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01화 (201/275)

제201화

#201

환수계를 다녀온 지 삼 일이 흘렀다.

“포획!”

빛과 함께 눈앞의 오크 한 마리가 내 소환수창에 등록되었다.

“오크 소환, 이름은 30호.”

내 외침에 시스템창에서 오크의 이름이 정해졌다는 것을 알려왔고, 충성도가 올라갔다.

이번 오크의 충성도는 99%, 한 번에 100%가 되면 좋기는 하나 지금 잡은 오크 30호에겐 큰 의미가 없다. 개체값이 30%밖에 안 되는 것도 있었지만, 진화나 성장 자체도 불가능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현대사회의 전쟁터라면 총알받이 역할로 쓸 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포획하는 이유가 있다.

“쓰랄 군단에 오크 30호 편성.”

- ‘쓰랄 군단’에 ‘오크 30호’를 추가로 편성합니다.

- 대장 ‘쓰랄’과 ‘오크 30호’의 유대감이 상승합니다.

“신병 받아라!”

“취익!”

내 말에 오크가 커다란 콧바람을 일으키며 쓰랄을 향해 달려갔다.

쓰랄은 달려오는 오크를 바라보다 들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쿵 하고 찍더니 그대로 소리쳤다.

“환영한다. 위대한 대족장을 위한 용맹한 전사가 되기를 바란다.”

“취이익!”

쓰랄의 환영에 기뻐하는 오크였다.

나는 그것을 보며 슬쩍 웃었다.

그러곤 쓰랄의 성장 조건을 바라보았다.

- 오크 주술사 ‘쓰랄’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499/500

2. 주술을 이용해 전투에 승리해라. 0/10,000

이미 첫 번째 조건인 500레벨까지는 1레벨 남았다.

레벨이야 시간만 더 투자하면 올라가기에 문제가 없다. 다만 두 번째 조건을 아직도 단 하나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주술이라…….”

쓰랄은 애초에 저 주술이라는 것을 익히지 못했다.

“문제는 쓰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지금 범이, 팅고, 숭이, 피온이 500레벨과 진화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저마다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 환수 ‘범이’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499/500

2. 2차 진화 달성 완료

- 몬스터 홉 고블린 나이트 ‘팅고’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499/500

2. 보스 몬스터에게 치명적일 일격 날리기 10/10

3. 보스 몬스터에게 최후의 일격 날리기 1/10

- 몬스터 ‘숭이’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499/500

2.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몬스터 천마리 처지 1,000/1,000

3.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보스 몬스터 처치 0/1

일단 차근차근 뜯어보자면 당장 진화가 가능한 것은 범이다.

레벨만 달성하면 해결되는 문제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이미 2차 진화는 달성했으니 말이다.

팅고의 경우, 보스 몬스터에게 최후의 일격 날리기인데,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푸티나 산맥, 거대한 산맥으로 수많은 오크 족장이 필드 보스 몬스터로 등장하는 산이기에 아홉 개의 중간급 부락만 무너뜨리면 해결된다.

숭이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빠르게 아홉 개의 부락을 무너뜨리면 된다는 거지.”

그렇게만 한다면 내 소환수의 진화 작업은 전부 끝난다.

아, 물론 피온이는 열외다.

피온이는 샌드 스콜피온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막 지형이 필요하다.

피온이의 사냥 방식은 모래 속으로 숨어들어 자유롭게 이동하며 지상 위에 있는 적을 아래에서 덮치는 방식인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푸티나 산.

모래가 없는 이곳에서 피온이는 쓸모가 없다는 소리다.

“쩝, 그래도 경험치는 먹여야겠지?”

일단 개체값은 낮지만, 이동 수단으로 유용한 녀석이니 말이다.

옛 바스티아 제국의 황궁이 있던 폐허에서 딱딱한 바닥을 이동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조금은 익숙해졌으니, 짐꾼 역할이라도 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진화를 했는데 더 유능해지면 좋은 일이고, 사막 지형에 특화되면 사막 지형에 갔을 때 꺼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피온이를 불러 조심히 있으라고 말해 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빈후드가 있는 곳으로 쪼르르 간다.

둘은 환수계에 다녀온 이후 부쩍 친해졌다.

특히 가장 재밌는 것이 하나 있다. 피온이가 산속에서 이동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등에 로빈후드를 태운 상태에서 말이다.

“캬!”

피온이가 여러 개의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로빈후드의 곁으로 다가간다.

“오늘도 함께하세! 동료여!”

“캬!”

로빈후드의 외침에 피온이가 기분 좋게 외친다. 그와 동시에 둘은 바로 전투 준비에 돌입한다.

로빈후드가 피온이 등 위에 올라탔고, 피온이는 그의 등을 꼬리로 받쳐 든든하게 지지해 주고 이동 수단이 되어준다.

첫날에는 피온이가 거칠게 움직여 로빈후드의 화살이 적을 맞히는 게 어려웠다.

로빈후드가 등 위에서 침착하게 조준하면 빠르게 이동하여 그걸 흩트려 버렸고, 그때마다 로빈후드는 침착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으로 조금씩 호흡을 맞춰갔다.

그 결과 현재, 안정적인 이동으로 로빈후드의 기동력을 상승시켜 주었다.

“쩝, 원래는 내 전용인데…….”

나는 멀어져 가는 둘을 아깝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둘이 사이가 좋아서 붙어 다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려니 해야지.

오히려 잘된 거다. 내 소환수끼리 유대감이 깊어진다는 것이니 말이다.

내 소환수의 부모 된 도리로 기특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나마 잠깐 둘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군주여, 저기 앞에 오크 부락이 보인다. 상당히 커다랗다.

