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171
갑작스러운 시저의 라이브 방송.
그럼에도 시청자는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100만 명.
오프닝 스코어치고는 상당히 많은 시청자가 모여들었다.
하물며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완전한 게릴라 라이브 방송임을 생각하면 더욱더 말이 안 되는 숫자였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은 최근 커뮤니티에 시저에 대한 언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 요즘 시저 방송 왜 안 함?
└ 2222
└ 솔직 나도 그건 궁금함.
└ 이해가 안 되긴 함 지금 인지도 쌓기 딱 좋은 시기 아님?
└ 소환사들에게 정보 풀어줘, 각종 이벤트의 중심이지, 하물며 들려오는 정보에는 샌드 스콜피온 타고 다니면서 사막 지형을 이동한다며?
└ 그냥 방송만 켜서 범이 님만 보여줘도 후원금 쏟아질 텐데 그러질 않네.
└ 그래서 시저 방송이 좋다는 거야. 양심이 있잖아.
└ 마자마자 누구는 스킬 하나 공개한다고 일주일을 우려먹잖아.
└ 일주일은 무슨 한 달 동안 질질 끄는 놈도 있더라.
└ 그래서 시저 방송이 재밌는 거임. 짧고 굵은 화끈한 방송.
- 얼른 방송해 줬으면 좋겠다.
- 지금이라도 방송해 줬음 좋겠다.
- 당장 홍보해서 사람들 불러 줄 거다.
└ 22222
시저가 방송하지 않는 시간 동안 커뮤니티에는 매일 같이 시저의 방송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고작 석 달가량을 방송하고 몇 개의 영상을 올린 것치고는 상당히 많은 팬을 확보한 시저다.
특히 소환사 직업을 가지고 있는 팬층은 이로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금 소환사 게시판은 역대급으로 활발하게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시저가 공개한 개체값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마다 언급되고 있었으며 글의 끝에는 시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거기에 소환수가 진화를 하거나 성장을 마치고 비교하는 스크린 샷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소환사 직업을 가진 이들이 시저의 방송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새로운 정보 공유.
혹여나 시저가 또 한 번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큰 이유기도 하다.
- 물론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음.
- 그치, 이미 개체값이랑 진화랑 성장 관련으로 풀어준 것만으로도 소환수들의 숨통이 트였는걸.
└ 이건 킹정할 수밖에 없다.
└ 암, 우리 복실이가 이렇게 괜찮은 녀석인 줄 몰랐다니까.
└ 우리 럭키도!
└ 내 소환수는 나중에 요르문간드가 되어줄 거야!
└ 이건 좀…….
추가적으로 소환사 직업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저의 방송이라면 당장에라도 찾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방송이 열리자마자 시청자 수가 백만이 찍힌 것이다.
평소 시저는 여유롭게 소통을 즐긴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그렇기에 시청자는 입장과 함께 시저에게 말을 걸어왔다.
- 시저 님 요즘 방송 왜 이렇게 뜸하심?
- 우리 지갑 사정 생각해서 월급날에 이렇게 방송 시작한 거 아니시죠?
- 얼른 범이 님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여왕님! 하악하악! 여왕님!
저마다 후원금을 보내며 시저를 향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거기에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소환수의 이름을 부르며 당장 보여 달라며 채팅창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시청자들은 바삐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추고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방송이지만 인사드릴 시간 없이 바로 사냥에 들어가겠습니다.”
그 말에 시청자가 보고 있던 화면이 정면으로 이동하였고, 그곳에 전혀 본 적 없는 엄청난 몬스터와 미인 NPC를 발견했다.
[키메라 사막 랩터 Lv.700]
[NPC 지나핀 Lv.700]
- 우어! 미친! 저게 뭐야!
- 예쁘다! 존예다! 처음 보는 NPC인데 엄청난 미인이다.
- 뭐야! 사막 랩터인데 키메라라고?
