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203
숭이의 몸에서 빛이 일어났다.
파아앗!
진화나 성장한다는 것을 알리는 빛이자 내 소환수라면 익숙한 빛이었다.
모두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유일하게 딱 한 소환수만이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그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친절한 설명을 들은 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욱 흥미로워 보였다.
“오호! 그래서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군.”
그의 시선은 루이즈를 향해 있었다.
무심의 시선을 받은 루이즈는 살며시 미소 짓더니 나에게 안겨 왔다.
“다, 주인님을 만난 덕분이지.”
“아니야. 다 루이즈가 잘난 덕분이지.”
그녀의 미소에 나 또한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무심은 우리 둘의 대화에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깨달은 것이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나도 가능한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성장과 진화 두 가지 모두가 가능해.”
“허…….”
그 말에 무심이 충격받았다는 얼굴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나조차도 기대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렇군.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군…….”
사실 무심은 지금도 엄청나게 강력하다.
스텟이나 그가 이뤘던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를 생각하면 이 이상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근데 그가 더 강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이…….”
쉽게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의 관계가 바뀔 것 같아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주종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친구의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래서 무심의 충성도는 50%인데, 저 충성도가 100%가 된다면 그 조건이 개방된다.
“괜찮네, 편하게 말해 주게나.”
내 불편한 얼굴과 심리가 드러났는지 무심이 편하게 말해도 좋다는 말을 꺼냈고,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말해 주었다.
“충성도가 100%가 되었을 때 첫 번째 진화와 성장의 조건이 나타나.”
“그렇군.”
내 말에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거늘.”
무심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서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나, 무심 바스티아는 시저를 진정한 주군으로 생각하며 따를 것을 맹세합니다.”
갑작스러운 맹세.
그것은 한 사람을 위한 충성의 서약으로, 내가 직접 듣게 될 줄을 몰랐던 서약이다.
“…….”
나는 너무 놀라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굳었다.
처음 무심을 얻을 때 했던 대화를 생각하면 무심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하물며 어지간한 존재는 무심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내 가슴 한구석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올라왔다. 그의 지금 순수한 욕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강해지고 싶다.
저 순수한 마음이 내 심장을 자극했다.
그리고 저 순수한 마음은 내가 욕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옆에서 루이즈가 당황한 듯이 나를 불렀다.
그건 루이즈만이 아니었다. 진화 중인 숭이를 빼고 모든 소환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열정이 그들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시스템창이 그 열정을 확신시켜 주었다.
- 소환사의 순수한 의지가 뿜어져 나옵니다.
- 모든 소환수가 소환사의 의지를 받아들였습니다.
- 유대감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 시스템창을 바라보던 나는 무심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였다.
그의 눈빛에는 나와 같은 열정이 보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을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무심.”
“주군.”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무심의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 소환수 무심의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 소환수 무심의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계속해서 올라가는 충성도. 하지만 그 충성도는 99%에서 멈췄다.
“아…….”
나는 아쉬움에 신음을 흘렸다.
100%까지는 딱 1%가 부족했다. 나는 저 1%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그것을 말했다.
“호칭은 여전히 시저면 충분해. 내가 실수했을 때 바로 잡아줄 친구와 같은 존재를 원하니 말이야.”
뭐라 할까. 무심에게는 주군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스스럼없는 조언을 해 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런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무심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지.”
“고마워.”
우리가 손을 마주하고 믿음에 보답하듯 손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 소환수 ‘무심’의 충성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 데스 나이트 ‘무심’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750 달성.
2. 일곱의 수하 거두기 0/7
3. 일곱의 수하와 함께 전투 승리 100회 0/100
- 소환수 ‘무심’의 충성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 데스 나이트 ‘무심’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999 달성.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그 내용을 무심에게 알려 주었다.
“이것 또한 운명인가?”
그의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에서 무심 바스티아를 언급하면 일곱 명의 충신이자 기사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무심의 성장 조건에 필요한 일곱의 수하는 그들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화 조건.
무려 레벨 999를 찍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이 세상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회귀 전에 1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도 겨우 900레벨을 넘긴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최고 레벨을 자랑하는 메시아 길드의 김세준마저도 923레벨이었다.
그런 와중에 999레벨을 달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뭐, 패치라도 생겨서 새로운 사냥터나 몬스터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렇게 생각할 무렵이었다.
“우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 소리.
그제야 나는 숭이가 진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깜박했다는 것을 떠올리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우끼끼!”
잔뜩 토라진 진화한 숭이 녀석이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 음, 미안.”
일단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 * *
“우끼!”
숭이가 성질을 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반응했다.
“형이 미안하다니깐.”
“우끼, 우끼끼.”
“아니라니까. 정말로 까먹은 게 아니라 네가 성장하면서 함께 모두가 유대감을 얻다 보니 그랬다니까.”
“우끽…… 우끼우끼.”
