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
#185
루이즈가 성장했다.
내 소환수 중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던 루이즈가 공격력을 얻게 되는 순간이었기에 기다려 왔었다.
다른 소환수가 진화나 성장을 할 때도 두근거리지만, 지금 이 순간은 심장이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강제로 로그아웃 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벅차게 뛰어서 나도 모르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이렇게까지 빨리 뛰는 이유는 루이즈가 성장하면서 뿜어져 나온 빛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 때문이었다.
마치 나를 쓰다듬는 듯한, 그리고 품에 안으려는 듯한 느낌. 나를 유혹하는 듯한 기운이 저 빛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미친 듯이 공격해 오던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의 움직임이 멈췄을 정도였다. 그리고 내 소환수 전부도 루이즈를 바라봤다.
“주군을 위하여!”
뼈밖에 없는 스켈레톤인 로빈후드와 스켈레톤 아처만이 활시위를 열심히 당기고 있었다.
백 마리의 스켈레톤 아처 부대의 화력은 어마어마했다.
화살은 한 발씩 쏘아지지만, 그 숫자가 백에 달하니 어지간한 웨어 울프나 샤벨 타이거는 중앙으로 들어오기 전에 HP가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빛이 사라지고 성장한 모습의 루이즈가 나타났다.
겉으로 보이긴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전히 허름한 망토에 들고 한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낫까지.
하나 확실한 것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기운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그녀의 상태창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해 있다.
이름 : 루이즈
등급 : 유니크
계열 : 마족
고유 권능 : 영혼 착취, 마나 채찍, (봉인)
레벨 : Lv.400
스텟 : 근력720 민첩540 체력600 지식500 지혜50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기존의 근력과 민첩 스텟에서 두 배는 훌쩍 넘게 오른 것은 물론이고, 지식과 지혜 또한 꽤 상승했다. 체력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이미 상당한 양의 체력을 가지고 있기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층 성장한 루이즈.
내가 상태창을 확인하고 있는 사이에 눈을 뜬 그녀가 손에 마나 채찍을 만들어 내었다.
- 소환수 ‘루이즈’가 고유 특성 ‘마나 채찍’을 사용합니다.
“호호호호! 아가들아! 조련의 시간이란다!”
그와 동시에 톤 높은 웃음소리와 함께 채찍이 휘둘러졌다.
쫘악!
한 손에 들린 채찍이 눈앞에 웨어 울프의 몸을 때렸다.
공격을 당한 웨어 울프가 비명을 지르거나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는데 놀랍게도 웨어 울프는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췄다.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웨어 울프’가 매혹당했습니다.
단 한 줄의 문구였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마나 채찍의 고유 특성 정보를 확인했다.
[마나 채찍 Lv.MAX]
고유 특성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마나로 만들어진 채찍을 만들어 적을 마법 데미지를 입힌다.
- 추가 데미지 500%
- 크리티컬 확률 300% 상승
- 채찍에 맞은 대상이 50% 확률로 매혹에 걸립니다.
- 매혹에 걸린 대상은 1분간 채찍 주인의 명령을 따릅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소모 MP : 없음
“미쳤네…….”
어이가 없을 수준의 스킬이다.
레전더리 등급에, 추가 데미지와 크리티컬 확률이 어마어마 상승한다. 그게 끝도 아니다. 일정 확률로 매혹을 당해 1분간 루이즈의 명령을 따르기까지 한다.
뭐, 루이즈가 서큐버스 퀸이기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기 스킬을 가지고 있는 루이즈가 내 소환수라는 것이 너무나도 든든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날 손가락 잘린 경험치곤 엄청난 걸 얻었네.”
그날의 나를 칭찬한다.
정말이지 나란 놈, 잘했어.
홀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본격적으로 루이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촤악! 촤악!
채찍이 연신 휘둘러졌다.
“호호호, 꿇어라. 눈앞의 여왕을 찬양하거라!”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휘둘러지는 채찍과 대사는 웃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놀랍게도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한창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장난 아니네…….”
뭐라 할까…….
그녀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진 않았다. 내게 마음을 다 열지 못하고 충성도가 99%로 유지되던 시절이 꽤 길지 않았던가.
지금 눈앞의 루이즈는 완벽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맘껏 뿜어내고 있다.
루이즈의 성장으로 전투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그녀의 손에 들린 채찍은 4~5미터는 훌쩍 뻗어나간다.
그 사이에 있는 몬스터는 50% 확률로 매혹에 걸리고, 그 매혹에 걸린 몬스터는 동족의 목덜미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그대로 씹어 먹어 버린다.
고작 1분이라는 시간이지만 치명적인 공격을 하기엔 충분한 시간, 덕분에 루이즈 주변으로 몰려드는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는 멀쩡한 녀석들이 아니라 피를 흘리며 당장에라도 죽기 직전의 상태라는 소리다.
숭이와 가직스가 그런 사냥감을 향해 미친 듯이 날뛴다.
이런 상황이니, 멍하게 있어선 안 된다. 전투 속도가 빨라졌으니 나 또한 그에 맞게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
“다중 포획!”
