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49화 (149/275)

제149화

#149

“딱 10초 받겠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카운트를 세었고, 10초가 되었을 때 채팅이 멈추었다. 즉석 이벤트임에도 방송팀이 잘 통제해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확인해 볼까요?”

- ‘아울베어 킹’을 ‘통찰안’으로 꿰뚫어 봅니다.

- 개체값을 분석합니다.

- 개체값은 27%입니다.

결과는 나왔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는 듯 침묵, 아니 채팅을 치지 못하게 강제로 침묵시킨 상황. 거기에 방송팀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듯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두두두두두.

그리고 이제 발표해야 할 타이밍에 북소리가 멈췄고, 나는 외쳤다.

“개체값은 27%입니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의 잠금이 풀렸고, 순식간에 무수한 채팅이 쏟아졌다.

그리고 정답을 맞힌 사람과의 1 : 1 채팅창이 떠올랐다.

[너로정했다!]

- 이거 레알? 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대박 진짜 걸렸다!

- 으어어엉. 나에게 이런 행운이 있다니.

흥분했는지 홀로 좋아하며 각종 표현이 담긴 단어를 꺼내며 기뻐하는 유저였다.

나는 진심을 담아서 축하해 줬다.

“축하드립니다. 닉네임을 보니 소환사이신가 보네요.”

- 맞습니다. 소환사 230렙입니다.

- 시저님 덕분에 제가 기르던 고블린 두 마리가 좋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고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오, 우리 팅고도 고블린 출신입니다.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꼭 잘 키우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붙잡고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눈앞에 있는 아울베어 킹을 사냥하는 것이다.

“잠시 사냥에 집중하겠습니다.”

나는 몸을 돌려 아울베어 킹을 바라보았다.

아직 놈의 영역인 커다란 문을 넘어가지 않았기에 놈은 우리를 바라보며 살기를 뿜어낼 뿐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팅고!”

“추웅!”

“가자.”

보통 같았으면 여러 소한수를 이용해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사냥하는 모습을 보일 터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기왕 서비스 하는 거,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고블린도 상위 존재로 올라가면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가자.”

“추웅!”

팅고가 방패를 들고 앞서 걸었다.

나머진 모두 대기하고, 나만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쿠워어어!”

그제야 아울베어 킹도 반응했다.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침입자를 향해 확실한 적대감을 보여주며 두 팔을 위로 번쩍 들고는 그대로 지면을 향해, 그리고 팅고를 향해 휘둘렀다.

부웅, 콰앙!

두 팔에서 뻗은 주먹이 지면을 때렸다.

거대한 포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인 자리는 보는 것만으로 섬뜩했다.

“크워?”

아울베어 킹의 입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록 지면을 때려 손에 충격이 왔겠지만 원했던 손맛이 아니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팅고, 돌진.”

“끼에륵!”

내 명령에 팅고가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러곤 어깨에 바짝 밀착하더니 그대로 아울베어 킹을 향해 돌진했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돌진’을 사용했습니다.

- ‘아울베어 킹’이 혼란에 빠집니다.

쿠웅!

강하게 부딪쳤지만 덩치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고작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한 것이 전부였다.

하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확률적으로 터지는 혼란에 걸린 아울베어 킹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팅고 강타, 방패 강타.”

“끼끼에륵!”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강타’를 사용합니다.

- 추가 대미지 150%를 입힙니다.

- 소환수 ‘팅고’가 스킬 ‘방패 강타’를 사용합니다.

- 추가 대미지 30%를 입힙니다.

쉬고 있던 검을 바닥에 꽂곤 주먹을 말아 쥐곤 아울베어의 복부를 향해 휘둘러 일격을 날린 다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는 다시 앞으로 한걸음 옮겨 방패를 이용한 일격을 날렸다.

퍽! 퍼억!

묵직한 일격이 들어갔다는 소리.

하지만 아울베어 킹의 HP는 여전히 많았다.

물론 공격을 시킨 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의 팅고의 모습은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고블린을 사용하는 소환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기도 하다.

고블린이라는 몬스터는 가르치기에 따라 이렇게 확실한 전투가 가능하다는 소환수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몇몇 시청자가 그것을 눈치챈 것인지 채팅을 쳤다.

