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90화 (190/275)

제190화

#190

옛 바스티아 황궁이 있던 폐허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는 서쪽 성문으로 향했다.

“쩝, 원래는 동쪽의 푸티나 산맥 먼저 가려 했는데 말이야.”

원래의 계획은 그러했다. 하지만,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이나,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보물 지도를 생각하면 이곳으로 향하는 것이 옳았다.

보물이라는 것은 먼저 집어가는 것이 임자다. 다른 누구보다 먼저 내가 가서 집어야 하는 것이 옳다.

머릿속에 있는 옛 바스티아 황궁의 폐허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일단 그곳에 있는 몬스터는 듀라한. 자신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다니는 머리가 없는 기사다.

기사라는 특징 덕분에 몸에 걸치고 있는 육중한 갑옷 때문에 방어력이 높은 편이었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검에서 펼쳐지는 검술이 상당히 파괴적이다.

2미터를 훌쩍 넘는 키는 물론이고, 언데드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과 몸놀림을 보여준다.

“공략법은…… 필요 없겠네.”

원래 듀라한을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몸놀림이 좋은 플레이어가 듀라한의 머리통을 훔친다. 그러면 듀라한은 그 플레이어만을 계속해서 쫓아가게 되는데, 그때 공격해 죽이는 것이 가장 무난한 사냥 방식이다.

근데 나는 다르다.

우리 애들은 그냥 찢어 버리지 않을까 싶다.

“스켈레톤 아처 부대를 만들었으니 이번엔 스켈레톤 부대를 만들어 볼까?”

스켈레톤 부대.

단순히 스켈레톤으로 만들어진 부대가 아니라, 로빈후드처럼 확실한 리더가 있는 스켈레톤 부대를 만들고 싶었다.

“문제는 그냥 스켈레톤은 약하다는 거지.”

스켈레톤의 능력치는 상당히 약하다.

얼마나 약한지는 저번 분쟁의 터에서 사냥할 때 충분히 증명되었다.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가 강한 것도 있지만, 몸빵이라곤 거의 가능하지 않은 녀석들이다. 대충 레벨로 치면 100레벨 정도?

물론 내 스켈레톤 소환 스킬의 레벨과 등급이 낮은 걸 생각하면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었다.

스켈레톤을 전문으로 다루는 컬렉터 길드의 시마이의 경우 레전더리 등급의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다. 그의 스켈레톤은 한 마리가 대충 500레벨의 유저와 맞먹을 정도로 강력하다.

내가 소환하는 스켈레톤은 레어 등급이니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스켈레톤 부대를 만들어 봐야 약한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내가 노리는 점이 있다.

“데스나이트와…….”

언데드 몬스터 중에서 가장 상위 몬스터이자 망자의 군대에서 가장 필수라 할 수 있는 그 데스나이트.

“그리고 스컬 대검.”

스컬 대검을 착용한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 스텟의 절반을 보유한 스켈레톤을 계속해서 생성함으로 자연스럽게 스켈레톤 부대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내가 하는 것엔 한계가 있어.”

비록 내가 소환수를 지휘하는 소환사지만, 직접 사냥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와중에 계속해서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물론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앞으로 있을 사냥터부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월오룰의 사냥터는 500레벨을 기점으로 상당히 많은 것이 변한다.

각종 속성마법 내성이라든가, 물리 내성 같은 저항력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몬스터 계열의 몬스터는 투기(鬪氣)라 불리는 오러를 사용하고, 언데드는 사기(死氣)라 불리는 기운을 뿜어내며 방어력이 엄청나게 상승한다.

한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소린데, 그런 와중에 내가 소환수를 더 늘리고 합성하는 일은 솔직히 비효율적이다.

두 번째는 다름 아닌 회귀 지식이다.

이곳에서 포획했던 듀라한이 데스나이트로 진화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걸 해 낸 이는 흑마법사로, 저주를 기반으로 사냥하는 유저였다.

그는 직업 전용 퀘스트를 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로 이곳의 듀라한을 얻었었다.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알 순 없지만 아무튼 이곳에서 얻은 듀라한을 계속해서 데리고 다녔고, 나아가 데스나이트까지 전직시켰었다.

“그러니 나도 만들어 봐야지.”

듀라한을 포획해서 데스나이트로 만들든, 아니면 합성을 통해 만들든 말이다.

그리고 그 데스나이트는 스컬 대검을 손에 쥐게 될 것이고, 스켈레톤 부대를 이끌게 될 대장이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슬슬 그때인가?”

다시 환수계로 떠날 그 시간이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단한 날들을 보내왔다. 두 달이라는 시간 만에 500레벨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회귀 전에는 일 년은 걸렸던 일인데 벌써 499레벨이라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회귀 전의 서머너 킹은 레벨업이 더욱 빨랐지.”

당시, 놈은 한 달 하고도 보름 만에 500레벨을 달성했었다.

사냥터에서 모든 몬스터를 포획하고 소환수로 만들어 완벽한 독점이 뭔지 보여줬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물론 내 속도 또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500레벨까지는 사실상 돈만 있다면 가능한 수치긴 하다.

일단 추가 경험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풀로 착용하면 200% 추가 경험치를 얻게 된다. 거기에 버스 태워줄 기사만 든든하다면 두 달 만에 500레벨을 찍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니 얼른 500레벨을 찍자고.”

지금 남은 경험치는 대략 3% 정도.

아마 바스티아 옛 황궁의 폐허에서 레벨업을 하거나,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할 것 같았다.

대충 계획은 잡혔다.

일단 내 소환수창을 정리했다.

소환수창에는 스켈레톤 아처 부대를 제외하고도 꽤 많은 숫자의 웨어 울프, 샤벨 타이거가 있다. 백 마리가 되지 않아 합성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방생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잘 가라.”

