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26화 (226/275)

제226화

#226

키트비느 자작의 성문 앞.

웅성웅성.

시끌시끌.

바글바글.

엄청난 숫자의 유저가 모여 있는 상황.

이렇게 된 이유는 전날 밤에 있었던 하나의 글 때문이었다.

- 마왕의 생김새가 다릅니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 월오룰의 커뮤니티에 가장 핫한 것은 다름 아닌 마왕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마왕과 관련된 글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추측이자 예상, 혹은 짐작 가는 방향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올라온 글은 일정 부분 확신에 찬 증거가 첨부되어 있는 장문의 글이었다.

[지금부터 내용은 본인이 직접 자료를 조사한 결과 나온 글입니다.]

마왕의 등장으로 세상이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월오룰이라는 게임이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니 당연히 모두가 게임의 끝이 다가왔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저 마왕이 과연 우리가 쓰러뜨려야 할 마왕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알고 있는 마왕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마왕은 게임 오프닝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첨부)

저희가 알고 있는 마왕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죠.

하지만 지금 키트비느 자작령에 마왕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사진 첨부)

보시다시피 다릅니다.

지금의 저희가 보고 있는 마왕은 마족이라고 하기보단 오크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아, 물론 얼굴은 인간이지만, 오크를 떠올리게 하는 육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타난 마왕은 다른 육체를 빌려 나타난 마왕은 아니겠느냐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메인 시나리오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들, 지금까지 메인 시나리오에 관련된 일은 퀘스트로 생성되었습니다.

허나 이번 마왕은 이렇다 할 퀘스트가 없습니다.

그러니 저건 가짜 혹은 그저 단순한 해프닝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 아이템을 다시 하고 접속해보려고 합니다.

길다고 하자면 길고, 짧다고 하자면 짧은 글. 하지만 저 글은 커뮤티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자극하긴 충분했다.

그 증거로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댓글이 달렸다.

-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전선도 아니고 중간 사냥터에 나타난다는 게 이상해.

- 생각해보니 그러네. 지금 메시아 길드가 싸우고 있는 그곳의 보스 몬스터가 더 마왕 같긴 해.

- 이제부터 가짜 마왕이라 해야 하나?

- 아니지, 마왕은 마왕이지. 다만 힘이 약해졌거나, 능력이 봉인되어 있겠지.

- 내 느낌상…… 마족의 몸이 아니라 오크의 몸이니까 일부 제한이 있을 거야.

- 그렇다면 지금이 마왕을 쓰러뜨릴 찬스다!

- 미친! 다시 장비부터 맞춰야 하잖아?!

- 지금 장비값 떨어졌으니 지금이 기회다!

- 역시 존버는 승리한다. 안 팔고 버티길 잘했어.

- 지금 경매소 아이템값 다시 폭등하기 시작함! 난리 났음요!

-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일단 접속한다!

새로운 글 하나로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모든 유저가 움직였다.

당연히 그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월오룰에 발을 걸치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그들은 당황했다.

“이게 사실입니까?”

당연히 확인부터 하는 것이 상식.

그 글의 신빙성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저 글이 올라오고 난 다음에 몇 개의 글이 더 올라왔는데, 하나같이 저 글에 대한 신빙성을 더해 주는 글들이었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게도 돈의 흐름이다.

“시세가 폭등하는군.”

저 글이 올라온 지 30분도 되지 않은 시간. 경매장은 커다란 파동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싸게 올라왔던 매물들이 전부 제값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꽤 좋은 아이템이라 불리던 녀석들은 원래 거래가 보다 비싸게 올라온 상황, 그것뿐만 아니라 소모품의 가격 또한 두 배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는 중이었다.

다시 월오룰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듯 꿈틀거렸다.

“다시 모든 인원을 투입하죠. 이렇게 된 거, 최초로 저 마왕을 쓰러뜨리는 길드라는 타이틀이라도 얻도록 합시다.”

