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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99화 (199/275)

제199화

#199

푸티나 산맥의 초입 부근.

평소라면 접속과 동시에 바로 사냥에 나서야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환수계 이동.”

접속과 동시에 환수계로 이동했다.

파아앗!

빛과 함께 도착한 환수계.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 때문인지 다들 놀란 얼굴이었다.

“후아, 오늘 하루는 사냥 때려치우고 여기서 쉴까?”

정말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호……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내가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니 무심이 있었다.

그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 만족한다는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컹! 컹!”

“냐앙.”

환수계에 처음 온 백랑이 신이 난 듯 크게 짖더니 그대로 환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범이는 그대로 식빵 굽는 자세를 취하더니 얼굴을 다리에 파묻고는 그대로 잠을 청했다.

“끼에륵.”

“우끼, 우끼.”

“캬락!”

“그래, 그래. 평화로운 곳이야.”

언제나 그렇듯 만담이라도 나누는 듯한 팅고, 숭이, 가직스, 쓰랄이 무심 근처에 서서는 한가로운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아무런 적의 낌새가 없습니다. 아주 평화로운 곳이군요. 주군.”

언제나 활에 화살을 메기고 주변을 경계하는 로빈후드마저도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홀로 불안에 떨고 있는 피온이를 손으로 쓰다듬어 안정시키며 주변을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피이!”

피이는 오랜만에 온 환수계가 반가운지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러곤 평소의 작은 모습이 아니라 원래의 덩치로 돌아가더니 어디론가 날아갔다.

피이! 피이! 하는 소리가 여럿 들리는 것을 보니 이전에 내가 데려갈 때 있었던 가족인지 동료인지 모르지만,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 한쪽에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이즈가 내게 기대며 말했다.

“마계랑 전혀 다른 분위기지만, 뭔가 안정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기분 좋은 곳이긴 해.”

평소와 다르게 루이즈도 편안해 보였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와 동시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환수계 방문은 사실상 시기가 많이 늦었다. 원래라면 한참 전에 왔어야 했다.

보름 정도 늦었다.

하지만 내가 굳이 빨리 오지 않았던 것은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애들로도 사실상 벅차긴 하니까.’

사실 지금 내 주력 소환수의 숫자만 따져도 상당하다.

처음 얻은 범이를 시작으로 마지막으로 무심까지 벌써 열한 마리다.

이 중에 대화가 통하는 애들도 있고, 대화는 아니지만, 심적으로 대화가 통하는 소환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거다.

환수계에 올 수 있음에도 계속해서 시기를 미룬 이유는 또 하나의 소환수를 추가해도 감당이 될까 하는 이유였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지만 말이야.’

그렇다. 원래 계획과 다르게 작전이 변경되었다.

처음 푸티나 산맥을 향할 때 내 계획은 느긋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며 동부 지방을 한 바퀴 돌아 숨어 있는 인던을 발견해 전부 독식하는 것이었다.

대충 두어 달을 바라보는 계획이었고, 목표 레벨은 600 정도였다.

하지만 두 퀘스트 때문에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나타난 오크 부족을 조사하는 메인 퀘스트와 드워프 왕국을 구원하는 서브 퀘스트 때문이다.

사실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고민된다.

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메인 퀘스트와 지금도 힘들어하는 드워프를 위한 서브 퀘스트.

단지 이름을 따지고 비중을 둔다면 메인 퀘스트를 먼저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서브 퀘스트도 만만치 않은 비중을 가지고 있다.

‘일단 부딪쳐 봐야겠지만…….’

중요한 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거나 직접 가 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부터는 대규모 전투가 계속 일어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미니 맵을 통해 계속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하며 전투를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소리다.

“그런 일에 도움이 되는 소환수가 있을 리가 없겠지만 말이야.”

나는 나지막이 웃었다. 내가 바라는 소환수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능력을 갖춘 소환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기대를 지울 필요는 없다.

천리안이라는 레전더리 스킬을 가진 유저가 있다. 말 그대로 천 리 안에 일어나는 일들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며, 그것을 다른 이에게 말해 줄 수 있는 스킬이다.

이 스킬은 단순히 전투 중이 아니라, 전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능했다.

적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 수 있게 해 주며, 적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전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이라는 소리다.

거기에 전투 시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보고하고, 조치도 할 수 있으니 유능함에서 더 설명하자면 입만 아프다.

그런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면 푸티나 산맥을 통과하며 사냥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뜩 아까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곤 결심했다.

“지금 푹 쉬어둬. 조금 이따 돌아가면 죽어라 전투만 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야.”

내 말에 모두가 각자 편한 자세를 취하고는 휴식에 들어갔을 때였다.

“끼잉…….”

백랑이 귀와 꼬리가 축 처진 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가 그리 시무룩한지 참으로 안쓰럽다 못해 서글픈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환수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자 시무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큭. 아무도 안 반겨줘서 그러는 거야?”

“끼잉…….”

“이리 와라. 같이 가자.”

그대로 백랑을 품에 안았다.

녀석은 품에 안겨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편하게 앞을 바라본다. 앞발로 내 팔을 지지대 삼아 매달려서는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마치 나와 주변을 돌아볼 것이 기대되었는지 엄청나게 신난 모습이다.

