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04화 (204/275)

제204화

#204

숭이가 진화하고 삼 일이 흘렀다.

삼 일이라는 시간 동안 변한 것을 따지자면 첫 번째로 쓰랄 부대다.

일백 마리의 오크가 일제히 달려 나갔다.

“대족장을 위하여! 취익!”

일백 마리의 오크가 뿜어내는 거친 콧바람과 함께 흙먼지가 가득 피어올랐다.

쓰랄 부대의 오크는 이곳 푸티나 산맥에 머무는 오크와 달랐다.

일단, 일백 마리의 오크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의 질부터 차이가 났다.

월오룰의 몬스터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대부분 NPC나 플레이어를 죽이고 얻어야 한다.

질 좋은 물건부터 허름한 물건까지 엄청난 수의 장비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물건으로 일백 마리의 오크를 무장시켰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내 소환수의 사냥 속도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한 번 사냥을 시작하면 오크 부락 하나를 쓸어 버린다.

작은 부락이면 30분이면 충분하고, 큰 부락이면 한 시간이다.

순수하게 사냥만 한다고 생각하면 하루에 일곱 개 이상의 부락을 쓸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전리품을 생각하면 백 마리 무장 정도는 아주 손쉬운 일이다.

그리고 오크 부대를 이끌고 있는 쓰랄 때문이다.

“위대한 대족장이 되기 위한 길!”

“우리는 용맹하게 맞서 싸우리라!”

“승리만이 우릴 반기기라!”

“용맹한 전사여! 적을 쓸어 버리라!”

쓰랄이 외치는 저 말은 평범한 말이 아니라 주술이었다.

- 소환수 ‘쓰랄’이 주술 스킬 ‘용맹의 기도문’을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의 더욱 용맹하게 싸웁니다.

- 공격력이 100% 상승합니다.

-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 공포 내성이 생깁니다.

쓰랄의 주술이 합쳐진 일백 마리의 오크는 더욱 강력해진다.

다른 무엇보다 공포 내성이 생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예 몬스터인 오크 워리어라든가, 보스 몬스터인 오크 족장을 향해서 거리낌 없이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생기니 말이다.

장비와 쓰랄의 주술.

이 두 가지만으로도 푸티나 산맥의 오크 부락을 쓸어 버릴 조건으론 충분했다.

“끄륵…….”

“크아악!”

“취익!!”

소규모 부락의 처절한 오크의 비명이 들려왔고,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줄지어 떠 올랐다.

- 소환수 ‘오크93’이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 소환수 ‘오크48’이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 소환수 ‘오크13’이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올라오는 시스템창.

그 기세는 10분을 가지 않았다. 워낙 작은 규모의 부락이다 보니 순식간에 정리가 끝나 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시선을 한쪽으로 옮겼다.

“끼에륵!”

“냐아아앙!”

거칠게 포효하는 팅고와 범이.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팅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5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 소환수 ‘범이’이 레벨이 올랐습니다.

- 5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드디어 팅고와 범이도 500레벨을 달성했다.

“좋아! 범이야!”

나는 기뻐하며 범이를 부르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냐앙!”

내 부름에 우렁차게 대답하는 범이. 그와 동시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아아앗!

진화나 성장을 알리는 그 빛에 두근거리는 심장이 더욱 두근거렸다.

- 소환수 ‘범이’의 진화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소환수 ‘범이’가 진화합니다.

이제 진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시스템창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범이의 진화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소환수 ‘범이’가 상태 이상 ‘알 수 없음’에 걸렸습니다.

- 진화가 취소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범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라졌다.

“냐앙…….”

힘없는 울음소리.

범이는 평소의 범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범이야!”

나는 화들짝 놀라 그대로 범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범이를 품에 안았을 때 더욱 놀랐다.

“뜨거워!”

범이의 몸에서 열이 나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한 고열이었다.

“이건 어떻게 하지?”

갑작스러운 범이의 고열에 적지 않게 당황한 나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환수가 아픈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회귀 지식엔 이러한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당황했다.

“주인님, 잠깐 침착해.”

루이즈 또한 살짝 당황했는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쳤다.

루이즈만이 아니라 무심 또한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을 걸세. 일단 근처 마을이나 성으로 가 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무심의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오크 시체의 도축이나 아직 살아 있는 오크를 포획한다기보다는 범이의 아픈 것을 해결해 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서둘러 오크 부대와 스켈레톤 아처 부대를 소환수창에 넣었다.

그리고 오버로드에게 가장 가까운 마을로 향하는 루트를 알려달라고 부탁하려는 찰나였다.

“이크, 늦었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분명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이곳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소환수들이 순식간에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스르릉, 챙!

쫘악!

무심과 루이즈가 가장 빠르게 반응했다.

무심의 검이 적을 반으로 가르겠다는 듯 날카롭게 휘둘러졌고, 그 뒤를 따라 루이즈의 채찍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공격.

