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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36화 (136/275)

제136화

#136

루이즈가 안내해 주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크워! 취익!”

오크 한 마리가 내가 가는 길을 막아섰다.

그 모습에 숭이 녀석이 신이 난 듯 소리치며 오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슈슉! 슉!

경쾌하게 휘둘러지는 두 주먹에 오크의 머리통과 심장에 주먹 자국이 새겨졌다.

두 번의 공격이지만 숭이의 공격력 앞에선 간단한 사냥감이었다.

- 소환수 ‘숭이’가 ‘지배당한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7,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4,000을 획득합니다.

숭이는 꾸준히 성장해 레벨이 벌써 380이다.

특별한 스킬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는, 부족해 보이는 소환수지만 그래도 요즘은 말도 잘 듣고 시키는 거 하나는 정말 열심히 한다.

“잘했어.”

“우끼.”

이렇게 칭찬해 주면 또 좋아한다.

처음 우리 만남과 포획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은 잘 지내는 편이다.

“캬락!”

“우끼끼?”

“캬락, 캬캬락.”

“우끽!”

한 마리의 오크를 처리하고 내 뒤로 향하는 숭이를 향해 가직스가 뭐라 외치더니 둘이서 신나게 떠든다.

저 둘의 대화를 알아들을 순 없다. 인간의 말도 아니고 나를 향해서 하는 말도 아니기에 무엇을 말하는 감조차도 오지 않는다.

그래도 둘이 부쩍 친해졌다는 건 알 수 있다.

최근 사냥에선 둘이서 등을 맞대고 싸우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도약하는 가직스의 허리에 숭이가 매달려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다. 적당한 높이까지 올라가면 숭이가 가직스의 허리를 놓고 지면으로 떨어지는데, 이어지는 육탄 공격은 정말 놀랍다.

그리고 가직스 또한 무방비한 숭이를 도와준다.

아무튼, 둘의 호흡이 좋아지면서 사냥의 효율이 올랐으니 좋아할 일이다.

둘의 모습을 보며 걷고 있을 무렵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피슝!

화살 한 발이 내가 걷고 있는 정면으로 날아갔다.

“크억! 취익!”

허벅지에 화살이 박힌 오크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온 화살은 오크의 목을 꿰뚫었고, 그 오크는 허벅지에 박혀 있던 화살을 뽑다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 소환수 ‘로빈후드’가 지배당한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7,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14,000을 획득합니다.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에도 내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내 등 뒤에서 원거리 지원군인 로빈후드가 날리는 화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오크는 우리를 알아차렸다고 해도 두세 발자국 다가오기도 전에 화살 공격에 죽는다.

덕분에 이동하는 길이 상당히 쾌적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오크의 수가 점점 많아져 이동 속도가 늦어진다는 거다.

“루이즈. 아직 그 자리에 있어?”

“응, 아직 있네. 주인님 안 무거워?”

“응. 가볍네. 순간 업혀 있는 줄도 몰랐네.”

“피, 그게 뭐야.”

지금 루이즈는 내 등 뒤에 업혀 있다.

오크 왕의 위치를 찾아낸 루이즈를 칭찬하며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니, 루이즈는 업어 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루이즈가 가볍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루이즈는 무거워 보이는 갑옷을 입고 한 손에 거대한 낫을 들고 있다.

겉모습을 보자면 당연히 무거워야 하지만, 내 근력 스텟이 상당하다 보니 이 정도는 아무런 느낌조차도 없었다.

아무튼 나는 루이즈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그 방향은 오크틴 산맥의 정중앙이자, 다음 영지로 넘어가는 대로가 있는 길이었다.

오크틴 산맥 너머로는 케니디크 백작령이 있다.

“그러다 보니 케니디크 백작령엔 아무런 영향이 없나 보네.”

따지고 보면 두 영지는 산 하나를 기준으로 나뉜다.

물론 산을 지나 큰 숲속을 통과하고 나서야 보이긴 하나 이 정도 규모의 오크 떼라면 반대편으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뭐, 퀘스트 끝내고 가 보면 알겠지.”

