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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38화 (238/275)

제238화

#238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내 몸을 적셨다.

땀에 절어 있던 몸이 뜨거운 물이 뿌려졌고, 노곤해지는 기분과 함께 피로가 씻겨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으어…… 죽겠네…….”

정말로 전신이 쑤셔왔다.

그도 그런 것이 오늘 일을 떠올리면 이렇게 피곤한 게 정상이다.

“마왕에 절대자까지 지금 생각하니깐 토 쏠리네.”

정말이지 최악의 적만 만났다.

마왕을 공략하기 위해 엄청나게 머리를 굴렸고, 몸을 혹사시켰다.

그 결과 게임 속에서 미친 듯이 땀을 흘렸고, 일정 수준을 넘어 캡슐 속에 있는 내 신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실제의 나도 엄청난 양의 땀을 쏟아냈고, 긴장하고 있어서 몸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 덕분에 캡슐에 나온 나는 바로 몸을 씻으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중이었다.

땀 냄새에 절인 내 몸이야 씻어내면 되고, 굳은 몸이야 풀어 주면 된다. 문제는 캡슐 안의 땀 냄새가 쉽게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쩝……. 며칠 열어 두면 되겠지.”

어차피 월오룰의 업데이트가 삼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 여유가 있었다.

쏴아아아.

위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에 점점 나른해졌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에 절대자를 만나서 긴장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마왕을 잡았다는 것이다.

“후후후.”

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번 사냥을 통해 상당히 많은 것을 얻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대량 학살을 할 수 있는 검. 랜덤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

이 두 가지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며 레벨 또한 상당히 빠르게 올렸고, 그 보상으로 스킬 뽑기 권까지 얻었으니, 며칠 고생했지만 보상은 충분했다.

오늘 일을 떠올리니 엄청난 성취감이 차올랐다.

회귀 전에 내가 검은 손 길드에서 수많은 인원을 데리고 인던을 공략했을 때보다 더욱 큰 성취감을 느꼈다.

아마 앞으로도 이 정도의 성취감을 느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샤워기의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몇 번이나 그 성취감을 곱씹었다.

‘이 맛에 월오룰을 하는 거지.’

평범한 유저가 아니라 이 게임의 중심이 되어 플레이하는 게 너무나도 달달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이 게임의 끝을 향해 달려갈 거다.

앞으로의 다짐을 끝마치자 삼 일간의 휴식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휴식이니 무엇을 하며 보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몸을 씻어내고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들었다.

지은이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 6시까지 OO카페로 오세요. 제 이름을 말하면 방으로 안내해줄 거예요. 시저님이 부탁한 자리이자 업무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니 조금 신경 써서 입고 나와 주세요.

약간은 사무적인 문자.

내용만 보아도 데이트가 아니라 일 때문인 걸 알 수 있었다.

지은이의 업무적인 내용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부탁한 것이기도 하니 지은이가 시키는 대로 깔끔하게 챙겨 입으면 될 것 같았다.

“뭘 입을까나…….”

옷장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내려두려는 순간, 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 업무 끝나고 데이트! 오늘 밤 집에 못 갈 줄 알아욧!!!

그 문제에 나는 슬쩍 웃으며 다시 옷 고르는 데 집중했다.

업무에 데이트까지 하려면 조금은 편한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카페로 향했다.

* * *

갑자기 카페로 나오라는 연락은 받은 권율은 상당히 놀랐다.

‘일 처리가 빨라.’

오늘 오전에 시저의 방송팀과 계약을 맺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것을 조율해야 하고, 공식적인 서류가 오가야 하며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까지 작성해야 한다.

이게 보통 하루, 아니 반나절 만에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게 정상이다.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닌 이상 말이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대기업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 하지만 그걸 시저의 방송팀 대표라 할 수 있는 자가 해 낸 것이다.

그녀는 변호사를 데려와 옆에 앉혀 두었고, 노트북을 꺼내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저희 팀 나르샤의 정산 비율은 7 : 3입니다.”

가장 민감한 정산 비율을 가장 먼저 꺼내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계약서는 권율에게 있어서 어떠한 불리함이 없었다.

오죽하면 급하게 모셔 오느라 거금을 들인 변호사가 귓속말로 ‘저를 왜 데려왔습니까? 이 정도면 그 어떤 기업보다도 투명하고 깔끔한 계약서입니다.’라며 놀라했다.

덕분에 멍한 얼굴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권율이었다.

한참을 떠드는 팀 나르샤의 사장인 이지은이 계약 조건이 이어졌을 때 권율의 옆자리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로 다 퍼주면 너희는 남는 게 있어?”

조금은 날이 선 듯한 목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들었다면 냉기를 풀풀 풍기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듯한 말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월오룰의 얼음공주 제시카였다.

날이 선 그녀의 말투에 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지은이 고개를 들었고, 둘의 시선이 마주했다.

“…….”

눈빛으로 대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 싸움이라도 하는 건지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휴…… 그래.”

이지은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떼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곤 지금까지 사무적인 태도가 아니라 조금은 편안한 말투로 말하는 그녀였다.

