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70화 (170/275)

제170화

#170

나드키아 백작령.

지금 내가 있는 후니크 백작령을 지나, 크레이튼 백작령 다음에 있는 영지다.

나드키아 백작령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손에 들려 있는 이 보물 지도다.

‘설마하니 이게 손에 들어올 줄이야.’

나는 이 보물 지도의 가치를 알고 있다.

이 보물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옛 바스티아 제국의 황실이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하나의 물건. 네미아의 사자 가죽 갑옷.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목을 졸라 죽였다는 네미아의 사자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다.

어지간한 도검류로는 생채기를 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마법 내성 또한 상당히 뛰어난 물건이다.

자세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길드에 속하지도 못하던 한 탱커가 저 물건을 얻고부터 메시아 길드의 최전방 탱커가 되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마법사가 네미아의 사자 가죽 갑옷을 입는다면 탱킹이 가능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한 방어구다.

‘아마 이 보물 지도가 그곳으로 안내해 주는 물건일 거다.’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발견 시기가 최소 삼 년은 당겨질 것이다.

그리고 네미아의 사자 가죽 갑옷이라고 한다면 내 소환수 중에 필요하지 않은 소환수가 없다. 오히려 없어서 못 입지, 있다면 돌려 써먹더라도 잘 써먹을 수 있다는 소리다.

나는 보물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잘 쓰지.”

흡족한 얼굴로 황금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황금 고블린은 내 표정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다시 주섬주섬 주변의 물건을 챙겼다.

아까는 몸만 빠져나가 목숨을 보전하겠다는 움직임이었다면, 지금은 이곳을 철수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정확하게 내가 앉아 있는 소파와 그 앞의 테이블을 제외하곤 전부 보따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와인이 쌓여 있는 찬장이 빨려들어 가려던 순간 루이즈가 손을 뻗었다.

“이건 내 선물이라 생각하지.”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황금 고블린이었다.

하지만 요동치는 눈동자가 그 와인의 값어치를 대충이나마 짐작하게 했다. 적어도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와인과 비슷한 가치는 될 것 같다.

한 마디로 억 소리 난다는 소리지.

그런 와인을 다섯 병이나 챙긴 그녀였다.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된다.

“그럼, 좋은 소식으로 만나길 기다리지.”

“우리 주인님을 속였다간 어떻게 될지는 잘 알고 있을 거야. 잘 처신해.”

사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만한 말이었다.

하나는 대가 없이 받아 가려는 날강도였고, 다른 하나는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황금 고블린이 선택한 것은 평범한 인사였다.

“다음에 뵙길 기대하겠습니다.”

황금 고블린은 인사함과 동시에 내가 앉아 있던 소파와 테이블까지 모두 치워냈다. 그러곤 내가 들어온 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향했다.

막 문을 열었고 몸만 나가면 되는 상황에 황금 고블린이 나를 향해 고개 돌려 말했다.

“아마, 저 문으로 나가시면 원래 예정되어 있던 곳으로 가게 되실 겁니다. 조심하십시오. 며칠 전부터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내가 묻기도 전에 문을 통과해 버린 황금 고블린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소환수뿐이었다.

“뭐, 가 보면 알겠지.”

그대로 문을 통과했고 다시 원래의 인던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 마신교의 비밀 실험실에 입장했습니다.

[마신교의 비밀 실험실]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제한 없음.

입장 조건 : 메인 시나리오 진행을 하는 자.

공략 조건 : 비밀 실험실에 있는 모든 실험체를 처리해라.

“오호.”

평범한 죽음의 협곡에 나타나는 인던이 아닌 마신교와 연관된 인던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이다?

“공략이지.”

앞으로 나아갔다.

* * *

마신교의 비밀 실험실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괴랄 했다.

[불안정한 키메라 Lv.480]

키메라가 무엇인가? 여러 몬스터를 하나로 합쳐 만든 것을 통틀어 키메라라고 한다. 그리고 이 키메라는 마신교의 비밀 실험실에 흔하게 등장하는 몬스터기도 하다.

“물론 그 베이스가 되는 몬스터는 지역별로 다르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오우거가 나오는 곳은 오우거가 메인이고, 오크가 나오는 곳은 오크가 메인이다.

이곳 후니크 백작령은 두 종류의 몬스터가 나왔고, 이곳에선 그 두 종류의 몬스터를 반반 섞어 둔 키메라가 존재했다.

상체는 사막 독수리, 하체는 사막 렙터, 이 끔찍한 혼종이 우릴 반겼다.

“끽껚!”

기존의 울음소리도 잃어버린 사막 독수리의 주둥이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끔찍했다.

불안정하다는 이름답게 키메라는 날개가 있음에도 날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랫바닥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랩터와 같은 기동력을 가지고 있진 않다.

대신 근력과 체력이 비상식적으로 강해졌다. 랩터의 앞발이 휘둘러질 때마다 땅이 쩍쩍 갈라졌다. 날카로운 발톱이 훑고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였다.

다행이라면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는 근력에 비해 몸뚱이가 엄청나게 느리다는 점이었다.

“후아암…….”

보는 것만으로도 하품이 나올 정도다.

사실 그 정돈 아니다.

내 소환수 모두가 여유롭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나, 그렇다고 평범한 유저가 쉽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냥 내 스텟이 엄청나게 높아져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냥은 순조로웠다.

한 번에 등장하는 키메라의 숫자는 한 마리에서 많게는 세 마리 정도다.

내 소환수만 있어도 충분히 처리할 만한 수였고, 오히려 소환수의 수가 더 많은 느낌이었다.

여유롭게 키메라를 처리하며 쭉 이어진 길을 따라 움직였고, 모퉁이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잠시.”

