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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45화 (145/275)

제145화

#145

케니디크 자작령.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영지로 오크틴 산맥을 넘어서 도착하는 첫 번째 영지다.

이곳 영지의 특색이자 월오룰을 즐기는 유저라면 이곳에서 상당한 시간을 머문다.

그 이유는 하나. 다름 아닌 아울베어 가죽 갑옷 세트를 만들기 위함이다.

재료는 어렵지 않다. 아울베어 가죽 백 장이면 한 세트가 나오니까. 하물며 아울베어 가죽은 한 마리 잡을 때마다 하나씩은 꼭 나온다.

그러니 이곳에 들르는 유저라면 백 마리는 기본적으로 잡는다는 소리다.

이 아울베어 가죽 세트를 착용하는 이유가 있다.

[아울베어 가죽으로 만든 투구]

등급 : 레어

내구도 : 100/100

방어력 : 100

제한 : 350레벨 이상.

근력 +10

통기성이 뛰어난 아울베어 가죽으로 만든 투구다.

- 2세트 착용 시 모든 능력치 +5

- 3세트 착용 시 모든 능력치 +5

- 4세트 착용 시 모든 능력치 +5

- 5세트 착용 시 모든 능력치 +5

투구, 갑옷, 바지, 장갑, 부츠로 이어지는 세트 아이템으로 캐릭터의 기본 스텟인 근력과 민첩, 체력, 지식, 지혜 스텟을 5개씩 올려주는 것도 모자라 풀 세트로 착용하면 모든 능력치를 20개나 올려준다.

각 스텟당 25개를 레벨로 치면 5레벨이니 절대 나쁜 게 아니다.

하물며 백 마리만 사냥하면 되니,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스텟도 스텟이지만 아울베어 가죽 갑옷 세세트는 다음 영지인 오시리크 자작령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사막지형의 오시리크 자작령.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더위를 참아 낼 수 있다는 소리니 딱이다.

그렇기에 케니디크 자작령은 아울베어를 사냥하는 유저와 사냥해서 얻은 가죽을 무두질하고 갑옷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케니디크 자작령은 매우 튼튼하고 두꺼운 성벽을 자랑한다.

아울베어라는 강력한 몬스터와 인접해 있는 영지다 보니 영지민의 보호는 물론이고 케니디크 자작의 신변을 위해서라도 두꺼운 성벽과 엄청난 높이를 자랑한다.

거기에 육중한 철제 성문은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고 있어 이곳을 들리는 유저라면 잠시 넋 놓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답다.

“근데 여긴 왜 이래?”

두껍고 높게 솟아 있어야 할 성벽 중간마다 누가 공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반대편이 훤히 보일 정도로 크게 뚫려 있는 구멍은 물론이고, 심한 곳은 성벽 일부가 무너진 잔해가 굴러다니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무늬를 자랑하는 성벽은 누군가 악질적인 장난이라도 한 것인지 할퀸 자국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으며, 반쯤 찌그러진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엉망진창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만든 범인으로 보이는 것이 성벽 주변에 널려 있었다.

“이것만 보면 몬스터 웨이브가 이곳에 일어난 줄 알겠네…….”

사방에 깔린 무수한 오크의 시체.

문제는 오크의 시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아울베어의 시체는 물론이고, NPC로 보이는 사람의 시체도 가득했다.

끔찍한 모습에도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게 진짜 몬스터 웨이브 현실이지.

그래. 이게 현실이었다면 눈앞의 참혹한 모습에 씁쓸했을 것이다.

죽어도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가 다시 살아나는 플레이어와 다르게 NPC는 죽으면 다시 살아나질 못한다.

병사로서 몬스터와 싸워 죽으면 그 병사와 관련된 집은 슬픔으로 잠긴다.

회귀 전에는 한 영지가 마신교로 인해 지도에서 지워지는 일이 생겼다. 그때 NPC의 분노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 분노의 파도는 순식간에 전역으로 물들었고, 마신교를 향한 NPC의 분노에 애꿎은 플레이어가 죽기도 했다.