“솔직히 이 정도 조건은 시저 오빠 정도는 되어야 해 줄 수 있어. 시청자의 숫자라든가, 방송의 퀼리티,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를 생각하면 말이지.”

그녀는 얼음이 가득 들어 있는 잔에 있는 빨대를 휙휙 저으며 말했다.

“오빠가 그러더라. 제시카 너나 여기 계신 권율 님, 그리고 이레귤러 길드는 나중에 대스타가 될 수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으라고.”

시저를 떠올렸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과 입가의 잔잔한 미소, 두 눈에 신뢰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말에 가장 놀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레귤러 길드 마스터인 김민성이 허탈한 웃음을 보내왔다.

“허허…… 시저 님의 말씀이라…….”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이라도 있는 듯 입술이 달싹이고 있었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이지은에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제시카를 향해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세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팀도 계속 이대로 시저 오빠만 전담으로 하기엔 실력이 아깝다는 거지. 이렇게 된 거 팀의 규모도 키우고 하나의 팀이자 기업으로 만들 생각이니까. 그에 따른 도전이기에 이러한 조건을 걸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야.”

어떻게 보면 사업가로서 해선 안 될 이야기를 술술 내뱉는 이지은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성이 있는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셋을 설득하기엔 충분했다.

“좋아. 옛정도 있고 친구 좋다는 말도 있으니까. 사인할게.”

제시카는 그 자리에서 아직 작성 중인 계약서의 끝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사인을 휘갈겼다.

그러곤 귀찮다는 듯 테이블에 쓰러지듯 엎드린 그녀였다.

“알아서 잘 부탁하겠습니다. 이지은 사장님.”

만사가 귀찮다는 듯한 제시카의 말투에 이지은은 그저 웃기만 했다.

“너, 그러다가 노예 계약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옆에 변호사님이 확인해 주시겠지. 그러기 위해서 돈 주고 고용한 것 아냐?”

노골적인 말에 옆자리에 있던 변호사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그대로 손을 들어 그대로 제시카의 등을 향해 스매싱이 날아갔다.

찰싹!

“아야! 언니 아파!”

정말로 아프다는 듯 소리치는 제시카, 하지만 정작 그녀를 때린 변호사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했다.

“아프라고 때린 거야. 이 화상아. 급한 일이라며 끌고 나오더니 이런 일이면 서류를 보내주면 바로 검토하고 알려줬을 것 아냐?”

“뭐! 맨날 사무실에도 도망치고 싶다고 외치길래 빼 줬더니! 사촌이라고 생각해 줬더니 왜 이러실까.”

“어휴, 저 예쁜 외모에 입은 뭐 저리 뻔지르르한지…… 옆에 계신 분. 절대 이런 여자 만나지 마세요. 나중에 고생이란 고생은 그쪽이 다 할 거예요.”

갑자기 권율을 향해 제시카와 그 변호사의 시선이 향했다.

두 미녀의 시선을 받아서일까. 권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고 미처 상황 파악을 다 못 한 것인지 그에게서 의문이 쏟아졌다.

“예? 예?”

순식간에 룸 안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권율이 순진한 청년의 모습이어서 절로 지어졌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이지은이 커피잔을 내려두고는 다시 노트북에 손을 올렸다.

“그럼 마저 조율하겠습니다.”

다시 사무적인 그녀의 모습을 시작으로 빠르게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계약서의 작성을 끝냈다.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의 변호사가 계약서를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드르륵.

갑자기 열린 문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분명 낯선 인물이 등장했지만, 그들은 한눈에 그가 누군지 알았다.

오늘 아침에 보았던 인물이고, 월오룰의 캐릭터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권율과 제시카, 그리고 김민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세 명의 변호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저 님?”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계약서를 바라보던 변호사 셋이 호들갑을 떨며 시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팬이에요!”

“악수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방송도 수고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세 사람의 모습에 시저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아, 예. 반갑습니다.”

그 말과 함께 인사하는 시저였다.

그 모습에 김민성이 툭 하고 내뱉었다.

“와…… 겁나 잘생겼네…….”

질투가 가득 담긴 그의 말이었다.

* * *

잠깐의 소란이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세 장의 명함이 내 손에 쥐여지곤 자리에 앉자 후다닥 일이 처리되었다.

‘이래도 되나?’

정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빠르게 서류 작업을 마쳤다.

명함을 보니 변호사인데, 좀 뭔가 수상했다.

혹시 몰라 휴대폰으로 몰래 검색해 보니 다들 이름 있어서 꽤 비싼 이들이었다. 뭐, 내가 관련된 건 아니었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누고는 두 명의 변호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시저 님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후원하면 아는 척해 주세요.”

둘은 잔뜩 흥분해 그들에 손에는 내 사인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신줏단지 모시듯 나갔다.

그 뒤를 이어 권율과 제시카, 김민성이 나갔다.

큰 룸에 둘만 남은 상황.

직원 한 명이 들어와 순식간에 테이블을 정리하더니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세팅해 주곤 나갔다.

“아직 누가 더 남았어?”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크 소리와 함께한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저 님의 방송팀이자 서포터인 이지은입니다.”

“반갑습니다. 미리내 기업 대표 박명환입니다.”

광고주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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