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63화 (163/275)

제163화

#163

“상태창.”

이름 : 시저

직업 : 서머너 킹(레전더리)

업적 : 샌드 웜 슬레이어 외 36

레벨 : Lv.439

스텟 : 근력445(+264) 민첩440(+264) 체력465(+254) 지식460(+254) 지혜460(+254) 통솔력MAX

지금 내 레벨은 439레벨이다.

앞서 잡은 샌드 웜을 시작으로 인던의 스콜피온 맨과 인던 보스 몬스터, 그리고 나흘간의 사냥 덕분에 무려 39레벨을 올린 상황이다.

스킬 뽑기 권을 3장이나 얻었다는 소리이며 그 결과는…….

생각하지 말자. 평소랑 다를 게 없으니 말이다.

굳이 말을 하자면 기존의 스킬의 레벨이 올랐으니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스킬을 기대하며 두근거렸던 심장이 차갑게 식었을 뿐이다.

아무튼,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은 소환수도 함께 성장했다는 소리다.

소환수 창에 있는 내 소환수의 간략한 정보를 띄웠다.

[범이 Lv.439]

[팅고 Lv.439]

[루이즈 Lv.498]

[가직스 Lv.420]

[숭이 Lv.460]

[로빈후드 Lv.439]

[피이 Lv.439]

[쓰랄 Lv.439]

[피온 Lv.455]

아홉 마리의 소환수 모두가 레벨이 쭉쭉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엔 걱정이 가득했다.

‘얼른 진화나 성장을 시켜야 하는데 말이야.’

지금 내가 걱정되는 것은 다름 아닌 범이와 팅고, 가직스, 숭이다.

기본적으로 포획한 지 오래된 녀석들이다.

특히 범이의 경우 처음부터 함께했고, 팅고는 그다음으로 오래된 녀석이다. 가직스는 처음으로 합성한 녀석이고 말이다

‘슬슬, 밀릴 때가 되었어.’

순수한 스텟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레벨로 따지면 범이와 팅고, 가직스는 200레벨에서 300레벨 사이의 스텟을 가지고 있다.

이미 한 번의 성장과 진화를 거쳐 이 정도까지 올라왔다.

원래라면 이곳 사냥터에서도 힘을 못 쓰는 게 정상이지만, 고유 특성과 스킬을 이용해 사냥을 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버거워질 시기가 찾아온다.

그 시기는 다름 아닌 500레벨 이상의 구간, 몬스터의 공격력은 물론이고 방어력, 체력이 엄청나게 상승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슬슬 진화나 성장을 한 번 더 해 줘야 한다.

‘숭이가 제일 문제네.’

사실 가장 큰 걱정은 숭이 녀석이다.

첫 번째 진화나 성장 조건은 충성도 100%를 만들면 알려준다. 하지만 숭이 녀석은 99%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 1% 때문에 녀석이 진화나 성장이 조건을 알 수 없다는 거다.

조금 있으면 숭이도 슬슬 한계가 찾아올 것이다.

아마 후니크 자작령에서부터 티가 날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죽음의 협곡에 있는 인던에서부터 말이다.

그전에 해결하든가, 그게 아니라면 그곳에서라도 해결할 수 있길 바랐다.

로빈후드와 쓰랄이야 뭐, 당분간 문제없을 것이다.

기본 스텟도 출중하지만 둘 다 조만간 성장과 진화를 할 시기가 찾아올 예정이니 말이다. 걱정이 없다.

마지막으로 피이와 루이즈.

이 둘의 경우는 좀 다르다.

피이야 퀘스트를 통해 강해질 것이니 문제없다.

세 개의 파편 중에 이미 하나를 얻었고, 이제 두 개의 파편만 얻으면 완전한 피닉스로 부활할 것이니, 그때 가서 걱정해도 된다.

