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화
#200
내가 미X놈 바라보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버로드가 뜨끔했는지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 강력함을 보여라. 그렇다면 따르겠다.
어이없다 못해 황당했다. 이제 와서 저렇게 무게를 잡고 말을 한다고 해서 아까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지금 저 모습 때문에 더 만만하게 보인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오버로드가 저리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본인의 강력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금 뿜어내는 기운을 생각하면 700레벨 이상, 아니, 거의 만렙에 가까운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이곳이 환수계인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강력함은 나중에 모든 성장을 마쳤을 때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 이곳에서 발견했을 때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한 불사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간계로 가면 연약해진 모습으로 변한다.
이곳 환수계에 오자마자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는 그대로 놀러 가 버리지 않았는가? 오버로드도 비슷한 경우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 자, 어떻게 할 것이냐?
내가 고민하자, 더욱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말하는 오버로드.
사실 이런 고민이나 생각을 할 필욘 없다. 저 오버로드를 굴복시킬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
완전한 포획.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는 성공률 100%의 포획 스킬이 있는 이상 눈앞의 오버로드는 충분히 포획할 수 있다.
다만 그냥 포획하는 게 좀 마음에 안 들었다. 저 시건방진 모습과 말투가 말이다.
“힘으로 증명하라 이거지? 한번 해 보자고.”
나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 응?
내 당당함과 자신감에 의아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오버로드.
그런 놈에게 나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시간이었다.
“왕의 위엄.”
- 고유 특성 ‘왕의 위엄’을 발동합니다.
- 서머너 킹보다 낮은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영혼 깊숙이 세깁니다.
시작부터 고유 특성을 사용하는 것으로 눈앞의 오버로드와 나라는 존재의 격차를 느끼게 해 주었다.
- 응? 이게 무슨!
경악한 듯한 오버로드의 목소리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눈높이 교육.”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 환수 ‘오버로드’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 포획 확률이 상승합니다.
여기까지는 나라는 캐릭터의 격을 느끼게 해 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신적인 격차이자 영혼의 격을 느끼기에 해 주는 것이다.
이제 물리적인 내 강력함을 보여줄 시간이다.
“루이즈.”
“응, 주인님.”
“잠깐 들어가 있어.”
내 말과 함께 루이즈는 모습을 숨겼고, 나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서먼 스피릿.”
- 스킬 ‘서먼 스피릿’을 사용했습니다.
- 동기화시킬 소환수를 설정합니다.
- 소환수 ‘루이즈’를 선택합니다.
- 능력치의 50%가 추가됩니다.
루이즈와 하나가 되어 단숨에 능력치가 상승했다.
이전의 루이즈가 아닌 한차례 성장을 통해 강력해진 루이즈와 나의 스텟이 합쳐졌다는 소리다.
“상태창.”
이름 : 시저
직업 :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 백작의 작위 외 37
레벨 : Lv.500
스텟 : 근력504(+274)(+360) 민첩500(+274)(+270) 체력504(+274)(+300) 지식500(+274)(+250) 지혜500(+274)(+250) 통솔력MAX
Hp : 107,800 Mp : 102,400
모든 스텟을 다 합치면 레벨 1,000을 훌쩍 넘는 스텟이다.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나의 기운이 오버로드를 향해 쏟아졌다.
- 으으으…….
오버로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뿜어내는 기운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기에, 엄청난 압박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 증거로 오버로드 주변의 지면이 조금씩이지만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대로 아래로 푹푹 꺼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가장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소환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시저 자네의 능력을 얕잡아 본 것 같군. 기회가 되면 대련 한 번 부탁하고 싶군.”
마치 호승심이라도 생긴 듯한 무심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오버로드에 집중해야 하기에 대답하지 않고 오버로드를 바라보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내가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남은 마지막 하나를 꺼내 들었다.
“완전한 포획.”
- 환수 ‘오버로드’를 포획했습니다.
소환수창에 등록된 오버로드는 보고는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서먼 스피릿을 해지했다.
