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화
#202
가장 먼저 달려 나가는 것은 쓰랄의 오크 부대다.
“쓰랄!”
“대족장을 위하여!”
내 부름에 쓰랄이 전투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스킬이 발동되었다.
- 소환수 ‘쓰랄’이 스킬 ‘파이어 볼’을 캐스팅합니다.
쓰랄의 지팡이에서 파이어 볼이 만들어졌고, 눈앞의 오크 부족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콰아앙!
파이어 볼이 오크 부락을 지켜주는 목책을 그대로 박살 냈다.
폭발 탓에 시뻘건 불길이 솟아올랐고, 주변 목책은 물론이고 오크의 조잡한 움막을 하나씩 불태우기 시작했다.
“습격이다! 취익!”
“적을 막아라! 취이익!”
오크들이 특유의 거친 콧바람을 내뿜으며 움막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움막의 개수만 해도 마흔 개는 넘었는데, 그곳에서 두 마리씩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여든 마리가 넘는 오크였다.
오크의 수가 생각보다 많음에도 쓰랄이 부리는 오크 부대는 전혀 꿀릴 것이 없다는 듯 거친 콧바람과 함께 포효했다.
“위대한 대족장을 위하여! 취이익!”
몰려오는 수많은 오크를 상대로도 전혀 겁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전열을 갖춘다. 나는 그대로 손을 들었다.
그 신호를 본 로빈후드가 외쳤다.
“장전!”
로빈후드와 백 마리의 스켈레톤 아처의 손가락에 화살이 들렸다.
그 화살은 순식간에 활에 걸렸고,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와 함께 화살을 쏠 준비를 마쳤다.
두두두두두.
오크들은 시뻘건 눈으로 지면을 두드리며 달려왔다.
[튼튼한 어금니 부족 오크 Lv.512]
[튼튼한 어금니 부족 오크 Lv.526]
[튼튼한 어금니 부족 오크 Lv.509]
오크의 레벨이 보였다.
정예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에게선 경험치와 전리품을 얻을 뿐이었다.
스윽.
나는 그대로 팔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로빈후드가 외쳤다.
“쏴!”
백 개 하고도 하나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았다.
날카롭게 날아가는 소음과 함께 햇살에 화살촉이 반짝이는 것도 잠깐이었다.
순식간에 화살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괴성이 들려왔다.
“크악!”
오크도 비명을 지를 땐 특유의 거친 콧바람을 뿜어내지 않는다.
그 경우는 치명적인 부위를 맞았을 때의 경우지 보통의 오크는 그 고통을 참아내며 더욱 맹렬하게 달려든다.
“튼튼한 어금니 부족을 위하여! 취익!”
“취익! 취익!”
가장 선두로 달려드는 오크는 한쪽 팔과 허벅지에 화살이 박혔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달려들었다.
전열에 있는 쓰랄 부대에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지금부터는 피를 튀기는 전투가 시작될 것이기에 나는 외쳤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 스킬 ‘혼돈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에 있는 대상 중 적이 혼돈에 빠져 공격력이 30% 하락합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 스킬 ‘망각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크리티컬 확률을 30% 상승시킵니다.
주르륵 올라오는 시스템창.
우리 진형 한가운데 만들어진 치유의 토템이 모습을 보이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두 환수였다.
“냐아앙!”
“아우우!”
범이와 백랑의 울음소리. 그리고 동시에 둘의 고유 특성이 발휘되었다.
- 소환수 ‘범이’가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 소환수 ‘백랑’이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순식간에 덩치를 부풀린 범이와 백랑이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오크 따위는 산채로 씹어 버리고도 남을 커다란 주둥이가 오크 한 마리씩을 그대로 씹어 삼켰다.
우드득! 우드득!
백랑과 범이의 입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소환수 ‘범이’가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 ‘범이’가 오크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300,000을 획득합니다.
범이가 사냥에 성공했듯 백랑도 똑같은 내용의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퉤!
범이와 백랑의 입에서 오크가 뱉어졌다.
날카로운 이빨에 의해 전신에 구멍이 뚫린 오크의 시체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에 미친 듯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던 오크가 일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것을 알리는 콧바람이 들려왔다.
“취익?”
그 콧바람이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범이와 백랑이 거대한 앞발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콰앙!
앞발에 맞은 오크 두세 마리가 그대로 짓밟혀 죽어갔다.
오크의 초록색 피가 지면을 적셔 갔고,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장기는 눈가를 절로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오히려 힘을 내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캬락!”
“우끼!”
가직스와 숭이가 그대로 멍하니 있는 오크를 향해 각자의 스킬을 사용했다.
- 소환수 ‘가직스’가 스킬 ‘가시 방출’을 사용합니다.
- 소환수 ‘숭이’가 스킬 ‘로우킥’을 시전합니다.
- 추가 데미지가 400% 상승합니다.
퍼버버벅!
퍼억!
가직스와 숭이의 공격에 두 마리의 오크가 아무것도 못 하고 죽었다.
가직스와 숭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눈앞의 오크를 바라보았고, 그런 그 둘을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생겨났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했습니다.
- 10분간 덩치가 커집니다.
-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팅고.
순식간에 덩치를 키운 팅고가 그대로 점프해 오크들 한가운데 떨어져 양 주먹을 번쩍 위로 들었다가 땅을 내려쳤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대지 강타’를 사용했습니다.
