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77화 (177/275)

제177화

#177

“죽어라!”

크레이튼 백작의 검이 오러를 잔뜩 머금은 채 나를 향해 공격해 왔다.

첫 일격은 단순한 찌르기다.

그의 검술은 동작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보폭은 일정하지만, 단숨에 나와의 거리를 좁히고는 자신만의 간격을 찾아낸 다음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경지를 알 수 있었다.

‘허언은 아니네.’

한때 제국에서 잘나가던 검사라는 것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앙!

나를 향해 찔러오는 검을 천마검을 휘둘러 쳐냈다.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며 굉음을 일으켰고, 박살이 난 오러의 파편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튀었다.

콰가강!

나와 크레이튼 백작의 오러가 평범한 오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동굴이 뒤흔들렸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구름이 시야를 차단할 것 같았지만, 그러진 않았다.

크레이튼 백작은 연이어 검을 휘둘렀고, 그 때문에 일어난 바람이 먼지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콰앙!

제대로 힘을 실어 공격했는지, 묵직한 공격이었다.

“오호!”

크레이튼 백작이 살짝 흥미롭다는 듯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서 빠르게 몸을 회전하더니 원심력을 동원한 묵직한 일격이 우악스럽게 휘둘러졌다.

앞서 한두 번의 공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빠른 속도였기에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냈다.

콰아앙!

검과 검이 부딪쳤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굉음이었고, 무수한 오러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동굴의 벽면을 박살을 내기 시작했다.

“이걸 정면으로 막아낸 것은 네놈이 처음이구나.”

크레이튼 백작은 살짝은 놀란 듯, 한 발 뒤로 물러나더니 제 검을 바라보았다.

소드 마스터와 같은 완전한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지만, 형태가 뚜렷한 오러가 아닌 커다란 맹수가 물어뜯은 것처럼 뜯긴 듯한 상처가 남아 있다.

크레이튼 백작의 시선이 내 검으로 향했다.

우우우웅.

내 오러는 처음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크레이튼 백작과는 한눈에 보아도 대조되는 상황, 그럼에도 나는 웃지 못했다.

‘확실히, 레벨 간의 차이는 무시 못 하는구나.’

크레이튼 백작의 일격을 막은 내 손이 얼얼하다.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몸속의 장기가 크게 흔들리는 충격과 함께 속이 쓰라려 왔다.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비릿한 피 맛에 살짝 당황했을 정도였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야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직접 검을 맞대보니 훨씬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슬쩍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내 소환수와 인던 보스 몬스터인 거대 구울이 싸우고 있었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다행히도 무난하게 사냥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만 잘하면 되기에 다시 시선을 크레이튼 백작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견적을 내보았다. 내가 정면으로 크레이튼 백작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를 말이다.

순식간에 계산되어 나온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정면으로 승부는 절대 안 된다. 레벨 간의 차이는 물론이고, 스텟으로 밀려. 거기에 레전더리 검인 간장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지금 시점에는 더욱 위험하기도 해.’

둘 다 평범한 검을 가지고 싸웠다면, 조금은 승산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백작은 레전더리 검인 간장을 가지고 있다.

간장의 정확한 능력을 모르는 이상,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최선의 공략 법은 하나다.

‘방심하게 만든 뒤 뒤통수를 노린다.’

단 한 번뿐인 공격이겠지만 확실한 승리를 위한 방법을 떠올렸다.

계획이 만들어졌으니 이제는 실행해야 할 차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비릿한 피를 되삼키는 것이 아니라 흘려냈다.

주룩, 툭. 툭.

입가를 타고 바닥에 떨어진 두 방울의 피에 크레이튼 백작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렇군.”

마치 잘 알겠다는 듯한 얼굴이다.

“안 먹힌 것이 아니라, 내상을 입어 굳어 있는 것이군.”

그 소리에 나는 속으로 기뻐했다. 내 연기에 속아 넘어간 크레이튼 백작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고 싶어도…… 저쪽도 상황이 좋지 않으니 말이야. 고민이 많겠어.”

아까 내가 소환수를 바라봤던 것을 꼬집어 말하는 크레이튼 백작이었다.

나는 연기를 위해 살짝 이마를 찡그렸고, 백작은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져 기쁘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는 한참을 웃더니 검을 다시 고쳐 잡고는 다 잡아놓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훨씬 느려진 검이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캉!

뻔히 보일 정도의 공격. 내 몸 상태를 생각하면 무리 없이 막아낼 공격이지만, 이번에도 연기했다.

“큭…….”

“역시!”

겨우 막아내는 듯한 힘없이 뒤로 한발 물러났고, 굳이 아프지도 않지만 얕게 앓는 소리를 내주었다.

그 연기가 통했는지 크레이튼 백작은 이번에도 기뻐했다. 그러고는 아까와 다르게 나를 농락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건성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캉! 캉!

그가 휘두르는 검에 내 검에 실려 있는 오러가 뭉텅뭉텅 잘려 나갔다.

그것은 내가 의도한 것이다. 백작이 내 검을 노리고 공격할 때 오러의 강도를 낮춰 깨지기 쉽게 만든 것이다.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오러는 쉽게 박살이 났고, 그 덕분에 크레이튼 백작이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천마검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눈앞의 크레이튼 백작을 죽여야만 했기에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지.”

