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157
내가 100% 확신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다.
“와……. 엄청나네.”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었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샌드 웜의 피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샌드 웜의 피 통은 무려 800줄이 넘는다.
저 치명적인 독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깎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피 통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도 모든 능력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내가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버틴다. 그와 동시에 독이 퍼질 수 있도록 상처를 유도해 빠르게 사냥한다.’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지.”
계획이 성립되었으니 이제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 한다.
“범이! 자유 변형, 그리고 마안!”
“냐앙!”
- 소환수 ‘범이’가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 소환수 ‘범이’가 스킬 ‘마안’을 사용했습니다.
- ‘샌드 웜’이 마비에 걸렸습니다.
고작 2초간의 마비지만, 그것으로 기본 세팅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혼돈, 파괴, 망각의 가호!”
- 스킬 ‘혼돈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에 있는 대상 중 적이 혼돈에 빠져 공격력이 30% 하락합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크리티컬 확률을 30% 상승시킵니다.
일명 혼파망 세트가 처음으로 제대로 펼쳐졌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거다.
“눈높이 교육. 치유의 토템.”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 샌드 웜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 스킬 ‘치유의 토템’을 사용했습니다.
- 범위 안의 아군을 치유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이의 스킬 차례다.
아마 샌드 웜은 피이의 스킬이 활성화되는 순간부터 날뛰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 움직이며 명령해야 한다.
“피이, 멸화.”
“피이!”
- 소환수 ‘피이’가 스킬 ‘멸화’를 사용합니다.
- 영혼까지 불태우는 불길이 치솟습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샌드 웜은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어 30%, 눈높이 교육에 의해 20%, 멸화의 10%, 총 60%의 능력치가 떨어졌다.
“크아아악!!!”
샌드 웜이 비명을 질렀다.
생생한 고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한 비명과 함께 피부를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분노가 사막 전체를 감쌌다.
그와 동시에 아가리를 활짝 벌린 샌드 웜의 얼굴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나를 그대로 집어삼키겠다는 놈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정확하게 나를 향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팅고에게 명령했다.
“팅고, 거대화.”
“끼에륵!”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했습니다.
- 10분간 덩치가 커집니다.
-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팅고는 순식간에 몸집을 부풀렸다.
“끼케륵!!!”
팅고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복장이었는데, 거대화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훌러덩 벗어버리던 방어구들과 다르게 아울베어 세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건 또 생각 못 했네.”
아울베어 세트가 통기성이 아니라 신축성도 뛰어난 물건인 줄은 몰랐다.
기뻐할 일이었다.
안 그래도 거대화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벗겨지는 방어구 때문에 신경 쓰였는데, 이렇게 해결될 거란 생각은 못 했으니 말이다.
나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외쳤다.
“받아!”
팅고는 인벤토리에서 꺼내 던진 두 자루의 도끼를 능숙하게 받았다.
콰앙!
그사이 샌드 웜의 머리가 방금까지 내가 서 있던 곳을 덮쳤다. 그에 엄청난 양의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먼지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눈이 나를 향해 있었다.
샌드 웜은 다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어왔다.
“팅고! 돌진.”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고, 팅고에게 명령을 내렸다.
돌진 스킬로 나를 향해 달려드는 샌드 웜의 옆구리를 노리기에 그 충격은 배가 되어 샌드 웜에게 돌아갈 것이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돌진’을 사용했습니다.
콰아앙!
마치 교통사고라도 난 듯한 엄청난 굉음이었다.
“끄아아악!”
샌드 웜의 처절한 비명. 거기에 팅고에 의해 튕긴 샌드 웜의 머리통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와중에도 샌드 웜을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가직스, 가시 방출. 로빈후드는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
“캬락!”
“딱딱딱.”
가직스는 다섯 개의 가시를 뿜어 공격했고, 로빈후드는 샌드 웜의 몸통을 향해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렸다.
둘의 공격이 얼마나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노리는 것은 샌드 웜의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다.
“크아악!”
샌드 웜은 화가 난 듯, 아까보다 더욱 거칠어진 울음소리와 함께 시선이 내게 고정되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외쳤다.
“숭이, 정권 찌르기.”
“우끼!”
-소환수 ‘숭이’가 스킬 ‘정권 찌르기’를 사용했습니다.
숭이는 샌드 윔이 떨어지고 있는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바닥에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 숭이의 스킬이 그대로 샌드 웜의 머리통을 향해 시전될 것이다.
퍼억!
숭이는 샌드 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일격을 날렸다.
그 고통이 적지 않았는지 샌드 웜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쿠웅.
상당한 충격 때문인지 기절한 듯, 샌드 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 샌드 웜이 상태 이상 기절했습니다.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외쳤다.
“전원 공격!”
내 명령에 소환수 모두가 길게 늘어진 샌드 웜의 몸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 소환수 ‘쓰랄’이 스킬 ‘파이어 볼’을 사용했습니다.
- 소환수 ‘팅고’의 스킬 ‘치명적인 일격’이 발동되었습니다.
- 추가 데미지가 상승합니다.
- 크리티컬 확률이 상승합니다.
