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73화 (173/275)

제173화

#173

NPC 지나핀과 키스 사태가 일어난 다음 날.

월오룰의 접속과 동시에 나는 여전히 느껴지는 입 안의 얼얼함에 절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어후, 게임 속에 들어왔는데도 이런다고?”

어제 얼마나 많은 양치질을 했는데? 그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가글하는 데 두 통을 비워냈다.

이 정도면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는 일.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곤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했다.

이유도 있다.

무수한 양치와 가글 말고 남은 선택지는 위세척이었기 때문이다.

뭐 게임 속에 일어난 일 가지고 그 정도로 호들갑을 떠나 싶을 정도로 과한 반응을 보이는 지은이었다.

물론 나중엔 자기가 미안하다며 엉엉 울어버리는 바람에 꽤 고생을 했다는 것은 둘만의 비밀이다.

‘의외로 독점력, 소유욕이 있다고 할까나?’

나를 좋아해서 한 행동이라 생각하면 슬쩍 미소도 나오기도 했다. 그게 군말 없이 지은이의 요구를 따르기도 한 이유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 중요한 것은 다시 게임을 진행하는 일이다.

공과 사는 철저하게 분리하는 게 프로다.

“얘들아.”

내 부름에 나타나는 소환수 모두가 모습을 드러냈고 나를 향한 믿음이 가득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왔다.

이제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녀석들.

매일 보고 있으니 당연하다.

내 동생의 얼굴 보는 시간보다 내 소환수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몇 배나 기니 어쩔 수 없다.

그러는 중에 유일하게 단 하나만이 내게 시선을 주지 않고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루이즈?”

“응? 주인님. 왜?”

화들짝 놀라는 루이즈.

여전히 내게 시선을 주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으며, 딴청 부리는 모습이 매우 수상했다.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놓고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머, 뭐가?”

“서큐버스의 혼혈, 그것도 마족이 아니고 거의 인간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매혹을 걸어왔어. 서큐버스의 왕이라 불리는 루이즈 앞에서 말이야.”

내 말에 루이즈가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몸을 움직였다.

물론 그녀가 도망치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접근해 그대로 허리를 꽉 붙잡았다.

“꺅!”

이렇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일지 몰랐던 것인지 루이즈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루이즈를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사막 한가운데이기도 하고, 우리밖에 없다. 같은 아군이라고 할 다른 소환수는 전부 각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전투할 것을 알고 있는 팅고, 숭이, 가직스, 로빈후드는 저마다 몸을 풀고 있었고, 범이는 무관심한 듯 피온이 등에 올라타 식빵을 굽는 중이다.

피온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려고 했지만, 쓰랄이 그것을 말렸고, 피이는 범이의 품에 기대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우리 둘만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 말해 주실까?”

나는 루이즈에게 가까이 붙어서는 물었다.

그러자 루이즈는 두 눈을 질끈 감더니 빽 하고 소리쳤다.

“봉인돼서 그랬어!”

“아…….”

말이 되는 이야기긴 하다.

아무리 루이즈가 서큐버스의 여왕이며 마계에서도 잘나가는 마족이지만, 지금은 지상계에서 내게 계약된 존재다. 하물며 지상계로 내려오면서 수많은 제약을 받아 고유 특성이 봉인된 상황이기도 하다.

원래보다 많이 약해진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영혼 착취 스킬뿐이라는 거다.

“미안.”

나는 손에 힘을 풀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토라진 얼굴로 한 발 물러났다.

“내가 봉인만 풀렸어도…….”

부들부들 떨며 분에 찬 루이즈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지금 가장 힘든 것은 루이즈일 것이다.

힘을 봉인 당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내게 계약된 몸이라 어디 가지도 못한다.

모두가 전투 중인 상황에도 홀로 뒤로 물러나 구경만 하는 처지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나를 챙기는 것 하나밖에 없다.

사실 나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루이즈가 체크하고 도와주기에,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었고, 얼른 루이즈의 봉인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루이즈를 다시 품에 안아주며 사과했다.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도움 되지 못해서.”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 됐어.”

물론 현실에서는 좀 고생했지만, 따지고 보면 월오룰 세상 속에서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하물며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그 매혹을 나에게 사용했기에 100% 면역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기도 하다.

‘나중에 진짜 중요한 상황에 걸려봐. 어후, 끔찍해.’

마왕과의 전투 중이라든가, 그것 말고 마신교와 싸울 때 걸렸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폭파하듯이 사방으로 터져나갔겠지.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미리 당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루이즈를 달래고선 모두에게 다가갔다.

이제 진짜 월오룰을 즐길 시간이다.

“한바탕 쓸면서 가 볼까?”

500레벨까지는 61레벨 남았다.

일단 크레이튼 백작령에서 480레벨을 찍고, 다음 영지인 나드키아 백작령에서 500레벨을 달성하면 된다.

나를 비롯한 소환수가 50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내 전력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범이와 팅고, 가직스, 숭이, 피온이 있다.

2차 진화를 통해 강해질 범이와 팅고, 가직스.

1차 진화를 맞이하는 숭이와 피온.

내 소환수의 변화를 생각하면 벌써 심장이 두근거린다.

특히 범이와 팅고에게 기대가 컸다. 1차에서 2차로 성장할 때 상당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많이 놀랐지.’

저 작은 범이가 지보다 덩치 큰 몬스터는 물론이고, 보스 몬스터도 홀로 쓰러뜨렸고, 팅고 또한 수많은 사냥터에서 수많은 활약을 보여줄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번 2차 진화를 통해 앞으로 있을 저 너머의 사냥터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게 끝이 아니지.’