- 원래 덩치에 세 배는 넘겠는데? 거기에 저 엄청난 두께의 팔과 다리 근육을 보라고!
- 사막 랩터의 레벨이 450인데 700이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 오랜만에 방송인데 시작부터 화끈하네!
- 지금부터 NPC 지나핀 팬클럽을 창설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시청자는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지금의 상황을 즐기기로 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시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채팅창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 * *
급작스러운 라이브 방송. 순식간에 채널로 몰려든 시청자와 그들을 관리하는 지은이와 팀원들.
정말이지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러니 이번 라이브 방송으로 보답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힘을 다해 멋진 라이브 방송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린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 스킬 ‘혼돈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에 있는 대상 중 적이 혼돈에 빠져 공격력이 30% 하락합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 스킬 ‘망각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크리티컬 확률을 30% 상승시킵니다.
“눈높이 교육. 치유의 토템.”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 키메라 사막 랩터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 스킬 ‘치유의 토템’을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의 아군을 치유합니다.
이걸로 내가 걸어 줄 수 있는 기본적인 버프는 끝났다.
“자, 그럼 가자고!”
내 명령에 내 소환수들이 키메라 사막 랩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팅고! 거대화, 그리고 일기토.”
“끼에륵!”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했습니다.
- 10분간 덩치가 커집니다.
-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 소환수 ‘팅고’가 ‘일기토’를 사용합니다.
- 대상은 ‘키메라 사막 랩터’입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20% 떨어뜨립니다.
순식간에 덩치가 부풀어 오른 팅고가 두 자루의 도끼를 손에 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부웅! 까앙!
두 자루의 도끼는 키메라의 두 앞발에 달린 갈고리에 막혔다.
원래라면 한 뼘 길이의 갈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비상식적으로 길고 두꺼운 갈고리가 세 개나 자라 있었다. 그 덕분에 팅고가 휘두르는 도끼의 날을 정확하게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서로의 힘을 겨루기라도 하는 듯 팔뚝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끼에륵!”
팅고가 외쳤다.
그 울음소리에 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지었다.
“하하하, 참 웃기네요.”
원래라면 풀 액셀을 밟고 보스 몬스터를 짓밟는 모습으로 방송을 시작하려 했는데, 계획을 바꿔야겠다.
그리고 내 반응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오랜만에 방송이라 화끈하게 달리려고 했는데, 팅고가 한번 1 : 1로 싸워보겠다는군요.”
그 말에 채팅창은 더욱 불타올랐다.
- 팅고의 레벨이 올랐다고 해도 스텟상으로 밀릴 텐데.
- 아무리 거대화 스킬로 덕분에 두 배로 상승해도…… 고블린이 베이스인 팅고면 밀리는 게 정상인데.
- 시저 님 팅고 죽이려고 합니까? 얼른 거들어야죠!
- 마자마자 다른 소환수를 투입 시키죠.
- 어허! 팅고 님이 가능하시니까 그런 소릴 하셨겠지. 어련히 믿어야지.
- 자, 팅고 팬 여러분! 지금입니다. 저희가 오히려 팅고 님을 응원해 드려야 합니다.
- 지갑 열어!
순식간에 반반의 여론이 활성화되었다.
팅고 혼자서는 무리이니 얼른 거들어야 한다는 쪽과 팅고면 충분하다는 쪽이었다.
두 편으로 나눠 치열하게 키보드 배틀 중일 때 한 시청자가 후원금과 함께 나에게 질문을 해 왔다.
- 팅고 모습이 변한 거 같은데? 좀 더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강해진 느낌인데. 맞습니까?
그 채팅에 나는 놀랍다는 얼굴로 변했다.
이건 리액션이 아니라 진심으로 놀란 것이다.
“어떻게 아셨죠? 맞습니다. 팅고가 드디어 2차 성장을 마쳤습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팅고의 스텟창을 보여줬다.
이름 : 팅고.
