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34화 (234/275)

제234화

#234

다시 사냥을 알리는 시저의 외침.

열한 마리의 소환수와 함께하는 시저의 사냥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치열해져만 갔다.

시저의 입에서 2페이즈가 시작되고, 한 번의 공방 이후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워낙 빠르게 치고받는 공방에 방송 카메라도 따라가기 벅찬 듯, 화면 전환이 빨랐다.

그러던 중 잠깐 숨이라도 돌리는 듯 무심과 팅고를 제외한 다른 소환수가 뒤로 물러났을 때였다.

- 후아! 여러분 숨 쉬세요!

- 미친, 지금도 숨쉬기 힘들어!

- 와…… 이게 말이 되나요? 30분 동안 쉬지도 않고 계속 몰아치고 있음.

- 그렇게 몰아쳤는데, 마왕의 피가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것이 말도 안 됨.

- 미친 듯이 공격하는 시저의 소환수나, 그걸 지휘하는 시저도 대단하네요.

- 진짜 나라면 벌써 리타이어 되었을 듯.

- 마나가 없거나 마왕의 공격에 당해 죽었거나.

- 아니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로빈후드의 화살을 검으로 튕겨내는 건 둘째고, 쓰랄의 파이어 볼을 반으로 갈라서 무효화 시키 는건 진심 어이가 없네.

- 이걸 공략하라고 만든 몬스터인가 싶은데…… 그걸 하고 있는 시저가 대단하다.

- 이래서 시저 방송은 어떤 일이 있어도 라이브로 봐야 함.

- 편집본도 좋은데 라이브는 또 라이브의 맛이 있지.

- 아니 그냥 시저가 맛집이다.

겨우 숨을 쉬는 듯한 말투로 쉴틈 없이 쏟아지는 채팅은 온통 시저에 대한 칭찬이 가득했다.

30분간 이어진 공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고 멍하니 보게 만들 정도였다.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한창 시끄러워야 할 채팅창도 조용했다.

아무 생각 없이 봤다면 방송 중이나 시청자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저의 시청자 수는 7천만 명이 넘어갔다.

대한민국의 인구를 넘어선 인원이 오직 시저의 방송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팅고가 앞에서 마왕의 시선을 최대한 끌자 무심이 빈틈을 노리고 공격했다.

팅고의 거대화가 풀렸기에 처음보다는 마왕의 시선을 끌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마왕을 괴롭혔다.

무심은 어떻게든 검을 휘둘러 마왕을 노렸지만, 번번이 막혔다.

제대로 된 유효타를 먹이지 못한 상황이 30분 넘게 이어졌다.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는 걱정 어린 채팅을 하나둘씩 치기 시작했다.

- 미친? 마왕 끄떡도 없네.

- 아님, 그래도 HP가 조금 줄기는 했음.

- 와…… 이거 시저가 공략 할 수 있을까?

- 진짜…… 난이도 너무 지옥이다.

- 라온 소프트는 난이도를 하향해라!

- 적당히 빡세자! 이건 아니다.

걱정 어린 채팅이 연이어 올라왔다.

어쩌면, 진짜 시저가 처음으로 공략에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 아닐 거임! 시저님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임!

- 마자! 우리 범이님과 함께라면 가능할 거라고!

- 지금까지의 시저는 우리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니 지켜보자.

- 시저 님 응원합니다.

- 시저 님의 공략을 기원합니다.

- 파이팅입니다!

시저를 향한 응원, 그리고 쏟아지는 후원금은 마왕을 쓰러뜨릴 유저는 오직 시저뿐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

모두의 응원을 본 것인지 아니면, 때가 된 것인지 시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와!

- 대박!

- 역시 시저님!

시저는 지금까지완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고, 마왕의 HP가 확실하게 줄어드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흐아!!”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정면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너의 검술 실력은 나에게 못 미친다는 것을 말이다!”

마왕의 얼굴에는 짜증이 살짝 묻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노기가 느껴졌고, 자신보다 한참 아랫사람을 바라보는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맞다. 내 검술 실력은 마왕에 비교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오러를 뿜어내고 세 가지의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 나와 다르게 마왕의 검술은 달랐다.

‘화려함, 강인함, 그리고 확실함.’