그 분노가 세드릭 제국과 마신교가 팽팽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중요한 이유기도 했다.

나는 잠시나마 그 자리에서 죽은 NPC를 향해 고개 숙여 묵념했다.

그러고 있길 잠깐이었다.

“추웅! 시저 남작님을 뵙습니다.”

순식간에 내 쪽으로 달려온 수많은 병사 NPC.

그중에 기사로 보이는 NPC 파이큐가 나를 향해 인사해 왔다.

그들의 갑옷에는 여전히 몬스터의 피로 물들어 있었고, 상당히 지친 듯 다크 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오는 듯했다.

거기에 슬픔에 잠겨 있는 눈은 절로 마음이 아려왔다.

“고생이 많습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싶었다.

인벤토리에 먹을 거라도 넉넉하면 나눠줄 텐데, 크세이트 공작령에서 구매해 오지도 못해 내가 먹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아닙니다. 하루라도 빨리 가족의 품에 안겨줘야지요. 혹시나 살아 있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서두르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병사를 지휘한다. 그러곤 나를 향해 물어왔다.

“크세이트 공작령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무사히 막아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헌데 이곳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내 말에 안 그래도 슬픔에 잠겨 있던 파이큐의 얼굴이 더욱 슬픔에 잠겼다.

“언데드가 되어 부활한 오크의 왕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저희 케니디크 자작령 또한 성문을 닫고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는 그 오크의 왕에 자극받은 아울베어가 성벽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언데드가 되어 살아난 오크의 왕.

그 존재 하나만으로 오크틴 산맥 뒤편의 숲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 때문에 숲에서만 지내던 아울베어가 살기 위해 도망치듯이 케니디크 자작령을 습격했다는 것이다.

아울베어만 습격했다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을 거라 한다.

대대로 이곳을 지켜왔기에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었고, 아울베어의 숫자가 많지 않기에 충분히 버티며 사냥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선가 몰려온 대규모 오크 때문에 방어선에 악영향을 끼쳤고, 끝끝내 막아냈지만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밤늦은 시간까지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색했고, 몇 생존자를 구출했습니다. 오늘도 살아 있는 자가 있을지 모를 생각에 우선으로 찾고, 나중에 몬스터 시체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다.

비록 처절한 전투지만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우선으로 구출한다는 것은 매우 옳은 선택이다.

특히 이런 선택을 한 케니디크 자작에 대해 상당히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보통 귀족은 그저 눈앞에 돈만 챙기려 하니 말이야.’

내가 아는 소설 속의 귀족이나 회귀 전의 몇 귀족이 그래 온 걸 봤다.

그런 귀족과 다르게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케니디크 자작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다.

“아!”

나도 모르게 번뜩 떠오른 생각.

비록 파티원이나 소환수는 아니지만, NPC면 내 치유의 토템이 먹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바로 사용해 봤다.

“치유의 토템.”

내 부름에 나타난 치유의 토템.

레벨 MAX가 된 녀석은 사람 크기만 했고, 그 위에 있는 신 아이샤의 동상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와 동시에 뿜어지는 치유의 기운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상처가 나았어?”

“아프던 팔목이 괜찮은데?”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야.”

내 예상대로 치유의 토템 효과는 NPC에게 먹혔다.

체력이 떨어진 병사 NPC의 체력이 천천히 회복되었고, 그 덕분인지 아까보다 움직임이 빠릿빠릿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친 기색도 사라졌다.

여기에 더 놀라운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으…….”

어디선가 들려온 미약한 신음소리.

몬스터의 시체 사이에 끼어 있던 한 NPC가 내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신음을 들은 한 병사가 소리쳤다.

“여기다! 여기 생존자야!”

다급한 외침에 병사들이 몰려들었고, 서둘러 오크와 아울베어를 치워내자 고통 속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다른 병사를 발견했다.

“심슨!”

“제길! 이 자식, 살아 있었구나!”

“좀만 더 버텨!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생각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내가 속으로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저거 사망 플래그인데…… 뭐, 치유의 토템 있으니까 괜찮겠지.’

