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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12화 (212/275)

제212화

#212

팅고의 두 번째 진화.

나는 당연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되려나?”

처음 포획할 때는 홉 고블린이었다. 지금은 홉 고블린 나이트인데, 다름은 무엇일지 짐작조차도 가지 않았다.

“나이트 다음이니까…… 엠퍼러쯤 되려나?”

루이즈의 말.

그 말에 나도 동감했다.

기사 다름엔 황제 정도는 되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고블린 중에서 황제를 말이다.

그리고 그 황제의 주인이 나고.

크.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며 팅고의 진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2차 진화라서 그런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무심이 나에게 말했다.

“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네. 아마 엄청난 괴물이 되겠군.”

상당히 흥미로운 얼굴로 진화를 바라보는 무심.

나는 저 시선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왜냐고? 안 그래도 간간이 한판 붙자고 눈치 주는 걸 피해 왔는데, 이번에 블랙 오크를 사냥하면서 드러난 내 전력에 더욱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언제 한판 붙느냐고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

다행히 팅고가 강해졌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당분간 내가 시달릴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이제 남은 것은 팅고의 진화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

하지만 나에게 또 다른 이가 찾아왔다.

“충! 시저 백작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를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NPC, 키트비느 자작의 기사였다.

“시저 백작님 덕분에 인근 오크 부락은 전부 처리되었습니다.”

“추가로 발견된 건 없습니까?”

“없습니다. 다시 전선으로 가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키트비느 자작의 부탁이었던 주변 오크 부락을 처리하는 것이 끝났으니 이제 전쟁을 끝내야 한다.

“이 전쟁을 끝내러 가야겠군요.”

팅고의 진화가 끝나면 블랙 오크 부락의 뒤통수를 때리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버로드.”

“불렀나? 주인.”

“저기 보이는 블랙 오크 부락으로 향하는 길 좀 찾아 봐. 기왕이면 뒤로 돌아갈 수 있는 길로.”

“알겠다.”

오버로드가 허공으로 둥실 하고 떠 올랐다.

아마 주변을 둘러보고 나에게 최적의 루트를 찾아 나에게 시야를 공유해 줄 것이다.

마침 팅고의 진화도 끝났다.

“끼에에륵!”

우렁찬 포효와 함께 등장한 팅고.

나는 팅고의 상태 창부터 확인했다.

“팅고 상태창.”

이름 : 팅고.

계열 : 몬스터 홉 고블린 엠퍼러

등급 : 유니크

레벨 : Lv.518

스텟 : 근력700 민첩700 체력1,000 지식100 지혜10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어…… 음…….”

나는 일단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떴다.

여전히 그대로 있는 상태창.

나도 모르게 절로 나오는 소리.

“실환가?”

정말이지 놀라웠다. 아니, 너무 놀라서 의문이 들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팅고의 상태창이라는 거지?”

무심과 비슷한 수준의 상태창이었기 때문이었다.

근력과 민첩의 수치가 100 낮지만, 그 대신 체력이 200이나 높다.

안 그래도 팅고를 탱커로 만들려는 생각이었는데, 그에 맞는 스텟이 나온 거다.

“그것도 어마 무시하게 강하단 말이지.”

거기에 끝도 아니다.

마지막에 나와 있는 문구. 아직 팅고에겐 한 번의 성장 기회가 더 남아 있다.

혼자 다 해 먹을 기세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런 나에게 다가오는 팅고.

“주인님에게 충성을!”

나를 향해 다가와 그대로 소리치며 한쪽 무릎을 꿇는 팅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살짝 겁을 먹었다.

“그, 그래.”

자신의 소환수에게 겁을 먹는다는 것은 사실 웃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눈앞의 팅고를 보면 어지간한 사람이라도 겁을 먹을 것이다.

2미터에 달하는 키. 거기에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와 꿈틀대는 근육. 고블린 특유의 초록색의 피부가 아닌 검은색에 가까운 피부.

이것만 보더라도 누가 고블린이라 생각하겠는가? 마족이라 생각하지.

아무튼, 처음에는 살짝 겁을 먹었지만, 다시 보니 선녀가 따로 없다. 너무나도 든든한 팅고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려 하는 순간이었다.

“충! 시저 백작님!”

갑자기 등 뒤에서 또 한 명의 NPC가 나타났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굳이 대답도 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온 NPC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마, 마신교가 나타났습니다. 블랙 오크와 싸우고 있는 곳에 말입니다.”

생각도 못 한 적이 추가되었다.

* * *

푸티나 산맥 블랙 오크 부락 너머의 깊은 곳.

그곳에 있는 작은 동굴에서 다섯의 마신교 교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 준다.”

“이 모든 것은 플레이어 때문이다.”

“불사라 한들 마왕님의 힘 앞에서는 무력한 법.”

“모두 죽이겠다.”

이미 그들의 눈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만들어야 하는 마법진. 그 마법진은 마계에서도 상위 등급에 속해 있는 존재를 불러 이 세상에 파멸을 안겨주는 역할이다.

준비는 모두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블랙 오크의 시체, 일정한 숫자의 블랙 오크의 시체가 필요하기에 산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그 시기만을 기다리는 그들이었다.

“조금만 더…….”

백만 마리의 블랙 오크.

현재 푸티나 산맥에 살아 있는 오크는 칠십만 마리, 죽은 오크의 숫자가 대략 사십만 마리다.

