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50화 (150/275)

제150화

#150

방송을 종료했다.

나름 성공적인 방송이었고, 처음으로 시청자와 함께 하는 방송이며 아이템을 나누어주는 이벤트까지 했다.

저번처럼 방송을 더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오히려 재밌는 방송이었다며 나에게 득템하라는 말을 끝으로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을 정도였다.

뭐 방송은 둘째 치고, 지금 중요한 건 내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이다.

“간만이네. 공짜 스킬 북은.”

생각해 보면 최근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스킬 북을 얻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니, 보상이 상당히 짜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이렇다 할 특별한 스킬이 생기지…… 않은 건 아니고 아무튼 공짜다.

공짜 좋아하면 머리가 벗어진다던데. 그게 중요한가? 여긴 월오룰 세상이다. 내 캐릭터 머리가 벗어진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다.

“주인님이 머리 벗어지는 건 싫은데…….”

옆에서 루이즈의 중얼거림이 들렸지만, 무시하고 나는 스킬 북을 뜯었다.

“아이템 감정.”

- 스킬 북을 감정합니다.

- 레어 스킬 ‘몬스터 마스터리’를 획득했습니다.

[몬스터 마스터리]

등급 : 레어

소환사 전용 스킬.

몬스터 계열의 몬스터의 모든 능력치는 10% 상승시켜 줍니다.

스킬 북의 능력을 보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만약 레벨당 10%씩 치고 유니크면 100%니 두 배. 레전더리는 300%까지 상승한다는 소린가?”

이건 엄청난 스킬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스킬 북에 관한 것이다.

“몬스터가 있으니 환수나 정령, 스켈레톤 마스터리도 있다는 거 아냐?”

몬스터가 있으니 다른 계열도 있을 거란 생각. 만약 그게 맞다면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은 하나다.

스킬 북 독식.

새로운 인던을 꾸준하게 발견해 수많은 스킬 북을 깡그리 먹어 치워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기억하는 인던만 수십 개. 거기에 추가로 발견할 인던은 무궁무진하다.

이 정도면 못해도 각종 계열별의 마스터리를 전부 획득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난 의문이 들었다.

“회귀 전에는 이런 스킬이 없었는데?”

내가 기억 속에 이런 스킬은 없었다.

물론 10년 동안 내가 본 스킬의 종류가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지만 이 정도로 좋은 스킬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이런 스킬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잠깐의 고민 없이 골랐을 것이다.

잘만 활용하면 한 마리의 소환수가 두 배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는 스킬이니 말이다.

안 그래도 최강 직업에 더 강해진다는데 안 고르면 병신이지.

“스킬 습득.”

일단 스킬을 익혔다.

[몬스터 마스터리 Lv.1]

등급 : 레어

패시브 스킬

소환사 전용 스킬.

- 몬스터 계열의 몬스터의 모든 능력치는 10% 상승시켜 줍니다.

- 스킬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가 상승합니다.

예상대로의 스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그럼, 아울베어 세트나 만들러 가 볼까?”

이제 케니디크 자작령과는 헤어질 시간이다.

인던 밖으로 향하는 포털에 몸을 실었다.

* * *

아울베어 가죽 세트.

월오룰 35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입는다는 방어구 세트.

이것을 만드는 곳은 다름 아닌 케니디크 자작령의 성이 있는 성문 앞에 양쪽으로 나열되어 있는 공방이다.

가죽을 다루는 공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두질한 가죽이 있다면, 그 가죽을 이용해 갑옷으로 만들어 줄 대장간도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무두 공방과 대장간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금전과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건물까지 총 세 채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 건물이 무려 열 개가 넘었다.

자, 여기서 생각을 해 보자.

열 개가 넘는 무두 공방과 대장간이 있다.

현대 세상도 아니고 기계로 만들지 않는다.

당연히 인간의 손, 즉 NPC의 손으로 만들어지며 장인의 실력에 따라 제품의 질이 다른 게 정상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실력이 가장 뛰어난지 물어보고 그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지 않은가?

유저는 이곳에서 아울베어 세트를 만들기 전에 주변 NPC에게 물어본다.

어디 공방의 실력이 좋은지, 그리고 어디 대장간이 실력이 좋은지 말이다.

그럼 NPC는 하나같이 대답한다.

“이 길의 끝에 있는 공방이 가장 실력이 뛰어납니다.”

“브리타니아 대륙 최고의 무두장이와 대장장이를 말하자면 제닉스 영감을 떠올립니다.”

“그분을 제외하면 이곳 모든 공방의 장인들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영지의 자랑이죠.”

NPC 모두가 극찬을 한다.

누구 하나 빠질 것이 없이 그를 최고의 실력자라 말하며 영지에서도 대우를 받는 최고의 장인이라고 한다.

유저의 입장에선 당연히 칭찬을 넘어서 극찬과 존경심을 뿜어내는 장인을 향해 찾아간다.

길의 끝에 있다는 대장간이자 유명한 장인이 있다는 그곳을 찾아갔을 때 첫인상은 ‘어라?’이다.

“왜 이리 허름해?”

“관리 안 한 것 같은데?”

“대장간인데 열기 하나 뿜어 나오지 않잖아? 이런 대장간은 처음인데.”

“뭐지? 장사 접었나 본데.”

그럼에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장간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을 볼 수 있다.

흰색의 머리카락과 자글자글한 피부가 세월의 흔적을 표현한다.

그럼에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평생을 망치질을 해 오며 장인이라는 칭호를 가진 자의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 때문이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뿜어지는 아우라와 같은 기운에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다.

설사 용기를 내서 제닉스에게 말을 걸고 의뢰를 걸어도 문제였다.

“나는 하찮은 재료로 물건을 만들 생각이 없다.”