“짖으면 안 돼. 그냥 보기만 해야 한다.”

“컹!”

내 말을 이해했다면 짖지 말았어야 할 백랑이지만, 일단 아직 움직이지는 않았으니, 슬쩍 웃으며 앞으로 걸었다.

한 달하고도 보름 만에 방문한 환수계는 여전했다.

평화와 공존이 가득한 세상.

아마 이곳을 정의하자면 그런 세상이 아닐까 싶다.

끼리끼리 모여 있는 환수도 있지만, 종류가 다른 환수끼리 뭉쳐 있기도 하다.

대부분이 나를 향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뭐라 할까.

내가 놀이동산의 광대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나에게 보내오는 환수들의 눈빛이 적대적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흠…….”

일단 주변을 둘러보니 마음에 드는 녀석이 없다.

내가 바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개체값이 별로라는 소리다.

지금까지 백여 마리가 넘는 환수를 보았지만, 개체값이 90%가 넘는 녀석이 없었다.

중간에 높은 개체값을 가진 환수를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며 다가갔지만, 알고 보니 피이 녀석이었다.

“피이!”

피이의 눈빛은 매서웠다.

오랜만에 좋은 시간 보내고 있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듯했고, 나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비켜줘야만 했다.

아무튼 좋은 환수가 없기에 평소보다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몇 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휴식 겸 여기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으니 굳이 조급할 이유가 없다.

한 마리를 데려가더라도 좋은 녀석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기에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다.

그렇게 환수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환수의 숫자는 점점 줄어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앞에 있던 환수들보다 개체값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르르…….”

지금까지 기분 좋아 꼬리를 흔들던 백랑 녀석이 꼬리를 세우곤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적이라도 눈앞에 둔 듯 잔뜩 경계한다.

“왜 그래?”

지금까지 착하게 잘 있던 녀석이 갑자기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백랑은 으르렁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어느 순간 내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환수가 단 한 마리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주변의 광경이 바뀌었다.

“응?”

무슨 일이지 싶어 내가 당황하는 사이 갑자기 빛이 일어나더니 저 멀리서 쉬고 있어야 할 소환수 모두가 내 옆으로 나타났다.

“주인님?”

루이즈가 대표로 지금의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무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앞에 강력한 존재가 있다.”

무심이 자연스럽게 무기를 꺼내 들었고, 다른 소환수 모두가 순식간에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존재를 볼 수 있었다.

- 뭐지? 이곳에 인간이 나타나다니.

오히려 나보다 더 당황한 듯한 목소리.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내가 더욱 당황하였다.

“오버로드?”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대군주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한 녀석이다.

다만 생긴 것이 오리지널의 기괴한 모습이 아니라 카붓 모드의 귀여운 형태로 말이다.

자세하게 뜯어보면 생긴 것이 미묘하게 다르며 크기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 진짜 오버로드네. 마계에서도 보기 드문 녀석인데.”

루이즈가 마치 오랜만에 보는 듯 반가운 목소리로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었다.

그리고 나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 환수계인데? 마계에 사는 녀석이 왜 있어?”

그것은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의문이었다.

놀랍게도 그 대답이 눈앞의 오버로드에게서 들려왔다.

- 나는 환수다. 비록 중간계와 천상계가 아닌 마계의 환상의 동물이기에 마족이 아니냐는 오해하지만, 확실하게 환수라고 말 할 수 있다.

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부근이 붉어졌다.

잔뜩 흥분한 녀석의 목소리와 붉어진 얼굴이 귀여웠다. 아무래도 카붓 모드의 형태여서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은 나만 드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주인님. 쟤 데려가자. 마계에서도 행운을 상징하는 녀석이야. 거기에 정찰 능력도 뛰어나서 마계에선 구할 수 있다면 재산을 털어서라도 구하는 녀석이야.”

루이즈의 말에 솔깃했다.

마계에서 희귀하게 취급하는 것도 마음에 드는데, 정찰 능력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귀엽기까지 하니, 뭐 나쁘지 않았다.

- 환수 ‘오버로드’의 개체값을 분석합니다.

- 개체 값은 99%입니다.

놀랍게도 개체값도 상당하다.

이 정도면 포획할 가지가 있다.

- 흥! 보아하니 소환사 녀석인 것 같은데, 그리 호락호락 마음을 열어줄 생각은 없다. 나를 데려가고 싶으면 그만한 강력함이 따라야 한다.

나와 루이즈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인지 오버로드는 거절과 타협을 둘 다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오버로드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나를 그대로 짓눌러 주겠다는 듯, 거센 기운을 뿜어냈고, 팔에 닭살이 오소소 돋기 시작하며 숨이 턱턱 막혀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루이즈의 의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우리 주인님을 괴롭히면 못쓰지.”

그와 동시에 채찍을 휘둘러 기운을 반으로 갈라냈다.

- 이, 이…… 무슨?

루이즈의 강력함에 오히려 놀란 듯한 오버로드.

그 모습에 루이즈가 미소와 함께 채찍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조교라도 해야겠는걸?”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사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버로드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 그, 그건…… 좋을지도?

루이즈와 채찍을 보며 더욱더 붉어지는 얼굴이었다.

“미쳤네.”

아무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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