지금까지 30분이라는 시간을 지켜본 결과 마왕의 검술은 저 세 가지를 품고 있었다.

상위 검술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무수한 변화를 가져갔으며 허초와 실초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확실한 실력을 가졌다.

그럼에도 내가 검을 휘두르며 마왕의 신경을 긁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젠 보인다! 마왕의 패턴이!’

내 검을 막기 위해 마왕이 검을 뻗어왔다.

“흡!”

나는 그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원래 한 박자를 움직여야 한다면 반 박자만 움직인 상황.

당연히 검을 휘둘러 공격할 것이라 생각한 마왕이 살짝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무심!”

“알겠다!”

대답과 함께 무심이 움직였다.

우우우웅!

무심의 손에 들려 있는 스컬 대검에 씐 오러가 울었다.

지금까지의 기운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듯 망자의 기운이 더욱 선명해지고,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허?”

마왕의 입에서 의문이 나왔다.

눈으로 무심의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마왕의 검은 내 검을 막기 위해 휘둘러진 상황. 서둘러 검의 궤적을 바꿔 무심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찰나의 빈틈!

당연히 이것을 놓칠 리가 없다.

“찌르기!”

무심의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비튼 마왕이었기에 옆구리가 비어, 그를 향해 내 검이 찔러 들어갔다.

푸욱!

- 치명적인 일격이 들어갔습니다.

내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

그리고 마왕의 HP가 줄어든 것이 눈에 띌 정도로 보인 순간.

콰아아앙!

무심의 검과 마왕의 검이 만나 커다란 폭음을 내었다.

“크윽…….”

처음으로 마왕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마왕은 한발 뒤로 물러나며 놀랍다는 얼굴로 물었다.

“어, 어떻게?”

그도 그런 것이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나와 소환수는 제대로 된 일격 한 번 날리지 못했다.

나라는 존재와 마왕과의 사이에는 절대 넘을 수 없는 검술 실력이 있었고, 소환수들도 내 명령에 움직이기에 말을 전달하고 실천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마왕은 여유롭게 우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일격을 당한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음…… 그러니까…….”

나는 설명을 해 주고 싶었지만, 마왕이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눈앞에 있는 마왕이 NPC이기 때문에 일격이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AI가 발달되고, 자율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마왕의 움직임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명령에 따른 행동이다.

당연히 패턴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행동을 유도하게 만든 다음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이거나 반 박자 늦게 움직였다.

‘문제는 이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것과 그만큼 호흡이 맞는 동료가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지만 나는 그게 가능하지.’

그러니깐 무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검에 대한 높은 경지를 이루고 있는 무심, 비록 무심도 AI로 움직이기에 나와 같이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이진 못해도 시선을 끌어줄 수는 있다는 거다.

무심만 가능하냐고? 그건 아니다. 내 소환수라면 누구든 가능하다.

“간다! 루이즈!”

“호호호! 아가! 진짜 교육의 시간이란다!”

내 부름에 루이즈가 채찍을 휘둘렀다.

멍한 얼굴의 마왕이 휘둘러지는 채찍을 막기 위해 다급하게 검을 들려는 찰나였다.

“가로 베기!”

내가 루이즈보다 반 박자 늦게 움직였다.

마왕은 휘둘러지는 채찍보다 내가 더 위협적이라 느낀 것인지 채찍을 향해 손을 뻗었고, 들고 있던 대검은 내 검을 막기 위해 세웠다.

휘리리릭!

루이즈의 채찍이 마왕의 한쪽 팔을 감았다.

그리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닌지 마왕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HP가 조금이지만 줄어든 걸 보면 데미지는 들어간 것이다.

보통이라면 다음 공격을 위해 채찍이 거둬지겠지만, 채찍은 여전히 마왕의 팔을 묶고 있다.

“호호호. 이번 아가는 힘이 얼마나 좋으려나?”

루이즈가 채찍을 들고 있는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는 모양새에, 마왕이 저항하듯 팔에 힘을 주었다.

덕분에 마왕은 그 자리에 고정이 되어 버렸다.

까앙!

내 검이 마왕의 검에 막혔지만 공격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피슝! 퍽! 퍽!