- 대지 강타 스킬의 영양권에 있는 모든 적이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 오크가 기절합니다.
- 오크가 혼란스러워합니다.
- 오크가 넘어집니다.
수많은 오크가 상태 이상에 걸림과 동시에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무심이 그런 오크의 목숨을 거둬갔다.
“하찮구나. 짐의 상대로 이런 오크 따위는 너무나도 하찮구나.”
입으론 불평불만이 가득한 말이 뱉어졌지만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스컬 대검을 휘두른다.
서서서서걱.
그의 사정거리 안에 있던 수많은 오크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며 장기와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지면과 살아 있던 동족의 몸을 적셨고, 그 자리에서 스켈레톤이 만들어졌다.
- 스컬 대검의 패시브가 발동합니다.
- 스컬 대검에 죽은 자를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겔겔겔겔.
살아 있을 적의 오크 모습 그대로의 스켈레톤이 만들어졌고, 굳어 있는 오크를 향해 다가갔다.
“좋아.”
나는 만족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은 고작 1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일어났다.
눈앞의 오크가 전부 공포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는 곧 사냥이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으로 끝나 버렸다.
“취익! 건방진 인간과 불경스러운 것들이구나!”
갑자기 저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엔 이 부락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오크 족장이 보였다.
[튼튼한 어금니 부족 오크 족장 Lv.712]
무려 700레벨이 넘어가는 오크 족장.
그런 오크 족장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두개골을 잔뜩 매달고 있는 지팡이를 지면으로 쿵 하고 새게 찍었다.
“취익! 위대한 오크의 신이여! 취익! 아이들을 지켜주소서!”
그와 동시에 오크 족장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기도문을 읊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공포로 잠식되었던 오크의 눈빛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공포를 이겨낸 눈동자는 다시 투쟁심으로 바뀌었고, 그대로 우리를 향해 거친 콧바람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취익!”
“취익! 튼튼한 어금니 부족을 위하여!”
다시 투쟁심이 돌아온 오크들이 우리를 향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진짜 싸움이 일어나는 순간, 나는 두 곳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쓰랄, 저거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오크 족장이 사용하는 주술. 쓰랄이 저걸 익힌다면 성장할 것이다.
그걸 나만 느낀 것이 아닌지 쓰랄이 오크 족장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 족장과 비슷한 언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쓰랄이 주술을 익힐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데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쓰랄’이 주술을 목격했습니다.
- 첫 목격 보너스로 주술 스킬 하나를 익힐 수 있습니다.
- 주술을 선택하세요.
시스템창이 떠 오름과 동시에 사라졌고, 내 눈앞에 백 개의 구슬이 나타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어우야! 감사합니다!”
나는 기뻐하며 손을 뻗었다.
- 소환수 ‘쓰랄’의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 스킬을 익혔습니다.
- 레전더리 주술 ‘용맹의 기도문’을 익혔습니다.
첫 주술부터 레전더리가 나와 기쁜 마음도 잠시, 그 자리에서 외쳤다.
“쓰랄, 용맹의 기도문.”
“취익!”
쓰랄이 거칠게 콧바람을 뿜어내더니 그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위대한 대장으로 가는 길!”
- 소환수 ‘쓰랄’이 주술 스킬 ‘용맹의 기도문’을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의 더욱 용맹하게 싸웁니다.
- 공격력이 100% 상승합니다.
-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 공포 내성이 생깁니다.
쓰랄의 기도문이 시작됨과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와…….”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공격력과 방어력, 그것도 모자라 공포 내성까지. 어떻게 보자면 상당히 만능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쩝, 진짜 내가 할 일이 더 줄어드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입가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정말로 내가 할 일이 줄어들었다.
내 소환수가 알아서 잘 사냥한다는 소리고, 나는 진짜 뒤에서 꿀 빨면서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면 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환사의 모습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환사는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소환수로 모든 것이 해결이 가능한 소환사이다.
“이제 마지막 퍼즐의 한 조각은 역시 그건가?”
그 퍼즐은 다름 아닌 알아서 도축해 주는 소환수.
과연 그런 소환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고 한다면 무슨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얻어낼 생각이다.
홀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취익! 이놈들!”
오크 족장이 상당히 분노했는지 거칠게 소리쳤다.
사냥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저 오크 족장을 비롯해 주변 호위병으로 보이는 오크만 사냥하면 끝난다.
“숭이!”
“우끼!”
“혼자서 족장 사냥해. 믿는다.”
“우끼! 우끼끼!”
제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때리며 맡겨만 달라는 숭이였다.
그래도 오크 족장을 향해 달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에 나는 계속해서 지시했다.
“범이, 백랑, 팅고. 숭이가 날뛸 수 있게 주변 정리.”
“충!”
“냥!”
“컹!”
내 부탁에 숭이를 뒤따라 움직이는 셋이었다.
“그럼 나도 시작해 볼까?”
나는 허리를 굽히며 외쳤다.
“도축.”
- 오크를 도축합니다.
- 오크 어금니를 획득합니다.
도축만큼은 나 혼자만 가능한 일이니 일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 도축 중이던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숭이’가 ‘튼튼한 어금니 부족 오크 족장’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0을 획득합니다.
- 숭이의 진화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숭이가 진화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