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180
경매장을 통해 아이템을 낙찰받았다.
“와씨…… 미쳤네. 템 시세 왜 이래?”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겨우 부여잡고 인벤토리 창을 열었다.
[달빛을 머금은 웨어 울프 가죽 투구]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방어력 : 100
마나 +100
- 2세트 착용 시 마력 회복+100%
- 3세트 착용 시 마력 회복+100%
투구, 신발, 장갑으로 구성된 세트.
아이템을 모두 착용하면 총 300의 마나와 200%의 추가 마나 회복력을 얻을 수 있기에, 마법을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다.
이 세트 아이템은 정예 웨어 울프를 통해 얻을 수 있고, 드랍률은 당연히 극악이다.
회귀 전에도 개당 천 골드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뭔데, 가격이 세 배나 높아?”
그런데 지금은 한 부위당 삼천 골드에 올라와 있었다. 아니, 사실 천 골드만 해도 현금으로 따지면 천만 원이다. 근데 삼천만 원을 주고 사려니 뭔가 억울했다.
누군가 장사를 위해 시세 조작을 한 것이 아닐까 싶어 평균 거래가격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고, 오히려 내가 싸게 산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맞다. 이제 월오룰 이 년 차지.”
회귀 전의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했던 내가 멍청했다.
지금은 월오룰이 오픈한 지 이 년밖에 안 된 상황, 당연히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아이템 가격이 미쳐 날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눈물을 머금고 낙찰받아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나는 쓰라린 속을 달래며 두 개의 아이템을 추가로 더 구매했다.
[햇살을 머금은 샤벨 타이거 가죽 상의]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방어력 : 100
마나 회복 +100%
- 2세트 착용 시 마력 회복+100%
상의, 하의로 구성된 샤벨 타이거 세트.
기본적으로 달린 100%의 마력 회복과 세트 효과로 총 300%의 마력 회복력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시세는 개당 5천 골드였다.
무려 1만 9천 골드를 털어서 로빈후드의 아이템을 사들인 나는 등골이 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휴, 로빈후드 하나 맞춰주는데 이 정도인데, 남은 애들까지 전부 다 해 줄 걸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벌어들인 골드가 2만 골드다. 사실 이렇게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말도 안 되긴 하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킬과 인던에서 얻은 장비 덕분이다.
“일단 스킬만 잘 사용해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으니까.”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대부분이 레전더리 급이고, 내 소환수들도 레전더리 스킬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스킬만 적절하게 사용해도 사냥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사냥하면서 괜찮은 아이템 몇 가지를 얻어 낭비를 줄였고, 추가로 필요한 장비는 제작으로 해결했었다.
뭐, 이런저런 설명을 생략하고 말하자면, 남들보다 돈을 많이 아꼈다는 거다.
스킬 북이라든가 장비에 따로 투자하지 않고 말이다.
소환수의 먹잇값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이게 또 나는 팬클럽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범이뿐만이 아니라 내 소환수 팬클럽이 생기면서 먹이 조공을 보내오니 말이야.”
팬클럽은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커져 버렸다. 그쪽에서 계속 보내오는 양이 만만치 않았고, 마을에 들를 때마다 만나는 팬들의 조공 덕분에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각종 인던 혹은 사냥터에서 얻은 전리품을 처분한 돈이다.
나 혼자서 남들의 두세 배가 넘는 사냥을 해 왔다. 당연히 그 전리품을 독식하고 있으니 굳이 추가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뭐 하는가? 여태껏 뼈 빠지게 모았던 돈이 고작 로빈후드의 풀 세트 하나 맞춰준 걸로 끝나버리지 않았는가?
정말이지…… 돈을 버는 것은 힘들지만 쓰는 것은 이렇게 한순간이다.
“아니, 이젠 텅장이지.”
다행이라면 현실의 돈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돈은 나와 효진이가 살아가는 데 써야 하는 돈이니 건들 생각이 없다. 적어도 우리 남매가 살아가며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귀 전에 못 해 줬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니, 현실의 돈을 억지로 끌어다가 게임에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투자는 끝났다.
이제, 내일부터 이틀간 죽어라 사냥이다.
* * *
다음 날 월오룰 접속과 동시에 바로 라이브 방송 세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통장을 털기 시작했다.
“이걸로 벌써 몇 대야?”
- 당연한 투자인걸요. 그러려니 하세요.
“알지, 알고 있는데…… 영 귀찮아서 말이야.”
- 에이, 한 번만 하면 되는걸요. 힘내요. 오빠.
“그래.”
나는 지은이가 시키는 대로 착실하게 카메라 세팅에 들어갔다.
기존에 사두었던 서른 대의 카메라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나온 카메라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주는 팀에서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생긴다면 방송팀 측에서 조금 더 퀄리티 좋은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대당 백만 원이 넘는 카메라지만 당연히 투자해야 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 지금 한번 해 볼게요.
“어.”
멍하니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카메라는 나에게 접근했다가 멀어졌다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한 자리에서 고정되기도 했다.
대충 5분 정도 흘렀을 때 끝났다는 신호가 왔다.
- 된 것 같아요.
