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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83화 (183/275)

제183화

#183

분쟁의 터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짙은 살기가 뻗어왔다.

동족이 아닌 다른 종족을 향한 살기가 이곳 분쟁의 터를 뒤덮었고, 그 덕분에 내 피부가 찌릿찌릿했다.

“후후.”

나는 이 느낌을 좋아한다. 변태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엄청난 위협 속에서 살아남아 승리라는 단어를 가지는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회귀 전에 나는 나와 함께하는 길드원을 믿고 어떻게든 이기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연구가 성공했을 때 내 가치를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짜릿했다.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에 엄청난 쾌락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의 축하와 인정 속에 나라는 존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숨통을 조를 줄은 나도 몰랐었다.

실패할 때마다 주변에서 보내오는 시선, 완벽한 공략을 짜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많은 이들의 압박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나중에 나라는 캐릭터마저도 쓸모가 없어질 땐 정말이지 앞이 깜깜했다.

나쁜 생각도 몇 번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미래는 더 이상 없지.’

그렇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나만의 능력이 아닌 내 소환수와 함께한다.

소환수들은 내가 쓸모없다고 매몰차게 버리던 이들과 다르게 나와 평생을 함께해 줄 것이다.

나와 내 소환수.

우리의 조합은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는 조합이자,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가 하나의 군단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 스킬 ‘혼돈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에 있는 대상 중 적이 혼돈에 빠져 공격력이 30% 하락합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 스킬 ‘망각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크리티컬 확률을 30% 상승시킵니다.

로빈후드가 자리 잡고 있는 한가운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치유의 토템.”

- 스킬 ‘치유의 토템’을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의 아군을 치유합니다.

이미, 이곳은 내 전장이다.

물론, 이곳을 점령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버텨야 한다.

어떻게 버틸 거냐고? 압도적인 물량으로!

“스켈레톤 소환. 스켈레톤 아처 소환. 스켈레톤 아처 51호 로빈후드 부대 부대원으로 지정.”

스켈레톤은 프리로, 스켈레톤 아처는 로빈후드의 명령을 따르게 한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웨어 울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중 포획.”

- 스킬 ‘다중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 주변에 ‘웨어 울프’ 다섯 마리를 포획합니다.

- 포획에 성공한 ‘웨어 울프’는 두 마리입니다.

소환수창에 등록된 두 마리의 웨어 울프. 나는 두 마리를 꺼내 웨어 울프 무리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이걸 왜 멍청하게 생각하지 못했는지 말이야.”

다중 포획 스킬을 얻은 것은 꽤 오래전이다.

다만 그날 상당히 충격적인 일을 겪었었다. NPC 템플러. 999레벨의 마신교 암흑 기사 단장을 만났던 날이었으니 말이다.

뭐, 나중에 떠올리고 스킬 내용을 확인했지만, 쓸 수 있는 타이밍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동안 쓰지 않았던 것이다.

[다중 포획 Lv.1]

등급 : 유니크

액티브 스킬

- 지정한 대상을 포획하는 데 사용되는 스킬이다.

- 각종 상태 이상이 걸린 몬스터, 혹은 빈사 상태의 몬스터를 최대 다섯 마리까지 포획할 수 있는 스킬이다.

- 포획 확률이 낮은 편이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0초

소모 MP : 1,000

아무래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한정적이기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눈앞에 죽어가는 샤벨 타이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고급 포획.”

-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 ‘샤벨 타이거’를 포획합니다.

-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이로써 또 하나 추가.

지금의 나는 사냥을 시작하고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다섯 마리를 포획했다.

자, 계산을 해 보자.

고급 포획은 10초, 스켈레톤 소환은 60초, 스켈레톤 아처 소환은 120초의 쿨타임을 가진다. 시간이 허락하고, 마나가 허락한다는 가정하에 나는 계속해서 소환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숫자, 그러니까 백 마리가 되었을 때 나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다.

소환수 합성.

상위 몬스터가 될지, 변화가 없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내 전력이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곳 사냥터를 지배하게 만들어 줄 포인트이기도 하고 말이다.

“좋아.”

포획과 소환 스킬의 쿨타임이 다 돌았을 때였다.

주변을 감싸던 살기가 더욱 짙어져 이제 곧 전투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손을 들었다.

“로빈후드.”

“충!”

“시위 당겨.”

“시위 당겨!”

내 말을 복창하며 내린 명령에 51마리의 스켈레톤 아처가 활시위를 당겼다.

그 찰나, 양쪽에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우!!!”

“크아!!!”

등장과 함께 거친 포효를 날리는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 하지만 그 살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듯했다.

“아우?”

“크아?”

방금까지 살기 가득한 녀석들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나와 소환수를 바라보고는 의아한 얼굴로 변했다.

마치 ‘너가 왜 거기에 있어’라는 얼굴.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르르르…….”

순식간에 살기가 다시 피어올랐고, 그 살기는 한가운데 있는 나와 소환수를 향해 있었다.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에 있어선 이곳은 그들의 성지다. 그리고 두 몬스터에게 있어서는 신성한 결투를 위한 곳이다. 그런 곳에 다른 이가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나는 노골적인 살기와 적대심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미 이곳은 내가 점령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림없지.”

