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13화 (213/275)

제213화

#213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네.”

블랙 오크 부락이 보였다.

키트비느 자작령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중이기에 부락의 상황이 어떤지 훤히 보였다.

“어후, 개판이네…….”

눈앞의 블랙 오크 부락은 정말로 개판 오 분 전의 모습이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를 맥주 통이 오크 부락 전체에 굴러다녔다.

“취익~! 취익~!”

술에 취한 오크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몸을 흔들어 재끼고 있다.

그것을 보고 다른 오크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맥주 통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게다가 블랙 오크가 만든 조잡한 움막에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굳이 설명하거나 상상조차도 하기 싫다.

술과 쾌락에 미쳐 있는 오크 무리가 있는가 하면 전투 훈련을 하고 있는 오크들도 있었다.

“싸워라! 취익!”

한 블랙 오크의 손이 움직이자 양쪽에 있던 블랙 오크가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둘렀다.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살벌하게 무기를 휘둘렀는데, 상처를 입든 그 자리에서 죽든 상관없이 미친 듯이 싸워댄다.

한쪽이 승리하자 그 자리에서 술과 고기가 차려졌다. 승리의 기쁨과 포식의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로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저러니 블랙 오크가 강하지.”

그 모습을 보니 절로 드는 생각이었다.

진짜로 저렇게 실전처럼 매일 훈련을 하는데 강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나는 시선을 돌려 블랙 오크 족장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좋아! 좋아!”

블랙 오크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수많은 블랙 오크를 끼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곳에 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앞에 무수한 고기와 술이 쌓여 있었다.

블랙 오크 족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주변에서 알아서 가져와 직접 먹여주고 하는 것이 참으로 꼴 보기가 싫었다.

“퉤. 누군 개같이 구르고 있는데 아주 천하태평이네.”

그리고 오크 족장 옆에는 한 괴물이 있었다.

드워프를 연상시키는 짤막한 키에 우락부락한 몸매를 가진 자였는데, 괴물이라 부르는 이유는 얼굴이라 해야 할 부분에 대신해서 자리 잡고 있는 문어 머리 때문이었다.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

절로 떠오르는 노래.

오크 족장이고, 저 괴물이고, 둘 다 민머리라 반사되는 햇살이 내 눈을 찌르기도 했기에 노래를 불러 보았다.

전투가 시작되면 저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상당히 거슬릴 것 같았다.

어릴 때 재밌게 보았던 달을 보면 괴물 원숭이가 되는 만화에서 나오는 민머리 캐릭터가 쓰던 태양권이라는 기술을 쓰지 않을까 하는 킹리적 갓심도 들기도 했다.

“에이…… 설마…….”

나는 슬쩍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치워 냈다.

대신 무심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우리가 이길 것 같아?”

주변을 둘러보고 우리의 승률이 얼마인지 계산해 봤지만, 다른 이의 의견도 듣고 싶어 물어보는 거다.

“저 둘이라면 자네와 나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네. 문제는 남은 오크지.”

“동감이야. 거기에 변수로 마신교도 있다는 거지.”

“아, 그 악을 숭배한다는 녀석들인가? 아까 보니 개개인의 실력은 뛰어나 보이나 단체 움직임이 엉성한 걸 보면 그리 무서운 적은 아닐 걸세.”

무심이 아까 보았던 암흑 기사의 평가였다.

일백의 암흑 기사는 강하다. 하지만 자세히 하나하나 뜯어보면 단체로 움직이는 중에도 각자 개개인의 특성이 묻어났다.

함께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고, 실제로도 처음 등장하면서 합공을 시도했을 때보다 자리를 잡고 각자 움직이는 게 더욱 강했다.

“그래 봐야 자네와 나보다는 하수지.”

개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보다는 약하다는 뜻.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지. 암흑 기사만 따진다면 몰라도, 주변에 블랙 오크의 존재가 문제니 말이야.”

“그것은 팅고 경에게 맡기면 되지 않겠는가?”

