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96화 (196/275)

제196화

#196

1황자의 등장에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1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무릎을 꿇으려는 나를 다급하게 붙잡는 것은 다름 아닌 1황자였다.

호위 기사들이 순간 움찔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밖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네. 오히려 자네가 고생했지.”

그는 급하게 찾아온 이유를 나에게 말해 주었다.

“지금 나는 서부 전선으로 가는 중이네.”

1황자는 서부 전선으로 향하는 중이다.

일전에 내가 준 서류를 바탕으로 황제에게 보고했고, 황제는 그 즉시 2황자를 감옥에 가두면서 바로 선포했다.

“2황자를 비롯한 서부 귀족 모두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황제의 선포에 황실 기사단이 대거 움직였다. 무려 황실 기사단의 절반인 50명을 포함한 3만의 병사들이 대륙 서부 지방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한다.

아직 이곳을 지나기엔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한데, 곧 지나갈 예정이며 늦어도 열흘 안에는 전쟁이 일어날 거라 한다.

“당분간 나드키아 백작령은 셀레스틴과 니베라 후작이 맡을 것이야.”

원래 나드키아 백작령은 1황자가 담당하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서부 지방의 사건은 따지고 보면 혈육과의 전쟁이나 다름없는 것. 그렇기에 황제를 대신한 다른 귀족이나 기사가 아닌 1황자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부 지방으로 향하는 길에,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곤 잠시 방향을 꺾고 온 것이라고 한다.

“볼드모드 공작님의 보고를 받았네. 정확하진 않지만, 옛 바스티아 제국의 황궁에서 또 한 번 거대한 마기가 측정되었으나, 이번에는 모이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 흩어졌다고 말이네.”

보고를 받은 1황자와 볼드모드는 시저가 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기뻐했다고 한다.

내 입으로 보고를 듣기 전엔 확신을 못 한다기에, 대답해 주었다.

“맞습니다. 지하에 마신교에서 무언가 의식을 하고 있었으나 제 손에서 정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마신교에서 관리 중이던 장부입니다.”

내가 장부를 건네준 것을 그 자리에서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더 확실한 명분이 생겼군. 잘했네. 시저 백작.”

“아닙니다.”

1황자는 만족스러워했지만, 순간 고민이 찾아온 듯했다. 주변을 잠시 둘러봐도 마찬가지였는지, 나를 향해 솔직하게 말했다.

“미안하군. 뭔가를 줘야 하는데 당장 줄 수 없는 게 없어.”

“아닙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원해서 한 일입니다.”

“아니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1황자는 고민하다 손뼉을 짝하고 치더니 생각났다는 듯 품속에서 무언가 꺼내 들었다.

“이걸 가져가게.”

그의 품에서 꺼내진 물건이 손바닥 위에 올라왔을 때 1황자의 호위병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전하, 그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시저 백작님이 대단한 공을 세우셨지만, 맞지 않습니다.”

“저거 하나면 도시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지 않습니까?”

“지금 대륙에도 몇 없는 저 광물은 아닙니다.”

1황자는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주변에서 난리를 피웠다.

그래서 나도 1황자의 손바닥으로 시선을 두었고, 순간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친, 오리하르콘이잖아?’

저 물건은 수많은 광물 중에서도 전설의 광물이라는 오리하르콘이었다.

하물며 회귀 전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리하르콘은 딱 두 번 등장했다.

그것도 무기로 한 번, 덩어리 자체로 한번 말이다.

대장장이 직업을 가진 한 유저가 우연한 기회로 오리하르콘을 얻어 무기를 만드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그날의 방송은 대장장이 방송 중에서 최고의 방송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단 오리하르콘을 제외한 나머지 광물의 재료비만 해도 무려 천 골드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대장간을 빌리는 데 들어간 돈과 좋은 날에 만들겠다며 며칠의 기다림 끝에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검은 엄청난 물건이었다.

[오리하르콘 소드]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100/100

공격력 : 500~1,000

수수한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검이다.

적의 방어력을 무시한다.

각종 블레이드의 위력이 두 배로 상승한다.

옵션이 공개되었을 때 순식간에 채팅창은 불타올랐다.

그 자리에서 경매장이 만들어졌고, 재료비를 넘어서 백만 골드라는 엄청난 금액에 팔려나갔다.

오리하르콘 덩어리는 그 물건을 가진 자가 백만 골드 이상의 가격을 받길 원했었다. 하지만, 그만한 재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 그 덩어리를 탐낼 이유가 있던 자는 없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유니크 아이템을 사는 게 훨씬 나으니 말이다.

뭐, 아무튼 간단하게 말하자면 엄청난 물건이라는 소리다.

그 때문에 저런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고, 나 또한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그런 물건이었다.

‘저걸로 무기를 만든다면…….’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무기만 있다면 어지간한 유저는 물론이고 소환수도 순식간에 메인 딜러가 될 수 있다.

저 무기의 최고 장점은 방어력 무시다. 몬스터 계열의 투기와 언데드 계열의 사기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소리다.

어지간한 레전더리도 저리 가라는 수준.

하물며 아직 광석 그대로의 상태이기에 무엇으로든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 얼굴에서 표가 났는지 1황자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라면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이고 말이야.”

모두의 반대 속에서도 꿋꿋한 황태자였다.

그러곤 내게 어서 받아 가라는 듯 재촉하는 눈빛에 나는 마지못한 척 그것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꼭 대륙의 구원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에 들린, 주먹보다 조금 큰 오리하르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오리하르콘 광석]

등급 : 레전더리

엄청나게 희귀한 광석이다.

이걸로 무엇을 만들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려 한다.

무엇을 만들건 간에 그 누구보다 잘 쓸 자신이 있다. 십 년의 짬밥이 뭔지 보여 줄 생각이다.