무엇보다 피이의 멸화 스킬은 아주 유용하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루이즈는…… 그냥 루이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인간들과 트러블이 있을 때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소환수이자 마족이고, 물리적인 데미지를 줄 수는 없다.

“어라?”

생각해 보면 루이즈는 물리적인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마법은 가능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미 그녀의 고유 특성 또한 마법이지 않은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루이즈는 마법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루이즈.”

“응? 주인님, 왜?”

루이즈는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더욱 밀착해 왔다. 야릇한 손길이 나를 향해 다가왔지만, 나는 루이즈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물리적인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거지, 마법으로는 가능하다는 것 아냐?”

“어…… 그렇긴 하지.”

“나름 마계에서 고위 마족이라며 마법은 못써?”

나의 질문에 루이즈는 뜨끔한 듯하다. 그러고는 시선이 어색하게 저 멀리 허공으로 향했다.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

나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

십여 초가 지나고 일 분이 넘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추궁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자 그녀는 졌다는 듯 두 손을 들고는 말했다.

“알았어. 말해 줄게.”

그녀가 체념한 듯한 얼굴로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마계에서 고위급 마족이라는 이야기는 저번에 했지?”

“그랬지.”

“영혼 착취만으로도 마계에서 지내는 데 문제는 없는데, 내가 워낙 미모가 뛰어나잖아? 귀찮게 구는 애들이 많았다. 이거지.”

“그래서?”

“그놈들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나도 강해야 했어. 그러다 보니 마법 몇 가지는 쓸 수 있어. 그리고 내 주 무기는 마나로 만든 채찍이고.”

“오호.”

루이즈가 채찍을 들고 휘두른다?

어우야……. 완전 여왕님인데!

안 그래도 커뮤니티에서 루이즈를 여왕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이들이 몇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여줬다간 채팅창이 제대로 불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공격할 방법이 있는데 왜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져 그녀를 바라보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금 나는 봉인되어 있어.”

그 말에 나는 루이즈의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 루이즈

등급 : 유니크

계열 : 마족

고유 권능 : 영혼 착취, (봉인), (봉인)

레벨 : Lv.498

스텟 : 근력330 민첩183 체력520 지식300 지혜300

충성도 : 99%

특이사항 : 물리적인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성장 가능

진화 가능

그녀가 말한 봉인 되었다는 것은 고유 특성 두 가지를 뜻하는 거였다.

그 봉인에는 이유가 있다. 마계에서 존재해야 할 루이즈가 중간계인 브리타니아 대륙에 강림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제약이었다.

이 제약은 루이즈가 마계에서 강력한 존재인 만큼 더욱더 심하다.

그 증거로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에 처음으로 강림했던 위대한 대마왕도 그 제약 때문에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쓰러지지 않았는가?

그것을 생각하면 루이즈의 봉인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봉인을 풀면 자연스럽게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길 거야.”

루이즈가 한 말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봉인되어 있는 고유 특성이 개방되는 순간, 루이즈에게 공격할 수단이 생긴다는 거다.

좋아, 봉인만 풀자. 근데 어떻게?

나는 의아한 얼굴로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들여온 대답은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 방법을 나도 모르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을 우울한 듯 그리고 슬픔에 잠긴 듯했다.

평소의 루이즈가 아니었다. 언제나 당당하며 나에게 먼저 다가와 애정 표현을 서슴없이 하며 내 반응을 즐기던 루이즈가 아니다.

자신감이 없어진, 그리고 버려진 강아지처럼 처량한 얼굴이었고, 어깨가 처지고, 살짝 떨고 있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나라도 괜찮아?”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루이즈였다.

“하…….”

나는 짙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그대로 몸을 일으켜 루이즈에게 향해 손을 뻗었다.

꽈악.

그런 그녀를 품에 안고는 말해 주었다.

“괜찮아. 지금의 루이즈라도 나는 괜찮아.”

“고, 고마워. 주인님.”

