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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21화 (221/275)

제221화

#221

성안이 분주했다. 내가 말한 작전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얼른 옮겨!”

“일반 맥주가 아니라고! 위대하신 볼드모드 공작님이 만드신 맥주라고!”

“크…… 딱 한 잔만 먹어보고 싶다…….”

“아주 그냥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게 미치겠네.”

“말도 마라……. 아까 선임 대장이 몰래 슬쩍 한잔했다가 지금 일어나지도 못하잖아.”

“어후, 근데 마시고 싶은 걸 어떻게 해.”

“그건 그래.”

수많은 병사 NPC가 열심히 맥주 통을 옮기고 있었다.

오크 통 하나당 네다섯 명의 병사가 붙었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열심히 수레로 이동하는 오크 통의 크기가 수레 하나당 하나밖에 실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커다랗기 때문이다.

거인족인 파수꾼이 마실 맥주이니, 그놈의 취향에 맞게 큰 크기로 제작되었다.

감칠맛과 맥주 특유의 향을 더욱 증진시켜 주는 마법까지 걸려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빨리 취하게 된다.

근처만 지나가도 절로 한 잔 먹고 싶어 침이 넘어가며, 계속해서 눈이 가는 상황, 이건 병사들만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모든 이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허허허. 내가 했지만…… 과했나 싶군. 자꾸 먹고 싶어지니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뽕 띠 에르가 아니면 마시질 않는 저마저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볼드모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리엘 장로.

하지만 미리엘 장로의 말에 키트비느 자작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옆에 있던 이리엘이 슬쩍 나에게 말해 주었다.

“뽕 띠 에르는 포도주 중에서도 가장 비싼 포도주입니다. 한 잔에 만 골드의 가치가 있다는 술이죠. 장로님께서 직접 담그시는 술이기도 합니다.”

“아…….”

그제야 키트비느 자작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이리엘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한 잔당 만 골드에 달하는 가치의 포도주.

일 년에 열 병만 나오는 포도주는 세 병은 신 아이샤를 위한 공물로, 두 병은 세드릭 제국 황제를 위해, 두 병은 미리엘 장로의 것이다.

남은 세 병은 어디로 가느냐? 제국 황실 주체의 경매장으로 향한다. 매년 경매가 열릴 때마다 최고가를 갱신한다고 한다.

“한 잔 마시고 나면 다른 포도주는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환상의 맛을 자랑합니다.”

이리엘의 얼굴에는 그 환상의 맛이라는 것을 표현이라도 해 보겠다는 듯 황홀감에 빠져 있었다.

키트비느 자작이고 이리엘의 반응을 보자니 상당히 궁금해졌다.

‘나중에 퀘스트 보상으로 받을 수 있으려나? 슬쩍 한번 물어봐야지.’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도 내가 신성 교단을 위해 해 준 게 여럿 있으니 말이다.

뭐 자세한 건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슬쩍 미리엘 장로를 바라보려다가 들려오는 소리에 절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큭큭큭.”

그도 그런 것이 미리엘 장로 근처에 한 NPC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어아아! 크어어아아!”

아주 우렁찬 코골이, 그 주인은 드워프인 마이스터 지크였다.

맥주라면 사족을 못 쓰며 인간이 만든 맥주에 마법으로 맛있게 만들어 봤자 얼마나 맛있겠느냐며 큰소리 떵떵 치던 지크가 맥주 한 잔에 넘어간 것이다.

그래도 맛은 있었는지, 한 잔 비우고 극찬과 함께 뒤로 넘어갈 때는 걱정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일단 파수꾼을 공략하기 위한 작전은 충분했다.

다만 성안에 있을 마법사를 끌어들일 마땅한 물건이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다.

“반짝이거나 희귀한 물건이라…….”

성안에 마족 마법사 녀석의 흥미를 이끌 만한 물건이 없다는 것이 문제긴 하다.