- 고블린도 잘 싸우네.

- 훈련만 잘하면 고블린도 꽤나 쓸 만하네.

- 내 고블린도 한번 가르쳐 볼까?

- 오크랑 비교해서 꿀리지 않는데? 하물며 월오룰 몬스터 도감에 오크보다 고블리닝 조금 더 영악하고 똑똑하다고 한 거 같은데.

- 방송 끝나면 나도 한번 가르쳐봐야겠네.

딱 내가 원하는 반응이었다.

소환사는 소환수를 직접 가르치면서 스킬을 익히는 것이 단점이지만 지금의 나처럼 확실하게 교육하고 나면 편해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해서 잘 싸우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컨트롤은 필요로 하다.

지금의 나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어떤 스킬을 사용하고 빠지는지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평범한 소환사가 아니라 최소 A급 소환사가 된다.

내 등급은 어느 정도냐고? SSS급은 되지 않을까 싶다.

“팅고, 피해. 그리고 뒤로 돌아서 옆구리를 향해 찌르고 빠져.”

“끼엑!”

내가 내린 명령을 착실하게 따르는 팅고다.

빠지는 과정에서 뻗어오는 아울베어 킹의 손을 향해 검을 휘둘러 상처를 내는 것은 팅고의 공격 센스가 뛰어나다는 거다.

그 뒤로 3분간의 공방.

저 작은 고블린인 팅고가 거대한 아울베어 킹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 와 미쳤네.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네.

- 그런 다윗을 조종하는 시저도 미쳤고!

- 지렸다. 그리고 화장실로 쫓겨났다.

- 난 소리지르다가 와이프에게 등짝 맞음. 전직 배구선수 출신임.

└와. 그 인터넷 짤로만 봤던 그거 진짜로 생기나요?

└이따 인증샷 남김.

- 잘 보셈. 이건 단순히 고블린과 아울베어의 싸움이 아니라 진짜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방법이자 교과서와 같은 모습임.

- 이정도 능력이면 대형길드에서 모셔가야 할 판인데?

- 대박이다.

아울베어와 팅고의 싸움. 그리고 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내 명령 하나만으로 인던 보스 몬스터의 공략의 정석이 뭔지 충분히 보여줬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자, 그럼 지루한 건 끝내고 진짜 화끈하게 한번 가야죠.”

- 좋아요!

내 말에 기뻐하는 시청자를 보며 나는 웃었다.

“팅고. 거대화!”

“끼에륵!”

- 소환수 ‘팅고’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했습니다.

- 10분간 덩치가 커집니다.

-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내 명령과 함께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몸집을 두 배로 부풀렸다.

입고 있던 장비는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고, 알몸에 거적대기로 중요 부위만 가린 모습으로 변했다.

“받아.”

나는 인벤토리에서 두 자루의 도끼를 꺼내 던졌다.

휘리리릭! 텁.

능숙하게 그것을 받아낸 팅고는 그대로 두 자루의 도끼를 앞으로 내밀었다.

“팅고 일기토.”

- 소환수 ‘팅고’가 ‘일기토’를 사용합니다.

- 대상은 분노한 ‘아울베어 킹’입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20% 떨어뜨립니다.

“죽여.”

“끼에륵!”

내 명령에 팅고가 거칠게 포효했다. 스킬의 포효가 아니라 진정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긴 것이다.

팅고가 거대화를 쓰기 전까지 아울베어 킹을 사냥하기 위한 사냥꾼이었다면 지금은 아울베어의 포식자가 되었다.

“크, 크워!”

그런 팅고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듯 아울베어 킹이 외쳤다.

하지만 아울베어 킹의 울음소리는 그리 오래 울리지 않았다.

- 소환수 ‘팅고’의 스킬 ‘치명적인 일격’이 발동되었습니다.

- 추가 대미지가 상승합니다.

- 크리티컬 확률이 상승합니다.

팅고의 확실한 일격.

오크의 왕도 일격만에 두 쪽으로 갈랐던 그 스킬이 발동되었고, 아울베어의 최후 또한 오크의 왕과 같은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 아울베어 킹을 쓰러뜨렸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소환수 ‘팅고’가 ‘아울베어 킹’을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50,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50,000을 획득합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끼에에륵!”

