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168
2차 성장과 2차 진화의 개방.
다시 내 소환수가 강해질 수 있는 조건이 개방되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셋.
범이, 팅고, 가직스다.
가장 먼저 범이다.
- 환수 ‘범이’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450 달성.
2. 고유 특성을 유지한 상태로 보스 몬스터 백 마리 사냥 0/100.
- 환수 ‘범이’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2. 2차 진화 달성.
범이의 진화나 성장 조건은 어렵지 않다.
먼저 진화의 경우, 이곳 죽음의 협곡 안이라면 너무나도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여긴 인던이 무수히 생성되는 던전이니 말이다.
다음으로 팅고다.
- 몬스터 홉 고블린 나이트 ‘팅고’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450 달성.
2. 소환사와 함께 전투 승리 100회 0/100
3. 동료 소환수와 함께 전투 승리 100회 0/100
- 몬스터 홉 고블린 나이트 ‘팅고’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2. 보스 몬스터에게 치명적일 일격 날리기 0/10
3. 보스 몬스터에게 최후의 일격 날리기 0/10
팅고도 이곳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레벨이 아직 439인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달성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니 말이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와 관련된 것은 이곳 죽음의 협곡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 굳이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근데…… 가직스는 좀 난감하네…….”
마지막 가직스의 조건이 좀 까다롭다.
- 몬스터 ‘가직스’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2. 소환사와 함께 곤충형 보스 몬스터 사냥 0/1
3. 곤충형 보스 몬스터의 정수 먹이기.
곤충형 보스 몬스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곤충형 몬스터는 보는 것도 힘든데 말이야.”
지금 사냥터에서 올릴 수 있는 최대 레벨은 해 봐야 450 정도다.
곧 450이 된다는 소리인데, 다음 사냥터 또한 사막 지형이며 최대 480레벨이 한계다. 그다음 사냥터에 다다라야 새로운 지형이 나타나며, 500레벨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도 곤충형 몬스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쩝, 어쩔 수 없지. 가직스에게 몸을 사리라고 할 수밖에.”
지금 내가 할 방법은 가직스가 죽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 말곤 없다.
일단은 범이와 팅고의 성장 조건부터 맞추기로 했다.
“뀨엑!”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사막 랩터를 바라보는 내 얼굴에는 미소만이 가득했다.
- 소환수 ‘팅고’가 ‘성체 사막 랩터’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3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90,000을 획득합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30,000을 획득합니다.
- 소환사와 함께 전투 승리 100회 1/100
- 동료 소환수와 함께 전투 승리 100회 1/100
팅고는 금세 성장할 것 같다.
“좋아, 좋아. 이대로 진행하면 그 인던도 나타나겠군.”
내가 말하는 인던은 다름 아닌 나이트 길드의 허준혁이 얻었던 캐스팅 목걸이가 있는 인던이다.
그 목걸이가 나오는 인던을 발견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죽음의 협곡 끝 벽에 나타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인던을 발견하기 전에 죽음의 협곡에서 100개의 인던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마지막 조건.
“101번째 인던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지.”
백한 번째 인던을 입장하고 포기한 다음 협곡의 끝에 생긴 인던을 들어가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조건이다.
“그리고 그걸 그 인던의 NPC에게 들었고.”
허준혁의 말에 따르면 그 인던은 특별했다고 한다.
평범한 인던과 다르게 몬스터가 없었으며 외길을 따라가면 NPC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NPC와 대화를 하고 난 다음 특별한 조건을 맞추면 캐스팅 목걸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캐스팅 목걸이는 나에게 필요가 없다.
“난 마법사가 아니니까.”
나는 소환사다.
그리고 서브 직업으로는 검사 직업을 생각하고 있기에, 마법사 전용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캐스팅 목걸이가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니 가질 생각이긴 하다.
여튼, 잘 모르겠지만 기대가 되는 중이다.
그사이 범이가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 소환수 ‘범이’가 ‘우두머리 성체 사막 랩터’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50,000을 획득합니다.
- 고유 특성을 유지한 상태로 보스 몬스터 백 마리 사냥 1/100.
우리 애들이 슬슬 성장할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 * *
그날은 저녁 일찌감치 게임을 종료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어차피 죽음의 협곡에서 캐스팅 목걸이를 얻기 위한 조건을 달성하며 레벨업을 하기엔 삼사 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나니까 가능하지. 일반 유저라면 더 걸리지.”
나와 소환수가 어지간한 파티보다 강하기에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지, 다른 이들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아무튼, 며칠의 여유가 있기도 하고, 오늘은 주말이.
오랜만에 효진이와 함께 외출하기로 했다.
“근데, 요즘 오빠 영상 올라오는 거 없더라.”
“응? 아……. 그러네.”
요즘 내 채널에 이렇다 할 영상이 업로드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엔 라이브 방송도 안 했다.
솔직히 말해서 계속해서 영상은 찍고 있지만, 딱히 영상으로 남길만한 것과 인터넷 방송을 할 만한 게 없다.
이벤트라도 생기면 몰라도…….
그래서인지 요즘 내 채널에는 내용이 내가 살아 있는지에 대한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다.
물론 잘 살고는 있다. 방송할 게 없어서 문제지.
억지로 한다면 범이와 팅고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정도인데, 그것으로 방송해 봐야 좋은 반응을 일으키긴 힘들다.
“아마, 특별한 이벤트라도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방송은 힘들 거 같은데…….”