내가 변명을 함에도 숭이에게는 그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 아니, 이해는 하는 듯하다.
잠깐 조용했다가 다시 화를 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섭섭하긴 했나 보다.
“일단 이거 먹으면서 화 풀어줄래?”
나는 평소 숭이가 좋아하는 먹을 것을 꺼내어 주었다.
당연히 바나나였고, 평소라면 두세 개 주고 말 것을 오늘은 한 송이였다.
“우끼! 우끼!”
기뻐하는 숭이 녀석.
숭이의 변한 모습에 나는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숭이의 모습은 확실히 진화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원래 숭이는 그 작은 공에 포켓몬을 담아두고 싸우게 하는 애니메이션의 X원숭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성장한 숭이의 모습은 4세대 스타팅 몬스터의 최종 진화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졌다는 소리이며, 길어진 팔과 다리, 꼬리가 가장 먼저 눈에 보였다.
거의 수인화 형태라 할 수 있는 모습이기에 한 가지 장점이 더 생겼다.
“이거랑 이거랑 입어볼래?”
신나게 바나나를 먹어 치우는 숭이를 향해 방어구를 내밀었다.
이전에도 숭이는 장비를 착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기만 착용할 수 있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냉기가 서린 건틀릿이 그 장비다.
하지만 이제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수인의 형태가 되었기에 방어구 착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단 내가 입고 있던 장비인 아울베어 세트를 건네주었다.
“우끼!”
빠르게 방어구를 입은 숭이가 만족한다는 듯 이리저리 제 몸을 둘러보았다.
양 볼에 가득 들어간 바나나 때문에 볼이 빵빵했는데, 그 때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먹고, 천천히 둘러봐. 아무도 안 뺏어.”
“우끼!”
그래, 뺏을 이유도 없다.
나야 뭐, 방어구가 없는 삶이 익숙하다면 익숙하다. 한동안 방어구를 입지 않다가 잠깐 입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뒤에서 명령만 하는 나보다는 대신 싸워주는 숭이가 방어구를 입는 것이 더 현명하다.
아울베어 세트를 입은 숭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딱 여의봉만 쥐여주면 그건데.”
지금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협곡의 챔피언 중 하나인 오콩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메시아 길드가 공략 중인 크이케 후작령의 인던이 참으로 욕심이 났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그들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지금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보다 빠르게 그 인던을 찾아갈 방법은 없다는 소리다.
“다음은 범이의 진화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범이는 오크 부락 한두 개만 더 쓰러뜨리면 진화할 것이다. 그러니 범이의 진화를 위해 사냥을 이어가야 한다.
“그전에 바뀐 숭이의 위력 한번 봐볼까?”
나는 숭이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이름 : 숭이
등급 : 유니크
계열 : 동물계
레벨 : Lv.500
스텟 : 근력550 민첩700 체력600 지식200 지혜20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 몬스터 ‘숭이’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700 달성.
2. 고유 특성 ‘분신술’ 개방.
3. 고유 특성 ‘분신술’을 이용해 보스 몬스터 처치 0/10
일단 스텟만 해도 두 배 이상 올라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성장 조건이다.
나는 서머너 킹이기에 성장이나 진화 조건을 미리 알 수 있지 않은가? 그 덕분에 지금 숭이가 익힐 고유 특성이 뭔지까지 알 수 있었다.
“후후, 분신술이라…….”
이쯤 되면 진짜 건틀릿이 아니라 여의봉으로 무기를 바꿔 주고 싶다.
홀로 장밋빛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 있을 무렵, 또 하나의 오크 부락을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한 오크 부락은 소규모였다.
해 봐야 얼마 안 되는 숫자여서 숭이를 불렀다.
“숭이야.”
“우끼.”
“진화했으니 한번 날뛰어 보자.”
“우끼끼!”
내 말에 맡겨만 달라는 듯 그대로 앞으로 뛰어가는 숭이였다.
숭이가 작은 목책을 향해 주먹을 말아 쥐고는 공격할 자세를 잡았을 때였다.
- 소환수 ‘숭이’가 스킬 ‘번개 펀치’를 습득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창.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천둥소리와 함께 한 줄기의 번개가 숭이의 주먹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우르르, 콰앙!
떨어진 번개는 주변을 초토화하려는 듯 강력했다.
그 번개는 그대로 소멸하는 것이 아닌 사방에 스파크를 튀게 하였고, 주변에 있던 오크를 마비시켰다.
- 소환수 ‘숭이’가 스킬 ‘번개 펀치’를 사용했습니다.
- ‘번개 펀치’ 스킬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적이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 오크가 마비되었습니다.
- 오크가 마비되었습니다.
- 오크가 마비되었습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
그 위력에 나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전기 통구이 각 섰네.”
아무래도 소환수들이 먹을 음식 중 새로운 메뉴가 추가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