계열 : 몬스터 홉 고블린 나이트
등급 : 유니크
레벨 : Lv.450
스텟 : 근력550(+550) 민첩400(+400) 체력800(+800) 지식50(+50) 지혜50(+5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특이사항 : 스킬 거대화 유지 중.
보통 같으면 능력치 창을 보여주지 않겠지만, 지금 방송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게 아니면 핵이니 버그니 꽤 시끄럽거든.’
그래서 공개한 상태창, 솔직히 말해서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의 말도 안 되긴 하다.
아무리 거대화 스킬을 때문에 능력치가 두 배가 되었다고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 팅고의 스텟 총합은 740레벨이기 때문이다.
내 눈으로 봐도 말도 안 되긴 하네.
그냥 강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수치로 확실하게 보고 있으니 팅고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이 가는 것이다.
아마 팅고가 필드 보스 몬스터나 인던 보스 몬스터로 나타난다면 솔직한 마음으로 이길 자신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지, 채팅창도 시끄럽게 달아올랐다.
- 아니, 지금 보고 있는 게 실환가?
- 아니, 무슨 소환수가 저리 강함?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 급인데?
- 지금 최상위 랭커들 수준 아닌가 싶은데?
- 와…… 우리 팅고 님 최고였네.
- 국밥 세 그릇은 먹은 듯한 든든한 스텟이네.
- 저러니 혼자 싸우겠다고 외칠 만하지.
- 외쳐! 팅고 님, 만세!
모두가 팅고를 응원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팅고를 응원하며 바라보았다.
그런 응원에 힘입어 팅고가 거칠게 포효했다.
“끼에륵!”
- 소환수 ‘팅고’가 스킬 ‘포효’를 사용했습니다.
- ‘포효’에 노출된 ‘키메라 사막 렙터’가 공포에 질립니다.
평범한 포효도 아니고 팅고의 스킬이 발동되었다.
키메라 사막 렙터가 공포에 질린 듯 움츠러들었다. 그 행동은 팽팽하게 맞서던 힘겨루기에 균열을 만들어 내었다.
끼기기긱! 끼익!
도끼의 날과 갈고리의 발톱이 갈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것을 증명하듯, 팅고의 팔 근육이 더욱 부풀었다.
쿵!
키메라 사막 랩터의 한쪽 무릎이 바닥에 꿇렸다. 남은 하나의 다리도 곧 있으면 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물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NPC 지나핀. 그녀의 명령에 키메라 사막 랩터가 그대로 주둥이를 벌리더니 그대로 팅고의 어깨를 향해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나도 외쳤다.
“팅고 빠져.”
팅고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키메라 사막 랩터의 주둥이가 허공에서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다물어졌다.
순간 백여 개가 넘는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저기에 물렸다간 살점이 뜯기는 것이 아니라 뼈까지 뽑혀 버릴지도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러난 상황, 나는 다시 명령했다.
“팅고, 돌진.”
그 말에 팅고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었다.
두 자루의 도끼를 교차하여 날을 세웠다.
원래 방패가 있을 때는 방패를 세워 충격을 주었다면, 이제는 두 자루의 도끼를 이용해 일격을 날리는 형태로 스킬이 변했다.
두두두두.
팅고는 지면이 울릴 정도로 거칠게 달렸다.
그런 팅고의 모습을 보던 지나핀이 소리쳤다.
“굴러.”
그와 동시에 키메라 사막 랩터는 바로 바닥을 굴렀다.
그에, 팅고는 방금까지 키메라 사막 랩터가 있던 자리를 밟고 지나쳐 버렸다.
팅고는 고개를 돌려 키메라 사막 랩터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고, 키메라 사막 랩터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더욱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
나는 그들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게 시선을 두고 있는 NPC 지나핀을 바라보았다.
“훗.”
그녀의 상큼한 미소.
채팅창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누군가의 채팅에 다시 조용해졌다.
- 플레이어 소환사와 NPC 소환사 간의 대결이다!
예상치 않는 대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