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161
골렘.
흔히 골렘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흙으로 만들어지는 평범한 골렘.
돌로 만들어진 더욱 단단한 골렘.
철을 재물로 만드는 아이언 골렘.
피를 이용한 블러드 골렘.
당장 떠오르는 골렘만 해도 네 가지다.
골렘마다 장단점이 다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샌드 골렘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모래로 만들어지는 골렘이다.
적어도 이곳 오시리크 자작령인 사막 지형에서만큼은 최강의 골렘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다.
몸을 구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모래. 사막 지형이기에 모래는 널려 있다.
몸이 부서지더라도 골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핵만 무사하다면 다시 복구할 수 있는 특성에 따라 사막 지형에선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사막 지형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예정이다.
‘당장 다음 영지인 후니크 백작령은 물론이고, 제닉스 장인의 복수를 위한 크레이튼 백작령까지 모두 사막 지형이라는 거지.’
앞으로 두 곳의 영지는 계속 사막 지형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 최전선인 크이케 후작령 또한 사막 지형이며 앞으로도 방문할 영지 중에서도 사막 지형이 간간이 나타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게 있지.’
내가 기억하는 한 마법사가 있다.
그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저 그런 마법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가 부리는 골렘과 함께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되었다.
흙과 바위와 강철로 만들어진 골렘 세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범한 마법사에서 골렘 마법사로 변했다.
앞에서 골렘이 지켜주고 등 뒤도 골렘이 지켜준다. 그런 와중에 그 마법사는 자신이 익힌 각종 마법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꾸준하게 공격까지 한다.
홀로 하나의 파티를 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였다.
하나,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손에 새로운 골렘이 추가되었을 때였다.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다섯 원소의 골렘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고, 그 골렘 스킬이 하나로 합쳐 오행이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골렘이 등장했다.
오행의 골렘은 홀로 다섯 속성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뽑아내며, 어지간한 적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공격력과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하였다.
골렘은 소환수이지만, 사용자의 지식과 지혜 스텟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분류는 소환수에 속하지만, 경험치를 먹지 않는다.
그런 장점 때문에 골렘 스킬은 마법사 직업을 가진 유저들에게 인기가 있다.
자, 그럼 이제 내가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할 시간이다.
물론 사막 지형 한정으로 최강이라 불리는 샌드 골렘이다. 기뻐할 법도 하지만, 사막 지형이 아닌 곳에서 샌드 골렘은 정말로 약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오행 골렘으로 가기 위한 조건에 들어가는 골렘도 아니다.
그래서 온전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아니지,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어디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도 아니잖아?’
안 그래도 최근 들어 팅고의 탱킹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찰나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팅고의 포지션은 딜러다. 그것도 근접 딜러이며 거대화를 이용한 엄청난 위력을 뿜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딜러다.
그런 팅고가 어쩔 수 없이 탱커를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기회다.
팅고가 더욱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소리고, 그만큼 사냥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소리다.
결론이 나왔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좋은 스킬을 익혔다.
- 유니크 스킬 ‘샌드 골렘’을 익혔습니다.
[샌드 골렘 Lv.1]
등급 : 유니크
액티브 스킬
- 모래를 이용해 몸을 구성하는 골렘을 소환합니다.
- 골렘의 핵이 부서지게 될 때 재소환까지 한 시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골렘의 능력치는 사용자의 능력치에 비례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0분
소모 MP : 10,000
생각보다 마나를 많이 잡아먹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골렘의 능력치다.
무려 내 스텟에 정비례.
이건 엄청난 일이다.
보통 마법사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는 대부분 지식과 지혜 스텟에 많은 투자를 한다. 마법의 위력은 물론이고, 캐스팅 속도, 쿨타임, 마나까지 전부 저 스텟에 영향을 받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모든 스텟을 똑같이 찍으며 키웠다. 당연하게도 이것은 골렘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내 골렘은 일반 마법사들보다 강력하고 체력이 많은 골렘이라는 소리다.
나는 슬쩍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오행 골렘보다 약하긴 하겠지만, 일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골렘보다는 월등히 좋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만족하는 선물이었나 보군.”
내가 스킬북을 건네받고 익히며 만족하는 걸 기다려 준 볼드모드가 말을 걸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오시리크 자작은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다른 걸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암, 내가 골라준 것이니 당연하네.”
그제야 볼드모드의 미소를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직접 준비한 물건이라는 것을 말이다.
딱 내게 맞는 물건을 준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이제 내 볼일을 보면 끝나겠구먼.”
볼드모드는 기다리던 시간이 이제야 왔다는 듯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후니크 백작령과 크레이튼 백작에 관한 조사를 해 주게.”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후니크 백작과 크레이튼 백작을 조사해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제한 : 없음
내용 : 후니크 백작과 크레이튼 백작이 마신교와 접선한 증거를 찾아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앞으로 진행되는 메인 시나리오의 분기점입니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생성되는 메인 퀘스트. 그리고 마지막의 특이사항에 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분기점이라고?’