만족하는 내 얼굴을 본 1황자가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해 주니 내가 더 고맙네.”

보상에 대한 것은 끝난 것인지, 1황자는 다시 품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부탁이 있네.”

“무엇입니까?”

“동부 대륙을 부탁하네.”

“동부 대륙 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러운 부탁은 다름 아닌 대륙 동부에 관련된 것. 1황자가 나에게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지금 동부 지방에 오크가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 거기에 새로운 부족이 나타났다고 하네.”

“새로운 부족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부족이라고 하더군.”

그 순간 번쩍하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벌써 그 시기가 온다고?’

푸티나 산맥의 오크의 새로운 부족.

회귀 전에 경험한 적이 있다. 엄청나게 까다롭고, 성가시며 말도 안 될 정도의 강력함을 하고 있는 그 오크 부족을 말이다.

그들은 단순한 오크가 아닌 마신교와 함께하는 오크 부족이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가서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푸티나 산맥으로 향해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매우 어려움.

내용 : 푸티나 산맥으로 향해 새로운 오크 부족을 조사해라.

보상 : 연계 퀘스트.

서부 지방은 생략하고 바로 동부 지방으로 향하라는 시스템창.

당연하지만 이걸 거절할 이유는 없다.

원래도 푸티나 산맥에 들러야 하는데, 한 가지 이유가 더 추가되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오히려 좋아할 일이다.

“역시, 시저 백작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서 이해하는군.”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1황자가 다시 말에 올랐다.

바쁜 와중에 이 말을 전하기 위해 굳이 나를 찾아왔다고 했으니 다시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그럼 잘 부탁하지.”

“건승을 기원…… 아니, 다치지 마시고 무사히 돌아오십쇼.”

내 말에 1황자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셀레스틴과 같은 말을 하는군.”

그러면서 둘이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을 꺼낸다.

순간 내가 어이없음에 뭐라 하려는 찰나, 그대로 채찍을 휘두른다.

“이얏! 가자!”

1황자가 달리기 시작하자, 기사들 또한 그 뒤를 따랐다.

덕분에 나는 말발굽이 만들어 내는 흙먼지를 한가득 뒤집어쓰곤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이 망할 1황자가!”

보이지 않는 곳엔 나라님 욕도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저 멀리 떨어진 1황자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욕을 하고는 머리 위로 쌓이려는 먼지를 털어냈다.

그사이 홀로 감정에 취해 있던 무심이 나를 향해 다가와 물었다.

“황족이군. 어느 나라인가?”

“세드릭 제국의 1황자야.”

“오호, 그 작은 변방의 왕국이 제국이라는 칭호까지 얻다니. 현 황제는 행복하겠군. 아들을 잘 키웠어.”

행동의 자신감과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기도, 그리고 몸속에 품고 있는 마나를 느낀 무심이 그렇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자꾸 헛소리를 하다 보니 호감도가 점점 떨어지는 중인 것은 나만의 일이다.

나는 몸의 먼지를 털어냈다.

그러자 범이가 한쪽 다리에 매달렸고, 백랑이 다른 한쪽 다리에 매달렸다.

“읏샤.”

나는 한쪽 팔에 한 마리씩 품에 안고는 외쳤다.

“가자.”

이번 목적지는 푸티나 산맥이었다.

* * *

푸티나 산맥.

대륙 동부 지방을 가로지르다 못해 동부 전역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산맥의 이름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주로 오크.

500레벨의 오크를 시작으로 최대 900레벨의 오크까지, 엄청난 격차를 보여주는 수백, 수천의 오크 부락이 있는 산맥이다.

그런 곳에 어떻게 인간이 살 수 있을까 싶겠지만, 대륙 동부 지방은 다른 지방을 모두 합친 것만큼 엄청난 크기의 땅이다.

푸티나 산맥이 그만큼 크기도 하지만, 인간이 땅을 일궈내고 집을 짓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땅이라는 것이다.

옆의 영지로 놀러 가려면 산을 하나씩 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 산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각종 희귀한 약초들이 숨어 있고, 유니크 아이템 하나 정도는 건질 수 있는 상황도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크 무리 또한 또 하나의 추가 수익이라 할 수 있다.

오크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과 보수만 해도 어지간한 사냥터에서 매일 사냥하는 것보단 다섯 배는 넘는 금액을 벌게 되니, 동부 지방엔 용병 NPC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신교의 영향으로 서부 지방이 쑥대밭이 된 지금의 상황에 오히려 수많은 플레이어가 동부 지방으로 몰려들었다.

“북쪽은 너무 추우니까.”

“중간에 사막 지형이 있잖아?”

“그럼 뭐해? 아직 메시아 길드도 개척하지 못한 곳에 가 봐야 개죽음이지.”

“어후, 지긋지긋한 오크, 근데 이거라도 잡아야지.”

“오늘도 힘내자고.”

유저들은 푸티나 산맥의 입구에서 저마다 파티를 이루고는 입장할 준비를 마쳤다.

이동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한 플레이어의 능력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할 사냥이기에 다들 긴장하며 한발씩 이동해 푸티나 산맥에 입성했을 때였다.

“뭐야! 드워프다!”

“미친? 이거 최초 발견 아님?”

“진짜 드워프가 있다니 개 놀랍네.”

모두의 시선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드워프로 향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드워프는 당연히 호기심 대상이었다.

누군가는 말을 직접 걸어보려 했다. 혹시나 재수 좋아 뭐라도 얻거나, 호감도 작업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곧 무산되었다.

“오! 드디어 왔구먼.”

“여기서 계실 줄 몰랐습니다. 마이스터 지크 님!”

그곳엔 드워프와 요즘 가장 핫한 플레이어 시저가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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