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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54화 (154/275)

제154화

#154

피이의 파편. 아니, 정확하게는 피닉스의 파편이며 그에 관련된 퀘스트가 있다.

[불안정한 피닉스를 완전한 존재로 만들어라.]

난이도 : 극악

제한 : 불안정한 피닉스를 포획한 자.

내용 : 대륙 곳곳에 숨겨진 피닉스의 파편을 회수하라. 0/3

보상 : 완전체 피닉스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환수계에서 얻은 피이를 완전체로 만들어 주는 퀘스트.

안 그래도 이 퀘스트를 받았을 때 꽤나 난감했다. 파편을 찾는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 찾으라는 것인지,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았다. 사실상 막연히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퀘스트였다.

큰 기대 없이 때가 되면 월오룰의 시스템창이 알려줄 거란 생각으로 지내왔었는데, 놀랍게도 피이 본인이 그 파편의 실마리를 물어다 주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시스템과 피이가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에구, 요망한 것. 이거 알려주려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온 거야?”

“피이~”

머리를 긁어주는 내 손길이 기분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파편을 찾은 것이 기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큼은 알고 있다.

기분이 좋다는 것.

그래. 그거 하나면 된 거다.

“시저 남작님?”

오시리크 자작이 나를 불렀다.

잠시 말라가는 오아시스 퀘스트를 생각하다 보니 그가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 줬다.

“오아시스를 마르게 하는 원인을 알 것 같습니다. 다만 당장 해결할 순 없습니다. 며칠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일단 피이의 파편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오아시스 근처에 인던이 하나 있을 것이며, 그 인던이 이번 퀘스트의 목적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느냐고?

십 년의 짬바가 있는데 이 정도 추리 하나 못하는 게 이상한 거다.

그러니 인던을 찾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한다는 그의 입과 다르게 그의 시선은 분주했다.

마치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눈빛으로 쉽사리 말을 꺼내기 힘든 듯 입술을 달싹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처량해 보였다.

그가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아마 하루에 1t의 물을 뿜어내는 물병이겠지. 그것 하나만 있다면 아마 지금 말라가는 오아시스를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내줄 생각은 없다.

오시리크 자작이 힘들어하는 것과 다르게 아직 오아시스에는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만큼의 물이 남아 있다.

물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하는 것과 간절함, 내가 준 물건을 개인적인 욕심에 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금 넘기지 않는 거다.

‘나약해.’

지금의 오시리크 자작은 나약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줄만 알지 혼자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아니다.

한 영지를 이끌어가는 영주가 아닌 평범한 영지민 같았다.

영지를 위해서나 본인 자신을 위해서나 앞으로 싸울 마신교를 생각하면 저래선 안 된다.

“오시리크 자작님.”

“네, 시저 남작님.”

내 부름에 그의 얼굴이 기대에 찼지만, 이내 우울한 얼굴이 되었다.

“원하시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뜻 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그러니 자작님을 테스트하겠습니다. 과연 이 물건을 맡겨도 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며 영주님은 물론이고 영지민을 위해 어떻게 쓸지 말입니다.”

“그 말씀은……?”

나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해 주었다.

“일단 자작님부터 달라지세요. 세드릭 제국의 귀족이자, 이곳 오리리크 자작령의 영주로 말입니다.”

“저, 저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과 떨리는 팔다리가 안쓰럽기까지만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오시리크 자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세상이자 세계이며, 나 또한 이곳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이니, 퀘스트 아이템을 건네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귀족이다.

이 정도 쓴소리는 해도 된다는 거다.

‘정확하게는 내 등을 받쳐주는 사람들을 믿고 날뛰는 거지만.’

홀로 잠시나마 웃던 나에게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 사용자의 마음과 생각이 변했습니다.

- 한 명의 플레이어가 아닌 진정한 월오룰의 주민임을 증명했습니다.

- 귀족의 의무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오시리크 자작의 변화]

서브 퀘스트

난이도 : 보통.

내용 : 오시리크 자작이 진정한 귀족이 될 수 있게 도와주어라.

보상 : 명성 포인트 +10000

특이사항 : 퀘스트 성공 시 브리타니아 대륙의 모든 귀족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실패 시 변화가 없습니다.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했네.’

여기서 퀘스트가 생성될 줄이야. 그것도 내가 생각하고 깨달은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닌가?

단순히 앞으로 더 좋은 미래를 생각했을 뿐인데 따라오는 보상까지 생겼으니 기쁨이 두 배였다.

이걸 계기로 오시리크 자작이 변하길 바랐다.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조사를 위해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홀로 남겨진 오시리크 자작을 뒤로하고 응접실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을 마주하게 되었다.