크세이트 공작령 다음은 케니디크 백작령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개의 성문을 통과해 각 다른 영지를 거쳐 다시 한곳으로 모이는 형태로 되어 있다.

나야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는 것이니 딱히 방향을 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앞으로 쭉쭉 나아갔고, 마침내 크세이트 공작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도착했다.

등 뒤로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작 오크의 왕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릴 때였다.

“저기 있네.”

루이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언덕 아래.

그곳에는 초록색에 검은색이 섞여 있는 피부를 가진 거대한 오크 한 마리가 있었다.

[언데드가 된 오크의 왕 Lv.700]

레벨 700짜리의 몬스터다. 확실히 오크의 왕이라 불릴 만했다.

오크의 왕은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거구를 자랑했다.

양손에 들려 있는 거대한 도끼만 해도 길이만 해도 2미터는 되어 보였다.

생긴 형태를 보자면 배틀 액스지만, 굵고 두터운 날이 손잡이 바로 위까지 이어져 살상력을 극대화시킨 물건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추가로 징그럽기까지 했다.

다름 아닌 오크의 왕의 피부 때문인데, 언데드가 되어서 그런지 살아 있는 피부가 아니었다.

꾸역꾸역 뱉어내는 누런 진물은 물론이고 검은색의 피 때문에 더욱 징그러워 보였다.

치이익.

그 진물과 검은 피는 독을 품고 있는지 땅에 떨어질 때마다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몸에 있는 살점이 바닥에 툭툭 떨어지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아파 보였지만, 오크의 왕은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듯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저 오크의 왕이 누군가를 향해 저 거대한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는 거다.

부웅~ 콰앙!

거대한 도끼가 벼락같이 떨어졌다.

거대한 도끼가 흔들림 없이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휘둘러지고 있는 걸 보니 근력 스텟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대신 보이는 것은 폴리곤 조각이었다.

“규섭아!”

“X친! 한 방에 죽었다고?!”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는데.”

“이 개자식! 넌 내가 꼭 죽인다!”

대충 서른 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

하나같이 가슴에 똑같은 문장이 박혀 있는 것을 보면 한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나는 알 수 있었다.

“곧 전멸하겠네. 아니면 도망치거나.”

저들의 운명은 너무나도 뻔했다.

단 일격에 진형이 무너졌다. 거기에 방금 죽은 유저가 메인 탱커인 듯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비는 모두 무거운 중장비였다.

전열에서 공격을 받아줄 메인 탱커가 죽었다는 것은 저들이 보스 몬스터를 공략할 수 있는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저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은 메인 탱커의 장비를 챙겨서 도망치는 것밖에 없다.

회귀 전, 10년간의 수많은 토벌에 성공했던 나이기에 지금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쯧. 멍청하네.”

하지만 저들은 미련했다.

메인 탱커를 대신해 서브 탱커 다섯으로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원거리 딜러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공격하기 시작했고, 리더로 보이는 듯한 자는 무지성 돌격을 외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저렇게 무식한 놈이 왜 리더인지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저들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속으론 감사의 인사도 했다.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전멸하면 저건 다 내 것이 될 거니까.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도 될 일이다. 지금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내가 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는 거다.

“쩝, 가능하겠지?”

지금 내 소환수로 가능할까 싶다.

레벨도 레벨이지만, 저 무식한 힘과 덩치를 보아하니, 까딱 잘못하면 내 소환수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어떻게든 잡긴 잡아야 한다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뭐, 해 보자고.”

나는 저들이 전멸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준비를 했다.

서둘러 지은이에게 연락을 취했고, 바로 방송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나는 반갑게 인사했다.

시청자를 모을 수 있는 이런 이벤트 퀘스트에 방송을 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리 말해 두었기에 바로 방송을 할 수 있었고, 나를 기다리던 시청자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청자 수가 순식간에 늘어났다.