일단 키트비느 자작은 황실파에 소속된 귀족으로 사치를 즐기지 않는 인물이다. 워낙 검소한 데다가 사치품이라곤 이번 퀘스트 보상 아이템으로 건 다인슬라이프 검 한 자루가 전부이다.

그러니 반짝이는 보석이나 희귀한 물건은 하나도 없다.

볼드모드 공작의 경우, 급하게 온다고 가져온 물건이 없었고, 신성 교단이야 신 아이샤의 가르침에 따라 지내다 보니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NPC에게 부탁하려고 해도 제이스와 마이스터 지크도 딱히 들고 있는 물건이 없다.

“별수 없나? 한 놈 정도는 힘으로 밀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있는 자원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 생각에 동의하듯 그 자리에 있던 모든 NPC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와 NPC가 힘을 합친 최선의 병력은 이러했다.

키트비느 자작의 기사 다섯과 병사 삼백.

신성 교단의 신성 기사 백 명과 신관 열, 신도 오십.

미리엘 장로와 볼드모드 공작.

나를 포함한 소환수 열하나.

합계 사백칠십구 명이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의 인원으로 하나의 영지를 공격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성벽을 끼고 싸우는 수성전에서는 턱도 없고.

기습한다고 가정해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가 최정예 부대라는 것이다.

키트비느 자작은 고르고 고른 인원이고, 신성 교단이야 미리엘 장로와 함께하는 최정예 부대니 지금의 인원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우리 의견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있다. 서부지방의 황실 기사단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늦어도 내일 오후, 빠르면 오늘 늦은 밤에 당도할 테니,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숫자만 줄여도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뭐, 작전대로 파수꾼만 잘 해결되면 그 뒤로는 순식간이지.”

작전 시간은 오후 무렵.

월오룰의 이벤트이자, 월오룰 세상의 설정인 낮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일광(五日光) 때문에 계속해가 떠 있지만, 시간상으로 오후인 시점에 이동할 예정이다.

산을 넘어 디메이트 자작령에 도착하면 늦은 저녁이거나 밤일 것이다.

그때 퇴근하는 파수꾼을 노려 먼저 처리하고, 다음으로 성안으로 돌진하는 작전으로, 오늘 밤 안에 끝내는 것이 목표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키트비느 자작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전의 지휘관으론 내가 뽑혔다.

“푹 쉬고 오후에 뵙겠습니다.”

지금 대충 낮이니, 나도 로그아웃하고 오후에 느긋하게 접속할 생각이다.

각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움직였고, 바닥에 쓰러진 지크를 챙기는 제이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불쑥!

갑자기 제이스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갔을 때였다.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모습을 갖춘 정체는 다크 엘프인 엘레사르였다.

그녀는 등장과 함께 내 가슴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마족 마법사의 흥미를 끌 물건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그래. 그거라면 마족 마법사의 흥미를 끌 수 있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알.

죄악의 힘을 품고 있는 알이자,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알이라면 마족 마법사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마움의 뜻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이번에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그녀의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제이스의 그림자로 사라졌고, 나는 망설임 없이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일단 지금은 휴식이 먼저다.

* * *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끝낸 나는 편하게 소파에 앉았다.

삑!

리모컨을 눌러 TV를 켰다.

산 지 오래된 녀석이지만, 정이 들어서 쉽사리 버릴 수 없는 이 고물 TV는 그래도 여전히 작동을 잘하고 있다.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다는데…….”

최근 금전적으로 딱히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여유로웠다.

이번 블랙 오크 족장을 사냥하는 모습과 함께 범이의 새로운 모습의 등장 때 엄청난 후원이 터졌다.

덕분에 최근 두 달간 번 금액보다 그날 하루 방송의 후원금이 더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 지금 수중에 오천만 원이라는 여유 자금이 있다.

다만 게임 머니인 골드는 얼마 없는데, 얼마 전에 사들였던 장비 탓에 모든 골드가 탕진된 상황이다.

