱커인 권율을 중심으로 제시카와 이레귤러 길드를 이용해 마족을 사냥하는, 아니, 쓸어 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A조, 뒤로 세 발 물러나. B조는 C조와 교대. 그사이 제시카 극딜!”

시저의 입이 열릴 때마다 빠르게 움직이는 이레귤러 길드원.

그들은 마치 수십 년간 호흡을 맞춘 병사와 같은 모습으로 움직였다.

꿀꺽.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었고 흥분과 희열로 인해 양손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히익!”

마족의 공격이 이레귤러 길드원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오는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시저가 명령하지 않았더라면 공격당했을 위치였다.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전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저라는 것을 말이다.

광원한 시야.

전장의 흐름.

적정한 판단.

이 세 가지가 이뤄진 시저의 컨트롤은 눈이 부시다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했다.

거기에 또 하나가 더 있었다.

“팅고, 대지 강타! 숭이, 가직스 뒤로 물러나. 무심! 저쪽 별동대 처리.”

전장을 지배하기 위해 시저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소환수를 이용했다.

마치 변수라는 것을 만들지 않겠다는 듯, 소환수를 이용해 마족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컨트롤 했다.

그 결과, 전장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시저만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영상은 마왕을 향해 계속해서 움직이던 중에 끝이 났다.

순식간에 댓글 창이 폭발했다.

- 외쳐! 갓 시져!

- 미쳤다. 어떻게 저게 가능함?

- 시야가 남다르네. 아니 맵핵이라도 켰나?

- 와…… 이거 보면서 팬티만 다섯 장 갈아입은 듯.

- 저는 두 번째 때 그냥 화장실 들어옴.

- 이걸 내가 실시간으로 못 본 게 한이다.

- 아무리 편집이 들어간 영상이라고 하지만,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싸우네.

- 그런 와중에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음.

- 중간중간 부상자가 생겼지만, 금방 복귀함.

- 마나 채우는 중에 도축도 하면서 전진하는데…… 절로 소름이 돋았음.

- 뭘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냐? 그냥 외쳐!

- 시저 만세!

댓글에는 시저에 대한 극찬만이 가득했다.

시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영상을 본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저의 영상이 올라오고 한 시간 가까이 흘렀음에도 조회 수와 댓글이 계속해서 올라가 팀 나르샤 채널이 렉이 걸릴 정도였다.

하지만 딱 한 시간만에 채널이 폭발해 버렸다.

시저와 마왕과의 전투.

이레귤러 길드와 마족과의 전투.

고작 두 개의 영상이지만 전 세계인이 기다렸던 영상이기에 엄청난 숫자의 사람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널은 새벽이 돼서야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이유가 있다. 아무리 궁금해지고 보고 싶다 하더라도 다음 날 출근해야 하기 때문.

월요일이 찾아왔다.

* * *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후, 좋아. 컨디션 조절은 내가 좀 잘하지.”

컨디션 조절은 회귀 전 검은 손 길드에 있을 때부터 누구보다 잘해 왔다.

언제, 어디서든 마신교와 암흑 기사, 그리고 배신한 유저들을 상대하려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고, 신입의 교육부터 베테랑의 캐어까지 온갖 업무를 하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다.

물론 잠깐의 휴식이지만 열정적으로 놀며 그간 못했던 사랑을 나누느라 허리가 뻐근하긴 하다만…… 크게 문제 될 건 아니다.

“일단 밥부터 하자.”

접속까지는 아직 2시간의 여유가 있다.

근 이틀 동안 집에서 제대로 식사 한번 한 적 없었고, 매번 밖에서 먹다 보니 효진이 얼굴도 안 본 지 오랜 것 같았다.

그러니 따듯한 밥 한 끼 먹이고 학교에 보낼 생각으로 부엌에 자리 잡았다.

구수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지라 냉장고에 있던 대패 삼겹살과 함께 된장을 넣어 끓였다. 애호박에 버섯, 양파 두부까지 꺼내 재료를 손질하고 물이 끓어 고기 육수가 나왔을 때 한가득 때려 넣고 펄펄 끓였다.

간단하게 만들었음에도 맛있는 걸 보니 역시 만종원 형님의 레시피는 완벽했다.

그렇게 동생이 일어날 때까지 식탁에 앉아 휴대폰을 들어 월오룰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혹시나 올라온 정보는 없을까 싶어 확인했지만 역시나 아직까지 아무런 정보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곳에는 온통 나와 팀 나르샤에 관련된 글밖에 없었다.

- 와…… 시저 영상 무한 재생하니 이 시간이라니?!

- 뭐지? 나 분명 어젯밤에 재생했는데? 벌써 새벽 4시라고?!

- 출근까지 3시간, 지금 자면 안 되겠지. 응, 안될 거야.

- 후, 어쩔 수 없다. 좀 더 보다가 출근하자.

- 그래, 이미 늦었다고 우린.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으며 폰을 식탁 위로 내렸다.

나는 채널에 영상을 공개하기 전에 먼저 영상을 봤다. 내 생각보다 잘 뽑혀서, 모두가 만족할 거란 예상은 했었다.

근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 영상을 잘 뽑은 지은이 탓이지.

흐흠. 난 몰루.

그렇게 있으니 동생이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

“그래, 얼른 씻고 와. 밥 먹자.”

“우웅.”

이틀 전에 보았음에도 뭔가 오랜만인 동생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옛날 같았으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도 힘들어했을 텐데, 이제는 깨우지 않아도 잘 일어나는 게, 건강관리가 잘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 말이다.

씻고 나온 효진이가 옷 갈아입는 동안 식사 준비를 마쳤고, 함께 식사를 했다.

“곧 업데이트 끝나지?”

“어. 그래서 이렇게 일찍 준비 중이지.”

“오늘 학교 땡땡이치는 애들 많겠네. 결석하는 애들이랑.”

“뭐, 고 삼에게는 해당 안 되는 일이지 않아?”

“또 그런 건 아니더라고.”

같은 반에 몇 애들은 월오룰 프로가 될 거라고 벌써 학교보다 캡슐 방을 찾는 애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리고 오빠 팬인 애들도 많더라고.”

숟가락을 흔들며 슬며시 미소 짓는 동생이었다.

“자랑하지 그랬어. 시저 동생이라고.”

“에이. 귀찮아. 그리고 그런 신상 정보는 알리는 게 아니라며.”

“이욜. 내 동생, 똑똑하네. 그런 것도 알고.”

“이제는 상식이야.”

오랜만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고, 동생을 배웅했다.

“자, 그럼.”

나는 캡슐을 바라보았다.

어디 한번 해 볼까?

그것도 신형 캡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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