- 소환수 ‘범이’의 스킬 ‘메가톤 펀치’가 발동되었습니다.
- 근력 수치만큼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 소환수 ‘피온’이 스킬 ‘맹독 찌르기’를 사용합니다.
시스템창이 줄지어 올라왔다.
내 모든 소환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펼치며 기절한 듯한 샌드 웜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듯 샌드 웜의 피가 뭉텅이로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 샌드 웜이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 HP가 줄어드는 양이 증가합니다.
- 샌드 웜이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 HP가 줄어드는 양이 증가합니다.
저 문구가 한번 나타날 때마다 한 번에 줄어드는 양이 증가했고, 지금에서는 한 번에 열 줄의 HP가 사라질 정도였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샌드 웜’을 쓰러뜨렸습니다.
- 플레이어 최초로 ‘샌드 웜’을 쓰러뜨렸습니다.
- 업적 ‘샌드 웜 슬레이어’를 획득하셨습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 됩니다.
- 레벨의 차이가 두 배 이상입니다.
-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425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숨겨진 이벤트 달성 조건을 성립했습니다.
- 숨겨진 인스던스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 ‘의문의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 아이템 드랍율이 두 배가 됩니다.
샌드 웜이 쓰러지고 올라오는 수많은 시스템창 중에 나는 마지막에 떠 오른 내용에 미소 지었다.
“이거네.”
이제야 이해됐다.
피이의 파편이 있는 곳이자 오아시스를 메마르게 하고 있는 퀘스트의 목적지는 샌드 웜을 죽여야지만 갈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증거로 저기 모래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었던 곳이자, 샌드 웜이 튀어나온 그곳에 인던으로 향하는 포털이 있었다.
이러니 찾을 수가 없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인던이니, 샌드 스콜피온을 그렇게 죽였어도 나올 리가 없다.
근데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무서운 점을 깨달았다.
“인던의 입구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서 만들어진 건데……. 안은 더 얼마나 지옥이란 말이야?”
벌써부터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도축 먼저.”
나는 손을 뻗어 샌드 웜을 향해 도축 스킬을 사용했다.
- ‘샌드 웜의 정수’를 획득했습니다.
- ‘샌드 웜의 이빨’을 획득했습니다.
- ‘샌드 웜의 눈’을 획득했습니다.
“에라이.”
스킬북이나 아이템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전부 샌드 웜의 부산물만 나왔다.
“그나마…… 이게 꽤 가격은 나가는 물건이었지.”
기억하기론 마탑의 마법사에게 팔면 상당한 양의 금화를 안겨주는 물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적어도 몇 달은 놀고먹으면서 지낼 수 있는 금액 말이다.
샌드 웜의 시체를 처리한 후, 내 소환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번 전투에서 크게 다친 소환수는 없다.
아무래도 샌드 웜이 운이 좋게 기절한 것과 피온이의 독으로 인해 편하게 사냥이 가능했던 것 때문인 듯하다.
“모두 준비된 것 같으니 그럼 인던으로 향해 볼까?”
내가 먼저 인던의 입구가 있는 포털로 향했다.
* * *
[의문의 던전]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50명
입장 조건 :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원인을 파악해라.’ 퀘스트를 받은 자.
공략 조건 :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원인을 제거하라.
입장과 동시에 인던에 대한 정보가 떠 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연이어 올라오는 시스템창은 퀘스트의 진행 상황을 파악해 주었다.
- 퀘스트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원인을 파악해라]를 완료했습니다.
- 오아시스가 말라가는 원인은 인던에 있습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원인을 제거하라.]
난이도 : 매우 어려움.
제한 : 연계 퀘스트를 받은 자.
내용 :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원인을 파악한 후, 제거하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퀘스트가 새롭게 생성되었다.
오아시스가 말라가는 이유는 대충이나마 알고 있다. 불사조인 피이의 파편이 오아시스를 메마르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인 피이의 파편을 회수만 하면 해결될 일이다.
“근데 시스템에서는 제거하라고 했지.”
이게 의문이 들게 만드는 문구다.
죽이는 것의 제거인지, 아니면 그 원인을 내가 얻음으로써 제거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최악의 경우 두 가지를 합친 경우라 생각해야 한다.
일단 최악의 경우를 염두하고 움직이자. 그래야 어떤 상황이 찾아와도 수긍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니까 말이다.
괜히 이상한 거에 눈이 돌아가 제대로 된 대응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천천히 걸어가 볼까?”
지금 내가 들어온 인던은 동굴이다.
저 멀리서 빛이 미약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 동굴이었다가 필드 형태로 바뀌는 인던이 아닐까 싶었다.
“쉿!”
나는 모든 소환수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곤 앞서 걸었다.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내 발걸음만이 들려왔고, 빛이 흘러나오는 곳을 통과했을 때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
깊은 한숨. 그리고 그 뒤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X나 많네.
눈앞에는 또 하나의 사막 지형이 펼쳐져 있고, 그 모래 속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숨어 있었다.
[스콜피온 맨 Lv.450]
인간 형태의 스콜피온이 이곳 인던의 몬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