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81화 (181/275)

제181화

#181

월오룰의 커뮤니티.

사람들은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게시판을 기웃거렸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근 사건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최전선에 있는 메시아 길드다.

전멸에 가까운 손해를 입어 쓴맛을 본 메시아 길드는 현재,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콜피온 맨과 정면으로 싸워봐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잘 알고 있기에, 공략법을 만드는 중일 터다.

최근 메시아 길드는 방송은 물론이고 길드 내외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공략법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방송에 나온다 하더라도 이득보다 손실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더욱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길드를 비롯해 최전선에서 지내왔던 유저들이 크이케 후작령에 도착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빠르게 후작령에 녹아들었고, 서둘러 스콜피온 맨의 공략에 나섰다. 그에, 메시아 길드와 다른 길드, 혹은 최전선의 유저간의 대결 구도가 성립되었다.

누가 가장 먼저 스콜피온 맨의 공략을 알아내는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저 필드 보스 몬스터를 최초로 사냥하는 자가 누가 될 것인지 말이다.

이미 사설 도박 사이트에서는 어느 길드가 가장 먼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지에 대한 내기판이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일에 월오룰을 시청하는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시저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저의 경우 최근에 놀라운 사건을 터트렸다. 다름 아닌 NPC 살해.

월오룰이 오픈하고 초창기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당시에는 무법 지대였다.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을 노리고 수많은 범죄를 일삼았다.

약탈은 기본이고, 방화 살인, 거기에 성범죄까지. 방송은 물론이고 차마 입에 올리기 꺼려질 정도의 각종 범죄가 일어났었다.

당연히 그 사실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처음 발매부터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품에 안고 발매된 게임이니 정보다 빠르게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게임이 오픈한 지 첫날에는 마약이나 다름없는 것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당연히 게임 개발사인 라온 소프트는 비상이 걸렸다. 범죄와 연관된 게임이라는 소문과 함께 이미지와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그들이 개발한 목적과 완벽히 달라진 것을 알고는 그 자리에서 강력한 패치를 적용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던 NPC가 적극 대응하는 패치였다.

NPC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듯 범죄를 일으키는 유저에게 거세게 대응했고, 그 결과 패치 하루 만에 범죄자가 전부 사라졌다.

그 일이 하루 만에 가능했던 이유도 있었다. 서버가 오픈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서 유저들이 시작의 마을과 그다음 영지인 니베라 남작령에만 진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월오룰을 시청했던 시청자의 입장에선 NPC를 죽인 시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되었을지 너무나도 궁금하기에 시저의 채널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 그 뒤로 시저 소식 들은 사람?

└ 안 그래도 X나 궁금한데 너무 조용함.

└ 채널이 유지되어 있는 걸 보면 접은 것 같지는 않은데.

└ 하긴 아직 채널이 유지됨.

└ 최소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님.

- 아까 지인이 말하기론 웨어 울프 사냥 중이라던데.

└ 이 새끼 뭐지? NPC 죽였는데 멀쩡하다고?

└ 그것도 여유롭게 사냥 중이라고? 왜? 아니 이게 말이 되느냐?

순조롭게 사냥 중이라는 시저의 소식에 시청자들은 어이없어했다.

지금까지 NPC를 죽이고 살아남은 유저는 단 한 명도 없다. 아니, 있더라도 그 유저는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접속과 동시에 수많은 NPC가 달려들 테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사냥하고 있다 하니, 다들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시저에 대한 호기심으로 궁금증이 폭발하려는 그 찰나, 시저의 개인 채널에 오랜만에 영상이 올라왔다.

- 시X! 시저 영상 뜸! 그것도 메시아 길드를 전멸시킨 그 몬스터를 상대로!

└ 개소리 마라. 어글 오지네.

└ 아니 말이 되냐고. 시저가 지나간 사냥터에서 스콜피온…… 설마?!

└ 여기서 키보드 칠 때가 아님. 얼른 가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시저의 채널로 이동했고, 메시아 길드를 전멸시켰던 스콜피온 맨을 상대하는 시저를 볼 수 있었다.

“스콜피온 맨은 상당히 까다로운 몬스터입니다. 단단한 껍질은 물론이고 집단이자 군락을 이루는 몬스터다 보니 기본적으로 지능이 뛰어난 편입니다.”

메시아 길드가 전멸한 모습을 보았던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법한 내용. 하지만 그 뒤로 들려온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스콜피온 맨의 약점은 상태 이상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상태 이상을 전문으로 걸 수 있는 유저가 있다면 매우 편하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시저는 손에 든 무언가를 가루로 만들어 흐르는 물속에 풀었다.

“이것은 동굴에 흔히 있는 이끼입니다. 하나의 종류가 아닌 여러 종류를 섞어 만들면 무수한 상태 이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졸졸졸 흘러가는 물에 시저의 손에 있던 가루가 녹아 흘러갔다.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스콜피온 맨이 머리를 박고 마시더니 순식간에 시저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무수히 떠 올랐다.

- 스콜피온 맨이 상태 이상 ‘환각’에 빠집니다.

- 스콜피온 맨이 상태 이상 ‘흥분’에 빠집니다.

- 스콜피온 맨이 상태 이상 ‘무기력’에 빠집니다.

- 스콜피온 맨이 상태 이상 ‘의지 저하’에 빠집니다.

“자,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볼까요?”

그 말과 함께 시저가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소환수가 그를 대신해서 앞으로 뛰어갔고, 상태 이상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스콜피온 맨을 일방적으로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시저는 웃으며 말했다.