밀려오는 채팅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대규모 이벤트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확실히 이름 있는 분들이 대거 참가했는지, 기여도가 쭉쭉 올라가네요.”

실제로 지금 기여도는 엄청난 속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오크 만 마리가 크세이트 공작령으로 향한 지금 기여도의 대략적인 총합만 따져도 8천 마리가 죽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이제 참가해서 그런지 기여도가 낮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수많은 물음표가 찍혔다.

- 인사할 시간에 오크 한 마리라도 죽여야 하는 거 아님?

- 에이 소환수가 잡고 있겠지. 그러니 방송 켜서 인사하는 거고.

- 그런가? 지금 들려오는 소리 보면 전투 중인 것 같기도 하고.

- 다른 방송은 이 정도가 아니라 몇십 배는 더 시끄러움.

- 일해라 핫산!

- 딱 봐도 직원 부려 먹고 혼자 편하게 지내는 악덕 사장 아님?

걱정과 농담이 섞인 채팅창을 보며 웃었다.

“아닙니다. 그 정도로 악덕 소환사는 아닙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 때문인지 채팅창이 활발해졌고, 그에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오크 웨이브는 다른 분이 막아도 되지 않습니까? 제가 아무리 소환수 숫자가 많다고 해도 마법사가 날리는 광역기 앞에서는 한낱 몬스터와 다를 바 없으니 말입니다.”

이미 지금 오크 웨이브는 마법사들의 축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기여도의 1위부터 10위 중에 단 두 자리를 빼고 전부 마법사가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미 채팅창에도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떠들고 있었고, 그중에 단 한 명이 나를 향해 물었다.

- 근데 왜 님이 진지함?

쓸데없이 진지한 얼굴 때문인지 태클을 걸어오는 채팅에 나는 대답했다.

“진지해야죠. 지금부터 보스 몬스터를 잡을 예정인데 말입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언데드가 된 오크의 왕을 가리켰다. 순식간에 따라붙은 카메라가 오크의 왕을 비쳤다.

“크워어어!! 취이이익!”

마침 오크의 왕은 방금까지 상대하던 인간을 모두 죽이고 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포효하고 있었다.

- 와! 미친! 개 지리네.

- 와…… 나 방금 쌈. 잠깐 씻고 옴.

- 살벌하네. 이번 보스 몬스터 살벌해.

- 우욱…… 나 밥 먹다가 숟가락 던짐.

- 어제 먹을 술이 올라오는 기분이네…….

- 진심 개 징그럽네.

모두가 오크의 왕을 보며 싫다는 채팅이 올라왔다.

그런 채팅을 슬쩍 바라보다 나는 외쳤다.

“지금부터 언데드가 된 오크의 왕을 토벌하겠습니다.”

내가 먼저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그러곤 외쳤다.

“파괴의 가호!”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36% 상승시킵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의 레벨이 올라갑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지금까지 찔끔찔끔 오르던 파괴의 가호 공격력이 단숨에 50%로 상승했다.

아무래도 스킬 레벨이 올라가 그 효능이 더 올라간 것 같다.

“개꿀.”

나는 좋아했다. 덕분에 공격력이 더 올라갔으니 말이다.

그러곤 연이어 다음 스킬을 발동했다.

“눈높이 교육!”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갑자기 렉이라도 걸린 듯한 모습.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그런 와중에 오크의 왕이 나를 발견했다.

“취익?”

내가 수작질하는 것을 알아차린 듯 나를 향해 거칠게 포효했다.

“크워어어어!”

- ‘언데드가 된 오크의 왕’이 포효합니다.

- 오크틴 산맥의 왕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 ‘언데드가 된 오크의 왕’의 격이 상승합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창.

거기에 맞물리는 듯 내가 시전한 눈높이 교육의 다시 검증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오크틴 산맥 안에서는 같은 격으로 판명되었습니다.

- 스킬 효과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미친? 이건 뭔 일이야?

처음으로 눈높이 교육이 통하지 않은 상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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