해지와 동시에 다시 루이즈가 모습을 드러냈고, 나에게 매달리며 재촉했다.
“얼른 오버로드 한번 꺼내 보자.”
안 그래도 궁금하다. 과연 오버로드가 어떻게 변했을지 말이다.
“오버로드 소환.”
내 부름과 함께 눈앞에 오버로드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 오버로드
등급 : 레전더리
계열 : 환수.
레벨 : Lv.500
고유 특성 : 시야 공유
스텟 : 근력500 민첩500 체력500 지식500 지혜500
충성도 : 50%
성장 가능
진화 가능
상태창을 바라본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개체값 99%면 저 정도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네.”
사실 엄청나게 만족스럽다.
고유 특성에 저 정도 스텟, 거기에 성장과 진화까지 가능한 녀석이니, 충분히 기뻐해도 될 법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 이, 이게 무슨…….”
오버로드가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원래 기본색이 보랏빛인 걸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인데, 그만큼 충격을 받은 것이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이름은 오버로드라고 부르면 되겠지?”
눈앞에 이름을 정하는 시스템창이 요란하게 떠 올랐지만, 그 이름에 대한 만족이나 거절의 의사는 없었다.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인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것 같고, 충성도 또한 그대로였다.
그런 오버로드를 향해 루이즈가 다가갔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안 그래도 한 마리 키워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그러곤 오버로드를 품에 안고는 쓰다듬기 시작했다.
거의 팔뚝만 한 크기, 따지고 보면 범이나 백랑만 한 크기였는데 특별한 점이 있다면 허공에 둥둥 떠 있다는 것이다.
그대로 루이즈의 품에 안겨 쓰다듬어 주니 방금까지 좌절하던 것을 잊어버리고는 기분 좋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살짝 얼굴 부근이 붉어진 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오버로드의 고유 특성이나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버로드의 스킬창을 확인했다.
[시야 공유 Lv.1]
등급 : 레전더리
패티브 스킬.
- 오버로드가 보고 있는 시야를 공유합니다.
- 공유한 시야는 소환사의 눈으로 투명하게 표기됩니다.
- 오버로드가 보지 못한 곳은 표기되지 않습니다.
뭐라 할까, 딱 정찰병으로 어울리는 스킬이다.
따지고 보면 천리안과 비슷한 스킬이기에 나쁘지 않은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내 시야에 투명하게 표기되니 방해 요소는 있겠지만 나쁘진 않다.
그리고 오버로드는 허공에 떠다니는 환수다. 공중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 오히려 전장을 바라보는 시야는 더욱 확실할 것 같았다.
“좋아. 좋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만족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로써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웠다는 생각으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였다.
띠링.
갑자기 울린 시스템창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시스템창이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오버로드의 고유 특성이 공명합니다.
- 사용자의 ‘전투 맵’ 스킬과 어우러져 새로운 스킬로 성장합니다.
- 오버로드의 고유 특성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시야 공유 Lv.MAX]
등급 : 레전더리
패티브 스킬.
- 오버로드가 보고 있는 시야를 공유합니다.
- 공유한 시야는 스킬 ‘전투 맵’에 공유합니다.
- 오버로드가 보지 못한 곳은 표기되지 않습니다.
“와…… 미쳤네.”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부족하던 스킬이 좀 더 완벽해졌다. 그것도 엄청나게 편의성이 좋게 말이다.
“이것만 해도 어지간한 대형 길드에선 모셔갈 수준을 넘어섰네.”
오버로드와 전투 맵 스킬, 이 두 가지만 해도 아마 최소 수십억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다.
아마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나를 영입하고 싶어 돈다발을 들고 찾아올 이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물론 난 가입할 생각이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딱히 받고 싶지도 않다. 이미 충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와 어깨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얼른 돌아가서 써 볼까?”
전신이 근질근질한 게, 얼른 저 스킬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쉬었다가 가겠다는 생각으로 모두에게 휴식을 권했음에도 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안 것인지 무심이 말을 걸어왔다.