무심이 말하는 팅고의 호칭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팅고였는데, 이제는 경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산을 타고 이동하면서 호칭이 달라진 것을 알았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 루이즈가 애들을 봐주면서 블랙 오크 때를 상대한다라…….”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네.”

어쩔 수가 없다. 우리가 오크 족장과 저 문어 괴물을 처리하고 최대한 빨리 합류하는 방법 말곤 없다.

“범이라도 있었으면…….”

전력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

그렇지만 범이는 아파서 빠진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다.

지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최선을 다해 보자.

그럼 좋은 결과가 뒤따라올 것이다.

오랜만에 방송을 켰다.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시저입니다.”

나는 방송 시작을 알리는 인사를 했다.

* * *

“방송 시작합니다.”

한 팀장의 외침과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시저입니다.”

시저의 방송이 시작되자 채팅창이 가장 먼저 불타올랐다.

- 시저의 이틀 연속 방송.

- 시저님! 제발 방송 자주 해 주세요!

- 요즘 얼굴 보기 너무 힘듦.

- 무심님은 어디 있습니까? 형님 존경합니다!

- 범이님은 괜찮은가요? 언제 돌아오시죠?

- 지금 마신교의 암흑 기사들 때문에 난리라는데 시저님은 괜찮습니까?

접속과 동시에 수많은 질문과 어제 했던 방송의 극찬이 쏟아졌다.

어제의 시저는 방송에서 블랙 오크를 학살했다.

검을 들고 ‘찌르기’, ‘가로 베기’, ‘세로 베기’만을 사용해 블랙 오크를 학살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처지에선 엄청난 모습이었다.

화려한 스킬도 아니다. 그렇다고 일격필살에 가까운 스킬도 아니다. 그저 기본기에 달하는 세 가지 스킬, 고작 그것만으로 블랙 오크를 사냥한 것이다.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압도적인 스텟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시청자들이 그것을 알 순 없다.

그저 시원시원한 사냥에 열광하고 소리쳤을 뿐이다.

물론 그 모습을 제대로 송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을 도와주는 이지은의 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십 대에 달하는 카메라를 컨트롤 하는 실력과 상황에 맞는 BGM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실력은 물론이고, 그 순간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 캐치하여 보여주는 것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특히 어제의 방송은 시저도 시저였지만, 무심이 눈도장을 찍었다.

무심 바스티아는 월오룰의 스토리에 등장한다. 이곳 월오룰의 세상인 브리타니아 대륙을 구원한 구원자로 말이다.

그런 그가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이 시점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었다.

엄청난 검술과 함께 블랙 오크를 학살하는 모습은 경악을 자아냈다. 거기에 시저와 등을 맞대고 싸울 때는 채팅창이 폭발했다.

마지막으론 자동 도축. 새로운 스킬의 등장에 컬처쇼크라도 받은 듯한 시청자의 반응.

방송을 종료하기 전에 범이가 많이 아파서 당분간 보지 못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역대급 반응이 나왔던 바로 다음 날의 방송이니 당연히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질문을 해 주셨는데…… 지금 상황이 급박해서 말이죠.”

시저의 얼굴에는 범이가 없어서인지 확실히 초라함이 보였다.

그걸 본 시청자들이 조용히 그 뒷말을 기다렸다.

“저는 지금 블랙 오크 부락의 뒤에 있는 산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가 블랙 오크 부락을 보여주었다.

원초적인 본능이 가득한 곳은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블랙 오크가 서로를 향해 죽일 듯이 훈련하는 장면을 잠시 보여줬다.

그 장면에 시청자는 감탄했다.

- 저렇게 훈련하니 강하지.

- 저기서 죽은 애들도 있네? 근데 숫자가 저렇게 많아?

- 와, 보는 것만으로도 팔다리가 후들거리네.

마지막으로 블랙 오크 족장과 문어 괴물을 보여주자 시청자가 의문 가득한 채팅을 썼다.

궁금증의 해결은 시저가 해 주었다.