안도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 마음이 편해졌는지, 긴장감이 풀렸는지 힘없이 나에게 안겨 왔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마족 ‘루이즈’의 충성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 마족 ‘루이즈’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2. 영혼 착취로 영혼 흡수 0/1

- 마족 ‘루이즈’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750 달성.

2. 영혼 착취로 영혼 흡수 0/100

3. 마나 채찍으로 적 죽이기 0/100

- 성장 시 봉인되어 있는 고유 특성이 해금됩니다.

눈앞에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

하지만 나는 지금 그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새근새근.

루이즈는 어느새 내 품에 안긴 상태로 잠이 들었다.

‘잘 자네.’

잠든 그녀의 얼굴은 세상 편해 보였다. 하지만 눈가에 살짝 맺혀 있는 눈물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저 충성도로 그동안 홀로 끙끙 앓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99%에서 1%를 채우지 못했던 것이, 그 짐이 덜게 되면서 이제야 마음 편히 나를 따르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 곁에서 머물면서 편하게 쉰다거나, 잠이 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편하게 쉴 수 있게 도와준다거나, 잠든 내 주변을 지켜주기만 했었다.

이제야 루이즈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위해 내가 도와주고 싶었다.

“잠깐. 쉬었다가 움직이자.”

마침 눈앞에 야자수와 함께 오아시스가 나타났고, 잠시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

편히 쉬어. 루이즈.

그녀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선선한 그늘에 누워 무릎베개를 해 주었다.

* * *

루이즈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이었다.

살기 위해서 순수한 어린아이의 얼굴로 약한 마족에게 접근, 영혼 수확을 통해 조금씩 힘을 기르며,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서 영혼이 빠진 마족의 시체를 씹어 삼키던 날들이었다.

기억하는 것은 오직 하나.

각종 화려한 것들로 치장하고 있는 근육질의 마족과 흐릿한 얼굴이지만,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느껴지는 서큐버스의 손길.

이 기억이 루이즈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다시 밝아온 시야는 이제는 성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루이즈였다.

그녀는 멀쩡하지 못했다.

영혼 수확 말고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마족이자 첫 번째 주인이 루이즈를 버렸다. 입고 있던 옷이며, 수중에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구타까지 했다.

루이즈에게 있어서 가장 슬펐던 일이며 누군가를 그렇게 증오하게 된 일이었다.

또다시 시야가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지자, 이번엔 거대한 성에 앉아 있었다.

수많은 마족이 그녀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고 경건한 얼굴로 올려보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수천수만 마리의 적이 그녀의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씨익.

꿈이지만 자신이 웃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꿈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지금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눈앞의 전투가 무슨 이유 때문에 일어난 전투인지 안다.

루이즈에게 가장 서러웠던 기억을 만들어 준 자이자 복수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하게 하여줄 첫 번째 주인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 전투에 승리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

그럼에도 루이즈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처음 기억은 슬픈 추억이라 아려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기억은 가슴이 아려오는 것이 아니라 시체 가득한 전장을 날아다니기에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어야 하며, 뜨거운 피로 갈증을 달래며 승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기억이기에 왜 이렇게 가슴이 아려오는지 모르겠다.

다시 흐릿해진 시야가 밝아왔다.

“아…….”

눈앞에는 수많은 인간이 있다.

그리고 유일하게 단 한 인간에게 시선이 갔다.

아려왔던 가슴이 진정되었다. 그리고 저 인간의 품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곁에 있고 싶었다. 비록 지금의 내가 쓸모가 없다고 비참하게 버려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에게 다가가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몸이 점차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알고 있다. 꿈이 깨고 있다는 것을.

루이즈는 기도했다. 이 꿈이 깨었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것이 그이기를.

* * *

“으음…….”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을 때 보인 것은 한 인간의 미소와 달콤한 목소리였다.

“잘 잤어?”

루이즈는 안심했다.

그리고 대답은 말이 아닌 입술로 해 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