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42화 (142/275)

제142화

#142

- 서버가 종료되었습니다.

- 지금부터 점검에 들어갑니다.

정상적으로 서버가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더는 그 누구도 월오룰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장님. 지금 모든 유저가 로그아웃했습니다.”

“아, 고생하셨습니다.”

월오룰 개발 업체인 라온소프트 본사에는 모두가 퇴근해야 할 시간임에도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있었다.

최상층의 사장실, 그 바로 아래층의 서버 관리실. 그리고 일반 직원은 절대 갈 수 없는 지하 10층.

최상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아래로 움직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는 사장인 유민재와 총괄 책임자인 정 팀장, 월오룰이라는 세상을 개발할 당시 서브 책임자였던 한 팀장까지 셋이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지하 10층.

월오룰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슈퍼컴퓨터가 있는 곳이고, 이번 점검으로 인해 슈퍼컴퓨터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키러 가는 것이었다.

“참 아쉽습니다. 그 두 분과 함께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즐거웠는데 말입니다.”

유민재는 아련한 추억을 꺼내는 듯한 말투와 촉촉한 눈빛으로 잠시나마 허공을 응시했다.

엘리베이터 안이지만 밖을 볼 수 있었기에 강남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멋진 건물에서 연구하지 못했으니까요. 그 작던 부실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허허. 그러고 보면 그 둘이 만난 곳이 그곳이군요. 생각납니다. 우리랑 대화할 때와는 다르게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던 것이 벌써 30년 전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유쾌한 두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더욱더 말이죠…….”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의 입은 더는 열리지 않았다.

그저 이 자리에 있는 셋과 함께했던 기간의 추억을 곱씹으며 그리워할 뿐이었다.

“많이 기뻐했을 텐데…….”

유민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오룰이라는 세계관은 그 부부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들 셋은 그 세계관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밖에 없다.

사실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곤 하지만, 그 부부가 만들어 준 세계관이 지금의 월오룰을 만들게 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시작임에 불과했다면…… 내일부터는 막내가 만든 엔딩으로 향할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사장인 유민재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월오룰은 이대로 유지와 보수만 해도 향후 10년은 우려먹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점검과 지금 유민재가 하려는 행동은 월오룰이라는 게임의 수명을 단축할 만한 일이다. 바로 엔딩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 둘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만든 게임이 아닙니까? 형님, 저는 당연히 찬성해요.”

“암, 막내가 바라는 세상, 그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겠어? 나의 재능을 발견해 준 막내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이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찬성한다.”

이들 셋은 1년 터울의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그들이 말하는 막내 둘은 세상을 떠났고, 이들은 함께 한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다.

세상에서 둘도 없을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따르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존칭을 쓰며 조심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오랜만에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편한 말투로 대화했다.

아마 그 둘이 있다면 함께 웃으며 가볍게 캔맥주라도 들고 자축했을지 모른다.

띵!

엘리베이터가 지하 10층에 도달했다.

그곳에 도착한 셋은 이 세상에 없는 그 둘을 대신해 캔맥주를 들었다.

주인은 없지만 두 개의 캔을 테이블에 올려두곤 캔을 마주했다.

“막내가 바라는 엔딩을 위하여.”

까까가가강!

다섯 개의 맥주캔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었고, 한 모금 들이켠 유민재가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 한 줄의 문구가 떠올랐다.

- 엔딩 시나리오를 주입합니다.

이걸로 시작이다. 막내가 바라는 엔딩으로 향해 달려갈 뿐이다.

* * *

서버 점검이 이어지고 있는 시간.

월오룰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누구 하나 방송하지 못하자 오히려 시청자들이 안달 났다.

볼 게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가하게 쉬고 있자니 어색한 상황.

세상의 중심이 월오룰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사람들이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월오룰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 와…… 월오룰 없으니깐 더럽게 시간 안 가네.

└킹정. 자기엔 어중간하고 그렇다고 안자니 개 심심.

└나만 그런 게 아니네. X나 심심함.

└별수 없이 지난 영상이나 찾아보는데 재밌는 게 없네.

모두가 할 일 없이 커뮤니티에서 글을 끄적이며 무언가 특별한 소식은 없는지, 그리고 새로운 정보 같은 건 없는지 뒤적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채널에 들어가 영상을 다시 보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오히려 새로운 방송인을 찾아 모든 영상을 둘러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사람이 쓴 글에 주목했다.

- 시저 영상 떴다!

친절하게 시저의 채널로 바로 갈 수 있도록 링크까지 걸어둔 글.

이번 이벤트 퀘스트에서 1등을 모두 독차지한 게 시저가 아닌가? 당연히 그의 활약이 담긴 영상은 사람들의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간 시저의 영상.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 이벤트 퀘스트의 보스 몬스터인 오크의 왕과 싸우는 모습이었다.

이미 방송을 보았던 이들이고, 보지 않았던 이들이고 영상을 시청하고 나서의 반응은 같았다.

- 미쳤네…….

너나 할 것 없는 반응.

그럴 만한 것이, 처음 달려든 내 소환수가 달려들었다가 당했다. 그런 다음 시저가 나섰다.

당연히 어려운 사냥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단번에 역전해 버렸다.

거기에 그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 피이였다.

피이가 피워 올린 작은 불길이 나중에는 커다란 불길로 이어지며 오크의 왕에게 고통을 주었다.

크게 당했지만, 다시 일어선 팅고가 오크의 왕의 무기를 빼앗아 공격할 때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속이 시원해졌다.

이 짧은 영상 하나만으로도 지루하고 무료하던 시간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근데 영상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지가 강한 줄 알고 깝치던 애새끼를 참교육했습니다. 뿌슝빠슝?

