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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92화 (192/275)

제192화

#192

“허허…….”

나는 그 자리에서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조금 힘들었다.

“이게 되네…….”

진짜 어이가 없지 않은가?

범이와 몸싸움을 하다 스킬 뽑기 권이 사용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범이가 마음대로 스킬을 뽑았다.

그래, 좋다. 솔직히 말해서 스킬 뽑기 권까지 사용된 건 인정하겠단 말이야. 근데 범이가 대신 뽑는 건 에바지.

500레벨을 달성했을 때 스킬 뽑기 권은 시스템창에 나와 있듯이 특별하다.

노말 등급의 스킬은 제외하고 레어부터 생성되고, 지금까지 배운 않은 새로운 스킬이 확정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걸 범이가 뽑았다는 거지.”

환장할 노릇이다.

따지고 보자면 내가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범이가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함께 짜증 가득한 시선으로 범이를 바라보았다.

“냐앙…….”

범이는 다시 덩치를 줄이고는 물가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흙탕물로 더럽혀진 몸을 씻어내면서 짜증을 내는 중이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서글픈 울음소리를 내며 얼른 씻겨 달라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하…….”

몸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

그럼에도 입가에는 미소가 슬쩍 피어올랐다. 눈앞의 범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얼마나 귀엽고 서글픈 울음소리였는지 루이즈가 직접 범이에게 다가가 씻겨주기 시작했다.

“그림이네.”

미녀와 고양이.

나는 둘의 모습을 잘 녹화해 두었다. 이건 팬 서비스 차원의 짧은 영상으로 올려주면 될 것 같았다.

잠시나마 흐뭇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다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라 또 깊은 한숨과 함께 스킬창을 열어 새로운 스킬을 바라보았다.

[속성 부여 Lv.1]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스킬 사용 시 60분간 파티원 혹은 소환수 하나에게 속성을 부여합니다.

- 부여 가능한 속성은 랜덤입니다.

-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속성 부여 가능한 대상이 늘어납니다.

-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속성 부여 가능한 속성이 늘어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0분

소모 MP : 10,000

나도 모르게 눈썹을 까딱였다.

단순하게 보자면 나쁜 스킬은 아니다.

월오룰에도 속성 데미지라는 것이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오행의 상성에 대해 생각하면 되고, 상성 공격을 할 경우 추가 두 배의 데미지를 더 입히게 된다.

월오룰의 속성 몬스터는 두 종류다.

500레벨을 기준으로 그 이하의 사냥터에서의 보스 몬스터는 정예 몬스터가 가끔 속성을 가지고 등장하며 그 이상의 사냥터에는 몬스터마다 속성이 존재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옛 바스티아 제국 황궁의 폐허에 있는 듀라한의 경우 어둠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신성력을 기반으로 하는 성기사들이나 사제에게 두 배의 데미지를 입는단 소리다.

“이제 나도 속성이 생겼다라…….”

나쁘지 않다.

이제부터의 사냥터에서 오직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보스 몬스터라든가 정예 몬스터의 경우 더욱더 말이다.

그런 와중에 속성 부여 스킬이 생겼으니, 앞으로 수월하게 사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 스킬이기에 범이에 대한 화가 살짝 가라앉았다.

더 좋은 스킬을 얻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러려니 해야지.

허허 웃으며 아까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아, 참. 그걸 쓰면 어떻게 되려나?”

나는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레전더리 마스터 스킬 북을 떠올렸다. 그것에 속성 부여 스킬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속성 부여 Lv.MAX]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스킬 사용 시 60분간 파티원 혹은 소환수 모두에게 속성을 부여합니다.

- 부여 가능한 속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분

소모 MP : 10,000

“미친!”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그 즉시 레전더리 마스터 스킬 북을 사용했다.

* * *

새로운 스킬. 속성 부여.

이 스킬이 생김과 동시에 사냥의 질이 달라졌다.

“와…… 이건 좀…….”

뭐라 할까.

조금 전까진 그냥 평범하게 잘 사냥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듀라한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속성 부여를 받은 내 소환수가 공격을 한번 할 때마다 들려오는 듀라한의 끔찍한 비명이 이곳 사냥터에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라라라라!!!!!!!”

내 소환수는 기본적인 스텟이 짱짱하기에, 평범한 공격도 충분히 아프다. 성장과 진화를 대부분 마쳤기에 600레벨의 플레이어 수준인데, 이곳 듀라한의 평균 레벨은 530 정도니, 엄청난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추가로 속성 부여까지 되었다? 이건 뭐 듀라한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스킬 ‘속성 부여’ 효과가 사라집니다.

마침 한 시간의 사냥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스템창.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외쳤다.

“속성 부여.”

- 스킬 ‘속성 부여’를 사용합니다.

- 대상을 선택합니다.

“모두.”

- 사용자의 모든 소환수에게 ‘속성 부여’를 사용합니다.

- 속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성력.”

- 스킬 ‘속성 부여’의 효과를 ‘신성력’으로 설정했습니다.

- 속성이 부여됩니다.

빛과 함께 내 모든 소환수의 몸에서 신성력이 깃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다.

“문제는 없군.”