이미 각 기업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한발 물러났다가 돈이 될 것 같으니 다시 나타난 기회주의자 같은 이름을 쓰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은 돈으로 움직이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 이름은 최초의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충분히 감쌀 수 있다.

그렇기에 서둘러 연락을 돌려 다시 모든 유저를 복귀시켰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로 인해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키트비느 자작의 성문 앞에 유저들이 몰려들었다.

* * *

“허허허. 이게 무슨…….”

나는 성문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수많은 유저를 발견했다.

한둘이 아니다.

회귀 전을 통틀어도 이 정도의 숫자의 유저가 모여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을 정도였고, 이곳 키트비느 자작의 성 앞에 있는 마을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수준이었다.

“어이! 밀지 말라고!”

“형씨 싸우자는 거야?”

“X킹! 크레이지 보이!”

“뭐? X키 주제에 고 홈이다, 이쉑아!”

“마끄도나루호도와 도꼬 데스까?”

“이 새끼는 또 뭐야!”

온 세상의 유저는 전부 이곳에 몰려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 대충 어림잡아도 십만 명은 훌쩍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인원에 기가 질렸다.

엄청난 인원이 성문 앞에서 대기하면서 소리치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성문을 열어달라고!”

“우리가 마왕의 목을 딴다!”

“웃기네. 그건 우리라고!”

“뭐야,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녀석들이.”

“경매장에서 물건을 살 돈도 없나 보네.”

“미쳤냐? 지금 시세가 얼마나 개판인데? 차라리 주워입고 말지.”

“그전에 콱 죽어라.”

“너나 죽어라.”

지금 저기 있는 유저들은 마왕의 군대와 싸우길 원했다. 그것도 여기 있는 십만에 달하는 인원 전부가 말이다.

당장 싸우러 나가게 해 주지 않는다면 NPC라도 공격할 기세였고, 덕분에 성문을 지키는 병사 NPC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성벽 위에서 대기 중인 유저들이 그 유저들을 내려다보았다.

“저 기회주의자 새끼들.”

“시저 님이랑 우리가 만들어 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고 그러네.”

“그거지. 이미 이미지는 망가졌으니 차라리 마왕이라도 잡아서 명성이라도 챙기려는 거지.”

“속이 뻔히 보인다, 보여.”

나 또한 성벽 위에서 로그아웃했던지라 저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하나, 이것만으론 정보가 부족하기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네요.”

“아, 시저 님 오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내게 인사를 건넨 한 유저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커뮤니티에서 한 글이 올라왔고, 지금의 상황이 일어난 경위를 간략히 들었다.

“결국 이미지 개선 때문에 저렇게 매달리고 있군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죠.”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유저들 중에서 대형 길드에서 나온 이들도 수두룩했다.

길드 유니폼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이들이 무리 지어 있는 건 기본이고, 대충 어떻게든 기본 아이템이라도 착용하고 성문 앞에 대기 중인 유저도 보였다.

“쩝, 이대로 가다간 거의 몰살 당할 텐데…….”

딱 봐도 각이 나왔다.

나는 저쪽 성벽에서 키트비느 자작의 성과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 어이없는 얼굴로 유저들을 바라보고 있는 자작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난리도 아니군요. 괜찮으십니까? 자작님.”

“아…… 시저 백작님 오셨습니까? 허허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마왕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졌던 플레이어들이 다시 나타났으니. 그것도 마왕과의 전투를 앞두고 말이다.

물론 NPC의 입장에선 좋은 일이기도 하다.

다만, 어제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이들이 이렇게 나타나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니 마냥 기분 좋진 않았다.

“저들이 마냥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라도 기분이 나빴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플레이어들은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났다.

결국엔 저들이 원하는 대로 성문을 열어주긴 해야겠지만, 혹시나 마왕의 군대가 열린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는 게 걱정된다며 나에게 말을 덧붙였다.

“이제 곧 마왕군이 움직일 시간입니다.”