“하나는 블랙 오크 족장입니다. 주술사인 것 같고, 덩치부터 엄청난 녀석이죠. 다른 녀석은 드워프 종족에게 받은 퀘스트 사냥감입니다. 드워프를 괴롭히는 녀석이죠.”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알려 주겠다며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지금부터 블랙 오크 부락 뒤통수치기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으로 쓰랄을 가리켰다.

“파이어 볼!”

쓰랄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새빨간 화염을 토해 내는 구슬이 생겨나 블랙 오크 부락으로 향했다.

“시작부터 풀 액셀 밟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시저의 입이 열렸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치유의 토템.”

항상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가 흘러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손을 떼고 화면에 집중했다.

시저가 달리겠다는 소리를 내뱉었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진진한 사냥을 보여준다는 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는 다시 채팅창에 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자! 기다렸습니다. 팅고의 새로운 진화 형태! 홉 고블린 엠퍼러! 팅고의 등장입니다.”

그와 동시에 2미터 크기의 엄청난 근육질의 팅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끼에에륵!”

포효가 끝나자 시저가 외쳤다.

“팅고 거대화!”

“끼에르륵!”

순식간에 팅고의 덩치가 두 배로 커졌다. 4미터에 달하는 팅고.

팅고의 등장은 오크 부락의 블랙 오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뿐이었다.

“팅고! 대지 강타!”

팅고의 거대한 주먹이 그대로 지면을 내려쳤다.

콰아아앙!

주먹이 휘둘러진 자리를 중심으로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화려한 팅고의 등장이었다.

* * *

팅고가 블랙 오크의 시선을 끌었다.

그 뒤를 이어 백랑, 팅고, 가직스가 움직였고, 어느새 나무 위에 자리 잡은 로빈후드가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이즈는…….

“호호호. 아가들아, 교육받을 시간이다.”

어느새 여왕님 모드가 켜져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뒤에서 적당히 애들을 봐 달라는 내 작전은 어디 갔는지, 팅고 다음으로 정면으로 달려가 블랙 오크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하앜, 취익! 하앜, 취익!”

어, 음…….

시선을 돌렸다.

쓰랄은 뒤에서 계속해서 파이어 볼을 날리고 있었다.

오크 부락을 전부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쉴 틈 없이 파이어 볼을 만들어 사방으로 날리고 있었다.

이제는 나와 무심의 차례.

“가지.”

“그래.”

내 소환수가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에 서둘러 두 몬스터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내가 오크 족장을 맡지.”

무심이 자신의 적을 정했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블랙 오크 족장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검의 사정거리에 도달하자 그대로 스컬 대검을 휘둘렀다.

카앙!

무심이 휘두른 검은 오크 족장의 지팡이에 막혔다.

안정적인 자세로 무심의 검을 막아 낸 블랙 오크 족장이 지팡이를 역으로 쥐더니 창을 사용하듯이 앞으로 내질렀다.

“오호!”

무심이 흥미롭다는 듯 검신을 세워 블랙 오크 족장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나 받았으니 다시 하나를 돌려주겠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까지만 본 나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옥토퍼스 맨 Lv.875]

이제 보니 이름도 문어맨이다.

“노옴! 네게서 드워프 놈들의 냄새가 나는구나.”

“개도 아니고 문어가 뭔 냄새를 그렇게 잘 맡아?”

“뭐야! 하찮은 개 따위와 이 몸을 비교해? 네놈을 곱게 죽이지 않으마!”

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손에는 망치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흔히 대장장이들이 모루 위에서 철판을 두드릴 때 사용하는 망치와 같은 형태였다.

하지만 몬스터가 사용하는 망치이니 평범한 물건을 아닐 거란 생각에 경계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피이!”

느닷없는 피이의 울음소리.

혹시 하는 마음에 시스템창을 보았다.

- 소환수 ‘피이’가 자신의 파편이 주변에 있음을 느꼈습니다.

- ‘옥토퍼스 맨’이 품고 있습니다.

“오우야.”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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