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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88화 (188/275)

제188화

#188

나는 눈앞의 거대한 성벽을 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드디어 도착했군.”

나드키아 백작령.

현 브리타니아 대륙의 중심에 존재하는 영지이자, 남부 대륙을 제외하고 수도 세드릭 제국으로 향하는 길의 중심에 존재하는 영지이다.

북부를 비롯해 서부, 동부의 모든 물자가 나드키아 백작령을 거쳐 수도 세크드릭으로 향한다. 세 곳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물자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업 도시로 발전했다.

단순히 상업 도시만이 아니었다.

이곳 나드키아 백작령은 황제의 허가 아래 만들어진 군사 도시기도 하다. 그 이유는 대륙 중심에 있기에 남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필요한 병력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처음 세드릭 제국이 세워질 때까지만 해도 대륙 전역은 수많은 몬스터와 마왕의 잔당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

당연히 황제는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곳 나드키아 백작령을 중심으로 병력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황제의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나드키아 백작령은 브리타니아 대륙 중심에 있고, 북부, 동부, 서부로 향한 병력 지원 덕분에 빠르게 안정을 찾아간 것이다.

혼란하던 시절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지금이지만, 여전히 수많은 황제의 병력이자 나드키아 백작령이 꾸린 병력이 머물고 있는 곳이 이곳 백작령이다 보니 군사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상업과 군사의 도시.

이 두 가지 때문에 나드키아 백작령은 수도 세크드릭 다음으로 거대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높고 두꺼운 성벽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나드키아 백작령은 동쪽으론 푸티나 산맥이라 불리는 거대한 산맥을 끼고 있었고, 서쪽으로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바스티아 제국의 수도가 있던 터를 끼고 있다.

일단 동쪽의 푸티나 산맥.

푸티나 산맥으로 말하자면 수많은 오크의 서식지라 불린다.

그곳에 서식하는 오크의 부족만 해도 수백이 훌쩍 넘었고, 그것도 모자라 지상계의 폭군이라 불리는 오우거와 숲의 파괴자 트롤도 무리를 이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세상과 가장 근접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월오룰을 즐기는 유저에게 있어서 푸티나 산맥은 오크를 사냥하며 끝도 없는 레벨업이 가능한 곳이고, 산맥 곳곳에 숨겨진 수많은 약초와 허브, 그리고 숨겨진 인던을 찾기 위한 곳이기도 하다.

“나도 회귀 전에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사냥했지.”

아무래도 오크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가장 무난하기에 공략이 쉽기도 했다.

그곳에 머물면서 오크를 지겹도록 잡았었다. 수많은 오크 부족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예 몬스터까지 사냥해 장비를 맞추기도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물론 엄청나게 지루했어서 딱히 좋은 추억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추억하면 동쪽보단 서쪽에 있는 옛 바스티아 제국의 터가 더 기억에 남지.”

옛 바스티아 제국의 터.

그곳에는 지하로 통하는 무수한 길과 함께 역사와 함께 땅속으로 묻혀 버린 제국의 황궁이 존재한다.

마왕 세지아르의 손으로 무너진 황궁이라 멀쩡한 모습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거기에 옛날에 죽었던, 각종 마왕의 수하라 볼 수 있는 마족이 언데드로 부활해 유저를 괴롭히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엔 뭔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사실상 그곳이 상당히 노다지다.

일정 확률로 생성되는 인던에는 옛 바스티아 제국의 물건이 간간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이 유니크 등급 이상의 상당히 값비싼 물건이고, 유능한 물건이 자주 발견되었다.

그런 곳에 내가 가진 추억이 있는 이유는 한 인던 때문이었다.

내가 직접 발견한 인던은 없다.

대신 다른 길드원이 인던을 발견하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내가 직접 조언을 해 주어 공략에 성공한 인던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대충 칠십여 개 정도였지.”

그 일로 검은 손 길드에서 내 입지가 확실하게 굳어졌다.

아니, 이건 그만 생각하자. 괜히 더한 미래까지 생각날 것 같으니 말이다.

이미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미래의 일이 떠오르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치워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공략하게 생겼지만 말이야.”

회귀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 NPC 황금 고블린이 준 지도 때문이다.

그 지도에 네미아의 사자 가죽 갑옷을 얻을 수 있는 인던의 위치가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 얻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네미아 사자 가죽 갑옷은 그 유명한 딜러인 메시아 길드의 김세준의 일격도 막아낸다. 당연히 탐이 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팅고에게 입혀주면 최강의 탱커이자 딜러가 될 테니, 반드시 찾으러 갈 것이다.

물론 동쪽의 푸티나 산맥도 찾아가야 한다. 퀘스트 때문이다.

[푸티나 산맥으로 향해라.]

난이도 : 극악.

내용 : 푸티나 산맥으로 향해라. 그곳에서 기다릴 마이스터 지크를 만나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마이스터 지크를 만나 다음 죄악의 힘을 얻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함이다.

난이도가 극악이라 걱정이긴 하지만, 나와 소환수가 함께 한다면 난도가 어떻든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귀족 회의.

성문을 통과하고 저 멀리 보이는 나드키아 백작의 성이 보였다.

“시저 남작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병사 NPC가 준비해 준 마차.

나는 그것을 타고 바로 나드키아 백작의 성으로 향했다.

