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72화 (172/275)

제172화

#172

느닷없이 벌어진 대결.

당연히 이 대결은 순식간에 월오룰의 하나밖에 없는 커뮤니티에 미약하게 피어오르던 불씨에 기름과 장작을 들이붓는 것과 같았다.

- 새로운 NPC 등장. 초미인!

- 미인 NPC는 보스 몬스터를 다루는 소환사?!

- 당장 시저 채널로 와라. 절대 어디 가서 볼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할 것이다.

└ 뭐지? 관심종자인가?

└ 어글도 이런 어글은 처음 보내.

└ 이러니까 궁금해서 클릭하게 하네.

너무나도 황당한 글에 평소 시저에게 관심이 없던 이들도 하나둘씩 시저의 채널로 이동했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순간, 그들은 탄식을 비롯해 흥분으로 가득 찬 채팅과 함께 후원을 멈추지 못했다.

- 미친 NPC X나 예쁘네.

- 처음 보는 NPC인데? 누구야? 지나핀? 대박이네.

- 어서 와라. 너도 지사모에 가입하실? 지금 팬 카페 만들었음.

- 주소불러라 바로 가입한다.

- 아니! 이 미친X들아. 지금 중요한 건 NPC의 미모가 아니잖아.

- 역대급 NPC 아니냐? 지금 보스 몬스터를 조정하고 있는 게 저 NPC라는 거잖아?

- 같은 소환사 직업군의 싸움이라는 거지? 그것도 유저 VS 유저가 아니라, 유저 VS NPC라는 거지!

- 와. 시저 방송은 남다르네.

- 아마 이런 방송은 시저 말고는 볼 수 없을 거다.

커뮤니티에 홍보 글 때문일까. 방송 시작한 지 겨우 오 분, 전투가 시작한 지 삼분밖에 흐르지 않은 시점.

시저의 방송에 시청자 숫자가 천만 명을 넘어갔다.

* * *

팅고와 키메라 사막 랩터가 싸우기 시작한 지 3분이 흘렀다.

‘쉽지 않네.’

확실히 쉽지 않은 전투였다.

보통의 필드 보스 몬스터나 몬스터는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그 패턴을 눈으로 익힌 다음 공략을 만들어 내 안정적으로 사냥하든가, 그 패턴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공격해 사냥하든가, 두 가지 방식으로 사냥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나, 지금 눈앞의 키메라 사막 랩터는 일정한 패턴에 NPC 지나핀이 시키는 명령까지 합쳐지다 보니 그 패턴이 무궁무진해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팅고가 거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십 분 중에 삼 분을 허무하게 날렸다.

아니, 완전히 허무한 건 아니다.

대충 서른 가지의 패턴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패턴 중 하나를 공략하는 순간이었다.

키메라 사막 랩터가 주둥이를 활짝 벌리더니 그대로 팅고의 팔을 물어뜯어 씹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보통 같았으면 뒤로 물러나게 하였을 상황, 하지만 나는 오히려 역으로 노리고 들어가게 하였다.

“팅고, 돌진!”

“끼에륵!”

팅고는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팔을 노리고 오는 주둥이를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돌진’을 사용했습니다.

스킬이 발동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스템창이 떠 올랐고, 그 즉시 바로 추가 명령을 내렸다.

“주둥이에 도끼 맛이 뭔지 보여줘!”

“끼에륵!”

내 말에 그대로 어깨 근처에 두 자루의 도끼를 세웠다. 그대로 돌진한다면 팅고의 팔이 아닌 도끼를 씹어 삼키는 모양이었다.

“멈춰.”

지나핀의 외침.

키메라 사막 랩터는 주둥이를 내밀던 것을 멈추려 했다.

텁-

어떻게 주둥이는 닫았다.

하지만 관성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멈추긴 했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기우뚱했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팅고, 캔슬!”

“끼에에에륵!”

팅고가 크게 외치며 달려가던 것을 억지로 멈추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지금 내가 한 스킬 캔슬은 소환수에게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유저가 사용하기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동작이다. 오죽하면 플레이 타임을 깎아 먹는 기술이라 불릴까.

그런 무리한 동작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승리였다.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팅고는 크고 거칠게 포효하며 그 자리에서 멈췄다. 키메라 사막 랩터는 쓰러졌던 몸을 일으키며 다시 팅고를 물어뜯으려고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키메라 사막 랩터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일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팅고! 대지 강타!”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대지 강타’를 사용했습니다.

- ‘대지 강타’ 스킬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적이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 ‘키메라 사막 랩터’가 기절합니다.

수많은 상태 이상 중 가장 좋은 기절에 걸렸다. 그렇다면 바로 공격에 들어가야 한다.

“팅고! 강타! 치명적인 일격!”

“끼에륵!!”

오른손에는 강타! 왼손에는 치명적인 일격!

두 개의 스킬이 동시에 발동되었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강타’를 사용합니다.

- 추가 데미지 150%를 입힙니다.

- 소환수 ‘팅고’의 스킬 ‘치명적인 일격’이 발동되었습니다.

- 추가 데미지가 상승합니다.

- 크리티컬 확률이 상승합니다.

두 자루의 도끼가 그대로 휘둘러졌다.

콰아아앙!

동시에 휘둘러진 도끼가 지면을 때리는 소리는 마치 메테오라도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굉음을 내었다.

굉음도 굉음이지만, 순식간에 바닥에 있던 모래가 솟구치며 주변의 시야를 차단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기에 모래 먼지가 가라앉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채팅을 치는 것마저도 까먹었는지 한 줄의 채팅이 떠 올랐다.

- 해치웠나?

단 한 줄의 문구.

하지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 미친, 여기서 플래그를 세우네.