나는 오버로드의 보고에 전투 맵을 띄웠다.

“오, 그러네. 이 정도면 족장도 있겠는데? 한 번 찾아봐.”

- 알겠다.

나는 오버로드의 시선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었다.

이제 오버로드는 내 말을 잘 따른다.

처음에는 뭐 아무것도 모르고 중간계로 끌려와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따랐지만 얼마 가지 않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살짝 반항을 했었다.

그런 오버로드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두 개였다.

하나는 루이즈가 직접 부탁하는 것이다.

오버로드는 변태 속성을 가지고 있고, 루이즈는 여왕님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루이즈의 부탁이라면 그 자리에서 죽는시늉이라도 할 녀석이었기에, 나름 통제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먹을 것이었다.

놀랍게도 환수계나 마계에 있을 때는 먹을 것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간계인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에서는 먹어야지만 생존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오버로드는 열량이 높은 고기 위주의 식단을 먹어야 했다.

채소 하나 없는 순수 육식 식단이라 밥값이 만만치 않게 들게 되었지만, 오버로드의 능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뭐, 그렇게 삼 일이 지나고는 알아서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주변을 정찰하며 나에게 계속 보고해 주었고, 휴식 시간에 찾아와 루이즈의 품에 안겨 육식 위주의 식단으로 배를 채웠다.

그래도 밥값은 확실하게 한다.

- 군주여. 한 놈 보인다.

“좋아. 전부 그쪽으로 이동.”

나는 전투 맵을 통해 지금 오버로드가 발견한 곳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했고, 그 명령에 각자 사냥 중이던 소환수가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불렀는가?”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무심이었다. 그와 범이와 백랑, 팅고, 가직스, 숭이가 함께한다.

이들은 무심 군단으로 분류했는데, 무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요청은 무심이 팅고와 다른 소환수를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때?”

“확실히 재능이 있네. 그리고 배우려는 열정도 있더군.”

무심은 마치 똑똑한 제자를 두고 칭찬하는 스승의 얼굴이었다.

마치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한 눈빛이었는데, 특히 팅고가 상당이 흡족스러운 듯 입가에 미소도 그려져 있었다.

“모두가 재능이 있어. 어떻게 이런 아이들만 데리고 있는지 자네의 눈썰미가 상당하군.”

그와 동시에 무심이 사흘 동안 저들과 함께하며 느낀 점을 나에게 말해 주었다.

팅고는 확실히 방패를 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전에 방패를 들고 있던 습관이 남아 있기에 오히려 전투할 때마다 움찔거리는 것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파티에서 팅고 말고 탱커 역할에 어울리는 존재도 없기에 이번 기회에 완전히 탱커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범이와 백랑의 경우 딱히 무엇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둘 다 워낙 뛰어난 혈통을 가진 존재라서 그런지 머리가 똑똑하고 힘도 강력해 그대로 키우면 된다고 한다.

다만 숭이와 가직스가 문제라고 한다.

로우킥을 배운 숭이는 확실히 쓸 만하지만 메인 딜러로는 부족한 수준이고 서브 딜러 자리도 간당간당하다.

하지만 가직스는 지금 우리 중 가장 약한 존재라고 한다.

도약과 함께 등 뒤에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것은 좋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렇다 할 특별한 스킬이나 공격 수단이 없는 이상, 조만간 활약을 못 할 것이라고 한다.

“괜찮아.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나…… 얼른 해결해야 하네.”

무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진화나 성장을 하면 앞으로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조건이 까다로워서 문제다.

그래도 시간과 노력으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니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된다.

그사이, 남은 두 군단이 도착했다.

“저희 왔습니다. 주군.”

“캬!”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로빈후드와 피온이의 스켈레톤 아처 부대와 쓰랄의 오크 부대까지 도착했다.

지금 로빈후드의 스켈레톤 아처 부대의 숫자는 총 100마리.

푸티나 산맥에서 사냥을 시작하고 스켈레톤 아처 부대부터 100마리를 편성시켰다.

굳이 백 마리를 맞춘 것은 나중에 쓸모가 없어지면 합성을 통해 다시 한번 사용할 기회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그 덕분에 쓰랄의 오크 부대의 숫자는 이제 겨우 서른 마리를 넘겼다.

내 기존 소환수에 열한 마리에 스켈레톤 아처 백 마리, 오크 서른 마리까지 총 141마리의 소환수가 모여들자 지금 있는 장소가 좁아 보였다.

“자, 저길 넘으면 오크 부족이 있다. 가서 쓸어 버리면 돼.”

팅고가 대답을 하려다가 내가 손을 드는 바람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그 아무것도 모르던 녀석이 이렇게나 성장하다니…….’

처음 팅고를 얻었을 때 어땠는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며 키워낸 녀석이다.

그저 본능에 충실해 전투에 미쳤던 팅고에게 싸우는 법을 비롯해 방어하는 방법과 각종 아이템을 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눈치라는 것을 가지고 입을 다물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니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감동은 천천히 새도 늦지 않으니 한 마디만 더 했다.

“이번 오크 족장은 숭이가 잡는다. 다른 이들은 절대 도와주지 마.”

그래.

이번 보스 몬스터의 사냥 기회는 숭이다.

숭이는 한 번만 잡으면 되니 말이다.

“우끼끼끼!”

내 선택이 마음에 들었는지 숭이가 포효했다.

숭이는 당당하게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남은 소환수 모두가 그 자리에서 전투 준비를 마쳤다.

“그럼 가자.”

백 마리가 넘는 내 소환수가 오크 부락을 향해 달려들었다.

“와아아아아!”

전투를 알리는 거친 포효와 함께 사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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