문제는 이 분기점이 메인 스토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기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분기점이라고 했다.
나에게 여러 개의 선택지를 준다는 것이고, 그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바뀌게 되리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선택지에 따라 내가 알고 있던 미래가 아닌 다른 미래가 펼쳐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환장하겠군.’
적어도 내가 아는 미래는 양측간의 팽팽한 싸움으로 하루하루 숨이 막힐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는 시절이었다.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사냥터에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 이들이 많았고, 전쟁을 지켜보는 시청자도 상당히 흥미로운 날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기에 따라 그런 미래가 아니라 완벽히 다른 월오룰의 세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겁이 났다.
‘완전한 내 선택…….’
내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퀘스트를 본 직후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근데 갑자기 내 심장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아, X발. 왜 이렇게 두근거리느냐?’
심장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도 되는 듯 마구 날뛰었다. 그 심장의 고동 소리가 머릿속을 울려왔다.
‘솔직히 이건 설렐 수밖에 없잖아!’
내가 알던 미래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진다?
솔직히 십 년을 즐긴 월오룰의 새로운 모습은 너무나도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크흠.”
갑자기 들려온 헛기침 소리.
그제야 나는 볼드모드와 대화하는 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한다는 얼굴의 볼드모드다.
그러곤 내게 위치까지 알려주었다.
“후니크 백작령에 한 협곡이 있네, 영지민의 말로는 ‘죽음의 협곡’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하네. 그곳을 조사하면 될 것이야. 그리고 크레이튼 백작은 ‘달밤의 신음 소리’라는 주점에 있네. 그곳을 조사해 보게.”
그의 말에 퀘스트의 내용이 좀 더 상세하게 바뀌었다.
[후니크 백작과 크레이튼 백작을 조사해라.]
메인 시나리오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제한 : 없음.
내용 : 후니크 백작령의 죽음의 협곡을 조사해 증거를 수집해라. 0/10
크레이튼 백작령의 달밤의 신음 소리라는 주점에서 증거를 수집해라. 0/10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앞으로 진행되는 메인 시나리오의 분기점입니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세한 설명에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였다.
- 크레이튼 백작령에 관한 증거를 획득했습니다.
- 크레이튼 백작령에 관한 증거를 획득했습니다.
- 크레이튼 백작령에 관한 증거를 획득했습니다.
- 크레이튼 백작령에 관한 증거를 획득했습니다.
한 줄이 아니었다. 무려 네 줄의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인벤토리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냈다.
“볼드모드 공작님.”
“말하게.”
“실은 이것이 있습니다.”
나는 케니디크 자작이 나에게 주었던 것을 서류를 그에게 넘겼다.
“오호.”
흥미롭다는 얼굴로 그것을 받아 보던 볼드모드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의 몸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오더니 분노가 가득한 악귀와 같은 얼굴로 소리쳤다.
“이 자식이!”
지금 내게 준 서류는 마신교와 연관된 자료는 아니다. 그의 악행이 적혀 있는 서류라는 것은 내가 직접 봐서 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볼드모드의 분노를 사기엔 충분했다.
볼드모드는 서류를 모두 읽고는 그대로 크게 한숨을 쉬었다.
홀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조용히 있더니 이내 진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완전히 궁지로 몰기 위해서는 자료가 좀 더 필요하네.”
“알겠습니다.”
그를 확실하게 죽이려면 마신교와 연관된 자료가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자료의 위치는 퀘스트창에 떠올라 있으니 가서 털어 버리면 되는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은 되네. 아니,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겠군.”
볼드모드가 냉철한 판단으로 말했다.
당장 내가 준 서류만으로도 제국의 기사들을 동원할 수 있는 충분한 구실이 된다. 거기에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나쁜 짓은 신성 교단의 지원을 받아 낼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가진 권력과 재산을 압수할 순 있지만, 확실히 죽이진 못한다.
그것을 알기에 나에게 자료를 부탁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두 영지에 마탑 지부가 있으니 그리로 주게나.”
“그리하겠습니다.”
볼드모드는 내 대답에 만족한 듯,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포탈이 생성되었고, 그는 작별 인사를 남기고는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나는 또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하는 오시리크 자작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제 다음 영지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을 때 그동안 참아왔던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설마하니 죽음의 협곡으로 가라고 할 줄이야.”
죽음의 협곡은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찾아갈 예정이었다.
캐스팅 속도를 극한으로 올려주는 목걸이가 있는 인던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곳은 회귀 전에 내 동생의 장학생 자리를 빼앗았던 녀석이 목걸이를 구한 곳이다.
“시기도 지금쯤이겠네.”
나이트 길드의 허준혁.
회귀하고 결심한 대로 썰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