“이제 돌아가지 않겠는가? 너무 평화에 물들어 버리면 칼날이 무뎌진다네.”
“그럴까?”
“자네와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나는 칼날이 많이 무뎌졌네. 그러니 얼른 갈아야 하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무심에게 고마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무심은 당연하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와 대련도 해 주게나. 아까 자네의 강력함이라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발견할지도 모를 것 같아.”
무심은 아직 자신은 진정한 검의 끝을 가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나에게 열정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어…… 음…… 기회가 된다면…….”
나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저 진지한 눈빛과 열의를 보이니 거절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무심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진다는데 그걸 막을 이유도 없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움을 줘야 하는데, 문제는 내가 검술을 모른다는 거다.
아니, 정확하게는 검술은 알지만 스킬의 도움이 없다면 반쪽짜리 검사인 것이다.
“걱정 말게. 내가 가르쳐주지.”
무심은 오히려 나에게 검술을 가르칠 생각에 기쁜 듯했다.
상당히 피곤한 일을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일단 돌아가자.”
나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중간계로 돌아갔다.
* * *
푸티나 산맥으로 돌아왔다.
나는 도착과 함께 그 즉시 바로 내 소환수 전부를 꺼냈다. 그래 봐야 기존의 열한 마리의 소환수와 로빈후드의 스켈레톤 아처 부대다.
“자, 두 부대로 나눈다.”
나는 군단 스킬을 이용했다.
“군단 지정. 대장으로 무심 선정.”
- 소환수 ‘무심’을 대장으로 지정합니다.
- 대장과 소환사 간의 유대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 대장 아래 부대원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로빈후드와 스켈레톤 아처 1호부터 스켈레톤 아처 60호까지 부대원으로 지정.”
- 소환수 ‘무심’과 소환수 ‘스켈레톤 아처 1호’부터 ‘스켈레톤 아처 60호’까지 선택했습니다.
- 대장 소환수 ‘무심’ 아래로 편성됩니다.
- 군단의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무심 군단.”
- ‘무심 군단’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로써 한 부대를 만들었다.
원래라면 로빈후드를 대장으로 지정해 스켈레톤 아처 부대를 지휘하게 하겠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작전은 내가 없는 상황에서의 전투 방식이다.
그렇기에 무심에게 그들을 지켜주고, 지휘하도록 부대를 지정해 준 것이다.
“잘 부탁하지.”
“잘 부탁하겠습니다.”
다행히 둘 사이의 마찰은 없는 것 같다.
서로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어떻게 싸울지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부대를 만들어야 한다.
“군단 지정. 대장으로 루이즈 선정.”
- 소환수 ‘루이즈’를 대장으로 지정합니다.
- 대장과 소환사 간의 유대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 대장 아래 부대원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오버로드와 피이를 제외한 남은 모든 소환수로 지정”
- 소환수 ‘오버로드’와 소환수 ‘피이’를 제외한 모든 소환수가 선택되었습니다.
- 대장 소환수 ‘루이즈’ 아래로 편성됩니다.
- 군단의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루이즈 군단.”
- ‘루이즈 군단’이 생성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두 개의 부대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 즉시 명령했다.
“자, 가서 한바탕 날뛰어 봐.”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오크 부락 두 개가 있다.
작은 부락으로, 대충 오크 서른 마리 정도가 모여 사는 곳인데, 지금 내 전력으로 충분히 사냥하고 남을 수준이다.
두 부대가 알아서 나뉘어 두 개의 부락으로 향할 때 나는 오버로드를 바라보았다.
“시야 공유를 부탁하지.”
“알았다.”
오버로드는 내 부탁에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충격받은 모습은 사라지고 뭔가 딱딱한 분위기를 낸다. 아마 당분간은 저러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단은 두고 볼 생각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전투 맵 활성화.”
순식간에 내 시야에 새로운 창이 떠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 두 개의 창이 있었는데, 두 부대가 오크를 사냥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개 쩌네.”
앞으로의 전투가 더욱 편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