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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33화 (233/275)

제233화

#233

마왕의 웃음소리가 2페이즈 시작을 알렸다.

“하하하! 재밌구나!”

정말로 즐겁다는 듯 마왕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쿠와아아아!!!

마기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덕분에 근처에 있던 나를 비롯한 소환수까지 모두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마기의 소용돌이가 멈췄다. 아까와 달라진 마왕이 등장했다.

마왕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호리호리한 몸매에 전신을 뒤덮는 검은색 로브로 쓰고 있었다. 방금 전 흑마법을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마법사 같았다. 어깨에 걸친 커다란 대검은 마치 장식과 같았고, 실제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왕은 마법사 이미지가 사라졌다.

무광의 검은색 갑옷에 손에 들린 거대한 대검. 어느새 투구까지 착용했고, 자신이 마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머리 위로 세 개의 뿔이 존재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마기는 마왕이 최종 보스처럼 느껴지게 했다.

“시작하지.”

나지막한 한 마디.

콰앙!

마왕이 지면을 박차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마왕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고 있었다.

“무심!”

“알고 있네.”

내 부름에 대답하는 무심.

그리고 마왕은 무심 바로 앞에 나타나 들고 있던 대검을 휘둘렀다.

까아앙! 쾅!!

마왕이 뿜어내는 마기의 다크 블레이드와 무심이 뿜어내는 죽은 자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사기 블레이드가 마주하자 엄청난 폭음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오러 파편이 흩어져 주변을 폭파시키기 시작했다.

콰가가강!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밀려나는 것은 다음 아닌 무심이었다.

“큭…….”

무심의 입에서 흘러나온 신음.

무심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살짝 놀랐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범이! 백랑! 물어뜯기!”

내 부름에 범이와 백랑이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코끼리나 다음 없는 둘이 움직이자 땅이 쿵쿵하고 울렸다. 두 맹수는 마왕을 향해 주둥이를 활짝 펼쳤다. 마왕의 갑옷을 통째로 씹어 삼키겠다는 듯 이빨이 날카로웠다.

텁!

범이와 백랑의 주둥이가 닫혔다. 하지만 들려온 소리는 허공을 씹었을 때 나는 텅 빈 소리였다.

범이와 백랑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림없다.”

알고 보니 마왕은 그 자리에서 허리를 뒤로 젖혀 바닥에 붙이다시피 한 상태로 범이와 백랑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마왕은 다시 허리를 튕기듯 세웠고, 몸이 살짝 떠 오르자 그대로 두 다리를 양옆으로 뻗어 범이와 백랑을 걷어찼다.

범이와 백랑은 동시에 양쪽으로 튕겨 나갔다.

유유히 착지 하는 마왕.

하지만 그의 앞에는 내 소환수인 숭이가 대기 중이었다.

“숭이! 정권 찌르기.”

“우끼!”

숭이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자세를 잡았다.

- 소환수 ‘숭이’가 스킬 ‘정권 지르기’가 사용합니다.

- 추가 데미지 150% 입힙니다.

허공에 떠 올랐다 착지하는 순간이었기에 숭이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일격을 먹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덥석!

“우끼끼?”

숭이의 주먹이 너무나도 쉽게 마왕의 손에 붙잡힌 것이다.

당황한 숭이와 다르게 마왕의 얼굴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이게 최선은 아니겠지?”

마왕은 나를 조롱해 왔다. 여전히 미소와 함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내면서. 마치 지금보다 더 재밌게 해 줄 수 있지 않냐는 듯한 기대 가득한 눈빛이었다.

“아직 시작일 뿐이죠.”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뭐, 사실대로 말해도 아직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다.

처음 싸우는 상대이니 패턴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데미지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마왕의 속도나 활동 범위, 공격력을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다만 검을 쓰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변수가 남아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2페이즈를 제대로 달릴 시간이다.

“그럼 전력으로 가 보죠.”

나는 그 말과 함께 한 손에 천마검을 쥐었다. 그리고 한 걸음을 걸었다.

- 스킬 ‘천마군림보’가 발동되었습니다.

-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 공격력이 10% 증가했습니다.

천마군림보가 발동됨과 동시에 외쳤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치유의 토템.”

- 스킬 ‘혼돈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에 있는 대상 중 적이 혼돈에 빠져 공격력이 30% 하락합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 스킬 ‘망각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크리티컬 확률을 30% 상승시킵니다.

- 스킬 ‘치유의 토템’을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의 아군을 치유합니다.

페이즈 때와는 다르게 전력으로 가겠다는 의미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로 끌어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외쳤다.

“왕의 위엄.”

- 고유 특성 ‘왕의 위엄’을 발동합니다.

- 서머너 킹보다 낮은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영혼 깊숙이 세깁니다.

