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화
#184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 스킬 ‘천마군림보’가 발동되었습니다.
-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 공격력이 10% 증가했습니다.
첫걸음이기에 고작 10% 상승. 하지만 이것은 위대한 여정을 위한 첫걸음이자, 마지막 피날레를 위한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천마검을 휘둘렀다.
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
웨어 울프의 두개골을 박살을 냈다.
“께갱!”
입에 거품을 물고 뒤로 물러나려는 웨어 울프. 일격에 즉사하진 않았지만, 충격이 상당한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몰려드는 동족 때문에 뒤로 물러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다.
나는 쿨타임이 끝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고급 포획.”
-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 ‘웨어 울프’를 포획합니다.
-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그 자리에서 포획된 웨어 울프를 꺼내며 한발 앞으로 걸었다.
- 공격력이 20% 증가했습니다.
두 번째 걸음에 20% 증가한 공격력.
여전히 웨어 울프를 한 방에 죽이기엔 부족하다.
파괴의 가호를 받아 공격력이 올라간 상황이라 하더라도 최소 스무 걸음은 걸어야 이곳의 몬스터를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공격력이 나올 거라는 게 내 예상이다.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는 소리다.
“흐합!”
기합과 함께 나는 또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한쪽 다리를 노리고 휘두른 검에 웨어 울프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하지만, 웨어 울프는 여전히 살기를 내뿜으며 커다란 주둥이를 활짝 벌려 내 팔목을 노리고 훌쩍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죽음을 앞당기는 행동에 불과했다.
“우끼!”
- 소환수 ‘숭이’가 스킬 ‘정권 지르기’가 사용합니다.
- 추가 데미지 150% 입힙니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숭이가 주먹을 내질렀고, 웨어 울프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머리를 강타했다.
입속에서 일어난 공격이기에 웨어 울프는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었고, 숭이는 주먹을 흔들어 웨어 울프를 한쪽으로 던졌다.
나는 그쪽으로 손을 뻗어 외쳤다.
“스켈레톤 소환.”
죽은 웨어 울프의 시체가 허공에서 터지면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순백의 스켈레톤이 생겨났고, 뼈로 만들어진 칼을 휘두르며 웨어 울프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겔겔겔.
턱을 부딪치며 뼈 칼을 휘두르는 스켈레톤.
무리 한가운데에 떨어졌기에 그리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순 없다. 하지만, 저 스켈레톤이 잠시나마 혼란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사이에 우리는 몬스터를 한 마리라도 더 죽여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틈.
나는 한 발 앞으로 걸었다.
연이어 올라오는 30% 공격력 상승이라는 단어를 곁눈질로 본 뒤에 옆에서 샌드 골램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샤벨 타이거를 바라보았다.
“하앗!”
그대로 검을 질러 샤벨 타이거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주변으로 튀는 핏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힘차게 휘둘렀다.
콰드드득!
천마검은 샤벨 타이거의 가죽과 뼈를 갈랐고, 몸통의 절반에 달하는 기다란 검상을 만들어 냈다.
“크아!”
옆구리에서 샤벨 타이거의 장기가 흘러내렸다. 샌드 골램이 두 주먹을 쥐고 아래로 강하게 내려쳐 마무리했다.
쾅!!
샤벨 타이거는 그대로 머리통이 박살 나 쓰러졌고, 나는 손을 뻗었다.
“스켈레톤 아처 소환. 스켈레톤 아처 52호 로빈후드 부대 부대원으로 지정.”
또 하나의 부하를 보충해 주자 로빈후드가 턱을 연신 움직이며 뭐라 뭐라 소리쳤다.
대충 듣기론 ‘신입 주제에 얼른 자리 안 잡고 뭐 하냐. 네놈의 뼈는 칼슘이 부족해 움직이는 것도 벅차냐’인 것 같다.
생각도 못 한 로빈후드의 말투에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금 침착하게 한 발 옆으로 움직이곤 또 한 마리의 샤벨 타이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몸통에 기다란 상처를 입은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손을 뻗었다.
“고급 포획.”
-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 ‘샤벨 타이거’를 포획합니다.
-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또 한 마리의 소환수를 풀어 사냥을 명령했다.
새롭게 태어난 샤벨 타이거가 동족을 향해 달려가 서슴없이 아가리를 벌리고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몸 위로 올라타 발톱을 세워 몸을 할퀴듯 휘둘렀고, 노란 털을 붉은색 피로 물들게 하였다.
“후아!”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는 여전히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막막함에 한숨이 나올 만하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가 씰룩이며 말했다.
“재밌다.”
정말 너무 재밌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전신에 활력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나는 이 흥분이 가시기 전에 승리라는 단어를 손에 쥘 것이다.
* * *
시저의 방송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나타난 암살자들.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 모습에 열광했다.
하지만 난입치고는 너무 허술한 모습에 당황을 금치 못했고, 결국 저 난입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채팅창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 미쳤네! 몬스터 X나 끌고 왔음
- 대박! 지금 카메라에 보이는 숫자만 해도 몇 마리야? 수백 마리는 되겠는걸?
