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160
쿠웅!
인던 보스 몬스터는 내 소환수에게 얻어맞아 너덜너덜해져 쓰러졌다.
- ‘타오르는 스콜피온 맨’을 쓰러뜨렸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퀘스트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원인을 제거하라’를 클리어했습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오시리크 자작에게 가라.]
난이도 : 쉬움
내용 : 오아시스를 메마르게 한 원인을 제거했습니다. 오시리크 자작에게 보고해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퀘스트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인던을 클리어했다는 소리와 함께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예상대로 눈앞의 죽어 있는 인던 보스 몬스터가 오아시스를 마르게 했던 원인이었다.
퀘스트의 알림도 알림이지만, 허공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수가 멈추었다. 이걸로 더는 오아시스의 물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위이이잉.
잠시 폭포수가 떨어졌던 협곡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로 옆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포탈이 생성됐다.
이걸 타고 나가면 인던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자, 그럼 피이의 파편을 한번 찾아볼까?”
세 개의 파편 중 첫 파편이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기에 당연히 기대됐고, 흥분됐다.
“도축.”
나는 망설임 없이 인던 보스 몬스터를 향해 도축 스킬을 사용했다.
- ‘피닉스의 파편’을 획득했습니다.
- ‘스콜피온 맨의 집게발’을 획득했습니다.
- ‘스콜피온 맨의 맹독’을 획득했습니다.
- ‘스콜피온 맨의 튼튼한 가슴 껍질’을 획득했습니다.
- ‘타오르는 스콜피온 맨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 ‘백발백중 창’을 획득했습니다.
“응? 백발백중 창?”
부산물만 잔뜩 나오기에 이번에도 걸렀다 생각했다.
최근 들어 이렇다 할 템이 없던 것을 생각하면 슬슬 이번에는 나올 때가 되었다고 싶었는데, 놀랍게도 아이템을 획득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템의 이름을 보자마자 내 머릿속을 관통하는 것이 있었다.
“설마……?”
그리고 난 입을 쩌억 하고 벌리고는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백발백중 창]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파괴 불가
공격력 : 100-300
근력+50
스킬 ‘투창’을 습득하게 해 주는 스킬이다.
스킬 ‘투창’의 명중률은 100%다.
특이사항 : 봉인되어 있음.
백발백중 창이라는 이름과 함께 아이템의 옵션을 본 순간 딱 떠오르는 게 있지 않은가?
“미친, 궁니르가 여기 있었다고?”
내가 기억하는 회귀 지식에 궁니르에 대한 정보는 없다.
정확하게는 궁니르라는 무기가 존재하는 것과 500레벨을 넘은 한 유저가 뜬금없이 들고 나타났다는 것만 기억한다.
“그리고 메시아 길드에서 직접 모셔갔지…….”
쥴리안나가 한 달의 시간을 투자해서 말이다.
당시 커뮤니티는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최전선에 있는 유저가 한 달이나 자리를 비운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말이 한 달이지, 왕복으로 따지면 두 달이다.
그사이에 먹을 경험치를 비롯해 아이템을 생각해 봐라.
그리고 그녀가 어떤 존재인가? 메시아 길드의 두 개의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한 달이나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메시아 길드에서도 상당히 출혈이 컸을 것이다.
궁니르의 주인은 그녀의 정성에 감동받았고, 쥴리안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은 메시아 길드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너무나도 감동적인 모습이었고, 그 해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며 엄청난 조회 수를 자랑하기도 했다.
궁니르의 주인은 그 뒤로 메시아 길드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았다.
순식간에 레벨을 빠르게 올렸고, 넉 달 만에 쥴리안나의 곁을 차지했다.
“그러고는 그녀의 충실한 개가 되었지.”
이것저것 떠오르는 사건이 많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 잡생각을 떨쳐냈다.
굳이 나쁜 일을 떠올려 내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창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문제는 봉인을 푸는 방법인데…… 그걸 모른다는 게 문제네.”
보통 이런 좋은 아이템을 얻으면 방송에서 떠벌린다.
고생 끝에 얻은 레전더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니르의 주인은 개인 방송도 하지 않았다.
쥴리안나의 개가 되어 오직 그녀가 하는 모든 일에 관여하며 지낼 뿐, 다른 것엔 무관심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궁니르의 봉인을 푸는 방법은 내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
“뭐, 차차 찾아보자고.”
나는 인벤토리에 궁니르가 되어줄 창인 백발백중 창을 집어넣었다. 그러곤 밖으로 향하는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가자.”
이제 남은 정산은 오시리크 자작을 찾아가 진행하면 된다.
* * *
“정말이지 감사합니다. 시저 남작님.”
