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08화 (208/275)

제208화

#208

블랙 오크.

사실상 블랙 오크와는 두 번째 싸워 보기에 다른 누구보다 익숙하긴 하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지.”

그렇다. 그때의 나는 검은 손 길드에서 이제 막 루키를 벗어나 정식 길드원으로 인정받아 블랙 오크와 첫 번째 전투를 벌였었다.

당연히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눈앞의 블랙 오크가 얼마나 강한지 그 수치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오우거의 괴력은 엄청나니까 정면으로 맞서지 마.”

소환수들이 내 명령에 고개를 끄덕인다.

순수한 스텟으론 비슷한 수준의 소환수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무식한 근육질의 두꺼운 오우거와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나는 걱정하지 말게. 오우거의 무식한 힘이야 그저 검으로 흘려 버리고도 남으니 말이야.”

유일하게 무심만이 자신 있다는 듯 당당하게 가슴을 두드렸다.

위풍당당한 무심의 모습에 살짝 움츠러들었던 팅고가 무심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그 방법을 알고 싶다는 듯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그 기술을 익히기엔 이르네. 내가 알려 주는 것을 지금처럼만 익힌다면 금세 할 수 있을 걸세.”

“끼에륵!”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팅고.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와 소환수 간의 유대감도 중요하지만, 소환수끼리의 유대감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유대감이 깊어지면 질수록 소환수 간의 연계가 좋아진다.

지금 내 소환수 중에 가장 연계가 좋은 것은 숭이와 가직스다.

내가 따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둘은 서로를 믿고 각종 연계 기술을 사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가직스가 도약을 통해 허공으로 날아올라 숭이를 적진 한가운데 떨어뜨리는 방식이 있다.

명령이 아닌 둘의 자의적인 공격을 처음 보았을 때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사막 지형에서는 피온이와 로빈후드가 그러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팅고와 무심이 같이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곧 둘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일이다.

“어중간한 공격보다는 치명적인 공격 위주로 날려. 심장이라든가 머리통을 말이야.”

트롤 이상의 재생력을 가진 블랙 오크.

그 재생력은 어지간한 도검류의 공격에 베여 봐야 수초면 회복되는 수준이고, 마법이나 관통력이 있는 공격력은 심장이 멈추지 않는 이상 하루면 회복이 가능하다.

어중간한 공격은 블랙 오크의 성질을 건드릴 뿐이다.

언데드를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머리통을 날려 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정면에 팅고, 그 뒤로 숭이 백랑, 가직스, 쓰랄이 자리 잡는다.”

내 말에 바로 반응하는 넷이었다.

백랑이 나를 향해 컹컹하고 짖기에 가서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범이는 곧 올 거니까. 백랑이 힘내줘야 해.”

“컹컹!”

“믿는다. 백랑.”

“커엉!”

백랑이 범이의 빈자리를 유독 크게 느끼는 듯하다. 그 덕분에 코가 살짝 시큰해져 손가락으로 긁어주는 것으로 참아내었다.

그리고 로빈후드를 향해 외쳤다.

“로빈후드는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주변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서 엄호 및 통제를 부탁해.”

“맡겨만 주십시오. 주군의 명성에 걸맞은 엄호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정중한 자세로 고개 숙이며 나를 향해 믿음을 보여주는 로빈후드였다.

내 명령대로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로빈후드는 바로 옆에 있는 나무 위를 향해 순식간에 점프해 올라탄 다음 화살을 꺼내 활시위에 걸쳐 두었다.

“짐은 어찌할까?”

무심이 스컬 대검을 뽑아 들었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검의 능력은 이곳에서 먹히지 않아. 스켈레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소리지.”

“그런가?”

이곳 블랙 오크는 스컬 대검의 능력이 먹히지 않는다. 내 소환사의 능력인 포획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블랙 오크는 특별한 개체라며 포획은 물론이고 스켈레톤으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사실상 소환사나 스켈레톤을 사용하는 흑마법사에겐 치명적이기도 하다.

가장 상성이 좋은 것은 마법사인데, 원거리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날려 경험치를 쏙쏙 빨아먹기 좋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보상이 마법사에겐 필요 없는 검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팔고 다른 장비를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괜찮기도 하다.

스르르릉.

나도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니 나를 지키며 오크를 사냥해야지.”

“껄껄, 재밌겠군.”

무심은 나와 함께 검을 휘두를 생각에 즐거운 듯 보였다.

그리고 여유롭게 있던 루이즈가 고개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품에 안겨 왔다.

“함께하고 싶은데…… 주인님이 생각하기엔 이게 최고라는 거지?”

“미안, 대신 전투가 끝나면 온종일 안아줄게.”

“알겠어. 다치지 말고 잘 싸워요.”

“그래.”

그 인사를 끝으로 루이즈가 소환수창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서먼 스피릿.”

- 스킬 ‘서먼 스피릿’을 사용했습니다.

- 동기화시킬 소환수를 설정합니다.

- 소환수 ‘루이즈’를 선택합니다.

- 능력치의 50%가 추가됩니다.

스킬이 발동되자, 전신에 활력이 솟아올랐다.

전신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당장에라도 그 괴력을 뿜어내고 싶다는 듯 의지를 표현했고, 뛰고 있는 심장은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몸속의 마력 또한 자신을 빼지 말라는 듯 표현해 왔다.

꽈아아악.

천마검이 으스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손잡이를 꽉 쥐었다.