심슨이라 불리는 NPC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치유의 토템 덕분에 조금씩 부상에서 회복되어 가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저 남작님.”

나는 파이큐의 인사를 받으며 케니디크 자작령으로 들어갔다.

일단 먼저 할 일은 보급부터 채우는 것이다.

* * *

일단 당장 급한 모습을 채웠다.

그리고 그 보급은 내 돈으로 산 물건이 아닌 다른 이들이 나눠주는 음식, 아니, 정확하게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범이와 친분이 있는 한 유저인 집사요리사가 범이에게 먹이를 주며 등을 살살 어루만지고 있었다.

“입에는 맞으세요? 범이 님?”

“냐앙!”

부드러운 손길과 맛있는 먹이에 기분이 좋아진 범이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런 범이의 모습에 집사요리사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인벤토리에서 범이가 먹을 요리를 하나둘씩 꺼내 들었다.

대충 종류만 일곱 가지가 넘는 요리였는데, 하나 먹을 때마다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범이’가 훈제연어를 섭취합니다.

- 10분간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 소환수 ‘범이’가 유기농 연어 샐러드를 섭취합니다.

- 10분간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하…… 인생, 겁나 서럽네.

누구는 돈을 떠나서 딱히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말린 육포나 씹고 있는데 눈앞에 있는 범이는 한 그릇 뚝딱 먹어 치울 때마다 스텟이 올라가는 고오급 요리를 먹고 있다.

문제는 이게 범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팅고, 숭이, 가직스, 피이에 이어 루이즈까지 다른 유저가 주는 아이템을 넙죽넙죽 받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끼에륵!”

“우끼끼.”

“캬락.”

“어머, 이거 맛 괜찮다. 하등한 인간 주제에 쓸 만한 요리잖아?”

신나서 소리치는 팅고와 숭이, 가직스.

새로운 요리를 접하는 중인 루이즈는 한입 먹을 때마다 요리를 가져온 유저에게 칭찬을 해 주었다.

그 모습에 요리를 가져다준 유저들만 입가에 미소가 잔뜩 피어올랐다.

내 소환수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 시간임에도 나는 씁쓸한 미소로 내 옆에 있는 한 소환수를 보며 말했다.

“쩝, 뭔가 너에겐 미안하네.”

“딱딱딱.”

턱을 부딪치는 소리.

비록 목소리로 나오는 말이 아니었지만, 괜찮다는 감정이 전해져 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고, 오히려 로빈후드가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고맙다.”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는 로빈후드의 손길에 애써 차오르려는 눈물을 꾸욱 참았다.

의도치 않은 팬 미팅이라고 해야 할지, 식사 시간이라 할지 모를 시간이 지나고 직접 먹인 음식을 제외하고 나머지 음식을 전부 나에게 거래 창으로 넘겼다.

“다음에는 더 좋은 요리로 가져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공짜로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네요.”

“괜찮아요. 다 범이님 을 위한 일인 걸요.”

집사요리사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묻어 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 있는 유저의 대부분이 범이의 팬인데, 유일하게 자신의 몸을 만지게 허락한 것이 그녀뿐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몇 번 본 것도 있거니와 가장 처음 먹이를 준 것이 그녀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같다.

돼뚱냥이답게 먹을 걸 준 사람은 절대 안 잊어버리는 듯하다.

“다른 분들도 감사합니다. 꼭 좋은 영상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내 인사에 모두가 만족한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소한 팬 미팅이 끝났으니 이제 아울베어나 잡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참, 이번 이벤트 보상으로 무슨 아이템을 얻으셨어요?”

누군가의 외침.

분명 눈앞에서 누가 소리쳤음에도 불구하고도 누가 외친지 모르겠다.

“그러게요…….”

나는 조금 씁쓸하다는 듯 말했다.

이번 오크틴 산맥에서 있었던 이벤트 퀘스트로 받았던 두 개의 보상.

문제는 그 보상이 나에게 참으로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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