“좋아. 그럼 12시쯤 방송한다 공지 써주고. 그때 봐.”
- 네.
나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는 앞으로 시선을 두었다.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두 종족이 매일같이 싸우는 장소에 도착한다.
회귀 전의 나는 이곳에서 최정예 멤버를 꾸려 사냥했었다.
최정예 멤버는 나와 천마검을 들고 있던 내 제자, 검은 손 길드의 루키 다섯 명, 검은 손 길드와 협력 관계에 있던 다른 길드원 서른 명과 베테랑 세 명까지 합친 총 서른 명의 인원이었다.
탱커만 열 명에 힐러가 다섯, 나머진 전부 딜러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은 하나같이 길드에서 지원해 준 최고급 아이템을 착용했다.
우리의 목적은 480레벨에서 500레벨까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성하는 것과 모두가 기피하는 사냥터에서 오랫동안 사냥을 하는 것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 주일 걸렸지.”
하루 여덟 시간씩 이 주일, 대략 112시간 만에 달성한 일이었다.
당시 월오룰의 역사에 한 줄을 그을 만한 업적이긴 했다.
남들은 한 달을 넘도록 사냥하더라도 20레벨을 올리기 힘들고, 파티 플레이를 하면 사냥의 효율은 높으나 먹는 경험치의 양이 줄어들다 보니 삼 주는 걸린다.
하나, 우리는 이주면 충분했다.
사냥을 이끌어가는 내 지휘 능력이 뛰어난 건 물론이고, 사냥에 익숙해지자 돌아가며 휴식까지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이곳은 세상 모든 유저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곳이고, 나로서는 내 재능을 알게 된 곳이기도 하다.
“후, 그럼 다시 해 보자고.”
이번에도 별다른 차이는 없다. 이전보다 파티원의 숫자는 줄었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회복 관련으론 치유의 토템만 한 것이 없다.
딜러 또한 걱정 없다. 내 소환수 대부분이 전부 막강한 화력을 가진 딜러기에 사냥에 무리가 없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나도 있다. 천마검의 봉인을 푼 이상, 근처 구간의 그 어떤 딜러보다 가장 강력한 한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가장 빈약한 것은 탱커다.
지금 내게 탱커는 샌드 골렘 하나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을 상대로 샌드 골렘 하나론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계획을 바꿨지.”
바로, 탱커가 필요한 조건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은 두 가지다.
스르릉, 쿵.
한 손에 스컬 대검을 들고 휘두른다.
스컬 대검에 죽은 몬스터는 살아 있던 모습의 스켈레톤이 되어 부활한다. 사냥과 동시에 아군의 숫자를 늘려주는 것이 된다.
남은 손은 무엇을 하느냐?
“고급 포획.”
- 스킬 ‘고급 포획’을 사용했습니다.
- ‘웨어 울프’를 포획합니다.
-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창에 등록됩니다.
“아우우우우!”
포획을 통해 아군의 숫자를 늘린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스켈레톤 소환.”
웨어 울프의 시체가 퍽하고 터지더니 스켈레톤이 만들어져 턱을 부딪치며 일어난다.
내가 생각한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이 산맥을 지배하게 될 영물이 되는 것은 아마 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나는 산신령이라 봐야 하나.”
뭐, 진짜 그 전설이 맞는다면 말이다.
“그럼 시작해 보자고.”
스컬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눈앞의 웨어 울프 두 마리가 나타났다.
“팅고, 숭이.”
“충!”
“우끼!”
팅고와 숭이가 그대로 웨어 울프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팅고는 웨어 울프를 반으로 쪼개 버릴 듯한 강렬한 기세로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팅고가 휘두른 도끼가 웨어 울프의 두개골을 박살 내는 소리였다.
뼈가 박살이 나는 소리는 숭이 쪽에서도 들려왔다.
숭이가 빠른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웨어 울프의 앞으로 다가가 웨어 울프 주둥이에 로우킥을 날린 것이다
- 소환수 ‘팅고’가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 ‘팅고’가 ‘웨어 울프’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4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20,000을 획득합니다.
- 소환수 ‘숭이’가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 ‘숭이’가 ‘웨어 울프’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4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20,000을 획득합니다.
원샷 원킬의 위력을 보여주는 둘이었다.
둘의 모습에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47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스킬 뽑기 권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경험치가 거의 다 찼다는 것이 생각났다.
“스킬 뽑기 권 사용.”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사용, 손을 뻗어 눈앞에 있는 가장 가까운 구슬을 붙잡았다.
-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 스킬을 익혔습니다.
- 노말 스킬 ‘스켈레톤 아처 소환’을 익혔습니다.
[스켈레톤 아처 소환 Lv.1]
등급 : 레어
액티브 스킬
- 순수하게 사용자의 손에 죽은 시체를 이용해 해골 한 마리를 소환합니다.
- 소환된 스켈레톤은 부서지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 스켈레톤은 부서지면 다시 소환해야 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0초
소모 MP : 1,000
나는 활을 들고 여유롭게 걷고 있던 로빈후드를 바라보았다.
“주군?”
그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잘하면 고유 특성을 개방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