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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76화 (176/275)

제176화

#176

눈앞에 세 명의 NPC와 한 마리의 몬스터. 여기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다음 아닌 히데아다.

“흘흘흘.”

히데아는 나를 보며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

나는 그의 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문제는 아까보다 훨씬 긴장해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다.

‘괴물이군.’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히데아의 레벨은 872였다. 하나, 지금 그의 레벨은 무려 912. 무려 40레벨을 올려둔 상황이다.

500레벨이 되려면 많은 양의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러니, 두 달 만의 성장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며, 지금까지 내가 쌓은 경험치는 히데아가 올린 경험치에 비하면 아주 미약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히데아만 강한 게 아니었다.

두 번째로 만난 지나핀. 그녀는 무려 768이라는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이 또한 무시 못 할 레벨.

그리고 그녀의 손에 잡혀 있는 목줄은 정확하게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는 인던 보스 몬스터의 목에 연결되어 있었다.

“자기랑 싸우면서 깨달은 게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야. 고마움의 뜻으로 해 주고 싶은 것이 있어.”

그녀는 정말로 나에게 고마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마치 탐스러운 먹이를 바라보는 듯했고, 손짓과 몸짓이 상당히 야릇했다.

보통 남자라면 얼굴이 붉어지며 심장이 세차게 뛰고 흥분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얼굴은 아까보다 창백해졌고, 뛰고 있던 심장은 차갑게 식어갔다.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미치겠네. 이젠 지나핀까지 강해졌다고? 거기에 부리는 몬스터까지?’

안 그래도 그녀의 키메라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골치가 아프다.

벌써 이만큼이나 강력해진 걸 보니, 앞으로 상당히 피곤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이튼 백작은 그나마 우호적인 둘과 다르게 오직 나를 향해 분노와 살기, 그리고 투기를 미친 듯이 뿜어내고 있다.

“시저 남작!”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크레이튼 백작. 그의 손에는 검이 한 자루 들려 있었다.

‘미친?! 간장이라고?’

놀랍게도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간장이라 불리는 레전더리 검으로, 중국 춘추시대 때 만들어진 검으로 막야와 한 쌍의 부부 검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그리고 저 검은 나중에 마신교의 한 암흑 기사의 손에 들어가 세드릭 제국의 수많은 기사를 죽인 것으로 유명해지게 된다.

하나, 지금 내 머릿속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 검만 있으면 막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비록 레벨을 한참은 더 올려서 가야 하는 상위 사냥터긴 하지만 말이야.’

나중에 발견된 인던은 레전더리 간장을 가져와야지만 클리어되고, 막야를 얻을 수 있다.

시저는 그 위치를 잘 알고 있었고, 인던의 공략법도 잘 숙지하고 있다.

‘너무 잘 알 수밖에 없지.’

내가 검은 손 길드의 1군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꺼내 들었다.

“허허허…….”

“어머!”

“이, 무슨!”

내 감정을 느낀 것인지 눈앞의 셋이 바로 반응했다.

그럴 만도 하다. 지금 내가 표출하고 있는 감정은 다름 아닌 투쟁이다.

싸운다!

이긴다!

그리고 나를 증명하리라!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알리리라!

투쟁심이 빛을 발했기에 그 누구도 가지 못했던 막야가 있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막야는 얻을 수가 없었다. 막야를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인 인던의 클리어는 했지만, 한 쌍의 부부 검이라 불리는 간장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허탈함에 무릎을 꿇고 막야 앞에서 웃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허탈함은 길드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내 캐릭터 닉네임이 세상에 알려진 날이기도 하다.

그 뒤로…….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미 생기지 않을 일 따위.’

그래. 회귀 전의 일 중 대부분은 나랑 관련 없는 일이다. 대신 그때의 경험과 지식을 이용할 뿐이다.

눈앞의 간장을 얻으면 막야도 얻을 수 있다. 두 자루의 레전더리 검이 내 손에 들어온다는 소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의 크레이튼 백작을 죽여야 한다.

나는 인벤토리 창에서 천마검을 꺼내 들었다.

“마침, 딱이네.”

[NPC 크레이튼 Lv.651]

천마검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로 하다.

레벨이 100 이상 차이 나는 상대.

홀로 사냥.

인간형 몬스터야 한다는 것.

그리고 눈앞의 크레이튼 백작이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남들 눈에는 허공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천마검의 정보창을 바라보던 나는 크레이튼 백작을 향해 걸어가며 정중하게 말했다.

“한 수 부탁드리지요.”

내 말에 크레이튼 백작이 발끈한다.

“미X놈이었군. 안 그래도 어떤 미X놈이 내 계획을 망쳤는가 싶었는데, 정말로 단단히 미X놈이었군.”

크레이튼 백작의 기세가 바뀌었다.

너무 어이없는 일을 맞이하는 바람에 모든 사고가 완전히 멈추었다가 다시 돌아온 듯한 그는 아까와 확실히 달라졌다.

아까는 그저 죽이고 싶다는 살기와 분노를 뿜어냈지만, 이제는 차분하다 못해 냉정한 모습이었다.

“애송아. 내가 이래 봬도 한때 제국에서 잘나가던 검사였던 자다. 고작 소환사 나부랭이가 덤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에서 오러가 뿜어졌다.