나는 모두에게 멈추라고 말하고는 먼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평범한 인던이라면 거대한 문과 함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해야 한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 대신에 빛이 뿜어 나온다는 것은 저곳에 보스 몬스터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NPC 말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슬쩍 그곳을 바라보았다.

“음…….”

나도 모르게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곳엔 NPC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살아 있는 NPC가 없었다.

“끔찍하군…….”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며, 속이 조금 울렁였다.

그곳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씹다 뱉어버린 살점으로 짐작 가는 정체 모를 고깃덩어리는 물론이고, 각종 뼈가 사방에 굴러다녔다.

마치 몬스터가 이곳을 습격한 듯한 모습. 하지만 이곳을 이렇게 만든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인스턴스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인던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시스템창과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 포탈이 생성되었다.

이것으로 인던을 나갈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되었다.

하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후니크 백작과 마신교과 연관되어 있다는 자료였다.

주변을 뒤진 끝내 서류 뭉치를 찾아냈다.

- 후니크 백작령에 관한 증거를 획득했습니다.

한 줄이 아닌 열 줄의 시스템창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숙이고 있던 허리를 폈다.

이제 이것을 후니크 백작령에 있는 마탑에 넘겨준 다음 영지로 향하면 된다.

“쓰읍, 이렇게 쉽게 끝날 일이 아닌데 말이지.”

별다른 일 없이 이렇게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찝찝했다.

내가 아는 월오룰이라면 이렇게 쉽게 넘어갈 리가 없다. 오히려 여기게 폭탄이라도 설치해서 얼른 도망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에이……. 설마 이걸로 사망 플래그라 하진 않겠지?”

나도 모르게 내 팔을 쓸어내리며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서둘러 인던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후니크 백작령으로 향했다.

* * *

다음 날.

접속과 동시에 나는 바로 마탑을 찾아갔다.

“이건 제가 무슨 일 있어도 스승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마탑에서의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가 도착함과 동시에 볼드모드의 제자인 마탑의 지부장이 나타났다.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고, 즉시 움직이겠다며 정말로 짐을 꾸려 바로 출발했다.

“뭐 이래 진행 속도가 빨라?”

정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가 버린 지부장이었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보통이라면 내가 준 물건을 의심하고 한번 살펴보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 것도 없이 그대로 서류를 받더니 그대로 냅다 가 버린 것이다.

아니, 의심도 하고 대화도 주고받으면서 친밀도도 키워야 하는 거 아냐? 명색이 마탑의 지부장인데 이것저것 주면 좋잖아. 서로 돕는 입장에서 말이야.

이미 떠나 버린 차를 향해 아무리 소리쳐도 돌아오진 않는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게 전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마탑에서 나왔다.

지금부터 크레이튼 백작령으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먹어 치운 식량을 다시 채워 넣고, 물주머니는 가득 채워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쌓았다.

많은 양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나흘 버틸 정도의 양이면 충분하다.

일반 유저가 걸어서 후니크 백작령에서 크레이튼 백작령으로 넘어가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순수한 거리로만 따지면 삼 일이면 충분하지만 무더위에 지친 유저가 오아시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 일이다.

“피온이가 있으니까.”

피온이가 작정하고 달린다면 어지간한 말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 있다.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기에 몬스터가 몰려든다는 단점이 있다곤 하지만, 그것 또한 문제가 안 된다. 피온이의 등에 올라탄 로빈후드가 화살을 날려 달려오는 사막 랩터를 충분히 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협곡을 빠져나오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고, 이번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크레이튼 백작령까지 달려갈 생각이다.

“하루면 충분하지.”

아마 오늘 하루만 달리면 충분히 도착할 거다.

지금 계획은 이렇다.

피온이가 달린다. 중간에 오아시스가 보이면 잠깐 쉰다. 그사이에 몰려든 몬스터를 학살한다.

그리고 이걸 반복한다.

경험치와 이동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소리다.

내가 생각해도 멋진 방법이라 그런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 그럼 가 볼까?”

나는 피온이의 등에 올라탔다.

루이즈가 품에 안겼고, 로빈후드는 피온이의 꼬리를 지지대 삼아 서 있었다.

“캬!”

신나게 달릴 생각에 피온이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피온이는 땅을 두두두 울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그대로 후니크 백작령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캬?”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한 NPC가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좁은 길목 한가운데에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앞에 멈춰 섰다.

내 시야에 NPC의 정체가 들어왔을 때 화들짝 놀라 했다.

“지나핀? 여기 왜 있지?”

눈앞의 NPC는 마신교의 핵심 간부 중 하나이자 키메라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NPC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연구만 하는 연구원이 아니다. 그녀는 소환사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각종 수많은 몬스터를 부리는 몬스터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후후, 나를 알고 있다니. 영광이야.”

나를 향해 싱긋 웃는 그녀.

지나핀의 미모가 엄청나기에 방송 중이었다면 시청자 숫자가 폭발할지도 몰랐다.

지나핀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곧 보스 몬스터 급의 존재가 나타날 수도 있기에, 서둘러 지은이에게 연락했다.

그사이 지나핀이 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시저. 히데아 장로님의 부탁으로 죽어줘야겠어. 그건 이 아이가 대신해 줄 거야.”

그녀의 손길이 바닥으로 향했다.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보이자, 한 몬스터가 순식간에 모래 바닥을 뚫고 튀어나왔다.

[키메라 사막 랩터 Lv.700]

보스 몬스터의 등장.

그리고 나는 방송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외쳤다.

“시청자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방송이지만 인사드릴 시간 없이 바로 사냥에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보스 몬스터를 가리키며 방송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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