하나, 둘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카앙!!

불꽃과 함께 날카로운 소음이 울리며 오라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순식간에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상당히 강해졌군. 잘하고 있어.”

또다시 들려온 목소리.

나는 상당히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흙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눈앞에 있는 자를 향해 외쳤다.

“제이스 님!”

“오랜만이네. 플레이어 시저.”

그곳엔 내가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 NPC가 있었다.

* * *

제이스가 머물고 있는 오두막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가 머물고 있는 오두막은 푸티나 산맥 한중간에 있는 곳이었다.

쏴아아아.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식수를 편하게 구하기 위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고, 그 주변의 커다란 공터가 있어 내 모든 소환수를 밖에 꺼내 두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따스한 햇볕 아래 모두가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나는 제이스의 곁에 서서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범이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뭐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내 말에 제이스가 살짝 미소 지었다.

“역시…… 자네를 선택한 것은 틀리지 않았군.”

“네?”

“아니네.”

그는 범이를 살펴보다 말했다.

“지금 범이가 걸린 상태 이상은 과부하이네.”

“과부하 말씀이십니까?”

과부하가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다. 기기 또는 장치가 감당하는 정상값을 초과한 부하를 뜻하는 것이다.

근데 범이가 과부하라?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네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네. 그러다 보니 무리를 했고, 이렇게 몸에 열이 남과 동시에 아파하는 것이야.”

제이스의 설명에 나는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 내 페이스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500레벨을 달성하는 데 넉 달이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회귀 전의 내가 500레벨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대략 2년이었다. 순수하게 사냥만 따진다면 1년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내 성장만이 아니라 길드 활동까지 했기에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4개월로 줄였으니 엄청난 속도라 할 수 있었다.

“특히 환수인 범이가 이곳 중간계에 지내기엔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이야.”

제이스는 내 어깨에 앉아 있는 피이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내밀자, 피이가 얌전히 그곳으로 이동했다.

“피이!”

“그렇구나. 그대로 괜찮은 곳이 아니더냐?”

“피이! 피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놀랍게도 제이스는 피이와 소통을 했다.

과연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준 소환사 NPC다운 모습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거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범이가 당분간 전력에서 빠져 소환수창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했다.

내가 하는 생각을 알겠다는 듯 제이스가 말을 이었다.

“전투는 시키지 말고 품에 안고만 다니게나.”

“알겠습니다.”

“한 달 정도면 괜찮아질 것이네.”

나는 어이가 없어 입을 턱하고 벌렸다.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범이가 전력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내가 열심히 품에 안고 다녀야 하는 소리기도 하다.

이건 좀…….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나까지 전력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일이었다.

난감한 얼굴로 범이를 바라보았지만 아파하는 범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해졌다.

어쩔 수 있겠는가? 내가 희생해야지.

그리고 다른 소환수들을 잘 이용하면 어떻게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슬쩍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제이스. 히죽 웃는 얼굴을 보니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면 하루 안에 회복시켜 주지.”

“하겠습니다.”

내 말에 시스템창에서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제이스의 말이 이어졌다.

“변이 오크 족장을 처리해 주게.”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변이 오크 족장을 죽여라.]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제한 : 시저 전용

내용 : 변이 오크 족장을 죽여라.

보상 : 소환수 ‘범이’의 상태 이상 해제.

특이사항 : 없음.

그와 동시에 그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실은 그 변이 오크는 내 손에서 만들어진 녀석이네.”

제이스가 퀘스트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변이 오크는 제이스가 심혈을 기울여 피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오크였다. 조작을 어떻게 했는지 대한 설명은 없었다.

다만 오크와 오우거, 트롤, 인간의 피를 섞어 만들어 냈고, 태어났을 때부터 일반 오크와 전혀 다른 개체였다고 한다.

인간의 지략.

오크의 힘.

트롤의 회복.

오크의 번식력.

네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제이스의 가르침까지 받자 더욱 무시 못 할 존재가 되었다.

당연히 제이스는 적당히 연구가 끝나면 죽일 생각이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도망쳤다고 한다. 그러곤 순식간에 세력을 구축하고는 푸티나 산맥의 지배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오크 녀석에게 새로운 아군이 생긴 모양이야.”

그 새로운 아군은 다름 아닌 푸티나 산맥의 광맥을 먹어 치우는 몬스터. 먹어 치운 각종 철과 구리를 배 속에서 정제해 아이템으로 만드는 몬스터가 합류했다는 소리다.

나는 그 몬스터의 정체가 마이스터 지크가 말한 그 몬스터라는 것을 알았다.

번뜩이는 내 눈빛을 보지 못한 제이스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내 손으로 처리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지.”

그의 말대로 더는 자신의 선에서 처리할 수 없어진 상황이라고 한다.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던 중에 강력한 소환사의 기운을 느끼고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니 부탁하네.”

제이스의 부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잘하면 두 퀘스트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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