사실 처음에는 살짝 걱정했었다. 내 소환수 중에 신성력에 쥐약인 소환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족인 루이즈. 언데드인 로빈후드와 스켈레톤 아처 부대. 신성력에 상극이라 할 수 있기에 당연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월오룰의 게임 시스템은 위대했다. 언데드인 그들에게도 신성력이 적용되었고, 루이즈의 마나 채찍과 스켈레톤 아처의 화살에도 적용되었다.

“뭐,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적극 활용해야지.”

더 생각할 필요가 있겠는가? 사용할 수 있을 때 사용해야지. 그러니 한마디만 하겠다.

“잘 먹겠습니다.”

꺼억!

순조롭게 사냥이 이어졌고, 다음 듀라한을 찾으러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쿠우우웅!

갑자기 땅에서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땅이 흔들렸다.

“이쪽으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모두와 함께 대피했다.

흔들리던 땅은 곧 조용해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곤 다시 움직였다. 당연히 건물이나 동상이 있는 곳이 아닌 널찍한 공터 위주로 다녔다.

“이상하네. 계속 지진이 일어나네.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회귀 전에 지식에는 이곳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비슷한 경우를 겪어본 적은 있다. 대규모 이벤트 레이드라든가, 거대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 때 말이다.

그렇다고 하기엔 시스템창과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의문 가득한 눈빛과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루이즈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혹시…….”

“뭐야? 혹시 이런 현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어?”

내 물음에 루이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민하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소환진이라든가, 부활진이라면 이런 현상도 이상하지 않아. 마계에선 흔한 일이기도 하거든. 이곳이 중간계임을 생각하면…… 아니겠지?”

마지막에 나를 향해 물어보는 듯한 루이즈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췄다.

마신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녀석들이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없다.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영지에서면 몰라도 말이다.

“뭐, 아니겠지.”

나는 별일 아닐 거라는 생각과 함께 손을 들었다.

“탐지.”

- ‘탐지’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 반경 1km를 탐지합니다.

- ‘탐지’ 스킬에 걸린 것이 있습니다.

- 위치를 미니 맵에 표기합니다.

“오! 드디어!”

무언가 걸렸다는 말에 피온이에게 서둘러 그곳을 향해 움직이라 부탁했다.

도착한 곳에는 푸른색의 포탈이 있었다.

원래라면 주변에 있는 낡고 반쯤 부서진 동상 때문에 가려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몇 번 일어난 지진 때문에 동상이 쓰러져 드러나게 된 것이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빼앗겼을지도 몰랐겠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누군가 나타나서 소유권을 주장하면 피곤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볼 수 있는 인던의 정보는 무시하고 그대로 입장했다.

- 왕의 무덤을 발견했습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 아이템 드랍율이 두 배가 됩니다.

- 왕의 무덤에 입장했습니다.

[왕의 무덤]

난이도 :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10명

입장 조건 : 없음.

공략 조건 : 왕의 무덤을 조사해라.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을 치워냈다.

“쩝, 좀 까다롭네.”

그 이유는 공략 조건 때문이다.

‘왕의 무덤을 조사해라.’ 이게 문제다.

조사하라고 시킨다.

이 말은 이곳에서 사냥 한번 하지 않고 순수하게 머리를 굴려서 탈출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정신이 나갈 듯이 아득하게 사냥을 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공략 조건이기에,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뭐, 어찌 되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팅고를 정면에 세워 앞으로 향했다.

일단은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월오룰의 지식을 토대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캐보았다.

“왕의 무덤…… 일단 언데드인 것은 확실하고.”

눈앞의 외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다. 왕의 무덤이 지하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벽에 자란 이끼를 바라보았다.

“발광 이끼에 푸른 이끼, 거기에 붉은 이끼인가.”

세 가지의 이끼.

발광 이끼야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이지만, 푸른 이끼와 붉은 이끼는 자라는 데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푸른 이끼는 시체가 많은 곳에 자라고, 붉은 이끼는 피를 마시며 자란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시체와 피가 가득하다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래도 1황자가 준 퀘스트와 내가 가지고 있는 보물 지도가 마신교와 연관 있나 보군.”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

- [옛 바스티가 제국의 황궁이 있던 폐허를 조사해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마신교의 의식을 저지하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매우 어려움

내용 : 제한 시간 안에 마신교의 의식을 저지하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의식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합니다.

남은 시간 5 : 00 : 00

시스템창이 떠 오름과 동시에 시간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다섯 시간. 그 안에 퀘스트를 완료해야 하며 인던 또한 공략해야 한다.

“의식이라…….”

마신교의 의식하면 루이즈가 떠오른다.

내 시선을 의식한 루이즈가 슬며시 안겨 왔다.

“나 말고 다른 마족이 더 필요해?”

그녀가 다가와 귓가에 속삭인다.

“지금도 충분해.”

정말이다. 지금 내 소환수로도 충분하다.

듀라한 중에 괜찮아 보이는 녀석을 포획해서 데스나이트까지 만들 생각도 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거기에 내일은 환수계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또 하나 추가될 것이니, 마족을 소환수로 거둬들일 생각은 없다.

“자, 그럼 인던을 공략해 보자고.”

다시 앞으로 가기 시작한 우리였다.

얼마 가지 않아 인던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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