손을 뻗어 새로운 소환수를 추가했다. 그리고 한 발 움직여 천마군림보의 스택을 쌓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죽어 있는 몬스터의 시체에서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아처를 꾸준하게 뽑아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분쟁의 터에 내 소환수가 가득해졌다.
몸빵이자 제물로 사용하던 스켈레톤도 이제는 차곡차곡 늘어갔고, 대충 한 시간 정도 사냥했다는 것을 느꼈다.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들고 있던 천마검 어깨에 걸치고는 카메라와 채팅창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채팅창이 눈에 띄게 느려져 슬쩍 물어보았다.
“여러분 지루하시죠?”
하지만 내 말이 기폭제라도 되는지 갑작스럽게 채팅이 밀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 우하! 이제 숨 쉴 수 있다.
- 여러분 숨 쉬세요. 드디어 쉬는 시간임.
- 와 무슨 한 시간가량을 10분처럼 만들어 버리느냐.
- 와…… 큰일 났다. 의자 버려야 할 것 같아…….
└ 의자면 다행이지 전 소파에서 질질 싸는 바람에 등짝 맞음요.
└ 멍청한 놈들. 나처럼 처음부터 화장실에서 봐야지.
- 어윽! 여왕님 저도 여왕님의 은총을 받고 싶습니다.
└ 저도 멸시해 주세요! 저도 때려주세요!
└ 나도 저 채찍에 맞아보고 싶다…….
└ 저 구두에 짓밟혀 보고 싶다.
└ 개처럼 길 자신 있는데…… 어떡하지 레벨업 하러 가야 하나.
- 시저님이랑 소환수의 사냥도 멋지지만, 방송팀이 일을 잘하네.
└ ㅇㄱㄹㅇ 지루할 틈 없이 노련한 방송을 보여줬음
└ 환상의 호흡이자 파트너임. 이건 다른 대형 길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실력인 건 확실함.
올라오는 채팅창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사냥하느라 모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지은이랑 방송팀에서 꽤 많은 노력과 정성을 투자해 방송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장님! 그리고 직원 여러분. 제가 오늘 회식 쏘겠습니다. 맘껏 드시고 제게 청구하세요.”
그간 고생도 있고 하니 이렇게라도 감사의 뜻을 보내고 싶어졌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부탁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 잘 먹겠습니다!!!!
채팅창에 공지글이 올라왔다.
그들의 등장에 채팅창은 부럽다는 채팅을 시작으로 무조건 비싼 거 먹어야 한다면서 회식은 소고기가 매너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을 보며 나도 슬슬 웃었다.
물론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다.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포획 스킬은 물론이고,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아처를 계속 생산했다.
소환수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에, 이제는 그냥 힘으로 싸워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상 내가 싸우고 싶어도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이곳을 장악하고 있다.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만 해도 사백 마리 가까이 되었고, 스켈레톤 아처만 해도 벌써 백 마리가 넘어간다.
처음 이곳에 올 때 백 마리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벌써 다섯 배나 늘어난 상황이고, 계속 추가로 만들고 있으니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제 얌전히 방송을 종료하고 경험치나 쪽쪽 빨아먹다가 게임을 끝내면 되겠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띠링!
갑작스러운 시스템창의 알림.
내 궁금증은 눈앞에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이 해결해 주었다.
- ‘분쟁의 터’에서 한 시간 사냥했습니다.
- ‘분쟁의 터’에서 ‘웨어 울프’ 백 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분쟁의 터’에서 ‘샤벨 타이거’ 백 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대규모 무리를 이끌고 한 시간을 사냥했습니다.
- 숨겨진 퀘스트 발동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산의 주인을 가려라.]
난이도 : 극악
제한 : 숨겨진 퀘스트를 발견한 자. 소환사 직업을 가진 자.
내용 : 산의 주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전투가 일어났습니다. 기존의 왕인 웨어 울프 킹과 샤벨 타이거 킹을 죽이고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세요.
보상 : 알 수 없음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응? 갑자기?”
갑작스러운 퀘스트에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이곳에서 장시간 사냥을 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귀 전에 검은 손 길드와 다른 길드의 루키들과 함께 단기간 성장 콘텐츠를 이곳에서 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내 손으로 죽인 샤벨 타이거와 웨어 울프의 숫자만 해도 엄청났고, 나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퀘스트창을 바라보는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소환사 전용 퀘스트라니.”
여기서 이런 퀘스트가 있을 줄은 누가 생각했겠는가?
나는 물론이고, 당시 같이 사냥했던 파티원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내가 어이없어하는 사이에 커다란 소리가 ‘쾅’ 하고 울리더니 산을 타고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인 것처럼 땅이 울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쿵! 쿵!
땅의 울림은 양쪽에서 들려왔다.
거대한 무언가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일직선으로 자라 있던 나무들이 박살이 나며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두 개의 붉은색의 이름표가 보였다.
[웨어 울프 킹 Lv.700]
[샤벨 타이거 킹 Lv.700]
두 마리의 필드 보스 몬스터.
내가 회귀 전에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왕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