“참~ 쉽쥬?”

그러면서 루이즈의 무릎에 기대어 잠이 드는 것으로 시저의 모습이 사라지고, 소환수가 스콜피온 맨을 학살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당연히 댓글 창은 폭발했다.

- 미친, 저런 정보를 그냥 풀어준다고?

- 영상의 날짜를 보면 메시아 길드가 전멸한 그 날과 같은 날임.

- 그럼 시저는 어떻게 스콜피온 맨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거임?

└ 영상을 자세히 보면 뒤에 스콜피온 맨의 시체가 많음, 이미 한번 공략하고 방송으로 사냥 영상 만든 듯

└ 와…… 이게 사실이면 메시아 길드보다 몬스터 공략법을 빠르게 만들어 낸 거란 소리네.

└ 운 좋아서 레전더리 직접만 가진 것은 확실히 아닌 듯.

└└ 그래서 시저 방송 보는 거임.

└└ 맞는 말. 시저의 매력은 소환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환사 자체가 뛰어남.

- 와, 이 영상으로 득을 볼 메시아 길드네.

시저의 짧은 영상과 함께 댓글을 본 시청자들은 시저가 얼른 방송했으면 했다.

NPC를 죽인 것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저와 소환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들의 기대를 충족해 주겠다는 듯, 한 시간 뒤에 시저의 라이브 방송 공지가 올라왔다.

- 레전더리 직업의 소환사 시저의 사냥 라이브, 평소보다 길게 방송합니다.

그 공지에 시청자가 흥분에 댓글을 달았다.

- 지금부터 존버합니다.

- 한 시간. 얼른 퇴근은 물론이고 치킨도 시킨다.

- 와, 이거 지루해서 어떻게 기다리냐.

- 개꿀. 딱 삼십 분만 자고 옴. 그럼 집중력 올라가겠지.

- 아, 얼른 시작했으면 좋겠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 시저였다.

* * *

그 시각, 메시아 길드에서도 시저의 영상을 보고서 흥분한 상태였다.

“X새끼! X바 새끼! X친 새끼! 으아아악!”

메시아 길드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김세준이 욕설을 내뱉더니 들고 있던 물 잔을 벽을 향해 던졌다. 그것도 모자라 밥상까지 뒤집어엎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씨익! 씨익!”

거칠게 뿜어내는 거친 숨소리는 물론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살벌한 눈빛으로 모니터 너머의 시저를 바라보았다.

“세준. 참아요. 그러다가 게임 접속에 지장이 생겨요.”

그런 그를 달래는 것은 쥴리안나.

그녀는 냉철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시저의 행동은 메시아 길드를 향해 시비를 거는 모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직접 찾아가서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위안이라고 한다면, 저 지긋지긋한 스콜피온 맨의 사냥 방법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비록 저희를 놀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지만, 덕분에 원활한 사냥이 가능해졌는걸요. 이제 스콜피온 맨 킹을 잡는 것은 저희 메시아 길드가 될 것이에요.”

김세준은 쥴리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덕분에 공략법을 알아냈으니 원활한 사냥이 진행될 것이다. 그럼에도 시저를 한 방 먹이고 싶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 김세준의 눈빛을 읽은 쥴리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기에 말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너진 자존심을 시저도 똑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좋아. 내가 해 주지.”

둘이서 눈빛을 주고받는 중에, 바로 옆에 있던 마오후둥의 목소리에 시선이 절로 돌아갔다.

그는 얼마 전 정식으로 메시아 길드에 가입함과 동시에 바로 간부급으로 올라왔다. 현 중국 정부의 지배자의 아들이자, 봉술사 계열의 레전더리 직업인 제천대성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우리 쪽 애들이 많잖아? 몇 명 풀어서 저놈의 라이브를 방해해 주지.”

“어떻게 해 준다는 거지?”

마오후둥은 웃었다.

라이브를 방해하는 방법 중, 암살자를 보내는 게 가장 현명하지만 마오후둥은 그런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방송 자체를 망치고 싶었다.

“몬스터 웨이브나 다름없는 몬스터를 끌고 가서 몬스터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재밌겠어.”

메시아 길드가 스콜피온 맨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는 것을 떠올리도록, 시저와 시저의 소환수가 일방적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좋아요. 수락하죠. 만약 성공한다면 제 지분의 1%를 드리죠.”

“역시 쥴리안나. 화끈해서 좋아.”

메시아 길드의 지분은 네 명이 20%씩 가지고 있으며, 남은 20%는 전 세계의 각종 기업과 부호들이 가지고 있다.

마오후둥도 간부급이기에 20%를 가지고 있는 이 중 한 명이다.

쥴리안나의 20% 중에 1%를 마오후둥에게 넘어간다면 그가 가장 많은 지분율을 가지게 되기에, 당당하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위치가 된다.

“그럼 애들을 풀어주지.”

마오후둥은 어디론가 연락했다.

그 모습에 김세준의 분노가 가라앉았고, 쥴리안나가 손뼉을 치며 사람을 불렀다.

“치우고 새로 내오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바닥에 떨어졌던 쓰레기가 치워졌다. 그리고 새로운 식사가 나왔을 무렵, 시저의 방송 시간이 되었다.

김세준이 한 숟갈 수저를 들었을 때 시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반갑습니다. 시저입니다.

김세준은 조용히 수저를 움직여 배를 채웠다. 시저가 망가질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소화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X, 씨X…… 말이 돼?”

하지만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