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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19화 (219/275)

제219화

#219

마왕 세지아르.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에 강림할 마왕 세지아르를 물리치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성장을 하는 게임이니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는 소리다.

“이게 무슨 일이야?”

“마왕 세지아르? 최종 보스 아니었어?”

“여기서 저 녀석 죽이면 게임 끝나는 것 아냐?”

“정말 뜬금없이 나타났네? 뭐 때문이지?”

키트비느 자작의 성벽에서 몰려드는 오크를 사냥하고 있는 유저의 행동이 멈추었다.

“분명 레전더리 검을 얻기 위해서 퀘스트 받은 거 아니었나?”

이곳에 있는 목적은 블랙 오크를 사냥해 레전더리 아이템인 다인슬라이프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 때문에 랭커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대형 길드에서도 참전하여 삼 일간 미친 듯이 사냥을 해 왔던 것이 아닌가?

아직 이벤트 기간은 모래까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 마왕이 갑자기 튀어나온다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자리에 있는 수많은 유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궁금증이었다.

* * *

사실 월오룰은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참 좋은 게임이지만, 게임을 넘어서 길드와 기업의 관계로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한 구조다.

세상은 월오룰이 출시되고 난 전과 후로 나뉘었다.

월오룰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가 많았다. 스포츠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연극 등등 수많은 볼거리가 많은 세상이었다. 각 기업은 그 문화 콘텐츠에 기업 홍보를 위해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는 사라지다시피 했고, 영화보다 더 현실 같은 영상이 게임 속에서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기업에서도 모든 홍보를 월오룰에서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만약에 이 게임의 최종 보스가 나온다? 그건 지금까지 기업에서 투자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나 버린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눈앞에 마왕이 나타나는 순간 월오룰에 투자한 수많은 기업이 동시에 긴급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걸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만약 게임이 끝이 난다면 저희가 투자한 것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습니까?”

“이미 들어간 돈만 해도 수십억이 넘습니다. 회수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됩니다.”

“게임을 유지할 방법은 없습니까?”

“아직 몇 년은 더 버텨 줘야 합니다. 그것 말고는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월오룰이라는 게임. 그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홍보 수단이자 이제는 돈의 가치를 넘어선 게임이다.

언젠간 게임 서비스가 종료될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급작스러울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의 모든 기업이 패닉에 빠진 상황이었다.

“라온 소프트에선 뭐라고 합니까?”

이미 수많은 기업이 라온 소프트 본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락 중이었다.

하지만 라온 소프트 본사의 회선은커녕 직원들의 개인 휴대폰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인터넷에 올라온 공식 글 하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라온 소프트 공식 입장]

안녕하세요. 라온 소프트에서 공식 입장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월오룰의 게임 시스템은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으로 유지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메인 스토리를 비롯해 게임 시스템의 일부를 제외하곤 오직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이 통제 중입니다.

초기에 만들었던 스토리는 이미 소모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에 대해서는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이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질 것이며, 저희가 만들고자 한 새로운 세상의 끝을 향해 수많은 갈림길을 거쳐 도달할 것입니다.

그 끝이 이번 마왕에서 끝날지, 아니면 더 새로운 세상이 나올지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저희가 개발한 월드 오브 룰러를 끝까지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라온 소프트의 공식 입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발표였다.

공식 입장을 읽어 보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거다.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슈퍼컴퓨터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한다. 그러니 게임이나 즐겨라.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일반 유저의 입장이야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만했다.

그들이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것을 떠나서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앞으로 5년 정도 뒤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때쯤이면 기업에서도 충분히 이득을 뽑아내고도 남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1년하고 몇 개월 지난 지금의 시점에 게임이 종료된다? 이건 기업을 넘어서 세상에 큰 혼란을 주고도 남을 일이다.

마왕이 강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30분도 안 된 시간.

각 기업에서는 똑같은 결정을 했다.

“철수한다.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그들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

혹시나 이대로 게임이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철수를 결정했다.

아직은 좀 더 월오룰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 *

마왕이 강림했다.

이 시스템창이 떠 오르고 벌써 30분이 지났다.

“흠…….”

나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내가 죽인 마신교의 장로 기레트와 신도, 소환수 손에 죽은 암흑 기사가 전부였다.

히데아 장로는 이곳을 빠져나갔다.

신성 교단의 이리엘과 신성 기사들이 몰아붙였음에도 그는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갈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다.

저 멀리 보이는 마왕의 존재 때문에 나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허허허…….”

갑작스러운 마왕의 등장에 당연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쉽게 등장할 마왕이 아니다. 회귀 전에도 마왕의 등장은 없었다. 오히려 마신교가 세상 밖으로 나와 브리타니아 대륙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때 얼마나 많은 NPC와 유저가 죽어 나갔는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죽어서, 많은 피로 대륙을 적셨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마왕이 나타났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천적이니까.”

나는 마왕의 천적이라고 불리는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저 마왕을 상대로 내가 움직인다면 단숨에는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사냥할 수 있다는 소리다.

