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11화 (211/275)

제211화

#211

월오룰 경험치 이벤트 3일 차.

이번 이벤트는 두 가지 효과가 있었다.

첫 번째는 경험치 추가 3배. 또 하나는 닷새 동안 밤이 없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효과 덕분에 월오룰은 처음 서버 오픈 이래로 최고의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동시 접속자 숫자만 해도 무려 5천만. 현재 월오룰의 유저는 1억이 넘는데, 그중 대한민국의 인구수에 맞먹는 숫자가 동시에 접속했다.

너무나도 많은 숫자의 접속자 때문에 라온 소프트는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서버 계속 증설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무조건 서버 유지한다.”

“며칠만 고생하면 돼. 대신 휴가와 보너스는 내가 잘리더라도 받아준다.”

“일단 돈이 얼마나 들어가든 상관없어. 임시 서버라도 계속 증설해!”

지금 기회를 통해 또 한 번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라온 소프트 직원이다.

특히 팀장급 직책을 가진 이들은 전부 비상사태로 하나같이 퇴근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대기 중이다.

수염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자라 있었고, 구겨진 옷과 떡진 머리는 그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 몰골에도 일 처리는 막힘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계속해서 서버를 증설한다.

“더 서버를 늘이게 되면 나중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이미 지금까지 쓴 돈만 해도 그동안 모아두었던 회사 자금을 다 쓴 상황. 이 이상부터는 적자가 되기에, 하던 작업을 멈추었다.

“그…….”

서버 담당 팀장도 순간 멈칫했다.

회사 자금 내에서는 유저를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충분히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빚이 되는 상황.

당연히 멈출 수밖에 없었고, 사장님에게 바로 보고 하기 위해 휴대폰을 든 순간이었다.

“승인하겠습니다. 계속 증설해 주세요.”

“사, 사장님 오셨습니까?!”

갑작스러운 사장님의 등장.

놀란 것도 잠시, 코를 파고드는 달콤한 향기에 배 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꼬르르르륵!

한두 명이 아닌 사무실 직원 대부분의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일단 이것부터 드시고 하시죠.”

사장님의 양손에 들려 있는 다섯 판의 피자. 그 뒤로 라온 소프트의 이사 세 명이 마실 것과 다량의 카페인 음료를 들고 있었다.

조촐한 회식이라 하자면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그저 허기를 때울 음식이자 오늘을 버틸 카페인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라온 소프트 사장 유민재는 그들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습니다. 최대한 수많은 사람에게 월오룰을 알리고 보여주고 싶습니다.”

확실히 이번 이벤트는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세상에 알리기 최적의 타이밍이기도 했다.

라온 소프트의 사장인 유민재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욕심을 내고 싶었다.

“나중에 휴가와 보너스는 확실하게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며칠만 더 고생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민재의 말에 허겁지겁 음식을 먹던 이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유민재의 열정을 말이다.

그들 또한 저 열정에 반해 입사한 이들이기도 하다.

느끼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어후, 잠깐 안 봤다고 난리네.”

“얼른 끝내고 돌아가면서 쉬자고.”

열정이라는 단어가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불태웠다.

* * *

같은 시각.

이른 아침부터 월오룰에 접속한 수많은 유저들 때문에 시작의 마을에는 엄청난 인원이 몰려들었다.

“24시간 온종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닷새라고? 그럼 총 120시간이라는 소리지.”

“지금이 신규 캐릭터 키우기 딱 맞지.”

“으아! 피가 끓는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캐릭터 하나 키워보자고!”

“그래! 직업이나 스킬 하나만 뽑아도 고액 연봉자가 될 기회잖아!”

“군침이 싹 도는구먼!”

누군가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또 누군가는 기회를.

저마다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게임에 접속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의 입에서는 한 곳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 이야기의 장소는 메시아 길드가 활약하고 있는 최전선이 아니었다. 그보다 멀리 떨어진 곳이자, 거대한 하나의 산을 끼고 있는 사냥터, 레전더리 아이템이 걸린 퀘스트가 벌어진 곳.

푸티나 산맥의 블랙 오크가 있는 곳의 이야기였다.

“과연 누가 가져갈까?”

최대의 관심사는 다름 아닌 레전더리 아이템인 마검 다인슬라이프를 가지는 자. 그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었다.

“지금 가장 선두가 검객이지?”

“벌써 귀만 삼천 개 넘게 모았다고 하지? 개인적으로 움직이는데 그 정도면 빠르지.”

“악동 길드도 벌써 사천 개가 넘었다며?”

“화랑은 원거리에서 죽어라 활만 쏘는데도 이천 개가 넘었다던데?”