- 드디어 시저도 한 번 죽나요? 드디어 소환수도 죽나요?
- 사망 페널티. 뭐, 그까짓 거 다시 시작하면 되지.
└ 그래 알몸으로 말이야.
└ 다른 것보다 소환수 사망 페널티지.
└ 하루 동안 소환 못 하니까. 소환사 입장에선 가장 최악의 일이지.
소환사는 한 번 죽으면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특히 소환수의 경우, 24시간이라는 대기 시간이 생기기에, 너무나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소환사는 소환수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시저의 경우엔 검을 사용할 줄 알며 어지간한 플레이어보다 스텟이 뛰어나 어떻게든 사냥이 가능하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걸 모른다.
그렇기에 시저의 팬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대로 시저가 죽게 되면 지금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를 날리게 되니 말이다.
걱정 가득한 채팅이 가득해지려는 찰나에 시청자의 의견은 점차 바뀌었다.
- 아, 근데 X나 잘 싸우지 않냐?
- 저 상황인데 일단 밀리지 않음.
└ 스켈레톤을 사용해서 몸빵 시킬 줄이야.
└ 웨어 울프랑 샤벨 타이거도 그냥 몸빵 시켜버림.
└ 결정타는 스켈레톤 아처임. 그것도 2분에 한 마리씩 계속 생겨나는 중임.
- 벌써 몇 마리야? 백 마리 넘겼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시저의 소환수.
그중 스켈레톤 아처의 활약은 무시 못 할 수준이 되었다.
스켈레톤 아처 부대는 로빈후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스켈레톤 아처는 이미 백 마리가 훌쩍 넘어갔고, 그들이 쏜 화살은 샤벨 타이거와 웨어 울프를 고슴도치처럼 만들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몇 분, 아니 몇십 분이 훌쩍 지나갔다.
사실 사냥 영상은 꽤 지루한 것이 당연하다.
반복된 장면을 보는 건 지루하고, 흥미가 떨어지며 집중력 또한 떨어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저의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그 누구도 지루하다고 하지 않았다.
- 크, 팅고 활약 보소!
- 범이님은 또 어떻고?
- 숭이도 잘하네.
- 가직스도!
- 쓰랄은 뭐, 1인분은 하는 것 같아.
시저의 방송을 담당하는 이지은과 그 팀은 지금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상황에 맞는 BGM을 실시간으로 교체하며 흥미를 끌어 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시저를 포함한 소환수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카메라를 쉴 틈 없이 돌리며 촬영하는 건 피가 말리는 작업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집중력을 갈아 넣으며 방송을 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오늘도 그림 예술이네.”
저 그림이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실시간으로 반응해 주는 시청자의 모습에 없던 힘도 생겨날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시청자의 수가 평소와는 달랐다.
천만 명. 무려 전 세계에서 천만 명의 사람이 시저의 방송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지간한 대형 길드 혹은 엄청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볼 수 없는 숫자다.
그렇기에 오늘만큼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것이다.
엄청난 숫자의 시청자를 위해, 그리고 시저를 위해, 최대한 멋진 그림을 뽑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와 이 와중에 우리 여왕님 여유로운 거 봐.
- 크…… 와인 한 잔의 여유라니.
- 엌ㅋㅋ. 다들 고생하는데 엄청 느긋하시네.
그중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것은 루이즈였다.
여왕님이라 불리는 소환수가 전장 한가운데서 느긋하게 와인을 마시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몬스터의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며 바닥을 질척하게 만드는 와중에 홀로 휴양지라도 온 모습.
그럼에도 루이즈의 팬이라 불리는 자들은 여왕님에게 드릴 안주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채팅창을 뜨겁게 만들었다.
“어머!”
그 순간, 이지은이 갑작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었고, 시저의 방송 카메라도 그녀가 바라보는 루이즈에게로 집중되었다.
파아아앗!
루이즈의 몸에서 빛이 일어났다.
월오룰을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빛이었다.
- 루이즈님 렙업하셨다.
- 캬! 여왕님 오늘 달달하시네!
- 이게 바로 날로 먹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시네!
레벨업의 이팩트임을 알기에 다들 흥분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빛이 계속해져서 이어지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는데, 누군가의 채팅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의문에서 기대로 바뀌었다.
- 루이즈가 진화 혹은 성장한다.
- 저건 성장이나 진화할 때의 빛임!
- 오오오오!!!
단순한 레벨업이 아닌 진화를 알리는 이팩트였던 것이다.
십여 초가 흘렀다.
성장일지 진화일지 모를 빛이 사라지고 다시 루이즈의 모습이 나타났다.
- 응? 차이가 없는데?
정적뿐이던 채팅창에 한 줄의 채팅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내 곧 채팅창을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붉은 망토가 휘날리며 그녀의 굴곡 있는 몸매와 파격적인 복장이 드러났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채찍…….
그녀의 대사는 뜨거웠다.
“호호호호! 아가들아! 조련의 시간이란다!”
진정한 여왕님이 강림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