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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55화 (155/275)

제155화

#155

이종족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을 뜻하는 말로 사실상 따지고 보면 수많은 존재를 이종족이라 부를 수 있다.

길 가다 보이는 흔한 몬스터도 따지고 보면 이종족이니 말이다.

내가 말하는 이종족의 존재는 그나마 다른 종족에 비하면 인간에 친근한 존재이자 호의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숲의 요정이라 자연을 사랑하는 불리는 엘프.

땅의 요정이자 전정한 대장장이라 불리는 드워프.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반반 섞어둔 수인족.

이 세 종족이 월오룰에서 인간에게 가장 친화적인 존재다.

회귀 전,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월오룰을 플레이하면서 본 이종족은 수인족밖에 없다.

수인족은 고양이라든가, 개라든가, 토끼 같은 귀여운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고, 대부분 유저에게 퀘스트를 내려준다든가, 도움을 요청하며 연계 퀘스트를 생성시켜 주는 종족이었다.

숲의 요정이라 불리는 엘프는 멀리서 본 적이 있다.

회귀 전에 숲에 나타난 마족을 처치하는 이벤트 퀘스트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귀족 NPC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었다.

당시 엘프의 등장으로 인해 월오룰 게임 안팎으로 난리가 났다.

당연한 일이다.

엘프는 미의 종족이라 불리기도 한다.

남녀 할 것 없이 입을 벌리고 바라보게 될 정도로 엄청난 외모와 모델 뺨치는 기럭지를 가지고 있다.

이벤트 퀘스트엔 참가하지도 않으면서 엘프를 보기 위해서 그곳을 찾아온 플레이어가 상당했고,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몰려든 탓에 퀘스트 진행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다.

게임 속 세상에서만 해도 이 정도인데, 밖은 더욱 난리가 났다.

엘프의 사진을 올린 게시글의 조회 수가 억 소리가 정도로 나올 정도로 폭발했던 것이다.

엘프의 얼굴을 찍은 방송은 엄청난 후원금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상단에 고정될 정도로 인기가 폭발했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드워프는 등장은커녕, 유니크 이상 아이템의 제작자가 드워프란 것 말고는 알려진 게 없지.’

그래서일까, 눈앞의 드워프인 마이스터 지크가 상당히 신비하게 다가왔다.

마이스터 지크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내 눈빛을 보아서인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하긴, 옛날과 다르게 우리 종족은 더는 바깥세상에 관여하기 싫어하니 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누군가에게 약간 실망한 듯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계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단 다른 남자가 대답해 주었다.

“이곳 지부장인 닉스입니다. 지크 님이 이곳에 계신 이유는 제가 모셔왔기 때문입니다.”

지부장이라는 자를 바라보았다.

[NPC 닉스 Lv.863]

상당한 실력을 갖춘 지부장이었다.

레벨이 800을 넘은 걸 보니, 어지간한 기사들보다 강력할 것이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매를 한껏 드러내는 시원한 복장을 하고 있고, 몸에 새겨진 무수한 상처로 인해 그가 지나온 길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 시저 남작입니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시저 남작님. 저번 고블린 토벌은 물론이고, 니베라 후작님의 조언, 얼마 전 오크 토벌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곳 대륙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절도 있고 정중한 인사를 했다.

마이스터 지크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종족에도 자네의 이름이 들려왔네. 오크가 불쌍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라고 하더군. 거기에 입고 있는 아울베어 킹의 가죽을 보니 상당히 묵은 녀석을 잡았나 보군. 대단해. 그것을 다룬 장인 또한 실력이 괜찮고 말이야.”

마이스터 지크의 말에 깜짝 놀랐다.

드워프 종족에도 내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이야 게임 시스템으로 알려줬으니 그렇다 치겠지만, 내가 입고 있는 아울베어 킹 세트를 칭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세상의 모든 무기와 방어구는 드워프의 손길이 거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불린다.

물론 이건 회귀 전의 경험으로 하는 이야기다.

드워프가 만든 물건은 이름 있는 장인 NPC라도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물건은 인간이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드워프가 인간이 만든 물건을 칭찬한다? 그것은 장인으로서 최고의 찬사라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마 지금 내 옆에 제닉스가 있었다면 감동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제닉스 장인도 기뻐할 것 같습니다.”

“아, 이름은 들어봤지. 인간 중에서 그나마 실력이 뛰어난 장인이라고 하더니, 허언이 아니었군.”

“오호! 제닉스 장인이 다시 망치를 들었습니까? 이건 대륙에 있어서 기쁠 일이군요.”

닉스와 마이스터 지크는 잠시나마 제닉스 장인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나는 제닉스 장인이 이 대륙에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부장인 닉스 입이 멈추었을 때 마이스터 지크가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아, 그게 말입니다.”

그제야 나는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할 수 있었다.

“죄악의 힘 때문에 지크 님을 찾았습니다.”

내 말에 지크의 얼굴인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음…….”

무언가 고민이 많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지크의 얼굴이 아닌 맞은편에 있는 지부장인 닉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무런 말은 없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고, 나와 마이스터 지크를 흥미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지? 설마 알고 있나?’

닉스의 행동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죄악의 힘과 관련 없는 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물어보았는데, 혹시 실수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크가 지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깐 자리를 비워줄 수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닉스는 미련 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흥미가 있다는 얼굴이었다.

지크와 나는 그가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딸깍.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가고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 때 지크의 입이 열렸다.

