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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51화 (151/275)

제151화

#151

게임을 종료한 후, 씻고 한 카페로 향했다.

“오빠. 여기요.”

나를 향해 밝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맞은편에 앉았다.

“고생했어.”

“고생이야 오빠가 더 했죠. 오늘 방송도 재밌었어요.”

가벼운 인사와 함께 우리는 오늘 있었던 방송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방송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지 모르기에 어지간하면 짧게라도 지은이의 피드백을 받는 편이다.

“오늘도 최고.”

처음은 칭찬.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오빠가 하는 방송인데.”

두 번째는 믿음

“오빠 방송은 다양성을 추구하잖아요. 당연히 재밌을 수밖에 없지.”

세 번째는 확신

“오늘 시청자 이벤트랑 욕설 타이밍이랑 어떻게 생각한 거예요?”

네 번째는 놀라움.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지은이 때문에 내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피드백이라기보단 오늘 있었던 내 방송에 대한 감상문에 가깝지만 그대로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는 살짝 상기된 양 볼과 쉴 새 없이 나를 향해 떠는 입은 금붕어처럼 뻐끔뻐끔 멈추지 않았다.

‘귀엽네.’

언제나 봐도 귀여운 지은이다.

정말이지, 지은이를 알게 된 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의 방송팀이 만들어졌고, 내가 하는 방송은 물론이고 편집까지 모든 게 그녀의 손에 거쳐서 만들어지고 있다.

범이 덕분에 만들어진 인연.

그리고 만날 때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지내는 지금 이 순간도, 그녀에게 감사할 뿐이다.

“고마워.”

내 진심을 담은 한 마디.

그에 한창 웃으며 나를 향해 조잘거리던 그녀의 입이 뚝 하고 다물렸다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후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

그녀의 깜짝 놀란 얼굴이 재밌고 귀여워 나온 웃음이다.

“훗.”

그런 그녀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큭…….’

나는 마음속으로 심장을 움켜잡았다.

지금 내 눈앞의 미소는 반칙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이지은이라는 사람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이자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미소다.

“오빠, 지금 빙구 같은 얼굴인 거 알아요?”

“음?”

아무래도 표정 관리가 안 되었나 보다.

지은의 사랑스러운 얼굴은 어디 가고 뭔가 흥미로운, 그리고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끝을 흐리는 그녀.

그게 나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속에 있는 마음을 들킨 것인지 모르겠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일단 일부터 해요.”

“그래.”

하지만, 나와 지은이는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한다. 그러니 일단 만나기로 한 목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딸깍.

그녀의 왼손이 마우스로 향했다.

노트북에는 오늘 제안받은 기업의 광고 제안서가 띄워졌고, 그것을 같이 보며 회의를 시작했다.

“확실히 다른 기업에 비하면 기본 계약금 자체는 적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하지만 지은이의 설명은 중간에 멈추었다.

지은이의 오른손을 내 왼손으로 살며시 덮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최대한 계약하는 방향으로 하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여기만 한 곳은 없을 거야.”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두근두근두근.

하지만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이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얼굴을 비롯해 온몸이 후끈거려 땀이 날 정도였다.

말은 편안하게 하고 있지만, 사실 불안한 마음이 적지 않았기에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긴장한 마음을 한순간에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번엔 네가 빙구 같은 얼굴인 거 알아?”

그 말에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 지은이가 말했다.

“내가? 아닌데? 그건 오빤데?”

그러면서 다시 노트북으로 향하는 시선.

여전히 우리는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래.”

“피…….”

아무렴 어떤가? 지금 이 순간, 이 감정과 분위기를 즐기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얼른 눈앞의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얼른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

“알겠어요.”

손을 잡고 우리는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다녀왔어.”

평소보다 많은 늦은 시각.

어쩌다 보니 지은이와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집 앞까지 바래다주면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긴 했다만, 아무튼 데이트는 즐거웠다.

회귀하고 두 달.

정신없이 달려왔던 나이기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힐링을 했다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마음에 여유가 없던 나에게 조금이나마 찾아온 행복이라고 할까?

둘 중에 무엇이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대답은 못 하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지금 너무 기분이 좋다는 거다.

“왔어? 엄청 기분 좋아 보이네.”

“그러게. 기분이 아주 좋네.”

“그럼 언니 생기는 건가?”

나를 향해 슬쩍 웃으며 말하는 효진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런 동생을 향해 손날을 세워 이마를 ‘딱’하고 때렸다.

“조그마한 게 까불기는.”

“야얏!”

얼굴에는 둘 다 미소가 피어 있다.

“흐아암. 얼른 씻고 자. 먼저 잘게.”

동생은 오늘따라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지금 시각이 12시를 넘었단 것을 생각하면 잘 시간이기도 하지만, 평소보단 조금 이르다.

“일찍 자네.”

“안 풀리던 녀석이 드디어 풀렸거든. 마음 편하게 잘 거야.”

“그래, 자라. 아침밥 챙겨 먹고 나가.”

“알겠어.”

동생을 방으로 돌려보내고 조용히 씻은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치익, 딱!

내 손에는 캔 맥주 하나가 들려 있었다.

평소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 밥을 챙겨줄 텐데, 내일은 늦잠을 잘 생각으로 알아서 챙겨 먹으라 했다.

확실히 효진이는 회귀 전과 크게 달라졌다.

효진이는 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매일 힘들게 공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영양소를 챙긴 식단 덕분에 상당히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거기에 참고서라든가, 인강의 퀄이 올라가니 공부 효율도 좋아져서인지, 요즘은 잠도 일찍 자는 편이었다.

덕분에 아침에 직접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 준비하고 등교하고 있으니 말이다.

“잘됐네.”