저 두 몬스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최악의 방송이 될지 모른다.

지금 시청자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화끈한 싸움이다.

근데 치고 빠지는, 서로의 전력을 확인하는 싸움을 한다? 재미를 떠나서 두 번 다시 내 방송을 보러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은 개판으로 만들 생각으로 손을 내리며 명령을 내렸다.

“쏴!”

“쏴!!”

내 명령에 로빈후드를 시작으로 51마리의 스켈레톤 아처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피슈슈슈슈슝!

52발의 화살이 두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쓸어 버렷!”

내 명령에 지금까지 대기 중이었던,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우!!”

“크아!!”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오십여 발의 화살이 양쪽 몬스터의 몸통에 바람구멍을 만들어 내었고, 피를 흘리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던 웨어 울프와 샤벨 타이거의 목덜미를 내 소환수들이 물어뜯었다.

으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피가 바닥을 적셔갔고, 몸에 붙어 있어야 할 살점과 뼈가 사방으로 튀었다.

두 종족은 평소 서로를 싫어하기에 그 싸움은 더욱 거칠 수밖에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고작 십여 초 만에 정적이 찾아왔다.

백에 달하는 내 소환수가 몰려든 몬스터를 쓸어 버렸다.

이번에 몰려든 몬스터의 수보다 두 배가 넘는 수의 소환수로 사냥했다고 해도 너무 빨랐다.

나는 언제든 튀어 나가기 위한 자세를 풀며 말했다.

“쩝, 큰일이네요.”

천마검을 어깨에 걸치며 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래서는 저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이 활약할 시간도 없겠는데요?”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채팅이 올라왔다.

- 뭐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무난함.

- 저기가 원래 저런 곳이긴 함. 다만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 두 몬스터 때문에 꺼려지는 것이지.

- 그리고 주변에도 꽤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있기도 하지.

- 저렇게 물량으로 쓸어버리는데 당연히 사냥이 성립되나? 학살이지.

- 아 생각보다 노잼 방송일 거 같은데…….

- 치킨이라도 얼른 와야 뜯으면서 볼 텐데.

물론 진짜 내 말 그대로 이대로 흘러간다면 정말로 재미없는 방송이 된다.

원거리에서 공격해 약해진 적을 상대로 학살하는 모습은 방송으로 보여줄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대로 흘러갈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도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몬스터의 무리가 있다. 미니 맵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양쪽에서 보이는 뿌연 먼지가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에겐 보일 리가 없기에 그런 말을 했다.

“쩝, 로빈후드의 새로운 기술도 보여 드리고, 다른 소환수도 활약하고, 저도 땀 뻘뻘 흘려가며 사냥해야 보는 맛이 있는데 말이죠.”

- ㅇㄱㄹㅇ.

- 킹정. 이대로는 노잼이지.

- 그래서 어떻게 하게?

- 시저는 우리를 위해 재롱이라도 부려라!

하다못해 나보고 재롱이라도 불리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시청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 곧 다시 사냥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니 말이다.

곧 몬스터가 도착할 것이고, 그때부터 다시 정신없이 싸우면 된다.

주변을 둘러보며 타이밍을 맞춰 반응하려던 찰나였다.

“음?”

나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미약한 살기와 함께 옅은 먼지가 솟아오르는 방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한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었다.

뭔지 몰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데, 그곳에서 한 유저가 불쑥 튀어나와 크게 웃으며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으하하하! 죽어라! 시저!”

그는 누군가의 공격이라도 받은 듯, 피투성이였다.

입고 있는 방어구도 허술하기 그지없었는데, 단순히 경량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심장이 있는 부근을 제외하고 보호하고 있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는 것이었다.

“여기다!”

“모여라!”

“목표물을 찾았다!”

문제는 그게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술한 방어구와 검 한 자루만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 난입이다!

- 오! 역시 라이브인 난입이 최고지.

- 근데 암살자치곤 좀 이상하지 않나?

- 무장은 둘째치고 저렇게 당당하게 시비를 건다고?

- 뭐지 X신이네.

시청자들은 갑작스러운 난입에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저들은 기습이라기보단 오히려 불 속으로 뛰어드는 한 마리의 나방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나방은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먼지가 되듯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

“끼에륵!”

“냐앙!”

“우끼!”

암살자들은 내 주변에 있던 팅고과 범이 숭이의 손에 쉽사리 제압당했고, 나를 향해 동시에 접근하다가 서로의 몸을 찌르기도 했다.

“뭐죠? 이게?”

오죽하면 나조차도 당황해서 시청자에게 물었을 정도였다.

모두가 이해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저 암살자의 목적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직접 사냥이 아닌 몬스터를 이용한 살인을 위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는 넘는 몬스터가 사방에서 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유일하게 아직 죽지 않은 유저가 나를 향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죽어라, 시저. 그것도 몬스터에…….”

놈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들을 필요도 없는 말이기에 나는 놈의 머리통을 발로 깨트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네요.”

그 말을 내뱉었지만, 이상하게 내 입가엔 미소가 슬쩍 생겨났다.

왜냐고? 덕분에 방송이 더 재밌어졌으니까.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들어 준 그 사람을 향해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다시 검을 내리며 말했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요?”

나는 눈앞의 웨어 울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다. 이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냥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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