[NPC 오시리크 자작 부인]

[NPC 기사 헴튼 Lv.585]

자작 부인이 울고 있었다.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렀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 있었다.

아마 부인이기에 알고 있었겠지. 남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내게 감사한 마음이 들고, 새롭게 변해갈 오시리크 자작의 등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노기사는 오시리크 자작의 충신인 듯했다.

그는 나를 향해 기사의 예를 올렸고, 이내 안쓰러운 눈빛으로 오시리크 자작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변했다.

자신의 주군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갈 것이란 믿음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런 둘에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오시리크 자작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자, 그럼 첫 번째 목적지는 용병 길드인가?”

내가 이곳으로 온 첫 번째 목적. 마이스터 지크를 찾는 일이었다.

원래는 오시리크 자작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기는커녕 내가 도와줘야 할 판국이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용병 길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용병 길드.

용병패를 발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크고 작은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대부분의 유저가 새로운 영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 이외에 정보 또한 취급한다.

그 정보는 두 가지 형태로 구할 수 있다.

하나는 용병 길드에 상주하는 용병들에게 먹을 것이나 대화를 통해 얻어내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최근 영지 안팎의 변화를 묻는다.

영지 안의 경우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이용해 퀘스트를 받을 수 있으며, 영지 밖의 경우엔 사냥터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다른 하나는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용병 길드가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 방법은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이 용병에게 묻거나 발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다. 용병이 직접 자신이 얻은 정보를 용병 길드에 말해 주는 형태다.

용병 길드의 길드장이나 관리자들은 그 정보를 듣고 그에 맞는 금액을 치러준다.

그것이 돈이 될 수도 있고, 남들보다 편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의뢰가 될 수 있으며, 그게 아니면 용병 길드에서 하루 숙박을 책임져 주기도 한다.

“사실 용병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용병 길드의 관리자 주변에서 서성이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돈이 덜 들면서 핵심 정보만 들을 수 있지.”

이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오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미련하다고 볼 수 있다.

뭣도 모르고 멍청하게 남의 이야기를 전부 다 듣고 정리해서 길드에 보고하고 다시 피드백 받는 방법으로 정보를 캐며 캐릭터를 육성했으니 말이다.

여러 가지로 동선 낭비에 시간 낭비가 심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돈으로 사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당장에라도 빠르게 치고 올라가야 하는 입장이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결국 돈으로 정보를 사는 것뿐이었다.

용병 길드에서 꾸준히 정보를 사자, 신뢰도가 점점 쌓여갔다. 그리고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가져오는 노하우도 생겼다.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 이름은 지크. 마이스터 지크라 불리는 자입니다.”

원래라면 좀 더 세세한 요구를 해야 한다.

고작 이름과 그를 부르는 호칭 두 개 가지고 조사를 부탁한다는 것은 의뢰를 받는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용병 길드에서도 큰 금액을 불렀다.

“선금 백 골드입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백 골드를 꺼내서 주었다.

흥정은 필요가 없다.

흥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신 그 흥정한 금액만큼 정보의 양이 줄어들 뿐이었다.

‘심할 경우엔 진짜 원하는 정보만 빼고 전달하지.’

그만큼 용병 길드는 정보에 민감하게 군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관리자가 자릴 비웠다.

나는 지하로 이어지는 문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뒤에 있는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맥주 한 잔 부탁합니다.”

“예이.”

곧 거품이 가득한 맥주잔이 내 앞에 놓였고, 벌컥벌컥 마셨다.

“크……. 시원해서 좋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저는 몇 없다. 오히려 NPC인 용병들이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쭈욱 살펴보며 조용히 정보를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반 잔 정도 비웠을 때, 시간으로 따지면 오 분 정도 흘렀을까 싶을 시간에 아까 의뢰를 부탁했던 관리자가 다가왔다.

그러곤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지부장님이 찾으십니다.”

갑작스러운 지부장의 부름.

나는 건물 2층으로 이동했다.

“지부장님, 모셔왔습니다.”

“모시고 오시게.”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고, 그중 키가 땅딸막한 존재가 나를 향해 물었다.

“어서 오게. 나를 찾는다고?”

나는 눈앞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마이스터 지크]

눈앞에는 정말 내가 찾던 인물이 있었다.

다만 놀라운 점이 있다면 눈앞에 있는 마이스터 지크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다른 인종이었다는 점이다.

“드워프?”

“맞네. 드워프 처음 보는가?”

“네, 처음 봅니다.”

회귀 전에도 못 본 드워프를 여기서 보게 될 줄 몰랐다.

근데 드워프와 죄악의 힘은 또 무슨 상관이지?

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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