그렇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해가 뜰 시간.

오일광(五日光)의 날이라는 특수한 상황 덕에 지금도 밝지만 그 해가 계속해서 떠 있는 날짜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이 경험치 이벤트의 마지막 날이며 마왕을 무찌를 마지막 찬스이기도 하다.

“다른 분들은 이미 성안에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십니다.”

“많이들 놀라셨겠네요.”

“그저 ‘허허허’하고 웃으실 뿐이셨습니다.”

아마 볼드모드 공작과 미리엘 장로의 반응이겠지.

볼드모드 공작은 웃으면서 어떻게 플레이어를 굴릴지 고민했을 것이고, 미리엘 장로는 신 아이샤를 향해 감사의 기도를 드렸을 것이다.

“정확하십니다.”

키트비느 자작은 내 예상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알고 지낸 지 오래다 보니 대충이나마 반응이 예상되었다. 그래 봐야 석 달이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말이다.

살짝 어이없는 미소로 웃고 있으니 이해한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흔든다.

역시 저 두 늙은 NPC는 여러 의미로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내가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유저들이 모여 있는 성문 앞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땡땡땡!”

갑자기 울리는 종소리.

저 종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기에 고개를 돌려 마왕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밤새 그 숫자가 불어난 것인지 수십만을 넘어 수백만은 되어 보인다. 저 엄청난 숫자가 이곳 키트비느 자작의 성을 향해 한발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엄청난 숫자의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니 땅이 고통에 몸부림이라도 치는 듯 거세게 흔들렸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미약하긴 하지만, 저 인원이 이곳에 도달했을 땐 거의 지진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숫자를 줄이는 게 정답이다.

“키트비느 자작님.”

“알겠습니다.”

내 부름에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자작.

그러고는 그대로 손을 들어 성문 앞에 있는 경비 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 당장 성문을 열라고 말이다.

“개문!”

경비 대장의 외침.

그와 동시에 경비병이 움직였다.

끼릭끼리릭!

도르래가 움직이며 성문이 서서히 열렸다.

“가즈아!”

“마왕의 목은 내가 딴다!”

“보너스 한 번 챙겨 볼까!”

열린 성문을 향해 우르르 나아가는 수많은 유저.

흡사 좁은 입구를 향해 몰려나가는 개미 떼 같다고 해야 할까, 해안가를 가득 채우고 있던 바닷물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마왕의 이목을 끌어 줘. 사냥은 내가 할게.”

수많은 유저들이 성문을 향해 통과해 마왕을 향해 무작정 달려 나갔다. 그들과 다르게 성벽 위에 있는 나를 향해 모여드는 무리가 있었다.

“시저 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안한 얼굴의 남자. 이레귤러 길드 마스터인 김민성이었다.

그런 그를 포함한 철벽의 사나이 권율과 얼음공주 제시카는 이레귤러 길드원에게 보호받는 듯 중심에 서 있었다.

“아닙니다. 이제 저희도 슬슬 움직여 볼까요?”

나는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어? 시저 아냐?”

“뭐지, 저기로 가는 길이 있나?”

“따라가 보자.”

나를 발견하곤 따라오려는 무리가 생겨났다.

그들은 이레귤러 길드 뒤를 바짝 붙어 따라왔는데, 호기심을 비롯해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기대감으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들이 따라오든 말든 이동했고, 마침내 키트비느 자작의 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에서 도착했다.

“저기서 저기까지만 제 손님이고 나머진 모르는 사람입니다.”

“네, 시저 백작님!”

“물러가라! 여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 말에 순식간에 다른 유저를 밀어낸 병사들. 그리고 내 손님이라고 따라온 그들은 성에 입성하면서 멍한 얼굴로 변했다.

갑자기 굳어 버린 그들에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였다.

“미, 미친? 업적이라고!!!”

아, 처음 귀족의 성을 방문하면 업적 주지.

이거, 얼떨결에 스팩업 시켜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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