제목부터 자극적인 짧은 영상.

하물며 오크의 왕 영상 다음으로 올라온 영상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영상을 이어서 관람했다.

5분가량의 짧은 영상.

그리고 그 영상이 끝났을 때 댓글 창은 폭발했다.

- 앜ㅋㅋㅋ 농락잼.

- 와 근데 어떻게 알았지? 고유번호는 어떻게 안거지?

└나도 그게 놀랍긴 한데. 저놈 이제 쪽 팔려서 어떻게 하냐?

└캐릭터 삭제해야지.

└계정 삭제부터 해야지.

- 어! 저 새끼! PK 전문임. 나도 당했음.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저 새끼 딜 X나 쌤.

└그거 스킬 때문이라던데요.

- 와 속이 시원하다. 안 그래도 저 새끼 있나 없나 찾으면서 사냥했는데.

- 저놈 레벨 생각하면 저기 있을 정도가 아닌데.

- 이제 장비 털렸으니 X된거지.

└거기에 고유번호까지.

- 시저님 나중에 저 있는 곳 오시면 먹을 거라도 챙겨 드리겠습니다. 대신 복수해 줘서 고맙습니다.

- 저는 물약이라도 챙겨드릴게요.

- 그냥 감사가 인사하게 얼른 위로 올라오세요.

댓글 반응의 대부분이 시저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데키스에게 당한 이들이 꽤 많았고, 그들 모두 데키스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월오룰 내에서 죽음으로 인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날리게 되었고, 하물며 고유번호까지 털렸으니 어딜 가더라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잠시나마 무효하던 시간에 올라온 시저의 영상은 순식간에 백만 조회 수를 돌파했고, 메인 페이지에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그 덕분인지 시저의 채널을 관리하는 이지은의 메일함에는 수많은 이들의 메일이 쌓여갔다.

노트북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보던 이지은이 옆에 있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오빠, 어디 광고할래요?”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시저.

쌓여 있는 메일들을 보곤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녁.

“다녀왔다.”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공부하는 데 집중을 깰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주방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어서 와.”

“안녕하세요. 오빠.”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인사하는 것은 놀랍게도 영은이었다.

식탁에서 한창 공부 중이었는지, 참고서와 노트, 필기구가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다.

“왔어? 밥은 먹었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둘이었다.

새끼 고양이 같은 귀여움에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뭐라 할까. 저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된다고 할까나?

그게 아니더라도 내 동생과 친하게 지내는 영은이였기에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그럼 간식 먹어야지. 뭐 먹고 싶어?”

내 물음에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치킨!”

그 자리에서 치킨 세 마리를 시켰다.

“맛있게 드세요.”

순식간에 배달 온 치킨에 나는 캔맥주를 하나 들었다.

치익, 탁!

그런 나와 다르게 효진이와 영은이는 음료수를 손에 들었다.

“건배!”

허공에서 만난 세 개의 잔이 부딪치며 쨍하고 소리를 냈다.

목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시원한 맥주 맛에 나도 모르게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크…… 좋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거기에 야식으로 완벽한 치킨을 귀여운 두 동생까지 함께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참, 오빠 완전 난리더라. 월오룰.”

“아! 맞아요. 최초의 점검이라면서 반 애들도 엄청 소란 피우던데요.”

효진이의 질문과 함께 영은이가 뒤를 이어 말했다.

최초의 월오룰 점검.

지금까지 어지간한 사건에도 서버를 닫고 처리한 적이 없던 월오룰이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유저를 강제로 종료시킨 다음 점검 및 업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게. 공식 홈페이지는 거의 마비 수준이라던데. 볼 게 없으니 거기서 엄청 수다 떠나봐.”

집으로 오는 길에 혹시나 새로운 정보라도 있는 것은 아닐지 잠깐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서버 렉이 장난이 아닌지 글 하나 여는 데만 3~5분이 걸려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 또한 이렇다 할 언급이 아직 없을 정도니, 덕분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호기심만 더욱 깊어지는 중이었다.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뻗어 맥주를 들이켰다.

사실 나도 엄청 궁금하긴 하다. 이번 점검 후 어떻게 변할지 말이다.

회귀 전에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점검이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점검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모른다는 거다.

‘왜 바뀐 걸까?’

내가 기억하는 지식과 지금의 현실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게 있다면 나라는 존재다.

평범한 전사 캐릭터에 검은 손 길드를 메이저 길드로 이끌고 갈 인재였다가 2군으로 버림받는 존재. 원래의 나라는 존재의 예정된 운명이었다.

하지만 회귀하고 내가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얻으며 완전한 서머너 킹이 되었다.

거기에 회귀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템 몇 가지를 챙겼고, 메인 시나리오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내가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때문에 지금의 점검이 생겨났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아마 내일이 되면 더 확실하게 알겠지. 굳이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자.’

내일은 할 게 많다.

보상받은 아이템 확인도 해야 하고 밀린 스킬 북도 까야 하고, 영지 간의 이동도 해야 한다.

그나마 크세이트 공작령에서 다음 영지까지는 걸어서 반나절만 걸으면 되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걷는다는 행위가 귀찮을 뿐이다.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두고 지금은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편하게 먹고, 공부하다 자렴. 난 방에 들어갈게.”

나는 마시던 맥주를 들고는 방으로 향했다.

내일은 일요일. 둘 다 학교를 안 가기에 영은이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한다.

그러니 둘이서 잘 먹고 잘 치울 거다.

마시던 맥주를 비워내고는 침대로 기어들어 갔다.

“내일 대박이 터지길…….”

내 소소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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