고생만 가득했던 이전의 효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려 한다.

다행히 그런 미래는 오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최대한 긴장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오시리크 자작령에서 할 일을 정리해 볼까?”

맥주 한 캔의 여유.

내일 접속해 무엇을 할지 일정을 짜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한번 경험해 봤던 길을 다시 걸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회귀 전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긴 하다.

“그것도 이제 잠깐이야.”

월오룰의 경험치 테이블은 500레벨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지옥 길이 열린다.

그전까지 바짝 따라붙어야 최전선에 빠르게 합류할 수 있다.

“메시아 길드가 장악하기 전에 깽판 부려놔야지.”

앞으로 최전선이 그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모두의 무대, 혹은 나 혼자만의 무대로 바꿔 버릴 거다.

그게 가장 재밌는 월오룰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띠링띠링.

내일부터 할 일을 모두 정리했을 때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오빠 자요?]

나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웃으며 말했다.

“아직 안 자.”

- 조금만 통화하다 자요.

“그래.”

침대 위로 올라가 지은이와 통화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 *

[Welcome to the World of Ruler]

점검 후에도 변하지 않는 접속 문구.

뭐, 회귀 전에도 10년간 봤던 문구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바뀐다고 하면 그것 또한 신선한 충격이겠지.

검은 세상이 빛으로 물들어 가며 어제 내가 로그아웃했던 그 공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야가 정상적으로 자리 잡고, 이제 막 움직이려는 찰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딱 맞춰 왔군. 방금 다 되었네.”

지친 기색이 역력한 NPC 제닉스였다.

지금 막 끝났다는 것을 증명하듯, 대장간에서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열기를 방금까지 쐬고 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전신을 축축하게 적신 땀방울이 얼굴에까지 맺혀 있었다.

게다가 몸도 어제와 다르게 덩치가 커진 듯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면서 절로 커진 것 같은데, 세월의 흔적이 있는 얼굴과는 다르게 근육은 아직 젊은 듯하다.

NPC 제닉스는 밤을 새워 다섯 벌의 아울베어 세트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한 줌 미련 따위는 볼 수 없는 아주 후련하고도 보람찬 얼굴이었다.

그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내 말에 그의 얼굴이 변했다. 마치 씁쓸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퍼 보였다.

“아닐세. 오히려 내가 고맙지.”

그가 주전자를 들어 컵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밤새 다 마셔 버린 것인지 주전자에는 물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인벤토리에서 물병을 꺼내 주전자에 물을 채워주었다.

“고맙네.”

가득 채워진 주전자를 들어 그대로 벌컥벌컥 마시고는 의자에 앉아 나에게 말했다.

“나에겐 하나뿐인 손녀가 있었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에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 *

제닉스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

피는 속이지 못하는 듯, 제닉스에게 대장장이의 재능이 있듯이 그의 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함께 공방을 운영하며 살아갔고, 마을의 한 처자와 사랑을 나누게 되어 손녀까지 낳아 넷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다.

손녀가 열 살이 되었을 때였다.

손녀는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며 뛰어다니며 놀았다.

여자아이임에도 대장간의 손녀이자 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어지간한 또래 남자아이도 버거워할 정도로 말괄량이였다.

그러던 중 한 귀족의 눈에 손녀가 띈 것이다.

그 귀족은 손녀를 강제로 납치, 그리고 잔인하게 죽여 버린 것이다.

당연히 제닉스를 비롯해 아들과 며느리까지 귀족을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욕설뿐이었다.

“감히 하찮은 평민 주제에 감히 귀족이 하는 일에 참견하려는 것이냐! 당장 죽고 싶은 게로구나!”

아들과 며느리는 귀족의 노발대발에 겁에 질렸다.

하지만 장인으로서 대륙에 이름이 널리 알린 제닉스의 경우, 그런 귀족에게 대항할 물리적인 힘은 없지만 적어도 이름으로 밀리지는 않았다.

거기에 자신의 부탁이라면 당장에라도 달려와 줄 귀족과 기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고 따졌지만, 돌아온 것은 성의 없는 사과였다.

“거, 미안하게 됐수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인지 골드 주머니까지 하나 내밀었지만, 고작 그런 걸로 풀릴 분노가 아니었다.

하지만 제닉스를 비롯해 아들과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제닉스가 이름 있는 장인이고, 도와줄 든든한 이들이 있다지만, 결국 그들은 한낱 평민이다. 귀족에게 대항할 방법은 없다.

딸을 잃은 슬픔 때문일까.

아들과 며느리는 마음의 병을 얻어 곧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혼자 남은 제닉스는 자신의 무능함에 더는 망치를 쥐지 않았다.

그리고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순간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제닉스는 그들에게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을 얻었다.

플레이어라면. 그들이라면 혹시…….

플레이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진다.

그들에게 부탁하면 혹시 손녀와 아들, 며느리의 복수를 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졌다.

흔한 아울베어의 가죽으론 소용없다.

아울베어 킹, 그리고 아주 오래 묵은 녀석을 잡은 플레이어라면 믿고 부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기다린 끝에 내가 나타났다는 거다.

* * *

“부탁이 있네. 크레이튼 백작. 그자를 죽여주게.”

-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제닉스의 부탁]

난이도 : 매우 어려움.

내용 : NPC 제닉스의 손녀를 잔혹하게 죽인 크레이튼 백작을 죽여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특이사항 : 거절할 수 있습니다.

나는 퀘스트창을 보며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꼭 손녀의 복수를 해 드리겠습니다.”

NPC를 죽여야 하는 퀘스트를 거절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어차피 죽일 놈이다. 마신교의 속해 있는 놈이지.’

크레이튼 백작은 훗날 배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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