- 같은 왕의 자격을 가진 존재입니다.

- 효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눈높이교육.”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대상과 격이 같습니다.

- 효과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피이, 멸화의 불꽃.”

- 소환수 ‘피이’가 스킬 ‘멸화’를 사용합니다.

- 영혼까지 불태우는 불길이 치솟습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쳇.”

혹시나 하는 기대에 모두 부응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세지아르는 자신과 같은 격으로, 같은 왕이라 불리는 동급의 존재였다. 편하게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사용한 스킬이지만 세 가지 중에 하나만 적용되었다.

하나라도 어딘가? 감지덕지라 생각하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회귀 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서만 모든 걸 해결했던 내가 아닌가?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뿐이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어서 오게.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네.”

“안되죠. 목은 제가 빼 드릴 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자네가 최고야.”

마왕의 웃음이 멈추자 바로 나는 명령했다.

“팅고! 대지 강타!”

“끼에륵!”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대지 강타’를 사용했습니다.

- 대지 강타 스킬의 영양권에 있는 모든 적이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 마왕 세지아르가 넘어집니다.

단 한 마리의 몬스터를 향해 사용하는 대지 강타.

어떻게 보면 광역기를 저렇게 날려 버린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말해 주고 싶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 몰라?’

괜히 아꼈다가 오히려 내가 당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모든 것을 다 써 버리고 죽는 것이 덜 억울하다. 그러니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사용할 생각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팅고의 대지 강타다.

마왕이 넘어지자 가장 먼저 가직스가 반응해 왔다.

“캬락!”

가직스는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허리를 숙였다.

- 소환수 ‘가직스’가 스킬 ‘가시 방출’을 사용합니다.

가직스의 어깨에 있는 가시가 마왕을 향해 쏟아졌다.

사실 가직스의 가시 방출 스킬은 큰 데미지를 주는 스킬은 아니다. 대신 변수를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넘어진 상황에 서둘러 일어나야 하는 마왕이 날아오는 가직스의 가시에 일어나던 것을 포기하고 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마기를 머금은 검이 휘둘러지면서 발생되는 바람에 가직스의 가시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사이 무심이 움직였다.

“하아앗!”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 무심이 망자의 기운을 머금은 오러를 사정없이 뿜어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망자의 기운은 검만이 아니라 전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원래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마왕을 향해 접근했다.

이제 막 일어나 무심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마왕.

하지만 마왕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한 발의 화살이었다.

피슝! 팍!

심장 부근에 박힌 화살, 하지만 마왕에게는 큰 타격이 없는지 곁눈 짓으로 로빈후드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을 때였다.

피슝! 팍!

로빈후드와 똑같이 생신 스켈레톤 아처가 화살을 날렸고, 정확하게 마왕의 허벅지에 박혔다.

무심이 공격해 오고 있음에도 로빈후드의 공격 두 번에 마왕의 고개가 로빈후드를 향해 돌아갔다.

“죽어라!”

마왕을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무심.

완벽한 찬스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걸로 안심할 순 없다.

“범이! 백랑! 몸통 박치기!”

“냐앙!”

“컹! 컹!”

무심의 공격이 성공하든 하지 않든 공격을 몰아치기 위한 명령. 그리고 거기서 끝은 아니다.

“가직스 도약! 숭이도 접근해!”

“캬락!”

“우끼.”

차례대로 공격이 들어갈 것이다.

연이어 몰아치는 공격이라면 마왕에게도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심의 검이 마왕을 향해 내려쳤다.

콰아아앙!

오러끼리 부딪친 폭음과 함께 그 자리에서 튕겨 나는 듯 물러나는 무심. 그 뒤를 이어 범이와 백랑이 온몸을 던져 사용한 몸통 박치기. 가직스의 도약 스킬로 인해 추가 데미지와 숭이의 로우킥이 마왕을 향해 작렬했다.

퍼퍼퍼퍽!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하나, 이곳이 푸티나 산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불어오는 산바람이 그 흙먼지를 금세 거둬냈다.

“허허…….”

그 많은 공격에도 마왕은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고,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머리를 가리는 투구 아래에 보이는 마왕의 입가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제법…… 훌륭하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지.”

마왕의 말에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마왕의 HP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아주 안 먹힌 것은 아니다.

충분히 충격이 들어갔고, HP도 줄었다.

다만 그 HP의 총량이 너무 많아서 별로 티가 안 난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적어도 사냥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렇다면 계속하면 됩니다.”

그래, 부족하다면 될 때까지 하면 된다.

중간에 포기하는 자가 죽게 될 것이고, 끝까지 버티고 이겨내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나는 승리하고 싶다.

그리고 마왕을 쓰러뜨리고 싶다.

포기하지 않을 거다.

“다시 가자.”

나는 다시 소환수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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