“뭐, 덕분에 애들은 강해졌으니까.”

돈을 투자한 만큼 내 소환수의 전력은 두 배 이상 올라갔다.

특히 완벽한 탱커로 장비로 세팅해 준 팅고의 전투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해졌다.

마신교와 마족과의 싸움이 상당히 기대될 정도다.

“흐흐흐. 꽤 재밌겠어.”

이미 나는 상당히 흥분한 상황이다.

뭐라 할까. 이미 마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금 있을 전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휴식해야 한다.

그래서 TV를 틀어 월오룰의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채널을 틀었다.

마침 월오룰 뉴스 시간인지 아나운서가 진지한 얼굴로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 월오룰의 최종 목표인 마왕이 등장한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갑작스러운 마왕의 등장에 월오룰이라는 게임이 드디어 최종 콘텐츠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나운서 옆에 있는 세 명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름 신경을 쓴 복장에 잘생긴 남자 둘과 아름다운 여성 하나가 앉아서 인사했다.

그러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아나운서의 말에 그들이 대답했다.

- 제가 생각하기엔 최종 장으로 들어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의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 남자의 말.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옆에 있던 남자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 지금 상위권 유저 모두가 아이템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업과 연관되어 있는 플레이어 또한 게임 접속이 아닌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죠.

두 남자의 발언에 여자가 발끈하여 외쳤다.

- 아니! 게임을 하는데 최종 콘텐츠를 보지 않고 유지한다고요? 그럴 거면 게임을 왜 하는 거죠? 저는 얼른 마왕을 물리치고 끝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자의 말에 두 남자가 바로 반박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며 단순히 게임을 넘어서 전 세계의 시장을 뒤흔드는 사건이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잠시나마 방송을 보던 나는 대충 결론을 내렸다.

“역시…… 뭐든 돈이 문제네.”

결국 두 남자의 말은 세상의 중심에 월오룰이 있으니 그에 맞는 행동과 대처, 그리고 기업과 시청자의 입장을 고려해 달라는 소리다.

사실 막말로 하자면 우리가 돈 벌어야 하니까 게임을 질질 끌자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는 꿋꿋하게 게임을 끝낼 수 있으면 끝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두 남자의 공격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당차게 표현했고, 마지막 발언을 할 수 있는 시간에 갑자기 나를 언급했다.

- 시저 님. 다른 사람의 말 따윈 무시하고 그대로 게임을 끝내주세요. 팬으로서 그리고 또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제대로 된 결말을 보고 싶어요.

그와 동시에 자신은 나와 같은 소환수 직업을 가진 초보이며, 나의 팬이자,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알고 보니 월오룰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남자는 국민 MC라 불리는 개그맨과 세계적인 가수였고, 여자는 엄청나게 유명한 배우하고 한다.

“어…… 음…….”

하지만 난 셋 다 얼굴을 모르겠다.

국민 MC라는 남자는 뭔가 익숙한 느낌이지만, 나머지 둘은 전혀 모르겠다.

휴대폰을 검색하니 진짜 유명한 사람이긴 한지, 기사가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그 순간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응, 지은아.”

반가움에 톤이 살짝 올라갔는데, 그게 못마땅한 것인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 오빠 좋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순가련의 대명사 임소은 님이 팬이라네.

순간 나도 모르게 느낀 위기의식.

“응? 임소은 님이 누구야?”

최대한 시치미를 떼며 나는 말했다. 그러곤 알 수 없는 싸늘함에 방금까지 뛰고 있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갔다.

“나, 이제 접속해야 하는데…… 끝나고 통화해요.”

뭔가 찝찝함에 나는 서둘러 통화를 끊고는 월오룰에 접속했다.

아무래도 월오룰에 접속해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접속과 동시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랐다.

“마왕군이 진격 중입니다.”

마왕군이 선빵을 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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