“내가 생각하는 검사의 가장 첫 번째 마음가짐은 검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지.”

옆에서 들려온 무심의 말.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스컬 대검을 쥔 손은 그 누구도 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그리고 두 번째 마음가짐은 절대 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가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직 승자만이 될 생각이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

“기왕이면 절대 승자가 된다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껄껄걸.”

내 말에 무심이 허리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크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주변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졌다.

“뭐야? 소환수 아냐?”

“소환수가 저렇게 웃기도 하나?”

“미친 소환수도 있나?”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나와 무심에게 모였다.

마치 미X놈1과 미X놈2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무심은 가볍게 무시했다.

“아무래도 자네와 나는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 스컬 대검을 어깨 위로 척하고 올리더니 한마디 했다.

“말년엔 기사의 마음가짐을 하나로 바꿨지. 나는 언제나 승리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마음가짐이라 생각하네.”

그 말에 나는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곤 당당하게 말했다.

“동감이야.”

우리는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고, 툭 하고 부딪쳤다.

그리고 그게 신호가 되었다.

파박!

나와 무심은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정면에 보이는 두 마리의 블랙 오크를 향해 달려 나갔다.

우우우웅.

- 스킬 ‘오러’를 활성화합니다.

내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색의 오러 블레이드. 무심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언데드가 뿜어내는 망자의 기운인 사기 블레이드.

두 기운이 모든 것을 베어 버리겠다는 듯 그 울음을 토해 냈다.

서걱.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오러 블레이드치고는 너무나도 조용한 소리.

하지만, 그 위력은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블랙 오크의 머리와 몸통이 단번에 분리되며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쓰러진다.

- ‘블랙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0을 획득했습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 이벤트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단 한 마리를 죽였을 때 들어오는 경험치만 해도 삼백오십만. 그리고 무심도 일격에 블랙 오크를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스텟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 소환수 ‘무심’이 블랙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0을 획득했습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 이벤트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이번 닷새 동안 나와 무심이 계속 보여줄 모습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이대로 한가운데까지 들어간다.”

“맡겨주게나.”

무심은 단번에 내가 한 말을 알아들었다.

전투를 시작한 후 한 가지 하지 않은 행동이 있다. 그 효과를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서는 좀 더 앞으로 가야만 했다.

“무심류…….”

순간 내 뒤로 자리 잡은 무심. 그러곤 정면을 향해 들고 있던 검은 수평으로 눕히고는 집중한다.

티디디딕.

스컬 대검의 검신이 요란하게 떨렸다.

그와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파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의 수준을 넘어서 당장에라도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저 기운을 내가 정면으로 맞선다면 버틸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절대 불가능.’

저건 내가 999레벨을 찍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그 누구도 불가능할 거다.

그런 엄청난 기운이 내 등 뒤에 모이는 동안 그 기운을 느낀 것인지 근처에 있던 블랙 오크 셋이 이쪽으로 향했다.

“취익! 위험하다!”

“먼저 죽인다! 인간!”

“취익! 취익!”

세 마리의 오크.

내가 아무리 루이즈와 함께하여 강력해졌다곤 하지만, 맞서기엔 불가능한 상황.

“피이 멸화.”

“피이!”

지금까지 내 어깨 위에서 대기 중이었던 피이가 멸화의 불꽃을 피워 냈다.

“취익! 뜨겁다!”

한 마리의 블랙 오크가 탈락했다. 멸화의 불꽃은 보스 몬스터나 정예 몬스터가 아닌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불길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죽을 정도의 불길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그 멸화의 불꽃이 블랙 오크의 눈에 피어오르는 바람에 시야를 완벽하게 잃어버렸다.

남은 두 마리의 블랙 오크.

이번에는 먼저 공격을 위해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뛰었다.

“찌르기!”

좀 더 완벽하고 확실한 공격을 위한 찌르기 스킬이 발동되어 명중률이 높아졌고, 그대로 블랙 오크의 심장을 꿰뚫었다.

“취익!!!”

끔찍한 비명과 함께 서서히 쓰러지는 블랙 오크 너머의 세 번째 블랙 오크를 바라보았다.

히죽.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

나를 반으로 쪼개겠다는 듯한 무시무시한 파공성과 함께 휘둘러지는 도끼에도 웃음이 나왔다.

저런 공격에 당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부우우웅.

방금까지 내가 있었던 곳으로 휘둘러지는 도끼.

그리고 지면에 박혀 버린 도끼 때문에 숙인 몸통은 ‘내 목을 베어주십시오’ 하는 듯한 자세였다.

서걱.

스킬의 명중률도 필요 없다. 그저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오크를 죽였다.

그사이 준비가 끝났는지 무심의 입이 열렸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그의 입에서 들려오는 단어는 무시무시했다.

‘메테오라니. 그리고 스트라이크라니.’

엄청난 기대 속에서 무심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무심이 그대로 허공을 향해 점프했다. 무심은 허공을 박차며 그대로 검을 바닥에 찔러 넣을 기세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정말로 메테오가 떨어진 듯한 요란한 소리와 위력. 그리고 줄지어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시스템창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무심은 실패했다는 소리를 했다.

“에고고. 착지는 또 실패했군…….”

그곳엔 뒤집힌 개구리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는 무심이 보였다.

멋진 기술명에 위력이었지만, 저 꼴사나운 모습은…….

‘그러니 모르는 척해 주자.’

나는 근처에 있는 오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게 무심을 위한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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