노기가 가득한 일갈의 외침과 함께 그대로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퉤! 다신 오나 봐라.”

“에라이. 잘 먹고 잘살아라.”

“장인이면 뭐해! 일을 하지 않는 장인은 장인의 호칭도 아깝지!”

기분 상한 유저들은 그대로 다른 공방으로 향한다.

다행이라면 다른 공방의 장인들의 실력은 고만고만하다는 점이다.

어디에 맡겨도 다섯 시간만 있으면 뚝딱 진다.

근데 여기서 또 하나 재밌는 게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울베어 세트의 등급이다.

아울베어 세트의 등급은 레어다. 하지만 운에 따라 그 등급이 유니크가 될 수도 있고, 레던더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레어 등급 풀 세트의 가격은 부위 당 이백 골드이며 총 천 골드짜리 물건이다.

여기서 한 부위가 유니크로 바뀌는 순간, 그 부위 가격만 오백 골드가 된다.

그러니 유니크 풀 세트의 경우엔 이천오백 골드짜리 물건이 된다는 거다.

단숨에 가격이 두 배 넘게 상승한다.

유니크 등급이 자주 나오는 편이 아님에도 가격이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이곳 아울베어 사냥터의 사냥이 쉽다는 점이다.

특히 아울베어 세트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자들도 있을 정도니, 가격이 안정될 수밖에 없다.

아직 유니크 풀 세트도 등장하지 않은 시점.

누군가는 유니크 풀 세트를 만들지 않을까 구경하는 것마저도 재밌을 정도의 공방 거리에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부탁하네!”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곳엔 고양이를 닮은 동물을 품에 안고 있는 한 유저와 NPC가 있었다.

주변의 유저들은 당연히 플레이어가 NPC에게 부탁하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그곳을 바라봤다.

가끔 저렇게 간절한 부탁이나 큰소리로 부탁하게 되면 퀘스트가 생길 때도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다음으로 들려오는 대화에 부탁하는 것이 유저가 아니라 NPC임을 알았다.

거기에 그 둘의 대화는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경악에 가득 찬 얼굴로 변했다.

“자, 자네가 들고 있는 가죽이면 전설에 남을 역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네.”

“전설에 남을 역작이요?”

“플레이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레전더리 등급일세.”

소리치던 NPC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외쳤다.

“아울베어 가죽 세트를 만들 수 있게 해 주게! 레전더리로 만들어 주겠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유저는 이 엄청난 소식을 서둘러 연락할 수 있는 곳이란 모든 곳으로 전했다.

* * *

나는 황당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도 그런 것이 이제 아울베어 가죽 세트나 만들고 로그아웃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지로 들어왔다.

그리고 공방 거리를 향해 걸어가던 중에 갑자기 누군가 덥석 나를 붙잡는 게 아닌가?

영지 안에서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NPC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놀라도 놀란 척하지 않고 나를 붙잡은 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대뜸 나를 향해 소리쳤다.

“아울베어 킹의 가죽을 가지고 있군!”

“아, 예.”

“내게 그 물건을 팔, 아니, 만들 기회를 주지 않겠는가?”

당장에라도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기세였다.

실제로 나를 향해 힘을 쓰고 있었다.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두꺼운 팔로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으니 힘이 밀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질질 끌려갈 판국이었다.

‘이 할배 왜 이래?’

원래 내가 가려던 공방이 있었다.

실력이 고만고만한데, 회귀 전의 의뢰했던 곳이며 무려 유니크 등급을 두 개나 만들어 줬던 공방이다.

그 기억을 떠올리고 가는 중에 붙잡힌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들려온 NPC의 말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울베어 가죽 세트를 만들 수 있게 해 주게! 레전더리로 만들어 주겠네.”

레전더리란 말에 덥석 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가 끌려온 곳은 다름 아닌 절대 손님을 받지 않는 그 공방이었다.

“이게 정답이었구나.”

회귀 전, 이곳 공방에서 아울베어 세트를 만들었다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수백, 수천 장의 가죽을 들고 와도 거절당하고, 말도 안 되는 금액을 가지고 와도 거절하고, 협박과 비슷한 행위를 함에도 꿈쩍도 안 하던 NPC다.

근데 내가 가지고 있는 아울베어 킹의 가죽에 반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의문이 들었다.

“저기, 어르신.”

“왜 그러는가?”

내가 건네준 가죽을 펼치고는 어떻게 할지 이리저리 살펴보던 NPC 제닉스였다.

“같은 아울베어 킹의 가죽이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있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NPC 제닉스였고, 작업을 위해 커다란 바늘을 입에 물고 있다가 뱉고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가죽의 질이 달라. 아니 정확하게는 아울베어 킹이 살아 있는 세월의 차이라고 보면 되지.”

“세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자네가 잡아 온 녀석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왔던 녀석이야. 하지만 저 밖에 있는 녀석들이 들고 있는 가죽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지. 그게 중요해.”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지금 내가 가져온 아울베어 킹의 가죽은 인던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아울베어 킹의 가죽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월오룰이 오픈한 지 이 년밖에 되지 않는 지금 시점에 최초로 내가 잡았으니 최소 이 년은 묵은 녀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밖에 있는 아울베어 킹의 경우 유저가 나타날 때마다 죽였으니 그리 오래된 가죽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네의 가죽은 오래된 녀석이야. 그러니 나만 믿게.”

나를 향해 두 눈을 번뜩이는 NPC 제닉스였다.

아까부터 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 공방 안이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데 잘 만들겠지.

하물며 NPC 본인 입으로 레전더리로 만들어 주겠다는데 믿고 맡기는 수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얼마나 걸립니까?”

“내일 아침에 오게나.”

“그럼, 내일 찾아오겠습니다.”

나는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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