“아닙니다. 원인을 해결했으니 이제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 게임이니까 알아서 스토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저택 앞에 도착하자마자 오시리크 자작이 문을 거칠게 열고 튀어나와 나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거의 바닥을 기다시피 한 인사를 끝으로 저택 안의 응접실로 향했고, 예상치 못한 손님의 발견에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볼드모드 공작님!”
“허허허. 오랜만이네, 시저 남작.”
그곳엔 전과 달라지지 않은 볼드모드가 있었다. 그가 나를 향해 앉으라는 손짓을 했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근황이나 이야기했으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없네.”
“공사가 다망하신 분이시니 당연한 일입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군.”
그러고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최근 몬스터의 동향이 이상하다는 것과 간간이 마신교가 등장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한 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후니크 백작이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지…… 행동이 수상하네.”
“후니크 백작님이 말씀이십니까?”
나보다 놀란 듯한 오시리크 자작.
경악으로 물든 그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나 또한 놀랐으니 말이다.
‘벌써 배신한다고?’
이들을 모르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후니크 백작은 마신교로 넘어갈 배신자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후니크 백작가에 세드릭 제국의 유일한 기병대가 있기 때문에 세드릭 제국의 몇 영지와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그 쑥대밭으로 변하는 마을 중 한 곳에서 사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잔인했지…….’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후니크 기병대는 망설임 없이 마을을 습격. 노인을 비롯해 남자들은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죽였다.
그 뒤로 이어지는 약탈, 겁탈, 방화는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는지 볼드모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라네.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해야겠지만 말이야.”
언뜻 스쳐 간 볼드모드의 눈빛은 낯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섬뜩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순간 스쳐 간 그 살기에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 오시리크 자작 또한 겁에 질린 듯한 얼굴이었다.
덜덜덜 떨고 있는 다리가 그가 겁에 질렸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거기에 얼굴까지 새하얗게 질려 있다.
‘근데…… 이걸 오시리크 자작이 들어도 되는 건가?’
내가 기억하는 회귀 지식에 오시리크 자작이 배신한 일은 없다.
마신교와 싸우는 데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 오시리크 자작령을 지켜냈다. 눈에 띄는 큰 활약이 없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나 싶은 것이 내 심정이다.
“의아하다는 얼굴이군.”
나는 뜨끔했다.
내 속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조금은 짓궂은 얼굴로 바라보는 볼드모드 공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볼드모드는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대로 황실에 충성을 다해 온 가문이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왕비님의 동생분이시기도 하네.”
“아…….”
그렇다면 납득된다.
현 왕비의 남동생이란다.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학연, 혈연, 지연.
오시리크 자작이 저 세 가지 중 혈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지간한 이야기는 들을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며, 회귀 전에도 수많은 위기 속에서 영지를 지키며 황실에 충성을 다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
그와 동시에 나는 지금 엄청난 기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충격받은 내 얼굴과 다르게 볼드모드는 한껏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네.”
볼드모드의 말에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내가 오시리크 자작을 도와준다는 것은 당장 오시리크 자작에게만 빚을 만드는 것이 아닌 세드릭 제국 황실에 빚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마르지 않는 물병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오리시크 자작의 앞에 내밀며 말했다.
“자작님. 저번에 제가 드린 말씀은 기억하십니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의 영주임을 자각하길 바라시며 하신 말씀이시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놀랍게도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그리고 아까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때와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저 남작님이 가시고 혼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지요. 저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 아내와 충성스러운 기사 헴튼, 그리고 영지민이 함께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이곳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자신감이 보였다.
그리고 진짜 그가 변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오시리크 자작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브리타니아 대륙의 모든 귀족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 보상으로 명성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서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던 것이 사라졌기에 들고 있던 물병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저 남작님.”
- ‘마르지 않는 물병’을 건네주었습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오아시스를 복구하라.]
난이도 : 쉬움.
제한 : 연계 퀘스트를 받은 자.
내용 : 오아시스를 복구해라.
보상 : 오리리크 자작의 선물.
오시리크 자작은 물병을 받고 오아시스로 이동했고, 나와 볼드모드가 그를 뒤따랐다.
오아시스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말랐다.
하루만 늦었어도 더 이상 이곳에서 물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 그곳에 마르지 않는 물병을 기울여 물을 붓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물병에서 쏟아지는 물 덕분에 오아시스에 금세 물이 가득 차올랐다.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걱정은 없다. 매일 같이 1t의 물을 뿜어내는 물병이니, 며칠만 있으면 가득 채워질 것이다.
더 이상 오시리크 자작령에 물이 부족한 일은 없어진다.
오아시스를 바라보는 사이, 오시리크 자작이 내게 다가왔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보통 이럴 때 생각하는 것은 딱 하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킬북.
나는 조심스럽게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무슨 스킬인지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샌드 골렘 스킬북]
사막 지형 한정 최강의 탱커를 얻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