* * *

응접실에는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예를 차리는 것이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플레이어 시저가 황태자 전하와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고개를 들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황태자가 앉아 있었다.

[셀틴 세드릭 Lv.759]

셀틴 세드릭은 무려 칠백 레벨이 넘는 NPC이자 이곳 세드릭 제국의 황태자이다.

집안 내력인지 셀틴 황태자의 머리 색과 눈동자도 금색이었다. 잘생긴 외모는 기본이오,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까지 완벽했다.

그런 그의 옆에 공주가 앉아 있다.

[셀레스틴 세드릭 Lv.259]

공주를 본 순간 나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과 얼마 전에 봤을 때 그녀의 레벨은 1이었다. 한 달이 조금 넘었을까 말까 한 사이에 상당한 레벨이 올라간 것이다.

단순히 레벨만 올라간 것이 아니라 건강도 많이 좋아졌는지, 그녀의 창백했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 둘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사이,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던 황태자가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대륙의 희망이 저 플레이어냐?”

“그렇습니다. 오라버니 눈에는 어떠신가요?”

“나쁘지 않다. 검의 경지 또한 상당한데, 그의 품에 있는 존재들이 대단하구나.”

“제 눈은 틀리지 않았네요.”

나를 평가하는 황태자의 말에 살짝 놀랐다.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거니와 소환수를 본 것도 아닌데, 내 실력과 소환수를 꿰뚫어 본 것은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내 궁금증은 황태자가 직접 풀어주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성물이 있다네. 물론 언제 어느 때든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야. 변덕쟁이라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려준다네.”

황태자는 왼손가락을 들어 오른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쓰다듬어 보았다.

저 반지가 그 성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편하게 앉게나.”

“감사합니다. 전하.”

황태자의 허락 아래 의자에 앉자, 그제야 주변에 다른 인물이 나를 향해 인사해 왔다.

“시간에 맞춰 잘 왔네. 덕분에 잘 해결했어.”

볼드모드는 내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두 백작을 끝장내 버렸다고 한다. 그들이 불법적으로 모아둔 재산은 전부 황실로 들어갔고, 일부는 원래 주인의 품으로 들어갔다고.

“그리고 자네가 부탁했던 소식 또한 제닉스 장인에게 전해 주었네. 꼭 은혜를 갚겠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조만간 아크니 남작의 성으로 찾아오겠다고 하니 한번 만나게나.”

그 말과 함께 내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 올랐다.

- [제닉스의 부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제닉스 장인의 역작]

난이도 : 매우 쉬움.

제한 : 없음.

내용 : 제닉스 장인이 은혜를 갚겠다고 한다. 그가 만든 평생의 역작을 만들어 나타날 예정이다. 그를 만나라.

보상 : 제닉스 장인의 역작.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제닉스 장인의 퀘스트가 완료됨과 동시에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제닉스는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예정이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볼드모드 공작은 할 말을 다 했는지 등을 소파에 기대었다. 다음으로 입을 연 것은 옆에 있던 니베라 후작이었다.

“안 본 사이에 더 성장했군. 나중에 대련 한번 어떤가?”

“뻔히 질 싸움은 하지 않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지.”

“한 번 생각만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니베라 남작과의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내 시선은 다시 황태자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조금 있을 귀족 회의를 앞두고 셀레스틴 공주와 볼드모드 공작, 니베라 후작까지 이곳에 모여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곧 회의가 있을 예정이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 말에 황태자의 앞에 있던 서류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고, 읽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태자의 질문.

사실 저 질문에 대답은 딱 하나였다.

‘다 죽여야지.’

지금 내 손에는 훗날 마신교로 배신할 귀족들의 명단이 들려 있다.

그것도 가장 핵심 인물들만 추려져 있었는데, 눈앞의 황태자의 동생인 2황자의 이름까지 적혀 있어 살짝 놀란 표정을 짓자, 황태자가 슬쩍 웃었다.

“다 죽여야겠군.”

무심한 듯한 말투. 온기라곤 전혀 느끼지 못하는 냉랭한 말투에 등줄기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동생을 죽인다는 것에도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 슬쩍 셀레스틴 공주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녀의 얼굴 또한 냉랭했다.

황태자는 싸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해서 말했다.

“귀족 회의 전에,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을 이들 말고 다른 이들도 알고 있는가?”

그 말에 나는 멍하니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황실의 정보력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정보력이 좋다곤 할 순 없네. 그럼에도 동생의 부탁이자 지금 자네가 하는 업무를 알기에 한번 물어보는 것이네.”

틀린 말은 아니다. 결국 월오룰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정보는 모두 NPC에게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한 번 물어본다는 것이다.

황태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귀족 회의에 참가해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퀘스트 완료 안내창.

뭔가 싶어서 기다리자 시스템창이 연이어 떠올랐다.

-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

난이도 : 쉬움.

제한 : 플레이어 시저 전용

내용 : 황태자의 질문이자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라.

보상 : 없음.

특이사항 : 선택지에 따라 차후 스토리가 변경됩니다.

퀘스트창의 안내가 끝남과 동시에 황태자의 입이 열렸다.

“자네에게 묻겠네. 그리고 하나를 고르게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곤 황태자의 말을 기다렸다.

황태자는 두 장의 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둘 중 누구를 먼저 죽이는 게 좋겠는가?”

한 장엔 2황자의 초상화, 다른 한 장엔 므제크 후작의 초상화였다.

선택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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