“죄악의 힘은 어떻게 아는가?”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잘못 말했다간 옆구리에 차고 있는 망치를 들어 그대로 내 머리를 부숴 버리겠다는 압박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지크의 레벨이 눈앞에 표기되었다.

[NPC 마이스터 지크 Lv.999]

무려 999레벨.

내가 아는 최고 레벨의 두 번째 NPC의 등장이었다.

“큭…….”

내 몸을 짓누르는 압박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 힘에 저항하기 위해 오러를 뿜어내었다. 하지만 내가 저항하면 할수록 기운이 더욱 진해져 버티는 게 힘들었다.

그 순간에 갑자기 내 가슴 쪽에서 빛이 일어났다.

파앗!

환한 빛과 함께 알이 나타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

죄악의 힘을 머금으며 자라고 있는 그 알이 나타나자 나를 짓누르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크는 알의 등장과 함께 뿜어내던 기운을 거두곤 입을 떡하니 벌렸다. 두 눈동자가 얼마나 요동치는지,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 자네!”

그리고 걱정과 우려가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다급히 불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이 알은 죄악의 힘을 무려 세 개나 품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죄악의 힘을 하나씩 먹을 때마다 강해지는 알의 기운을 나만큼 확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그렇군. 자네가 예언의 그 자였군.”

지크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지금 당장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나중에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며 그가 하는 말을 다시 들어보면 된다.

‘이게 돈을 쓴 보람을 느끼게 해 주네.’

방송용 카메라와 꾸준한 녹화가 이렇게 도움 될 줄 몰랐다.

기쁘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조용히 그가 중얼거림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말을 꺼냈다.

“알겠네. 자네의 볼일을 마치거든 푸티나 산맥으로 찾아오게. 그곳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푸티나 산맥으로 향해라.]

난이도 : 극악.

내용 : 푸티나 산맥으로 향해라. 그곳에서 기다릴 마이스터 지크를 만나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를 알리는 시스템창 뒤로 그의 말이 이어졌다.

“죄악의 힘은 그곳에 있네.”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악의 힘에 관한 일은 해결했으니 이제 이곳 오시리크 자작령의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다.

그리고 그건 레벨을 올릴 시간이라는 거다.

나는 오아시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두 개의 시선이 시저가 용병 길드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마이스터 지크의 시선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다양하게 바뀌었다.

자신조차도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했고, 이내 자신의 상태를 눈치채고 놀란 듯했다.

“얼마 만에 흥분하고 있는 거지?”

마이스터 지크는 자신의 입가에 피어 있는 미소를 제 손으로 뭉그러뜨렸다. 그럼에도 심장이 뛰며 흥분이 가라지 않았다.

시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앞길에 강철의 심장이 있기를…….”

마이스터 지크는 다시 등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다른 하나의 시선이 시저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할 것이 생겼군.”

길드 지부장인 닉스가 한쪽 벽에 있는 액자를 치우고는 비밀 장치를 이용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테이블 위에 있는 수정구에 손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죄악의 힘. 플레이어 시저. 푸티나 산맥.”

그러곤 수정구에 손을 떼고는 조용히 다시 밖으로 향했다.

이거면 충분했다.

닉스로 인해 죄악의 힘에 대한 것이 처음으로 마신교에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 * *

오아시스를 보호하는 성벽 너머로 나온 나는 가장 먼저 탐지의 반지를 사용했다.

“탐지.”

- 탐지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 반경 1km를 탐지합니다.

- 탐지 스킬에 걸린 것이 없습니다.

“쳇. 너무 많은 걸 바랐나?”

요즘 운이 좋아서 한 방에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이렇게 된 이상, 사냥을 하며 꾸준하게 탐지의 반지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샌드 스콜피온의 공략법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일단 화살이나 돌멩이 같은 놈이 있는 곳에 던진다. 그러면 샌드 스콜피온이 거대한 집게발을 움직이며 모래 속에서 빠져나온다.

모래 속에서 빠져나올 때 딱딱한 껍질로 보호받지 못하는 배를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샌드 스콜피온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자들이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 보편화되어 있는 방식은 모래 속에서 나온 샌드 스콜피온의 양 집게발을 먼저 공략해 전투력을 떨어뜨리거나 탱커와 힘을 합쳐 샌드 스콜피온을 뒤집은 다음 사냥하는 방법이다.

“뭐, 나는 다 사용하면 되지만.”

로빈후드가 샌드 스콜피온이 있는 곳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그러면 샌드 스콜피온이 튀어나올 것이고 그 순간 또 한 번 화살을 날려 치명상을 입힌 걸로 끝난다.

그게 아니더라도 거대화를 한 팅고가 힘으로 뒤집고, 몸집이 작은 범이가 샌드 스콜피온의 배 쪽으로 들어간 다음 공격하면 된다.

- 소환수 ‘로빈후드’가 ‘샌드 스콜피온’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2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60,000을 획득합니다.

- 소환수 ‘범이’가 ‘샌드 스콜피온’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2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60,000을 획득합니다.

지금 눈앞에 내 소환수들이 착실하게 사냥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무난한 사냥이다 싶었을 무렵이다.

“피온아?”

갑자기 소환수 피온이 땅을 파고들어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소환수 ‘피온’이 스킬 ‘맹독 찌르기’를 습득합니다.

- ‘샌드 스콜피온’이 독에 중독됩니다.

갑자기 떠 오른 시스템창.

그리고 딱 5초가 지났을 무렵이다.

- 소환수 ‘피온’이 ‘샌드 스콜피온’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2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60,000을 획득합니다.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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