“대형 길드의 힘은 역시 무시 못 하네.”

“마검사 안나 겁나 예쁘더라. 얼굴 보기 힘든데 유저잖아? 지금 푸티나 산맥에 그녀의 팬들이 몰려들었다는데?”

“완전 축제네, 축제야.”

갑작스러운 이벤트 덕분에 정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그 축제의 보상인 레전더리 아이템 다인슬라이프의 주인이 누가 될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이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차지하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도 확신하는 것이 있다.

“아무래도 이번 레전더리 아이템의 주인은 시저겠지?”

“그럴 것 같던데. 어제 방송 봤잖아.”

“방송 보다가 몇 번을 지릴 뻔했는지…… 그것 때문에 아침에 마누라가 밥도 안 차려주더라.”

“난 애들이 오줌싸개 아빠라던데.”

“뭘 그 정도로. 난 회사 사무실에서 싸 버렸다.”

“아…… 그건 좀…….”

그들의 대화는 어디까지 처참해졌는지 배틀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제 시저의 방송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고작 이벤트 이틀 차인데, 시저의 활약은 엄청났다.

전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하지만 모든 유저들이 바라는 스킬. 그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환수의 소개와 함께 그 소환수의 무력이 드러난 순간, 방송을 보던 이들 모두가 놀랐다.

그리고 그 소환수가 무심 바스티아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저가 가지고 있는 블랙 오크의 귀의 수가 육천 개인 것에 또 놀랐다.

이변이 없는 이상 이번 레전더리 아이템은 시저의 손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난무하는 시점.

월오룰 이벤트 3일 차의 아침이 밝았다.

* * *

“찌르기!”

앞으로 내질러지는 내 검이 블랙 오크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머리, 그것도 뇌가 있는 곳에 박혀 버렸기에 블랙 오크는 그 자리에서 허연 뇌수를 뿜어내며 힘없이 쓰러졌다.

- ‘블랙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0을 획득했습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 이벤트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은 무시.

눈앞의 블랙 오크가 나를 반으로 쪼개고 싶다는 의지를 잔뜩 품은 듯, 꿈틀거리는 양팔로 도끼를 휘둘렀다.

부우우웅!

저런 뻔한 공격에 당해 줄 내가 아니다.

나는 몸을 움직여 블랙 오크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가로 베기.”

나에게 흙먼지라는 선물을 주었으니, 당연히 나도 선물을 주었다. 물론 그 선물은 죽음이라는 선물이지만 말이다.

서걱.

- ‘블랙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0을 획득했습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 이벤트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또 한 번 울리는 시스템창.

착실하게 차오르는 경험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뿌듯했다.

나는 등 뒤 너머에 있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취익!”

“죽어라 인간! 취익!”

“위대한 족장! 취익! 크루카를 위하여! 취익!”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블랙 오크가 개미 떼처럼 미친 듯이 산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조금만 가면 블랙 오크와 유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곳이 나오는데, 나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산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다.

“어디 보자 팅고는 잘하고 있나?”

팅고가 필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그 필드 보스 몬스터는 블랙 오크가 아닌 일반 오크 족장이었다. 지금 나는 푸티나 산맥에서 팅고를 진화시키기 위한 작업 중이다.

내가 갑자기 이렇게 팅고의 진화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블랙 오크 족장과 광석을 삼키는 존재와 싸울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팅고의 역할은 탱커.

비록 탱커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무심의 가르침을 받아 점차 확실한 탱커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나 가르침을 받았다곤 하더라도, 전체적인 스펙에서 블랙 오크에게 밀린다. 그러니 얼른 진화를 시켜 확실한 전력으로 만들 생각이다.

두 번째는 블랙 오크의 번식력 때문이다.

블랙 오크의 번식력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다른 일반 오크와 번식을 하더라도 블랙 오크가 태어나 버리니 지금 푸티나 산맥 전체에서 블랙 오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키트비느 자작에게서 들었다.

그는 지금 푸티나 산맥 전체에 블랙 오크가 등장했고, 그 상식을 초월하는 번식력 때문에 다른 영지에도 피해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지금 전선에서 물러나 옆에서 활동 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래야 뒤통수를 치지.”

내가 노리는 것은 블랙 오크 족장과 그 옆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광석을 삼키는 몬스터다.

레전더리 아이템인 다인슬라이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저 두 몬스터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다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겸사겸사 주변 오크도 처리하고, 팅고의 진화도 앞당길 수 있으니 나에게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끼에륵!”

팅고가 내지르는 승리의 포효.

초록색의 피로 물든 팅고가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소환수 ‘팅고’의 진화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 소환수 ‘팅고’가 진화합니다.

팅고가 진화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