이럴 때 마신교라도 훌쩍 튀어나와 주면 몰라도, 어지간하면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외출도 특별한 건 없다.
나는 게임을 한다고 바빴고, 동생은 공부한다고 바빴기에, 오랜만에 같이 외식도 할 겸, 가을에 맞는 옷도 몇 벌 사기 위함이다.
평소라면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며 한참을 고민하고 비교하며 옷을 구매하던 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야! 내가 알던 짠돌이 오빠는 어디 갔나?”
“그럼 지는? 요즘 막 나간다?”
나를 놀리는 효진에게 일침을 날렸다.
내가 편하게 고르라고 하니 효진이는 여러 벌의 옷을 골라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둘이 엄청난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여태껏 우리가 힘들게 살아왔던 것에 비하면 많다는 거다.
계산을 마치자 종이가방이 양손 가득했다.
이걸로 끝나면 좋겠지만, 효진이의 참고서를 구매하기 위해 서점으로 향했다.
“신났네, 신났어.”
나는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통통 튀는 듯한 발걸음과 함께 조금은 신난 듯 흥얼거리는 콧노래까지, 지금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행동이었다.
거기에 참고서를 바라보는 저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회귀 전의 삶 때가 떠올라 괜스레 더 미안해졌다.
“오빠가 더 잘할게.”
진짜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 되어줄게.
나는 오늘 또 한 번 조용히 다짐했다.
* * *
죽음의 협곡에서 지낸 지 삼 일 차.
보통이라면 로그아웃을 할 시간임에도 나는 월오룰에 접속 중이다.
“진짜 코앞이네.”
인던 하나만 더 클리어하면 100번째이고, 그곳을 클리어하고 나면 범이와 팅고가 성장을 할 것이다.
이것까지 하고 로그아웃해야 한다.
마침내 마지막 몬스터인 보스 몬스터가 쓰러졌다.
- 소환수 ‘범이’가 ‘우두머리 성체 사막 랩터’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50,000을 획득합니다.
-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지금 올라온 시스템창은 중요하지 않다.
다음 시스템창이 중요하다.
- 소환수 ‘범이’의 성장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소환수 ‘범이’가 성장합니다.
- 소환수 ‘팅고’의 성장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소환수 ‘팅고’가 성장합니다.
순식간에 두 소환수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인던 안을 환하게 비춰주는 빛 때문에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고, 얼마 가지 않아 그 빛이 사그라졌을 때 내 눈에 성장한 범이와 팅고가 있었다.
“와우!”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저 둘의 상태창을 바라보는 순간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름 : 범이
등급 : 레전더리
계열 : 환수.
레벨 : Lv.450
고유 특성 : 자유 변형
스텟 : 근력450 민첩500 체력500 지식150 지혜15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2차 진화 시 고유 특성을 개방합니다.
이름 : 팅고.
계열 : 몬스터 홉 고블린 나이트
등급 : 유니크
레벨 : Lv.450
스텟 : 근력550 민첩400 체력800 지식50 지혜50
충성도 : 100
진화 가능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성장하기 전의 스텟과 지금의 스텟을 비교하자면 거의 두 배 이상 올라갔다.
단순히 두 배가 아니다. 여기에 스킬이라든가 아이템을 착용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끝도 아니다.
“진화도 하잖아?”
범이와 팅고는 아직 2차 진화가 남아 있다.
성장만이 아니라 진화를 할 경우에도 스텟에 변화가 찾아온다.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거다.
“방송에서 애들 스텟창은 어지간하면 공개하지 말자.”
진심으로 누가 신고할지 모른다.
지금 내가 둘의 소환사이기에 감사한 일이지, 방송으로 보았다면 당장 밸런스 패치해 달라고 신고했을 정도다.
이쯤 되니 정말 진심으로 둘의 진화가 너무 기대되었다. 어떻게 변할지 말이다.
“좋아, 좋아. 그럼 나가 볼까?”
보스 몬스터에게서 나온 물건은 없다.
이곳 죽음의 협곡이 인던의 밭이라고 하지만, 그 밭에 작물이 없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
최초 보너스가 있다고 해도 0을 곱해 봐야 0일 뿐이다. 그러니 이럴 때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가는 게 정답이다.
밖으로 향하는 포탈을 넘었다.
* * *
죽음의 협곡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절벽에 다다랐다.
캐스팅 목걸이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아왔고, 이 근처에서 생성되는 인던 위주로 공략 중이었다.
101번째 인던이 나타나면 바로 포기할 것이다.
“오! 있다.”
놀랍게도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01번째 협곡이 존재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인던으로 진입, 그리고 눈앞에 인던에 대한 정보가 떠 올랐을 때 외쳤다.
“공략을 포기한다.”
내 말에 반응하는 시스템창.
- 정말로 인스턴스 던전의 공략을 포기하겠습니까?
- 재입장 시 최초 보너스가 사라집니다.
친절하게도 정말로 포기할 거냐 되묻는다.
그럼에도 나는 인던의 공략을 포기한다는 뜻을 밝혔다.
- 인던턴스 던전의 공략을 포기합니다.
- 밖으로 향하는 포탈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그 포탈을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협곡 끝에 인던이 생성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밖으로 나온 내가 정면을 바라보고는 중얼거렸다.
“로또 사야 하나?”
놀랍게도 인던이 금방 생성되었다.
마치 어서 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인던으로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