내 소환수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한차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푸티나 산맥에서 있을 퀘스트 말이다.

마이스터 지크가 나에게 찾아오라고 했던 푸티나 산맥은 나드키아 백작령을 지나, 다음 영지로 향하는 길에 있는 산맥이다.

그곳에서 나 또한 성정을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내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레벨을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루 정도 걸어서 사냥과 이동을 반복하면 크레이튼 백작령이다. 그리고 오늘이면 440레벨에 달성할 것이다.

“요즘 이렇다 할 스킬을 얻은 것도 없는데 슬슬 하나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최근 들어 내가 얻은 스킬은 기존 스킬의 레벨을 강화시키는 데 재물로 들어간 스킬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새로운 스킬은 얻지 못했고, 꾸준하게 있는 스킬만 나왔다는 소리다.

슬슬 새로운 스킬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냥부터 해야 한다.

“가자.”

내 소환수가 움직였고,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이제 며칠은 또 사냥만 죽어라 해야 한다.

* * *

크레이튼 백작령.

크레이튼 백작령은 사막과 초원이 합쳐진 도시다.

동쪽에는 거대한 오아시스가 자리 잡고 있고 서쪽으로는 협곡으로 막혀 있다. 남쪽으로는 후니크 백작령과 이어진 사막이다.

하나, 북쪽 성문을 통과하면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라 있진 않지만, 적어도 초원이라 불릴 수 있는 땅이 존재한다.

덕분에 크레이튼 백작령은 식량이나 식수에 대한 걱정이 적은 편이다.

하루 거리지만, 숲과 나무들이 자라 있는 곳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식수가 맑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후아! 여긴 살 것 같다.”

“지긋지긋한 더위도 이제 끝이군.”

“어후, 추운 지방에서 살던 나라서 그런지 이 더위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

바로 사막의 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큰 이점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방어구. 다시 제대로 된 방어구를 착용할 수 있다는 거다.

사막의 열기는 유저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두꺼운 방어구는 더더욱 체력을 소모하게 하니 사막 지형에 있는 동안에는 가볍고 얇은 방어구를 착용하는 편이다.

그 때문에 더위는 피할 수 있지만 몬스터의 공격에는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게 되었고, 포션 값이라든가, 사냥하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크레이튼 백작령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제대로 된 방어구와 미친 듯이 체력을 갉아먹던 상태 이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여러 가지 의미로 이득이라는 것이다.

남쪽 성문에서 방어구를 다시 착용하고 한결 편해진 유저의 얼굴을 바라보는 다른 유저가 혀를 찬다.

“쯧쯧. 이제부터 지옥이라는 것을 모르네.”

“암, 저기 사냥터 가서 좀 굴러봐야 차라리 사막 독수리가 편하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야.”

“차라리 더운 걸 핑계 삼아 쉴 수라도 있지. 이제부턴 쉬는 것도 힘들 텐데. 큭큭.”

“하물며 아는 몬스터라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혼쭐이 나지.”

“암, 내가 팔 한번 잘려봐서 아는데, 그 폴리곤 조각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들 열심히 먹는지……. 직접 안 당해 본 사람을 말을 말아야 해.”

“허허, 그럼 나 말고 다른 유저는 다 입 다물어야겠네. 살아 있는 상태로 하체가 씹혔으니 말이야.”

“하긴 형님은 열외죠.”

새롭게 찾아온 유저를 보며 혀를 차던 이들이 한참을 비웃었다.

그들은 이곳이 쉬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내기를 벌이기 시작했다.

새로 온 유저가 과연 이곳에서 얼마나 잘 버틸지에 관한 내기였다.

한참 내기 판에 판돈이 쌓여갈 때 누군가 소리쳤다.

“시저다!”

“응? 어디?”

“저기 남쪽 성문에 시저야!”

“꺄악! 범이 님!”

“오오! 드디어 여왕님을 영접했어! 엉엉! 여기 한번 봐주세요.”

“샌드 스콜피온을 어떻게 길들인 거지? 지금까지 아무도 성공 못 했다던데…….”

“저 든든한 소환수 봐. 이곳 사냥터도 쓸어 버리겠지?”

“조만간 방송하겠네. 이곳 사냥터를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말이야.”

“요 며칠은 대기 좀 해야겠어.”

모두의 시선이 남쪽 성문을 통과하고 있는 시저로 향했다.

소환수는 차례로 성문을 통과했고, 방금까지 샌드 스콜피온의 등에 타고 있던 시저는 땅에 내려와 경비병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저의 물음에 다른 유저에게는 쌀쌀맞게 굴던 경비병이 극도로 친절한 얼굴과 뻣뻣했던 허리를 굽혀가며 뭐라 뭐라 떠들었다.

모두가 궁금해했지만,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 길목을 시저의 소환수가 떡하니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대화가 그리 길지는 않았다.

시저가 움직이자 경비 대장을 비롯한 수많은 병사 NPC가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문의 두 명의 경비병을 제외하곤 모두가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무려 500레벨에 근접한 경비병 50명이 움직이자 오히려 유저들이 그 자리를 피했다.

그래도 호기심 때문에 조심스럽게 뒤따라 움직였고, 어느 술집 앞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크악!”

끔찍한 비명과 함께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NPC.

그 NPC를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시저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에서 붉은색의 피가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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