- 와, 이걸 여기서?

- 아, 님 덕분에 한껏 웃습니다.

- 후원금을 쏠 정도의 정성이면 킹정한다.

모두가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웃었다.

당연히 조용했던 채팅창이었기에 나도 그 후원을 보았고,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이번은 넘어가 드리겠습니다만……. 다음에 또 그러시면 경고할 겁니다.”

내 진지한 말투에 모두가 웃었다.

다행이라면 모두가 예상하듯, 키메라 사막 랩터는 죽었다.

- 소환수 ‘팅고’가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 소환수 ‘팅고’가 ‘키메라 사막 랩터’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을 획득합니다.

시간이 흘러 모래 먼지가 사라졌고, 그곳엔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는 키메라와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팅고의 모습이 보였다.

“끼에에에륵!”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팅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저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NPC 지나핀이었다.

“이게 서머너 킹의 힘?”

그녀의 중얼거림은 끝이 나지 않았다. 중얼거리며 움직이는 입은 몬스터의 각종 신체와 장기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녀가 소환사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소환수가 아닌 강력한 것만 합쳐서 만드는 키메라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키메라 사막 랩터에게 실망했다.

‘나중에 가면 그녀의 키메라는 진짜 감당하기 힘드니 말이야.’

지금 가장 강력하다고 말하는 메시아 길드가 모든 길드원을 동원했다가, 네 명의 유저를 제외한 모두가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정도로 강력한 키메라가 등장했다.

사실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그녀를 포획, 혹은 죽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죽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루이즈를 이용한 영혼 착취고 말이다.

지금 우리의 거리에선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일이다.

지나핀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중, 그녀는 혼잣말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고마워, 덕분에 새로운 방법을 떠올린 것 같아.”

똥그란 두 눈에 환한 미소.

그것만으로도 두근거렸는데, 내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에 더욱 놀랐다.

- NPC 지나핀이 스킬 ‘마비의 매혹’을 사용했습니다.

- 상태 이상 ‘부분 마비’에 걸립니다.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정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내가 미처 방어하거나 어떻게 풀어낼 방법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찰나에 일어난 일.

그런 무방비한 나에게 다가온 그녀였다.

쪽.

짧은 입맞춤. 그러곤 내 품에 살짝 안기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이건 고마움의 답례. 참고로 말하자면 첫 키스니 영광으로 알아야 할 거야.”

귓가를 간질간질하게 만든 속삭임이었다.

물론 이 속삭임은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질 거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내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X됐다.’

지은이도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거란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영상을 편집까지 할 것이다.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안심하려 할 때였다.

- 흥! 이따 봐요!

후원금이 있는 채팅이 아닌, 관리자 계정으로 올라온 채팅이자 공지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건 지은이가 직접 썼다는 거고, 난 큰일 났다는 거다.

그런 내 기분도 모르고 지금 채팅창을 불타올랐다.

- X발, 정말 부럽다.

- 와…… 누군 게임을 하다가 키스도 받네.

- 첫 키스? 첫 키스? 첫 키스?

- 아니, 방금까지 죽일 듯이 바라보다가 왜 멍하니 키스 당함?

- 노렸네. 노렸어.

- 솔직히 내 캐릭터도 만족하면서 게임 즐기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X나 부럽다.

- 저 입술 내가 사고 싶다.

- 근데 왜 관리자 채팅으로 나중에 보자는 거지?

- 모야모야?!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에 제대로 된 내용을 보기 힘들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나를 놀리기 바쁘다는 거다.

어떻게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 버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내 품에 잠시나마 안겨 있던 그녀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나는 서큐버스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아이. 단 한 번뿐이지만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지. 그러니 내가 사라지면 풀릴 거야.”

그녀가 뒤로 물러나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나는 가 볼게. 다음 만남을 기대하겠어.”

그렇게 뒤로 물러난 지나핀이 스크롤을 품에서 꺼내더니 그대로 찢어 버렸다.

순간, 빛과 함께 사라졌다.

내 시야에서 지나핀이 사라지자 그제야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딱 하나뿐이었다.

“아니! 불가항력이었다니까? 이거 봐봐. 시스템창에 떡하니 나와 있는 마비를 말이야!”

지은이를 향해 외친 변명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자신들에게 하는 변명이라 생각하는지 시저를 놀리기 위한 채팅을 시작했다.

- 아니죠. 분명 노린 거죠.

- 나도 남자라서 압니다. 그럴 만해요.

- 기분 어땠음?

- 아. X발 부럽네.

- 제발, 제 전 재산을 털어서 후원할 테니 저도 방법 좀 알려주세요.

- 좋았냐? 좋았어?

- 뭘 해야 만날 수 있음? 방법 알려주면 당장 캐릭터 생성부터 함.

나를 놀리는 채팅이 줄지어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딱 한 명의 채팅이 올라오길 간절히 바랐지만, 지은이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직접 말해야지.’

그러니 방송 종료를 해야 한다.

“이것으로 방송을 종료하겠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급하게 방송을 종료했다.

* * *

시저의 방송이 끝나고 커뮤니티가 또 한 번 불타올랐다.

- 소환사 NPC와 유저 NPC의 대결의 승자는?

- NPC에게 키스 받은 유저가 있다?

- 과연 그 키스는 승자만의 보상인가! 아니면 퀘스트의 일부인가!

방송이 끝났음에도 시저에 대한 글이 쉬지 않고 올라왔다.

그리고 누군가 캡쳐 한 키스 장면이 순식간에 커뮤니티를 도배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월오룰을 전문으로 다루는 다른 곳에서 쉽사리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시저, 효성은 여자 친구인 지은이에게 붙잡혀 양치와 가글을 수도 없이 하는 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그들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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