승자의 포효를 내지르는 팅고의 모습을 등에 두고는 말했다.

“잘 키운 소환수 하나면 이렇게 인던 보스 몬스터도 문제가 없습니다.”

내 말에 처음으로 채팅창에 욕설이 가득했다.

당연히 채팅창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선 욕설을 제지를 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놀랍게도 채팅창에 공지가 올라왔다.

- 딱 1분간 욕설을 허용합니다 -

방송팀도 이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시청자는 진심을 다해 나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큭…… 내 편은 아무도 없군요.”

나는 속상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속으로 웃었다.

‘계획대로다.’

이건 나랑 지은이랑 이야기된 것이다.

굳이 시청자를 자극해 한 번씩 이렇게 욕설을 해 줄 수 있는 타이밍을 여는 것이다.

언제나 깨끗하고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만이 좋은 건 아니다.

가끔 이런 해방감도 새로운 활력소이자 재미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딱 1분간의 욕설 타임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시청자는 딱 그 시간만 욕을 했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팅고! 최고다!

- 우리 팅고님 맛있는 먹이 사주세요!

- 이건 시저님이 아니라 팅고님을 위한 후원입니다.

잠시나마 팅고의 칭찬이 가득한 채팅이 올라왔다.

아주 잠깐의 채팅 이후.

드디어 기다리던 그 시간이 찾아왔다.

“자, 그럼 시청자 참여 퀴즈 이벤트 상품이 뭔지 확인해 볼까요?”

나는 아울베어 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외쳤다.

“도축.”

- ‘아울베어 킹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 유니크 이상 확정 스킬 뽑기 권을 획득했습니다.

- 통솔력의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헐?”

무려 세 개의 아이템.

여기서 놀라운 것은 스킬 북을 제외한 두 개의 아이템은 나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당황스러운 상황.

그중에서 나는 가장 먼저 통솔력의 반지를 확인했다.

[통솔력의 반지]

등급 : 유니크.

내구력 : 100/100

통솔력+100

통솔력을 올려주는 반지다.

유니크치고는 매우 준수한 옵션.

통솔력 말고는 다른 스텟을 올려주지 않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소환사 직업의 유저에게는 마른 가뭄에 단비와 같은 옵션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서머너 킹만 아니었어도 충분히 낄 가치가 있는 반지.’

정말이지 너무나도 좋은 아이템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 받으실래요?”

이미 반지의 옵션까지 공개한 상황.

당연히 소환사 직업이라면 통솔력의 반지를 골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다.

- 당연히 스킬 뽑기 권이지.

- 와 유니크 이상 확정이네.

- 이거면 무조건 유니크잖아? 운 좋으면 레전더리고.

- 이건 절대적인 기회다.

- 지나가는 세 살짜리에게 물어봐도 스킬 뽑기 권이다.

이미 여론은 스킬 뽑기 권으로 몰려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저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로 레전더리 스킬이라도 뽑아봐라. 한 방에 인생 역전이다.

[너로정했다!]

- 저는…….

그의 채팅이 올라오는 순간.

순식간에 다른 채팅은 조용해졌다. 그의 대답이 너무나도 기다려졌기 때문이었다.

- 저는 통솔력의 반지로 하겠습니다.

그의 결정에 채팅창은 혼란에 빠졌다.

이건 누가 봐도 잘 포장되어 있는 아스팔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비포장도로로 향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단 한 방에 인생 역전할 기회를 날린 것에 못마땅한 것인지 아니면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닌지 순식간에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 채팅창에 또 불씨를 꺼버리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템은 선택한 본인이었다.

[너로정했다!]

- 이로써 저도 레전더리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겠네요.

- 통솔력 부족으로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시저님.

- 이제 저도 지상계 최강의 몬스터를 가지게 되었네요.

순간 알았다.

너로정했다!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가 누군지.

최초로 켄타우로스를 부리는 소환사라는걸. 그리고 그 켄타우로스가 새끼라는 것까지 말이다.

훗날 저 켄타우로스 새끼가 다 자랐을 때 저 사람은 라이더라는 호칭을 받는다.

달리는 켄타우로스 위에 타고 다니는 소환사.

그게 저 유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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