그들이 원하는 숫자는 오십만 마리기에 조용히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에잉, 쯧쯧. 멍청한 것들.”

목소리의 주인은 히데아 장로. 그가 수많은 마신교의 교원과 함께 등장했다.

“히, 히데아 장로님?!”

당황한 다섯이 방금까지 광기로 물들어 있던 눈빛이 아닌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눈빛은 희망으로 물들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히데아 장로 뒤로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군. 아직도 살아 있길 바라다니. 리치라도 되어서 블랙 오크와 플레이어를 죽이지, 이렇게 멍청하게 있을 줄 몰랐어.”

그 말에 이곳을 지키고 있던 다섯이 사시나무 떨듯 겁에 질려 온몸을 떨어댔다.

눈앞에서 독설을 내뱉고 있는 자는 그들도 잘 알고 있는 마신교의 장로다.

기레트 장로.

성질이 급한 것은 기본이며 입만 열었다 하면 각종 욕설을 비롯해 심하게는 거친 쌍욕도 서슴없이 하는 이다.

기레트 장로는 살아 있는 제물을 이용해 아군에게는 힘을, 적에게는 저주를 거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런 그가 여기 등장한 이유는 다섯을 이용해 적을 향해 저주를 건다는 소리니, 자신들은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이렇게 떨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가 보군.”

기레트 장로가 비웃었다. 그의 눈에는 벌벌 떨고 있는 다섯의 모습이 퍽이나 우스웠다.

하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자, 가자꾸나. 새로운 세상을 위해 말이다.”

기레트 장로의 지팡이가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팡이에서 엄청난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와 기레트 장로의 등 뒤에 있는 자들의 몸을 감쌌다.

“마왕님을 위하여!”

마기를 잔뜩 머금은 암흑 기사 백 명의 외침.

그들은 그대로 동굴을 빠져나갔다.

철커덕! 철커덕!

암흑 기사가 움직임에 따라 육중한 갑옷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플레이어가 있는 곳이었다.

“취익?!”

암흑 기사가 뿜어내는 마기에 블랙 오크가 콧바람을 뿜어내었다.

비록 인간의 갑옷을 입고 있지만, 동족만이 뿜어내는 기운에 블랙 오크는 그들을 아군이라 생각했다.

아군이 늘어났다는 생각에 블랙 오크의 기세는 더욱 당당해졌고, 그들이 더욱 편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마신교의 암흑 기사들은 빠르게 플레이어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 * *

“저건 뭐야?”

“갑옷? NPC?”

“뭐지? 영주가 보낸 지원군?”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색 갑옷으로 무장한 NPC의 등장에 놀란 수많은 유저들.

하지만 이내 들려온 그들의 목소리에 한창 블랙 오크와 싸우던 유저들은 알았다.

“마왕님과 마신교를 위하여!”

“플레이어에게 죽음을!”

그들이 아군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을.

순식간에 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 * *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니, 아수라장을 넘어서 일방적인 학살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미, 미친! 겁나 강해!”

“막아봐! 막아보라고!”

“아니, X발. NPC랑 몬스터가 왜 합공질이야.”

“안 돼! 내 아이템!”

전장에 들려오는 처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부분 유저들이었다.

블랙 오크만 해도 일반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벅찬 존재다.

그런 블랙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서 다수가 파티를 꾸려 사냥하는 중이었는데, 블랙 오크를 상대로 잘 버티던 탱커가 마신교의 암흑 기사들이 사용하는 다크 블레이드에 속절없이 당했다.

순식간에 유저들이 만들어 두었던 전열이 무너졌다.

“X이발.”

누군가의 욕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저 무식한 암흑 기사를 보면 욕설이 절로 나온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생생하게 들려온 욕설에 나도 모르게 같이 욕했다.

“아오! 그날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나도 암흑 기사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물며 지금보다 더 레벨이 낮을 때 암흑 기사가 뿜어내는 다크 블레이드를 보지 않았는가? 스치기만 해도 죽을 뻔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욕이 튀어나온다.

그 때문에 저기 있는 유저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잠시 저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저곳에 내가 간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차라리 내 계획을 그대로 실행해 적진에 혼란을 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흑 기사를 상대로 가장 좋은 이들은 따로 있으니, 굳이 내가 무리할 필요도 없다.

“신성 교단에서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반나절 뒷면 도착한다고 합니다.”

암흑 기사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신성 교단이 급하게 연락을 받고 달려오고 있단다. 그들만 온다면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병사를 향해 말했다.

“저는 예정대로 블랙 오크 족장을 노리고 움직이겠습니다. 키트비느 자작님에게 그렇게 전해 주세요.”

“자작님께서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지 여쭤보셨습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라.

사실 딱히 없다. 팅고의 진화가 끝난 이상 이미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험을 하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지나가는 길에 표시를 해 두겠습니다. 신성 교단의 몇 분만 그쪽으로 보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마신교가 끼어 있으니 신성 교단의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충분히 든든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회귀 전에 마신교와 싸워 본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전부 등급이 낮은 신도나 기사들이었다.

이번 삶에서 만난 마신교의 간부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간부와 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신성 교단의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내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두 기사가 자리를 비웠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소환수뿐이다.

“오버로드.”

- 알겠다.

오버로드가 나에게 시야를 공유했다.

길은 두 가지였다.

험하지만 가까운 길. 편하지만 먼 길.

당연히 내 선택은 빠르게 가기 위한 험하지만 가까운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산을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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