나는 방생 버튼을 눌러 소환수창을 싹 정리했다.

이제 남은 소환수는 총 109마리.

이 숫자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그럼 가 볼까.”

나는 서쪽 성문을 통과했다.

* * *

옛 바스티아 제국의 황궁이 있던 폐허이자 사냥터를 찾은 유저들은 도착과 동시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크…… 죽이네.”

“이게 어떻게 보면 왕의 무덤이라 할 수 있지 않냐?”

“설정상으로 이곳에서 왕이 죽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

“와……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하네. 근데 여기 크기가 장난 아니라는 거지.”

“서울로 치면 거의 서초구 급이라던데.”

“확실히 홍보 영상에 나왔던 그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은 완전히 버려진 곳이네.”

월오룰의 홍보 영상엔 멀쩡한 모습의 바스티아 황궁의 모습이 나타난다. 화려하고 크고 웅장한 궁전을 비롯해 각종 동상과 정원, 그리고 수많은 NPC 병사와 기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마왕이 침공하면서 폐허가 되어버렸고, 그 때문에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있어서는 한 번씩은 들르는 성지 같은 곳이기도 하다.

감탄과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냥으로 입성하는 유저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

“X발, 길이 왜 이래?”

“어떻게 보면 거대한 미로 수준이네? 사방이 막혀 있네.”

“거기에 무너진 건물 때문에 지나가지 못하기도 하네. 저기로 돌아가야 하나.”

“와! 개 단단한데? 이게 그 사기라는 거지?”

“칼이 안 박히는데?”

“마법으로 끄떡도 안 하네.”

“이걸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크악! 살려줘!”

옛 바스티아 제국의 황궁이 있던 폐허이자 사냥터에 입성과 동시에 거대한 미로를 돌파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500레벨이 넘어가는 강력한 몬스터를 만나게 된다.

특히 듀라한의 강력함에 놀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방금 사냥터에 입성한 한 무리의 파티는 다른 의미로 놀라 하고 있었다.

“와, 저걸 그냥 잡네.”

“뭐냐? 그냥 가서 툭툭 때리니까. 죽어 버리네?”

“사기를 사용하는 듀라한이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시저가 더 사기네.”

“미친. 소환사. 나도 그냥 다시 키울까.”

“허탈하다 못해 X나 현타오네…….”

그들에게 너무나도 손쉽게 사냥 중인 시저와 소환수가 보였다.

* * *

“짜란다. 짜란다.”

나는 소환수들의 사냥하는 모습 뒤에서 입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거대화를 통해 덩치가 커진 범이와 백랑이 서로 경쟁하듯 사냥하고 있었다.

범이와 백랑은 내 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지만 사냥이 시작됨과 동시에 덩치를 키우더니 앞발톱을 꺼내 들고는 사냥에 나섰다.

“냐앙!!”

덩치는 커졌음에도 여전히 앙증맞고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뱉었고, 순식간에 듀라한의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듀라한이 범이를 반으로 갈라 버리겠다는 의지와 함께 검을 휘둘렀다.

부웅, 콰앙!

범이는 그 공격을 너무나도 쉽게 피해 버리고는 듀라한의 뒤로 움직여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라라!”

듀라한이 소리쳤다.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공격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검을 뒤로 휘둘러 범이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범이는 한참 전에 그 자리에서 벗어난 상황.

검을 휘두른 듀라한의 자세가 무너지자마자 백랑이 그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컹컹!”

백랑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듀라한의 가슴팍에 몸을 부딪쳤다.

듀라한의 가슴에서 ‘쾅’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며 육중한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백랑’이 스킬 ‘몸통 박치기’를 습득했습니다.

“헐?”

딱히 내가 가르친 것도 아니고 시킨 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백랑이 스스로 터득한 스킬이다.

처음 저 스킬을 익혔던 범이는 노말 등급이었는데, 놀랍게도 백랑은 유니크 등급부터 시작했다.

[몸통 박치기 Lv.1]

등급 : 유니크

엑티브 스킬.

- 전방의 적을 향해 몸을 날려 충격을 준다.

- 상태 이상 기절에 걸릴 확률이 30% 증가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0초

소모 MP : 10

범이와 똑같은 수준의 스킬.

하지만 그 스킬의 위력을 증명하듯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듀라한’이 기절했습니다.

듀라한이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자, 범이와 백랑이 신명 나게 듀라한의 전신을 물어뜯었다.

콰득! 콰득!

섬뜩한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3초간 기절했던 듀라한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라라라!”

분노에 휩싸인 듀라한이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냐앙!”

“컹컹!”

범이와 백랑의 앞발에 있는 듀라한의 머리. 그대로 힘을 주어 머리통을 박살 내 버렸다.

“그라라라라!”

듀라한은 끔찍한 비명과 함께 허물어졌다.

“잘했어. 둘 다 너무 잘했어.”

나는 범이와 백랑에게 다가가 뒷목을 긁어주며 칭찬했다.

그러자 범이와 백랑이 서로 바라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리며 각자의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귀엽네. 귀여워.”

참으로 귀여운 둘에 잔잔한 미소를 피우고 있을 무렵 옆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오호호호! 좋아? 좋아? 좋아?”

채찍을 휘두르며 즐겁게 웃는 루이즈. 그리고 그 앞에는 바짝 엎드린 듀라한이 묘한 비명을 질러왔다.

“그랑! 그라랑!”

몸을 꿈틀거리며 좋아 죽으려는 듀라한의 머리통을 보자니 아찔했다.

“응. 너희는 저런 거 보면 안 돼요.”

나는 범이랑 백랑의 시선을 반대로 돌려주었다.

아,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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