우우우웅.

푸른색의 오러.

세드릭 제국의 기사들이 뿜어내는 오러가 눈앞에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놀랐다.

지금 그의 경지는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수준.

마신교로 넘어간 인물이지만, 아직 암흑 기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최상급을 넘어 소드 마스터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소리다.

그건 암흑 기사가 되었을 때의 소리고, 아직은 최상급의 수준이기에 오히려 문제가 없다.

“수준 차이가 나지 않군요.”

나는 그 말과 함께 검에 오러를 뿜어냈다.

우우우웅!

푸른색의 오러가 불쑥 솟아올랐다.

“미, 미, 미X!”

경악으로 물든 크레이튼 백작.

옆에 있던 히데아는 놀랍다는 얼굴이었고, 지나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듯 말했다.

“역시, 내 첫 키스를 가져간 남자. 대단해.”

지나핀은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두 손을 모으고 양 볼에 홍조를 띠고 있었다.

나는 스킬창을 바라보았다.

[오러 Lv.MAX]

등급 : 유니크

액티브 스킬

- 마나를 소모해 무기에 오러를 씌워 데미지를 상승시킨다.

- 데미지 상승 400%

- 초당 10의 마나를 소모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기뻐해야 한다.

‘씁쓸하게도 모든 뽑기가 검과 관련된 공용 스킬로 나왔다는 거지.’

오러만이 아니라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스킬까지 모두 유니크 등급에 MAX다.

다음 등급인 레전더리로 올라가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미 나는 소드 마스터가 되기 직전의 검사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소환수를 부리는 소환사가 말이다.

밸런스 붕괴란 말은 의미가 없다. 사실상 서머너 킹인 나이기에 말이다.

나는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크레이튼 백작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하던 히데아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럼, 크레이튼 백작. 수고하게.”

“장로님!”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했네. 자네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

“하지만!”

원래 크레이튼 백작령은 세상에 혼란이 찾아왔을 때 함께 혼란을 주는 역할이다.

마신교의 흑마법으로 인해 세상의 시체들이 일어나 언데드가 백작령을 점령하고, 하수도에서 꾸역꾸역 밀려오는 몬스터로 인해 경험치 노가다하기 좋은 영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크레이튼 백작의 능력으로만 해결해야 한다.

히데아 장로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지나핀은 이대로 가기에 아쉬웠는지, 아니면 뭔가 재밌는 것이 떠올랐는지 한쪽 책상 위에 있던 서류 뭉치를 들고서는 내 쪽으로 향했다.

“끼에륵!”

“우끼!”

“캬락!”

그 모습에 팅고, 숭이, 가직스가 반응했다. 조금이라도 접근하면 죽이겠다는 듯 거친 울음소리와 함께 자세를 잡은 것이다.

그녀는 소환수의 반응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서류를 팅고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 너의 주인에게 주렴.”

팅고는 그것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지나핀이 뒤로 물러나며 나를 향해 말했다.

“선물이야. 눈앞의 귀족이 마신교에게 뭘 해 줬는지 적혀 있는 서류야.”

“이게 무슨 짓인가? 지나핀 신관!”

“뭐, 어때? 결국 이긴 자의 손에 들어갈 건데.”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

하지만 어깨가 내려왔을 때 그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큭…….”

그 마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고, 그녀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려주려는 듯, 그녀는 강력한 기운을 내뿜었따.

“고작 신도밖에 안 되는 직급으로 신관인 나에게 대들어? 너 자신의 주제를 알고 오렴. 크레이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와 기운에 나조차도 놀랐다.

하긴, 나는 지나핀이라는 NPC를 모니터 너머로만 봤었다.

이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머릿속으론 이해했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니 상당히 놀라웠다.

그리고 인던 보스 몬스터가 마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

거대 구울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 구울은 소환수가 있는 방향으로 쿵쿵거리며 걸었다.

“그럼 나도 갈게. 자기, 다음에 또 봐.”

지나핀 또한 히데아 장로가 사라진 방향으로 총총 뛰어갔다.

이제 동굴엔 크레이튼 백작과 나, 거대 구울과 내 소환수만이 남았다.

“루이즈, 범이, 피이.”

내 부름에 다시 나타난 셋.

그중 루이즈에게 말했다.

“애들 데리고 저것 좀 처리해 줘.”

“저 인간은? 내가 처리해 줄까?”

루이즈의 눈빛은 다 쓰러져 가는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의 눈빛이었다.

뭐, 루이즈의 영혼 착취 한방이면 해결되겠지만, 그보다 천마검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

“아냐, 내가 처리할게. 그러니 부탁해.”

“알았어. 힘내, 주인님.”

“그래.”

나는 내 소환수들을 잠시 바라보다 크레이튼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복잡했다.

허탈해 보이기도,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뿜어내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 그는 당장에라도 무기를 휘두를 듯 자세를 잡았다.

“건방진 플레이어 같으니라고.”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크레이튼 백작이 일갈과 함께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죽어라! 그리고 내 계획을 망친 벌을 받아라!”

푸른색의 오러를 머금은 그의 검이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리고 나는 그 검에 맞서 천마검으로 대응했다.

자, 그럼 천마검의 봉인을 풀어볼까?

정말로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N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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