틈을 놓치지 않고 날아온 로빈후드의 화살이 마왕의 팔뚝에 박혔다.

루이즈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마왕은 멈춰 있는 표적이나 다름없었기에 로빈후드는 계속해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노옴!”

한두 발이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순식간에 십여 발의 화살이 팔뚝에 박히자 마왕 또한 화가 났다.

쾅!

마왕이 지면을 박찼다. 화살을 쏘던 로빈후드를 향해 당장 날아가 검을 휘두를 기세였다.

하지만 루이즈의 채찍에 의해 움직이지 못했고, 그 틈을 노리고 범이가 달려들었다.

“메가톤 펀치!”

“냐앙!”

- 소환수 ‘범이’가 스킬 ‘메가톤 펀치’를 사용했습니다.

- 근력 수치만큼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범이가 마왕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채찍에 묶여 있기에 범이가 내지른 주먹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어림없다!”

마왕은 범이의 공격을 맞서겠다는 듯 그대로 검을 앞으로 내질러 맞부딪치려 했다.

곧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컹! 컹!”

백랑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마치 범이의 메가톤 펀치 자세로, 커다란 앞발을 마왕의 등을 향해 휘둘렀다.

- 소환수 ‘백랑’이 소환수 ‘범이’의 스킬 ‘메가톤 펀치’를 보고 습득했습니다.

- 소환수 ‘백랑’이 스킬 ‘메가톤 펀치’를 사용했습니다.

- 근력 수치만큼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놀랍게도 범이를 보고 메가톤 펀치를 배운 백랑.

그 덕분에 단순한 앞발 공격이 스킬로 변했다.

“이게 되네?”

순간 당황한 나머지 나는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소환수가 이런 식으로 스킬을 배운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함에 기뻐하는 것도 좋았지만, 지금은 마왕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하기에, 나중에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범이의 앞발과 백랑의 앞발이 마왕에게 적중하기 직전이었다.

쾅! 콰앙!

덤프트럭이 와서 서로 박은 것도 아닌데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그리고 두 개의 스킬을 한 번에 받은 마왕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입에서 피를 뱉어 냈다.

“콜록! 콜록!”

내장 부스러기라도 나온 것인지 피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점이 바닥을 적셨다.

하나는 막아냈다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등 뒤에서 정면으로 얻어맞았기에 확실한 일격이었다.

그 증거로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 소환수 ‘백랑’이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습니다.

단순히 근력 수치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진 것인지 위력이 엄청났고, 지금까지 줄어들 기세가 없던 마왕의 HP가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으아아아! 네놈들을 꼭 죽이겠다!”

제대로 열 받은 마왕이 그 자리에서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3페이즈의 시작이을 알리는 것이기에 다시 패턴을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탱커가 앞에서 잘 버텨 주어야 하기 때문에 팅고를 불렀다.

“팅고! 조심해!”

“충!”

충직한 팅고의 대답 후, 방패를 들고 마기를 뿜어내는 마왕의 앞에 섰다.

지금까지 오래 싸운 탓에 상당히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힘을 내야 하기에 두 눈에 힘을 주고 마왕을 바라보았다.

마기를 뿜어내던 마왕의 덩치가 원래보다 두 배로 커졌다.

“우워어어!”

4m에 육박하는 마왕의 덩치.

입고 있던 갑옷이 박살 나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손에 쉬고 있던 대검도 이제 그냥 검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커진 마왕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짓눌러 주마!”

마왕이 거칠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하?”

하지만 내 입에서는 바람 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런 것이 눈앞의 마왕을 본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덩치가 커졌으니 이제 더 공격하기 쉬워졌네.”

그 이유는 하나.

월오룰에서는 몬스터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엄청난 괴력을 뿜어내지만 그와 반대로 움직임이 둔해지고 공격 속도가 느려진다는 고정된 설정이 있다.

그러니까 마왕의 덩치가 커졌으니 이제 움직임과 공격 속도가 느려질 터니 공격 타이밍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소리다.

“얘들아! 죽여!”

사방에서 달려드는 내 소환수.

앞선 두 페이즈와 다르게 너무나도 간단해진 마지막 페이즈.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에 마왕은 얼마 가지 않아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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