크레이튼 백작이 전력을 다한 일격을 날렸다.

콰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이번에는 오러가 완벽하게 깨져 사라졌다.

지금까지완 다른 일격에 오러가 버티지 못한 것인데, 나는 바닥을 두 바퀴나 구르고, 겨우 힘겹게 일어서는 연기까지 했다.

그러곤 슬쩍 검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천마검은 무사했다. 내가 예상한 힘보다 강력해 오러가 깨져 버린 것인데, 다행히 검 자체에는 충격을 주지 않은 듯했다.

‘레전더리 검인데, 이 정돈 버텨야지.’

비록 봉인 당해 있지만, 눈앞의 크레이튼 백작이 쓰는 검과 같은 레전더리 검이다.

성능과 내구도가 일반 검과 다르다.

멀쩡한 모습의 내 검을 바라보는 크레이튼 백작이 좋아했다.

“꽤 쓸 만한 검을 들고 있군. 적어도 전리품으론 딱 맞겠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크레이튼 공작은 다시 공격을 해 왔다.

“결코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내 계획을 망친 죄는 가볍지 않을 것이야.”

그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불타올랐다.

그는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한발씩 물러나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절대 쉽게 죽이지 않겠다는 듯, 그는 치명적인 부위가 아닌 고통을 많이 느끼는 곳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본다면 일방적으로 내가 공격당하는 상황이었고, 조금만 시간이 지난다면 크레이튼 백작이 이길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럼에도 크레이튼 백작은 쉽게 방심하지 않았다.

중간마다 진짜 일격을 섞어 넣어 나를 괴롭혔고, 그때마다 나 또한 연기를 해야 했다.

‘아직이다.’

완벽하게 방심하는 순간, 내 검이 크레이튼 백작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나는 연기를 계속 이어갔다.

하나, 내 연기는 그리 오래갈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크레이튼 백작!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명령에 따라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신성 교단의 이름으로 마신교와 손을 잡은 그대를 벌하겠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마탑의 마법사와 신성 교단의 기사와 신도였다. 당장에라도 전투에 끼어들어 크레이튼 백작을 붙잡을 기세였다.

“제길? 벌써 이곳까지 왔다고?”

크레이튼 백작은 그들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이 내가 기다려왔던 그 완벽한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기 있는 NPC들에게 크레이튼 백작을 빼앗길 순 없다. 내가 죽여야지만 천마검의 봉인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푸욱.

오러를 잔뜩 머금고 있는 내 검이 크레이튼 백작의 등을 꿰뚫고는 복부로 튀어나왔다.

“쿨럭!”

백작의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서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검을 빼냈다. 그러곤 그대로 백작의 목을 쳤다.

서걱.

그 뒤로 들려오는 쿵 하는 두 개의 소리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손에 들려 있는 천마검을 바라보았다.

- 레벨 100 이상 차이 나는 NPC를 죽였습니다.

- 홀로 싸워 이겼습니다.

- 천마검의 봉인을 풀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 천마검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시스템창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NPC의 도움도 받았고, 속 시원하게 봉인을 푼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풀었다.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시스템이 인정해 줬으니 감사합니다, 하고 넘어갈 일이다.

나는 바로 천마검을 확인했다.

[천마검]

등급 : 레전더리

내구력 : 100/100

공격력 : 500-700

천마신교 교주 천마가 사용했던 애검이다.

특이사항 : 스킬 ‘천마군림보’ 사용 가능.

[천마군림보 Lv.MAX]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천마가 세상을 군림하듯이 걷는 발걸음이라는 의미의 보법이다.

-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공격력이 10% 증가한다.

- 최대 1,000%까지 증가한다.

- 1,000% 상승 후, 일격을 날리면 스킬은 자동으로 종료된다.

사용 대기 시간 : 600분

소모 MP : 10,000

무려 최소와 최대 공격력이 200씩이나 상승했고, 봉인되어 있던 스킬 ‘천마군림보’가 해방되었다.

한 번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며, 무려 10시간이라는 엄청난 쿨타임을 가졌지만, 단 하나의 적을 향해 최대 일격을 날리기엔 이보다 더 완벽한 스킬은 없다.

“그게 끝이 아니지.”

저 천마군림보의 스킬로 인해 올라간 공격력은 다른 스킬과 중첩이 된다는 것.

내가 가진 각종 스킬을 이용하면 1,000%가 아닌 그 이상의 공격력을 한 번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만족하는 얼굴로 천마검을 챙겼다. 그러곤 크레이튼 백작이 쓰러진 곳으로 향했다.

“이걸로 간장이 내 손에 들어왔군.”

그의 손에 쥐어진 간장을 손에 들었다.

막야를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가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 막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의 보스 몬스터인 거대 구울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되는 일.

나는 내 소환수가 싸우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워어어어!”

고통에 찬 거대 구울의 울음소리.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거대 구울을 쓰러뜨렸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소환수 ‘로빈후드’의 진화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 소환수 ‘로빈후드’가 진화합니다.

로빈후드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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