당장 움직이면 끝낼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나는 마왕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네. 괜찮은가?”

무심이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마왕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왕은 키트비느 자작령이 아닌 반대편의 디메이트 자작령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 옆에는 이곳을 빠져나간 히데아 장로도 보였다.

당장 공격하자면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이대로 괜찮을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마왕 뒤에 있는 그 절대자의 등장이다.

절대자에 대한 정보는 나와 셀레스틴 공주가 알고 있는 게 전부다.

여기서 굳이 추가하자면 신 아이샤 정도겠지. 그 때문에 우리가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극소수만 알고 있는 절대자에 관한 정보도 없는 지금의 상황에 그의 등장을 앞당기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에 대한 것이다.

아마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 중 내가 유일할 것이다. 다른 이들은 이런 생각도 없이 마왕이라는 정보에 머리통을 싸매고 있겠지.

“일단 블랙 오크 사냥부터 마무리할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퀘스트 중 마왕과 연관된 퀘스트는 없다.

이곳에선 드워프 지크의 부탁과 제이스의 부탁을 해결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니 일단은 블랙 오크를 사냥해야 한다.

“얘들아.”

나는 확실하게 노선을 정하고 내 소환수를 불렀다.

“그럼, 블랙 오크 사냥부터 마무리하자.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아깝잖아?”

내가 아까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소환수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결국 사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기세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목표 키트비느 자작의 성 구출하기. 뒤에서부터 몰아치고 나가자고!”

“충!”

팅고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그대로 우리는 산에서 내려갔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블랙 오크의 뒤통수, 언제인지 모르지만, 암흑 기사들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겸사겸사 비싼 것만 좀 줍자고.”

바닥에는 다른 유저가 사용했던 장비들이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주인을 잃은 장비이니 내가 가져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다.

“오! 이건 공속 갑바잖아?”

시작부터 꽤 괜찮은 물건이 들어왔다. 세트 아이템이라 잘 맞추면 공속을 두 배로 올려준다.

“로빈후드. 입어.”

“감사합니다.”

내가 던져주는 가죽 갑옷을 입는 로빈후드.

겸사겸사 이곳에서 애들 장비를 싹 다 바꿔야겠다.

“흐흐흐. 개꿀이네.”

경험치도 벌어, 아이템도 벌어. 아무래도 노다지 중의 노다지가 이곳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쉴 틈 없이 장비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내 소환수는 블랙 오크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 * *

그날 저녁.

한바탕 사냥과 함께 비싼 물건만 챙긴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G베이 계정에 오늘 얻은 아이템을 경매장에 등록하기 위해 세팅까지 마쳤다.

몸을 씻어내고 운동을 다녀온 다음, 지은이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함께 경매장 어플을 켰다.

“켁?! 쿨럭! 쿨럭!”

나는 화들짝 놀라 입에 머금었던 커피를 뿜어낼 뻔했다. 뒤따라오는 기침에 숨이 턱턱 막혀 왔고, 잠깐이지만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가 다시 밝아졌다.

나는 속으로 아주 심한 욕설을 한바탕 쏟아냈다. 그러곤 의문이 들었다.

‘아이템 시세가 왜 이래?’

평소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수많은 아이템이 올라와 있었다. 거기에 실시간으로 차곡차곡 올라오는 수많은 아이템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물며 대부분이 저렙 구간에 사용하는 아이템이 아닌 대부분 고렙 구간에 사용하는 아이템이라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라 하는 중에 그녀의 입에서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웅? 뭐가?”

갑자기 뭘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했다.

“이제 월오룰 엔딩 나온다잖아요. 지금 아이템 시세 떡락하고, 다들 한 푼이라도 회수하겠다고 환전하고 난리도 아니에요.”

“엥?”

뭔 소린가 싶은 표정에, 지은이가 한 기사를 보여줬다.

- 엔딩을 앞둔 월오룰. 이제 기업의 홍보는 어디서 해야 하는가?!

그 기사를 확인하고 다른 기사를 확인해 보니 전부 월오룰이 끝날 것이란 기사들이 줄지어 보였다.

나는 그걸 보고 크게 빵 터졌다.

“푸하하하하.”

순간 카페를 울리는 내 웃음에 주변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다.

너무 웃겨서 그런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아픈 배를 움켜잡고 한참을 웃은 뒤에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오빠는 실직자 되기 직전인데 뭐가 그렇게 웃겨요? 이제 나도 실직자인데……. 우리 결혼하려면 집도 사야 하고 가구도 사야 하고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나를 향해 잔소리일지 아니면 자기가 바라는 것인지 모를 말을 하는 지은이였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입술에 뽀뽀 한 번 해 주고는 말을 이었다.

“이대로 엔딩 안 날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와 동시에 나는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지금 시세가 떡락이라 이거지? 그렇다면 한바탕 쇼핑을 해 볼까? 이번 기회에 길에서 주운 아이템 아니라 전부 고급 아이템으로 한번 세팅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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